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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13
    선언
    HYDE

선언

나는 기독교 가정의 4대째 신자이다.

모태신앙이라는 뿌리깊은 기독교 정서 속에 살아왔다.

20살 이전까지 단 한번도 나 자신의 신앙과 내가 섬겨왔던 신에 대한 의심이란 있을 수 없었고 온전한 복종과 헌신만을 다짐했을 뿐이었다.

20살, 헌신을 위해 결정한 진학. 그리고 나는 나 자신 안에서 끓어오르는 분노와 질문과 대면했지만 마주서서 나를 부르는 참 나의 호명을 피하기 위해 줄곧 뒤돌아서 있었다.

이 뒤엎어진 세상, 이런 빛바랜 세상 가운데 내가 믿어왔던, 섬겨왔던 신은 없었다.

혜정이가 그 가녀린 삶을 아홉살의 나이로 접었을 때.

그제서야 나는 참 나와 직면할 수 있었다.

응답할 용기가 생겼다.

단지 나에게는 신이 필요했고 신은 내가 도망갈 수 있는,

내가 살아야하는 지금에서 도피할 수 있는 탈출구요 무덤이었다.

내가 줄곧 고수해왔던 신앙 속에서 나는 죽어갔다.

나의 양심과 나의 정신과 나의 신념은 계속해서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차고 헛웃음만을 띄고 있을 뿐이다.

 

신의 존재에 대해서, 그 유무에 대해서 논하고 싶지도 않다.

있든 없든 더이상 나와 상관없다.

죽은 뒤에, 그 이후가 어떻든 그것이 뭐 어쨌단 말인가.

그것이 내가 살아야만 하는, 지금과 그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내겐 더이상 신이 필요없다.

 

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나는 더이상 신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신에 기대서 내가 보아야할 것들과, 내가 들어야할 것들과, 내가 살아야할 것들과, 내가 지켜야할 것들을 밀쳐내지 않을 것이다.

나의 책임을 신에게 전가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신의 몫이 아닌, 나의 몫이고 나의 삶이어야 한다.

 

올해가 가면 모든 것을 마무리 지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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