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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마실

 

앞글에 이어서..

아직 옆집 여학생을 만나지 못했다.

감쪽 같이 다시 예전 처럼 고요해지고

앞으로 뒤로 훔쳐봐도 여느 집 베란다요, 현관이다.

 

요즘 나와 ZL은 주말마다 신이 났다.

연우는 모르겠지만.

표정으로 파악하기에

최소한 즐거운 스트레스+ 호기심 천국 인 것 같다.

 

옆동에 미루네와 같은 단지 안에 사는 아루네 집에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놀러갈 기회만 노리고 있다.

놀고,  먹고,  실컷 웃고, 책까지 기약 없이 빌리고,

보드 게임판을 거절 한 번 않고 건네 주는 대로 받아와서

우리끼리 새 룰까지 만드는 지경이다.

예를 들자면..

Carcassonne란 게임을 빌려왔는데 원래 한 판을 하면

한시간쯤 걸린다.  게임을 끝내고 말과 카드를 정리하다가

우연히 성이 그려진 카드만 연결해서

최고로 넓은 성을 만들어 보고 싶어졌는데

카드 한장이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아귀가 안 맞는 것이다.

어? 안 되네? 몇 번을 해봐도 안 되니까

이게 진짜 안 되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나 따지지 않고는

잠을 잘 수 없게 됐다.

패리티가 어쩌구 저쩌구, 홀 짝이 이러구 저러구..

결론은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

쓰라는  논문이나 쓰쇼!

 

또 있다. 좌린과 비니가 낸 책을 한 권 얻어선

책 안에 있는 사진을 사겠다고 운을 떼 놓고

(원래 팔던 것이니까)

아니나 다를까 두 박스에 가득 담겨져 나온 사진들 속에서

어떤걸 가져갈까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 고민의 결과는 오늘 연구실에 가져와서 어디다 놓아야 하나 종종거렸다)

 

부작용도 있다.

우리가 노는데 정신 팔려 있는 동안

연우도 집중력을 최고로 높여서

집안 구석 구석을 탐험하고

미루와 실랑이 하고

아루를 밀어 버리고

나중에 체력이 바닥나서 졸린대도

엄마, 아빠가 냉큼 재우질 않으니까

넘어지고 부딪히느라 바쁘다.

그리고 밤에 자면서는 깨어 있을 때 일들이

다 해소가 안되었는지 평소보다 자주 깨고,

힘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미루가

다가와서 연우 손에 있는 물건에 강한 흥미를 보이며

잡아 당기는 날에는 

잠에서 안 깬 채로 신경질을 부리기도 한다.

 

이 좋은 세월이 얼마나 가려나~

어디로 이사가야 한다면  정말 싫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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