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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린, 살고 싶은 의욕을 갖고 싶다

암흑의 장막이 하늘을 덮고 비가 그칠 새 없이 창문을 두들긴다. 벽난로의 불은 꺼지고 말았다. 독서에 피곤해진 눈을 쉬게 하려고 책상 앞에 하염없이 앉았노라니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절절한 고독감뿐. 이웃 방에서 도란도란 들려 오는 독일어도 나의 쓸쓸한 심정을 한층 북돋을 뿐이다.마치 두더쥐가 땅속의 온기(溫器)를 탐내듯, 인간은 한 줌의 친절함과 인정(人情)의 필요를 느끼는 생물이었던가. 모든 것이 나에게 무관심하구나, 하는 생각은 아무래도 견디기 어려운 서러움이다. 따스함을, 이해를, 건강을 갖고 싶다. 살고 싶은 의욕을 갖고 싶다.


살고 싶은 의욕을 갖고 싶다 - 1958-10-20 /일기

 
 


Jim Chappell, Lullaby on gray's rainning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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