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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자매애

예전에 알던 한 여자 선배는 스스로 '여성주의자' 혹은 '의식'이 있는 여성이라 생각했다.  

 

그와 그의 동지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온갖 차별과 그에 대한 성토가 빠지지 않았다. 기억나는 그들의 주장 중 하나는 '한국 남성들은 여성을 못살게 구는 특별한 유전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가끔 그는 "여성 동지들끼리 모이자"고 이야기 하며 정말로 남성을 제외시킨 모임을 구성하고는 만족스러워했다. 그에게 있어서, 남성들이 여성 동료를 빼고 따로 모이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되는 몰상식한 행동이지만, 여성들이 남성을 빼고 그들끼리 모이는 것은 아름다운 자매애였다.

 

나는 엉뚱한 곳에서 발현되는 그와 그 동지들의 자매애-특히 남 뒷담화를 깔때-에 동참하고싶지 않았다.  아마도 그들은 언젠가 그 자매애를 발휘해 나에 대한 험담으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후에 내가 그들을 더욱 참을 수 없었던 것은, 그들이 남의 불행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즐기면서, 그 것을 삶의 소소한 재미로 살아가는 그와 그의 동지들.  그들은 스스로 '의식'있는 여성이라 생각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들은, 그들이 무시하는 '집에만 있는 아줌마'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그들의 세상은 언제까지나 여성과 남성이 서로 분리될 수 밖에 없는 곳이겠지.

 

나는 그들의 자매애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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