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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 안에 책 사기

 

 

연우 없을 때는 연구소가 딱히 출근도장 찍는 곳은 아니니까

날씨가 우중충하거나 몸이 찌뿌둥 하면 집에서 공부하기도 하고

휴일이란 개념이 별로 없었다.

이제는 확실하지.

휴일=이모가 안 오는 날 이니까.

 

수요일에 연세대 갔다가 지하철역 근처에

서점이 하나 있는 걸 발견했다.

연구소 복지카드를 이렇게 저렇게 궁리해봐도

안 받아주는 곳도 많고 책 사는게 결국 제일 맘 편한 일이란

결론을 내린 후론 석달에 15만원씩 쓸수 있는 건

주로  책 사는데 쓴다.

아, 지난 번에 ZL 농구공도 사 버렸구나.

 

복지카드로 사면 꼭 공짜로 무한정 살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지만 슬프게도

몇 번 기분 냈다 싶으면 끝나 버린다.

당연한 일인데그럴 때마다 꼭 속은 것 같다.

 

맨날 알라딘으로만 사다가 서점에 들어가서

보고 싶은 대로 딱딱 사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무튼 이미 여섯시 반까지 집에 들어가긴

십분정도 늦은 시간이었지만 갑자기 이십여분 혼자 타고 갈

지하철안이 못 견디게 지루하게 느껴져서

서점에 들어갔다. 

좋아쓰~ 이제 이분안에 책을 골라 나오는 거야...

문 앞 잡지 코너에 사람이 몰려 있어

길을 뚫고 지나가는데 벌써 일분 소요.

계산하는데 한 삼십초 걸린다 치면 이제 눈에 들어오는 거

아무거나 사야하는 스릴 넘치는 순간이다.

마침 열린 책 출판사에서 내는 소설이 꽂혀있는 코너였다.

아이쿠, '연애 소설 읽는 노인' 이 있구나, 일단 뽑아 들고

돌아가려는데 고개를 드니 엉뚱한 자리에

'틸리히 사상과 생애' 란 책이 있다.

이거? 저거? 망설일 시간이 없다, 이젠.

둘 다 들고 계산대로 갔다.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은  지하철 안에서랑

집에 와서 화장실 문 걸어두고 변기에 앉아서 다 봐버렸고

틸리히는 .... 잘 못 산 것 같다.  70년대에 나온 비슷한 제목의

책인 줄 알았던 거지.   물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표지도 칙칙하고 연우도 거들떠도 안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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