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2009년 7월 20일부터 24일까지 (2)
- 벼루집
- 2009
-
- 아이와 일주일(8)
- 벼루집
- 2009
-
- 용산(3)
- 벼루집
- 2009
-
- 오호 괜찮은데
- 벼루집
- 2009
-
- 연우 36개월 무렵과 42개월 ...(3)
- 벼루집
- 2009
말도 안 되는 스케줄도 시간이 지나면 끝이 난다는 걸
알게 해준 한 주가 지나가고 있다.
천하에 쓸데 없는 강의안, 계획서 따위를 만들고 인쇄하느라
tex을 치고 아까운 A4 용지를 수십장 까먹기도 했다.
아무튼 느긋한 토요일 오후.
연우 보다는 우리를 위해서 산 도미노 중에서 스무 개쯤 꺼내서
어떻게든지 연우의 방해를 무릅쓰고 종을 울리려 애쓰고 있던 중이었다.
옆집, 아니면 윗집에서 갑자기 머리로 생각할 새 없이도
가슴을 먼저 울렁 울렁하게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와 여자 목소리인데 한쪽은 겁에 질려서 비명 지르면서 비는 소리,
한 쪽은 다른 사람을 공포에 몰아 넣는 목소리. (잘 묘사를 못하겠다.
사람마다 다르겠지..)
튕겨 일어나 주변을 살펴 보니 바로 우리 옆집 404호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 집 현관 앞에 가 보니
여자 목소리는 그 집에 사는 중학교 다니는 여자애가 내는 소리였다.
현관 앞에 서 있는 나에게 전해오는 겁에 질린 목소리.
" 제발 그러지 마요.."
내장이 밖으로 나올 것 같았다.
참지 못하고 현관 문을 주먹으로 쾅쾅 두들기고
ZL한테 나오라고 해서 다 들리게끔
" 안에서 막 죽는 소리 났어. 신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어쩌구 큰 소리로 말하고 관리실에 가서 물어 봤다.
(그 집에 어른 드나드는걸 못 봤고 그 여학생과
대학생 정도 돼 보이는 남자애들 둘만 봤기에
걱정이 말도 못하게 됐다.)
아저씨는
" 그 집, 굉장히 점잖은 사람들이 사는 집이라
그런 소리 날 리가 없는데...
*** 상무인 아버지하고 어디서 어린이 집 하는 어머니랑
(이게 점잖다는 근거인가 보다)
아들들은 기숙사 살아서 주말에만 왔다 갔다 하고
딸만 같이 사는디."
라 한다.
남자 소리는 그 애 아빠였나 본데
참 이상한게 처음에 그 소음을 들었을 때는
분명 성인 남녀 간에 나는 소리 같았던 거다.
보통 아빠가 화를 폭발하는 상황이라면
--이것도 토할 것 같긴 마찬가지 이지만--
막 큰 목소리로 야단치고 애는
잘못했어요, 앞으로 잘 할께요. 안 그럴께요 등등
이런 소리가 들려야 할 것 같은데.
그 뒤론 조용하다.
계속 속이 울렁 울렁하고
철렁 내려 앉은 가슴이 진정이 되질 않았다.
부모같이 어린 자식한테 전권을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온통 폭력이 넘쳐나는 세상에 절대적인 공포란 걸
부모를 통해서 먼저 경험하는구나.
만일 내 맘 속 깊은 곳의 의심처럼
(반복되는) 성폭력 같은게 있었다면.
사람들에게 있는 어두운 그림자, 파괴적인 모습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양면이라고
자기 안에 그런 부분을 수긍하고 다독여 가야
성숙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내 안에 들어 있는 작은 사람은
그런 모습을 대면하는 걸 정말 힘들어 한다.
그래서 오늘 오후의 사건이 구체적인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앎을 넘어서서 나의 감정적인 근간을 흔드는 것 같다.
이건 내 문제고.
아무튼 저녁에 놀러온 슈아한테 얘기하고서 좀 진정이 되었다.
내 마음이 하도 멀미가 나서 미처 생각지도 못했는데
슈아 말대로
그 여학생이 정말 도움이 절실한지
엘레베이터에 타고 내리는 걸 잘 봐두었다가
말을 걸어봐야겠다.
댓글 목록
바리
관리 메뉴
본문
에구... 내 심장도 벌렁벌렁 ㅠ.ㅠ ㅠ.ㅠ ㅠ.ㅠ부가 정보
SH
관리 메뉴
본문
니가 블러그를 운영해서 너무 다행이다. 안 그러면 어떻게 사는지 알 수가 없잖니.부가 정보
어진엄마
관리 메뉴
본문
바빴나 보다. 깜짝 놀랐겠네. 침착하게 잘 대처하길 바라구.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