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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받지 못한자를 보고

-[용서받지 못한 자]를 보고


 정상적인 사회화 과정이란 어떤 것일까?

학교, 직장, 동아리 같은 단체......,  여하튼 한 개인이 속해있는 그 모든 준거집단들이 개인에게 제시하는 어떤... 태도의 기준이란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사회성이라 칭할 수도 또는 처세술, 융통성, 뭐 EQ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한 개인이 다수의 개개인들의 집합체인 단체에 속하기 위해, 적응하기 위해, 이렇듯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워지는 자신을 재처리하는 어떤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뻔한 얘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혼자서는 살 수 없고 등등등 익히 많이 들어왔던 얘기를 또 다시 언급하지는 않겠다. 여하튼 사회화 과정은 필요하단 거고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사회화 과정은 어떠한가?


내가 겪은 몇 가지 과정을 소개해 보겠다.


나의 대학시절, 자유, 힙합정신 어쩌구 하며 특권인 듯 젊음을 누리려던 청춘들이 많았던 그 곳, 나는 춤 동아리에서 활동했었다. 신나고 자유롭고 재미있을 것 같았던 그곳은 나에게는 고등학교 사춘기 시절보다도 더한 반항심을 마구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선후배간의 철저한 위계질서라던가 엠티에서의 극기 훈련 비슷한-그걸 한 딱까리 한다고 했던가...-뭐 그런 모습들은 차치하고 뭔가가 굉장히 답답하고 비합리적이었으며 나의 논리적 주장이 선배들에겐 전혀 먹히지 않는다고 느꼈던 한 시절이었다. 그것이 지방대의 경우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고 누군가는 말하던데.....여하튼 나의 사회성의 결핍이었을까 아니면 처세술의 결핍이었을까?  나에겐 둘 다 엇비슷한 말로 들리지만... -물론 의미가.. 뉘앙스가 좀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나는 사회적 필터링이 좀 부족했던 사람이었던 걸까? 결국 적응하긴 했지만 ....진짜 적응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여튼, 그 사람들 지금 생각해도 참 갑갑~~하다.


 어쨌든, 뭐 이런 것들로 군대식 문화에 젖은-여성에게도 요구하기위해 변형되어진-사회화 과정의 한 단면을 엿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러니까 여성에게는 다른 식으로 작용된다는 얘기다. 그 얘긴 나중에 기회 있으면 하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들의 그런 모습에서, 군대 문화를 흉내 내는 또는 이미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스물 몇 해 살아오는 동안 몸에 배어버리게 되었는지 모를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지 않는가 생각해 보게 된다.



  나의 직장은 영화계이다. 자칭, 타칭, 문화 예술계라 부르는 그 곳. 그러나 여기도 별반 다른 곳은 아닌 듯싶다. 나의 공손함과 말 잘 들음을 가장한 가식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으나 이곳에서의 생존을 위해 그것을 꼭 발전시킬 필요가 있단 생각이 든 적도 있다. 그런 것에 거부감 느껴지고 반항심이 일면서도 적응하기 위해 내 자신을 맞추어가던, 그리고 결국에는 그러한 것들이 내면화 되어 내가 비판해 마지않던 그들과 같아져버리는 그런 모습을 나 자신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분명 이러한 나의 개인적인 경험들을 일반화시키기에는 무리가 있겠으나 사실 우리 사회 전반을 그냥 훑어보더라도 군사문화의 영향이 참으로 공고함을 볼 수 있는 경우는 많을 것이다.





풀어내는 방식도 다르고 비중을 둔 지점도 다르나 비슷한 주제를 다룬 영화로는 [방과 후 옥상]과 [말죽거리 잔혹사]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군대를 제대한 사람들이 그렇게 어른이 되어서 그렇게 가르쳐서 그렇게 배운 아이들이 자라 군대를 가고, 다시 한 번 그렇게 개조되어 나오고 그렇게 어른이 된 사람들이 그렇게 만드는 세상. 그런 구조를 이 두 영화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이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속의 군대란 조직은 이해할 수 없다. 말도 안 됨이 말이 되는 곳.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키워지는 이상한 구조. 그 속에 적응하려 서로에게 상처를 내는 소년들. 상처 냄을 당연시 하고 깨닫지 못하는 그들. 그런 모순들을 처음엔 거부하지만 결국엔 그런 모순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내면화 되어버린 소년들. 그렇게 어른이 된(?)소년들. 


피해자이자 가해자였던 그들 모두가 용서받지 못한 자는 아닐런지 ...


용서받지 못한 자는 우리조국 대한민국의 국방의 의무를 이행한 대한건아 모두가 아닐런지...





태정의 마지막 대사,


"넌 먼저 어른이 돼야 돼!" 


대한민국이 바라는 어른의 모습은, 진정한 남자의 모습은 그런 것인가 보다.





승영은 


상처받은 것에 아파하기도 하고 상처준 것에 아파하기도 한다.


결국 자살해 버린 그는 사회 부적응 자인 걸까?


 


어리버리하고 심약한 허지훈은 꼭 개조되어야만 하는 이사회에서 용납 할 수 없는 덜 자란 아이인 것인가?





그렇다면 


군 생활을 잘한 태정은 ....진짜 어른이 되었나?





그들 모두를 용서받지 못한 자로 만드는 이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





다큐멘터리 "708호 이등병의 편지"를 본적이 있다. 남들보다 좀 더 민감한 감수성(?)을 가진 한 이등병의 마음은 이라크 파병반대를 외치며 군복무 중 휴가를 나와 병역거부를 하게 만들었다.


 도두라진 그의 그런 행동들은 우리조국 대한민국에서는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대한건아로써의 당연한 의무, 국방의 의무를 져버린 그는 지금 전과자가 되었다.


남들이 욕하듯, 그는 비겁한 겁쟁이 일까? 아니면, 자신의 신념을 지킨, 진정 용기 있는 자일까?


어떤 모습이 더 어른 인 걸까?





군사문화란 무엇인가. 무조건적 복종을 가르치고, 가식을 가르치고, 폭력을 가르치는 비논리적인 약육강식의 문화. 물론 이것으로만 군사문화를 정의내릴 수는 없겠으나 확연히 드러나는 폐단이 있음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여러 이유들은 무엇인가?  역사적 정치적 경제적 지정학적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조건의 여러 측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일까?


비뚤어진 남성성이 지배하는 사회를 개선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승영과 지훈같은 사람들이 그냥 그대로 인정받으며 살아 갈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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