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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침 8시에 일어나 짐정리를 시작했다. 버스는 미리 예매하지 않았다. 급한것도 아닌데 시간에 쫒기는 것은 싫다. 베낭을 매고 체크아웃을 하고 4번 버스를 탔다. 다리 신도시인 사관에 오긴 왔는데 어디가 터미널인지 모르겠다. 느낌이 지나쳐온거 같다. 내려서 물어보니 오른쪽으로 커브를 틀란다. 다행히 터미널이 거기 있었다. 65원짜리 작은 이베코 버스와 102원짜리 대형버스가 있다. 오늘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편한 걸 타자. 표를 끊고 나왔다.

 

2.

즉석야체군만두 집이 있다. 하나를 사먹고 골목에 들어가 쌀국수를 사먹었다. 다시 오면서 만두하나를 더 사먹었다. 이 만두도 이제 마지막이다. 한국에 돌아가면 한 번 재현에 보고 싶다. 이 만두. 버스에 오르니 내 자리엔 다른 남자가 앉아있고 복도 맞은편 자리가 하나 비어있다. 중국 버스 문화라 생각하며 앉았다. 역시나 그 거친 도로를 견디지 못했는지 내 앞자리 좌석이 뒤로 완전히 젖혀져 있다. 육중한 한 남자가 앞에 앉아 있다. 겨우 다리를 끼어 넣었다. 다행이도 내 옆자리는 어떤 여자다. 옆에서 밀려오는 고통은 없을 듯 싶다. 이 남자의 큰 머리가 내 코앞이다. 오늘도 고생이 시작되겠군.

 

3.

중간에 간이 화장실도 있는 길다란 버스는 샛길을 선택했나보다. 왔던길과는 다른 쪽으로 간다. 한 고개길을 차가 넘어간다. 머리가 띵하고 아파온다. 중디엔에서도 이러지 않았는데 힘들어 죽을찰라 버스가 간이 휴게소에 쉰다. 다른 사람들도 힘들었나보다. 차는 다시 출발해 2차선 국도에서 계속 추월해나간다. 하지만 쿤밍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6시가 넘는다. 8시간 가까이가 걸린것이다.

 

4.

몸을 구겨넣어서 타고 있느라 녹초가 되어 이거 하루 자고 가야되나 생각이 교차한다. 일단 베트남 국경으로 가는 버스 시간을 알아보자. 밤 7시 30분, 8시 두 편이 있단다. 8시면 한 시간 반의 여유는 있다. 그래 갈 때 한 번 가보자. 표는 침대버스일텐데 90원 밖에 안한다. 또 좁은 침대버스에서 용을 쓰려면 먹어 두어야 한다. 뚝배기 복음밥을 사먹고 나와 다시 백반을 사먹었다. 시간이 되어 화장실에 갔다가 버스에 올라탔다.

 

5.

이 버스는 내가 선전에서 계림갈때 타던 그나마 모양새가 있던 3열 종대 침대버스가 아니다. 널판지로 급조해 놓은 듯한 2층 버스다. 여기는 우리 우등버스 형태로 1대 2 배열이고 중간에 통로가 있다. 내가 늦게 타서 그런지 통로에 짐들이 쌓여 있다. 내 자리를 찾아 들어가는데 차장 비스무리한 한 중국인이 말을 건다. 한국에서 왔다하니 오 코리아. 안냐세여. 캄샴니다. 이 친구 큰 소리로 너스레를 떤다. 다른 진짜 차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맨 뒤자리로 가란다. 정말 다행이다. 다른 자리는 역시나 몸을 굽혀야 하는데 맨 뒤자리는 발을 뻗을 수가 있다. 베낭을 올리고 신발을 봉지에 담고 맨 뒤 2층 자리로 올라갔다.

 

6.

기다리고 있던 이 친구 짐 값 30원 달란다. 내가 처음엔 모른척하고 좀 저항을 하니 그 친구 일단 앞으로 간다. 앞 사람에게 물어보니 자긴 모른단다. 이 버스에 외국인은 나 혼자다. 이 친구 다시 온다. 5원과 10원을 놓고 몇 번 얘기하다 10원을 주었다. 론리에선가 이러한 행위에 대한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기분이 찜찜하지만 할 수 없다. 그래도 맨 뒷자리에서 좀 편하게 가는게 어딘가? 이 꿈도 무참히 깨어졌다. 결국 이 버스 40분을 기다려 모든 좌석을 채우고 간다. 뒷 자리에 한 명이 더 끼어든다. 이 중국인 남자 발을 자꾸 내 발목에 올린다. 그냥 가자. 버스는 출발한다.

 

7.

오늘은 계림에서 왼쪽 뒷 바뀌와는 달리 오른쪽 뒷 바퀴 위 좌석이다. 창문은 잘 보인다. 달이 떳다. 달이 버스를 쫒아온다. 달이 나를 쫒아온다. 산이 있을때 살짝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난다. 옆자리 이름 모를 남자와 살을 맞대고 가는 건조한 여행에 보름달이 약간의 흐믓함을 준다. 잠이 들었다.

 

 

* 050127 (목) 여행 63일차

 

(잠) 버스

(식사) 점심 즉석만두 쌀국수 650원 (5원)

          저녁 볶음밥 백반 1170원 (9원)

(이동) 사관행 시내버스 130원 (1원)

          사관-쿤밍 13520원 (104원)

          쿤밍-허커우 11700원 (90원)

(기타) 짐 값으로 띁김 1300원 (10원)

 

.............................................. 총 28,47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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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30 23:50 2005/01/30 23:50

1.

아침에 세면을 하고 우체국으로 갔다. 어머니에게 부칠 윈난성 사진집 3권과, 친구에게 부칠 중국관련책들과 일기장 그리고 어제 읽기를 포기한 영문판 마오전기를 가지고 갔다. 베트남에서까지 마오를 가지고 다닐 수는 없다. 호치민이면 몰라도... . 볼팬을 꾹꾹 눌러 주소를 썻다. 무려 7장에 묻어나와야 한다. 한참이 걸려 소포가 만들어지고 돈을 지불했다. 322원이다. 이곳의 20일치 숙박비다. 하지만 나에게는 처음 여행 2달동안의 소중한 자료들이다. 어머니에게는 나라마다 사진집이나 특산품을 부치기로 마음먹었다. 이로써 베낭에서 가장 큰 무게를 차지했던 책의 반이상이 줄었다. 짐을 줄여야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다.

 

2.

만두와 쌀국수를 사먹고 얼하이 호수쪽으로 걸어갔다. 오늘 중국에서 마지막으로 마음껏 걸어보자. 고성 남쪽을 빠져나와 차길을 건너는데 저쪽에 큰 개가 차에 치어 죽어있다. 차들이 비켜 지나간다. 길 건너편에서 누가 그걸 치우는지 한 10분을 지켜보았다. 전봇대 전기공사직원 10여명이 지나가는데 구경만 하지 한 쪽으로 치우지 않는다. 누가 그걸 치우는 역할일까? 모르겠다. 뒤를 돌아 호수쪽으로 걸었다. 호수가 보인다. 북쪽으로 쭉 걸어가보자. 작은 관광용배 부두가 나온다. 호수가로 걷기는 쉽지 않다. 길이 군데군데 끊어져 있어 다시 돌아나오곤 했다. 이곳 다리는 150만의 바이족이 산단다. 호수 옆으로 죽 이어진 곳이 전통적인 바이족 마을 인가 보다. 마을 집 대문앞에는 거의 솔잎 혹은 향을 태우고 있다. 나쁜 기운을 없엔다는 의미인가 같다.

 

3.

한 사원에서 연주소리가 들린다.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사당 중간에는 장비나 관우와 비슷한 손을 치켜든 무인의 상이 모셔져 있다. 이채로운건 그 옆에 이쁘장한 소인지 말인지의 상도 같이 만들어져 있다. 기와처마인가 거기에 붙어있는 동물도 귀여운 느낌의 도룡뇽 같다. 상 앞에는 7-8명의 할아버지 합주단이 연주를 하고 있다. 약보를 서로 같추고 들을 만 하다. 그 옆에는 마작 테이블에서 할아버지들이 마작에 열중하고 있다. 한판에 2원씩 거나보다. 마작테이블은 정사각형의 테이블인데 자기 앞쪽에 돈을 넣는 작은 서랍이 사방으로 있다.

 

4.

계속 호수를 따라 북쪽으로 걸어나갔다. 작은 구멍가게들이 띄엄띄엄 있다. 한군데 들어가서 초코렛바를 달라해 얼마냐 물으니 0.2원이란다. 30원이다. 다른 웨하스도 0.2원이다. 두개를 사서 나오는데 저기서 한 아이가 1원 짜리 지폐를 손에 꼭 들고 오고 있다. 그도 뭔가 군것질을 하려는 모양이다. 마치 내가 어릴때 100짜리 동전인가 지폐인가 하나 들고 지금은 대형 불량회사에 의해 불량식품으로 규정되어버린 그 다양한 과자들을 사먹곤 하던 모습과 같다. 지금은 인사동에가면 그 추억의 먹거리가 다시 부활해 세트로 팔리고 있다. 좀 가서 다른 상점에 들어가 소세지, 콩엿버물림, 오징어채비슷한것양념을 샀는데 다해서 1.3원이다. 봉지를 하나씩 번갈아 입에 물어띁으며 계속 걸어나갔다.

 

5.

바람이 심하게 분다. 구름이 갖가지 모양으로 마치 자기를 과시하는 듯 하다. 잠시 앉아 쉬었다. 양복을 입고 긴 장화를 신은 아저씨가 일을 준비한다. 여기는 잘 차려입고 일하는 사람들이 간혹 보인다. 한 아줌마도 흰색을 좋아한다는 바이족 답게 흰 상의를 입고 밭일을 하고 계신다. 우리도 백의민족인데... . 한 4시간 정도 걸은 것 같다. 바람을 그칠 줄 모른다. 이제 돌아가자. 호수에서 다시 중간 차길 방향으로 올라갔다. 고성의 윗 길로 죽 걸어올라가 버스를 탔다. 한 참을 걸어왔나보다. 버스로 10분가까이 가서 다리고성 끝에 내렸다.

 

6.

숙소에 들어와서 샤워를 하고 일기를 좀 올리고 한국친구가 다행히 카드문제가 해결되어 빌려준돈을 받고 같이 멀 좀 먹으러 식당에 갔다가 왔다. 내가 내일 일찍 나가기에 미리 이별의 악수를 했다. 

 

7.

난 내일 아침 쿤밍가는 버스를 타고 5-6시간을 가서 쿤밍에서 바로 베트남 국경 허커우로 가는 14시간 정도짜리 침대버스를 탄다. 그리고 모래 아침에 국경도시 허커우에 도착하면 베트남으로 넘어가 10시경에 출발하는 10시간짜리 하노이 행 기차를 탄다. 이틀을 꼬박 이동하는 거다. 이렇게 잘 맞아 떨어질지 아니면 어긋날지 모른다. 리듬감이 필요하다. 바삐 움직일때는 순발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중국여행중 이 곳 다리에서 가장 오래 묵었다. 이제 발을 뗄 때가 되었다. 새로운 세상으로 출발이다.

 

 

* 050126 (수) 여행62일차

 

(잠) 1950원 (15원)

(식사) 아침 만두 국수 590원 (4.5원)

(이동) 버스 260원 (2원)

(간식) 구멍가게 음식들 5가지 220원 (1.7원)

(기타) 한국 보낼소포 2개 42760원 (322원)

 

  ..............................................................총 47,59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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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7 01:30 2005/01/27 01:30
  1. 고양이
    2005/01/27 16:32 Delete Reply Permalink

    드디어 중국 대장정이 끝났구만요. 난 여행중독이 된듯. 매주 집을 벗어나 어디든 돌아다니고 있죠. 어디가 내 방황의 끝일지... 건강하세요

  2. 사막
    2005/01/29 15:48 Delete Reply Permalink

    저도 내일 네팔 카트만두로 떠남니다. 31일 도착해서 1일부터 4일까지는 이상한 회의에 가야하지만 5일부터 9일까지는 진정한 네팔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거예요. 근데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하느라 여행계획은 오늘까지도 오리무중입니다. 잘 되겠지요.

  3. aibi
    2005/01/29 16:03 Delete Reply Permalink

    I arrived from china to vietnam by bus,bed bus,train
    today hanoi working now.Hanoi warm whether
    직원에게 물어보니 한글이 되네요. 오늘 새벽 4시 하노이역에 도착했답담니다. 이 또 새로운 생소함이란. 한 아줌마 오토바이 뒤에 타서 겨우 숙소를 잡았담니다. 베트남 넘어오는데 톡톡히 신고식을 치루었지요. 느지막히 일어나 길을 걸어 나와 길거리 음식사먹고 호수 갔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인터넷 되는 유스호스텔이 있군요. 오늘은 구시가지를 헤메는 것으로 끝내렵니다.

  4. 이슬이
    2005/01/29 17:05 Delete Reply Permalink

    영문 마오 전기는 그럴 줄 알았어요. 난 여기서 베트남쌀국수(포호아)로 하는 해장이 젤 좋던대. 베트남 갔으니 쌀국수 실컷 먹겠다. 길거리서 바가지로 파는 쌀국수가 있다는데 함 드셔보고 나중에 전해주세요. 맛과 분위기와, 느낌을. 건강!!!

  5. aibi
    2005/01/30 23:07 Delete Reply Permalink

    그럴 줄 알고 제가 오늘 제임스 아이보리 영화로 유명한 남아있는나날들 영문소설을 사지 않았겠어요? 책을 읽기 전부터 영화에서 엠마 톰슨과 앤소니 홉킨스의 그 절제된 사랑이 떠오릅니다. 100페이지의 얇은 책인데 다시 도전해 보렵니다. 국수 말인데요. 내 취향에는 중국 윈난성 쌀국수가 맛과 가격에서 최곱니다. 여긴 300원짜리 큰잎에 싼 주먹밥이 최고구요. 부슬부슬 흘러내리는 중국 쌀과 달리 여기 베트남 쌀은 아주 찰집니다. 여기에 김치주~욱 찢어 올려놓으면 음음음... .


1.

일어나니 어제 술 먹은 것이 부담이된다. 거리를 나와 걸어 만두와 죽 그리고 꽈베기를 사먹었다. 흰 쌀 죽에 설탕이 들어가 있다. 그냥 먹었다. 시장에 들어가 귤을 고르는데 이 아저씨 큰 봉지를 주는데 5개를 담으니 자기가 하나 더 담고 3.7원이란다. 슈퍼에서 물과 포테토칩을 사고 들어오다 국수를 사먹고 방에서 한잠 더 잤다. 깨니까 1시다. 이제 좀 컨디션이 돌아온다. 인터넷을 좀 하다 한국친구와 같이 거리를 나왔다.

 

2.

이 친구 사진기를 가지고 나와 산을 찍는다. 이 곳 다리의 산 풍경은 매일매일이 다르다. 구름의 모습, 해가 비치는 모양에 따라 산의 색깔과 풍광이 달라진다. 중심도로에서 샛길로 빠져 주민들이 주로 찾는 상가골목으로 들어섰다. 칼, 주방용품, 등등 상가를 구경하다 한 노점에서 꿀을 판다. 한국친구 꿀을 사고 난 윈난식 찬 음료를 하나 사먹고 다시 내려와 중심 거리를 돌아왔다.

 

3.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는데 미지근한 물이다. 옷을 입고 머리만 감았다. 야체만두 먹은 국물이 흘러 셔츠에 뭍었다. 빨래를 하고 짐정리를 좀 했다. 내일 서울로 소포부칠 것들을 따로 챙겨놓았다. 밤 10시가 넘어 쌀국수를 하나 사먹고 과자를 하나 사서 인터넷 하다 방에 들어가 한국친구가 빌려준 김훈의 자전거 여행2를 좀 보았다. 기존이 여행서적과는 차별화된 자기만의 스타일이 뭍어나오는데 너무 기교가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4.

이제 좀 움직일때가 되었다. 내일은 베트남으로 떠날 준비를 하자.

 

 

* 050125 (화) 여행 61일차

 

(잠) 1950원 (15원)

(식사) 아침 만두 죽 꽈베기 260원 (2원)

          저녁 쌀국수 390원 (3원)

(간식) 꼬치구이 520원 (4원)

          과자 460원 (3.5원)

          윈난식 찬음료 130원 (1원)

          물 포테토칩  430원 (3.3원) 

 

........................................... 총 4,14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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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7 00:52 2005/01/27 00:52

1.

7시 30분에 맞추어놓은 알람이 제때 울린다. 클린턴이 일어나서 고맙다고 한다. 짐을 챙긴 그와 악수를 했다.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친구다. 나도 앞으로는 괜히 분위기 잡지 말아야지. 인터넷을 하다 점심무렵이 되어서 다시 비프카레라이스를 시켰다. 양이 많아 다 먹으니 배가 터진다. 여행을 하다보니 밥이든 반찬이든 남기지 않는 좋은 습관이 생겼다.

 

2.

시간이 흐른다. 이곳 다리는 참 살만하다. 이곳에만 있는다면 한 달 20만원이면 충분히 살 수 있다. 한국돈 20만원이면 하루 중국돈 50원을 쓸 수 있다. 숙박비로 15원을 내면 35원이 남는다. 쌀국수가 2원 3원이다. 하루에 요리시켜놓고 근사한 한끼 식사도 할 수 있다. 이곳 게스트하우스는 영어소설책도 수백권이 있다. 인터넷도 꽁짜다. 몇 일전 한국 여행자 말로는 인도네시아 어디 섬에는 하루 3불 정도에 먹고 자고 할 수 있는 곳이 있단다. 그래서 한 프로그래머는 일년중 반은 이 섬에서 산 단다. 물론 이렇게 유유자적 하는 것이 정말 좋은 사람이 있고 감옥인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그 시간을 만들기가 힘들다. 내가 시간을 선택할 수가 없는 문화적 환경이다. 시간은 돈으로만 계산된다. 자본주의는 사람을 시간으로 얽어맨다.

 

3.

어제 산에서 만난 독일가족이 밖 의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같이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남자는 35살이데 건축 케드를 하러 중국에 3개월동안 왔단다. 베이징에서 일한단다. 그 누나는 40살로 잘 못 알아들었는데 암전공 의사란다. 어머니는 60이 되셨단다. 셋이 동독 지역의 떨어진 곳에서 산단다. 독일 남자와 주로 얘기를 했다. 내가 독일 통일되어서 더 행복해졌냐고 물었다. 선뜻 대답을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기존 50년 동안 독일에게 경험한 사회주의는 아니란다.

 

4.

내가 독일 소설가인 토마스 만을 말했더니 그가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란다. 토마스만의 대표적인 중편소설 토니오 크리탄은 내가 인상깊게 읽은 소설이다. 마의 산등 다른 것은 읽지 못했다. 주인공은 딜레마를 느낀다. 그는 시민적이고 대중적인 영역에도 소외감을 느끼고 전문적이고 예술적인 그룹에서도 소외감을 느낀다. 그는 어느 한쪽으로 안주하지 않고 그 딜레마를 온 몸으로 부딪치며 성장해 나간다. 토마스만의 예술가의 상이다. 내가 이 딜레마라는 단어를 써 가며 나름대로 설명을 하니 한국에는 어떤 소설가가 있나고 묻는다. 박상륭이라는 소설가를 얘기했다. 그의 걸작인 죽음의 한 연구나 칠조어론은 읽지도 못했기 때문에 읽으 평심 단편집의 로이의 한 삶을 얘기했다. 로이라는 비대증 환자가 있다. 이 비대증이란 걸 이해시키지 못했다. 그는 정부보조금으로 살아나가고 헌책방에 들러 인문학책과 괴기소설 읽는 것으로 삶을 보낸다. 그는 죽었다. 그의 삶은 의미가 있을까? 이 사회에서... .

 

5.

햇살이 따갑다. 서양인은 모르겠지만 어제 오늘 얼굴이 많이 탔다. 이 친구 독일 신문을 보고 있다. 레프트 신문이란다. 독일인들은 느낌이 좋다. 나중에 한국친구에게 들었는데 독일인들은 2차대전 이후 부터 외국인을 만나면 의식적으로 잘한단다. 물론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50년 사회주의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는 아쉽다. 하지만 더 이상은 어렵다. 여행이란 우연 속에서 관계를 넓혀나가는 행위이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접속의 그 장면처럼 스쳐지나가는 관계다. 욕심을 낼 수 없다. 빔 벤더스와 쿠바음악 다큐멘터리 브에나비스타소셜클럽을 얘기하자 단어를 꺼내는 것 만으로도 서로 그 영화를 같이 떠올린다. 흐믓해진다. 그것으로도 족하다.  

 

6.

인터넷을 또 하다가 한국친구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고동요리를 시켰다. 매운데 맛이 있다. 매실주 한잔에 2원이란다. 내가 호기를 부려 4잔을 먹고 그가 컨디션이 안 좋다며 1잔을 먹었다. 4잔 마지막에 살짝 필름이 끊겼다. 2000미터대의 고지대라서 그런가? 하여튼 숙소로 돌아와서 이를 닦고 잤다.

 

 

* 050124 (월) 여행 60일차

 

(잠) 1950원 (15원)

(식사) 점심 소고기카레라이스 1560원 (12원)

          저녁 고동요리 매실주 밥 감자볶음 탕 3900원 (30원)

 

........................................................ 총 7,41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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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6 21:28 2005/01/26 21:28
  1. rivermi
    2005/01/27 00:33 Delete Reply Permalink

    요즘 소비를 줄이는 방법을 고민중인데 공간을 바꾸면 되겠네요^^
    월20만원에 생활이 가능한 곳이라니~~
    건강하시죠?

  2. aibi
    2005/01/30 23:33 Delete Reply Permalink

    (rivermi)무슨 3년만기 대형적금이라고 부으시려는 걸까? 궁금해지네요.
    그곳 윈난성은 가능하기도 하거니와 안써도 별 아쉬움이 없어보였어요. 이곳 하노이는 물가는 싸지만 불가능할 것 같아요. 아쉽다는게 도대체 무웬지~


1.

날씨가 맑다. 오늘은 몸을 움직이자. 나와서 만두를 하나 사먹고 한국식당으로 갔다. 18원짜리 김치찌게를 시켰다. 김치국 정도가 나온다. 먹고 산쪽으로 올라갔다. 케이블카 타라는 것을 뿌리치고 걸어 올랐다. 물어보니 논길로 죽 오르란다.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다. 호주친구 클린턴 말로는 케이블 도달하는데 까지 한시간 반 정도면 오른단다. 숨이 차기 시작한다.

 

2.

이곳 윈난성은 우리의 마라토너 이봉주와 국가대표 축구 선수들이 전지훈련 온 곳이다. 2000미터대의 고지에서 훈련을 하면 좋단다. 나도 오늘 고지훈련이다. 지리산 한라산 오를때 보다 숨은 좀 더 찬 것 같지만 큰 차이는 없다. 길은 어느덧 케이블 카 오르는 길을 지그재그로 가로지른다. 걸어올라가는 사람이 나 말고는 안보인다. 전부다 케이블 카로 오르고 있다. 숨을 헐떡이며 한 1시간 40분 정도 걸려 케이브카 정거장에 도착했다. 얼하이우 전체가 시원하게 들어온다.

 

3.

같은 숙소의 독일 가족이 올라와있다. 어머니와 남매다. 걸어 올라왔다고 하니 대단하단다. 베를린 부근에 산단다. 차분한 스타일의 가족이다. 내려가는 코스는 다른 길이 없을까? 지도에는 산길이 죽 옆으로 있다. 이렇게 가서 내려가면 숙소 부근이다. 그 쪽으로 가 보니 공사중이고 그리 못 간단다. 지도에는 나와있는데... .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위쪽으로 난 길로 한 20분 오르니 10여명의 중국인 가족이 있다. 더 오르기는 암벽수준이라 안된단다. 그 공사하는 길이 유일한 길이다. 할 수 없이 올라왔던 길을 그냥 내려가기로 했다. 아줌마 둘이 숨을 헐떡이며 올라온다. 40분 만에 내려갔다.

 

4.

한 10분 내려가는데 장갑을 전망대 부근에 두고 내린 걸 알았다. 근 두달동안 함께 한 장갑과도 인연이 다 되었나 보다. 얇은 걸로 하나 사야겠다. 고성으로 들어가 슈퍼로 가서 장갑과 캔맥주, 과자를 샀다. 중국서점에 들려 어머니에게 부칠 윈난성 사진집 두권을 더 샀다. 숙소로 오는 길에 고기와 감자 꼬치를 먹었는데 힘을 좀 써서 인지 맛이 있다. 들어와 샤워를 했다. 호주 친구 클린턴 내일 아침 쿤밍으로 간단다. 그의 루트는 라오스-태국-말레이지아-인도네시아 코스다. 숙소 안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5.

클린턴은 현대역사 전공이란다. 관심있는 나라는 아일랜드, 중국, 미국이고 시대는 60년대란다. 그가 읽고 있는 책은 80년대에 마오의 대장정을 철도여행으로 따라가면서 쓴 것이란다. 올드 보이를 재미있게 봤단다. 나도 작년에 다운받아본 호주 여성감독 제인 캠피온의 인 더 컷을 얘기했다. 이 영화에 출연하는 스마일 배우 맥 라이언의 연기 변신에 대해서는 한참을 얘기해서 겨우 이해시켰다. 내가 예전 철학을 전공했다고 하니 철학자에 대해 묻는다 스피노자 니체 들뢰즈를 얘기하다 슬그머니 맑스를 꺼냈다. 그가 정말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뭍는다. 맑스? 와이 맑스? 내가 대답했다. 맑스 이즈 워킹 임포턴트 벨류... (맑스는 노동을 중요한 가치로...) 좀 이해했다는 눈치다. 이 친구 어떤 편견은 없다. 

 

6.

한국현대사, 좋아하는 역사학자, 노장사상, 문화혁명등등을 소재로 떠듬떠듬 화로불을 쬐며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마지막에 문화혁명에 대해서 컬쳐레벌루션 차이나 식스티이즈 워커스 인텔리 캡 마오 워커스 뒤엎다손짓(문화혁명은 60년대 중국의 혁명과정에서 노동자와 인텔리의 갭이 발생하고 마오가 이를 의식적으로 뒤엎으려는 시도)했다. 이것에 대해 좋다 나쁘다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클린턴에게 이름을 내 수첩에 써달라고 했다. 이 친구 t자를 아주 짧게 쓴다. 자기의 스타일이란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한다며 알람을 부탁했다. 그러겠다고 했다.

 

 

* 050123 (일) 여행 59일차

 

(잠) MCA 도미토리 1950원

(식사) 아침 김치찌게 2340원 (18원)

          저녁 중국식사 맥주 3900원 (30원)

(간식) 즉석만두 3개 390원 (3원)

          캔맥주 과자 520원 (4원)

         꼬치구이 390원 (3원)

(기타) 장갑 1040원 (8원)

          사진집2권 9360원 (72원)

 

.......................................... 총 20,28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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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6 20:11 2005/01/26 20:11

1.

아침에 추위에 깨서 파카를 입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아침에 세명이 나가고 이제 넓은 방에 호주인 클린턴과 나 둘이다. 자리를 저쪽 구석으로 옮기고 이불도 두개 끌어다 놓았다. 면도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쌀국수를 사먹고 야체만두도 사먹고 등산용 깔판을 살려고 둘러보는데 어떤건 무겁고 어떤건 비싸다. 그냥 좀 자보자.

 

2.

큰 슈퍼에 들렀다. 중국은 과일을 그대로 말린 과자가 많다. 당도가 아주 높다. 오랜지와 복숭아 절임을 샀다. 600미리에 2.2원하는 야체주스와 1원짜리 오랜지 주스를 샀다. 중국 주스는 잘못사면 물에 가루탄 맛이 난다. 한 번 쓸 것이 남아있는 하이타이 작은 거 한 봉지와 치약을 샀다. 안내하는 아줌마가 적당한 걸 골라준다. 골라주는걸 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 포테토칩하나 해서 모두 13원이 나왔다. 쇼핑은 재미가 있다.

 

3.

오늘은 어디 돌아다니지 말자. 숙소에 들어와서 인터넷을 시작했다. 이제 중국관련 책들은 조만간 서울로 부쳐야 한다. 가지고 온 진순신의 중국문화기행을 그냥 떠나보내기 아쉬워 의미있다고 생각되는 문장을 블로그에 남기기로 했다. 일기도 쓰고 책 발췌도 하고 오후시간이 흘러간다. 어제 지갑 분실의 악몽에서 벗어나 대책을 세우고 있는 한국친구와도 옆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4.

저녁이 되어 한국인 2, 호주인1, 뉴질랜드 커플 이렇게 다섯이서 숙소 근처 식당으로 갔다. 내가 꿍바오지딩(닭고기 야체 볶음)과 마파두부를 시키고 호주친구가 가지요리를 시켰다. 호주에서도 가지요리를 잘 먹는다 한다. 그리고 뉴질랜드 친구가 소고기 고추 볶음을 시켰다. 맥주 한 병씩을 시켜 먹기 시작했다. 뉴질랜드 커플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란다. 내가 최근에 잡지만드는 일을 했다고 하니 묻는다. 레프트나 라이트냐? 레프트라고 하니 또 묻는다 부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여기 싼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사람치고 레프트 아닌 사람이 없을 거 같다.

 

5.

호주는 3년마다 대통령인지 수상인지를 뽑는데 90년대 후반부터 한 사람이 계속 해먹고 있단다. 호주인 클린턴 말로 아주 별로 란다. 전에 말지에 정성일씨가 미국 좌파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에 대한 일화를 쓴 것이 기억에 남는다. 마이클 무어가 칸느에서 뭔 상을 받게되어 수상소감을 얘기했단다. 그 특유의 유머로 부시를 비판할때 유럽사람들 박수를 치며 동감했단다. 마이클 무어가 마지막 한마디를 했는데 너희들도 똑같다라고 했다나... . 하여튼 누가 말은 못하나?

 

6.

유럽식으로 돈을 나눠서냈다. 이런건 부담도 없고 참 편하다. 그런데 한국같이 좀 엉기는 맛은 없다. 숙소 라운지로 와서 한 잔씩 더 했다. 프랑스 여자가 합세했다. 최근 한국에서 잘 팔리는 프랑스 소설 작가, 아멜리 노통 얘기를 했더니 자긴 싫어한단다. 투신자살한 프랑스 철학자 질르 들뢰즈는 모른단다. 다른 사람들도 모른단다. 요즘 한국 철학계에서만 좀 인기인가 보다. 그렇게 그렇게 대화가 흘러갔다. 호주친구가 홍명보를 좋아한단다. 호주친구 아까 대화할때 내가 10대때 에어서플라이, ACDC를 들었다하니 나보고 몇 살이냐고 묻는다. 헤비메틀 오 리얼리?하며 장난끼 어린 표정이 마음에 든다. 내가 호주의 역사를 물으니 200년이 되었단다. 영국과의 관계에서 호주의 정체성을 물으니, 단호하게 있다고 한다. 자긴 영국을 싫어한단다. 자기 조상은 스코트랜드, 아이리쉬, 영국계가 섞었단다. 그 피 때문일까? 아주 개방적인 마인드다. 유럽인 특유의 자만심도 보이지 않는다. 두 뉴질랜드 커플도 스타일이 굿이다. 자연에서 오는 것도 있을 거 같다. 유러피안과는 다른 특성들이 좋게 느껴진다.

 

7.

좀 있다가 대화에서 슬그머니 빠져 인터넷을 했다. 영어권 사람들이 신나게 대화를 이어나간다. 이곳 다리는 시간이 슬금슬금 잘 지나간다. 내일은 산에 오르리라.

 

 

* 050122 (토) 여행58일차

 

(잠) MCA빈관 1950원 (15원)

(식사) 아침 쌀국수, 야체만두 650원 (5원)

          저녁 중국음식 2600원 (20원)

(간식) 슈퍼 생필품, 먹을것들 1690원 (13원)

 

............................................ 총 6,89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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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6 18:41 2005/01/26 18:41

1.

새벽에 방에 사람들이 들이닥친다. 아침에 일어나 인사를 하니 한국 복학생들이다. 그중 한 친구가 베이징에서 공부를 하고 있단다. 내 숙소 창문으로 바라보이는 정원 풍경이 멋지다. 박들이 탐스럽게 열려있다. 체크아웃을 했다. 주인이 어느쪽으로 가냐고 묻는다. 그냥 내려가서 생각 좀 해보고 결정한다고 했다. NO3주인은 내가 아는 을지로의 노동시인과 너무나 닮았다. 처음 인사할때 내가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라고 하니 그냥 이렇게 삽니다라고 대답할때 약간 수줍어 하는 것 부터 화낼때 톤이 올라가면서 나오는 목소리까지... . 세상에는 닮은 사람들이 있다.

 

2.

어제 먹었던 쌀국수 집에 갔다. 맛이 어제만 못하다. 맥주도 첫잔을 목으로 넘길때의 맛이 최고다. 새로운 숙소인 MCA쪽으로 걸어갔다. 중간에 즉석만두집에서 하나를 사먹었다. 체크인을 했다. 5일치 도미토리 비용을 지불했다. 영어를 잘 하는 직원과 몇 마디 나눴다. 한국여자들이 이쁘단다. 내가 반론을 폈다. 코리안걸 메이크업 뷰티, 차이나걸 내츄럴 뷰티. 이 말은 듣기 좋으라고 한 말도 있지만 사실도 있다. 자전거를 즐겨 타고 몸을 잘 움직이는 중국여자들에게 풍겨나오는 건강미는 보기 좋다.

 

다리 삼탑사 입장권

 

3.

드디어 날씨가 풀렸다. 오늘은 큰 세개의 탑이 있는 사원으로 가보자. 고성의 윗쪽길로 접어들었다. 큰 호떡을 하나 사먹으면서 걸었다. 사원에 도착했다. 아침에 만났던 방친구들이 자전거를 타고 온다. 사진을 찍어주었다. 이 곳의 입장료가 52원이다. 하루 잠 자는데 15원인데 52원이라 그래도 볼 건 봐야된다. 탑과 사원이 공간은 아주 넓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얼하이우의 풍경은 군더더기 없이 꽉 찬 맛이있다. 그런데 여긴 불경소리가 안들린다. 맨 위까지 가보니 절 공사를 하고 있다. 그쪽을 갈 수 가 없다. 대형불상이 있는 당의 안내문에는 이곳이 문화대혁명때 없어졌다가 1997년 복원되었다고 나온다. 절은 오래될 수록 맛인데 여긴 새로만든 티가 난다.

 

4.

출구로 나오는데 한 마차주인이 애처로운 눈으로 날 쳐다보며 다가온다. 마차를 타란다. 고성까지 별 거리도 아닌데, 얼마냐 물으니 5원이란다. 좋다했다. 여기저기에 손님을 기다리는 마차들이 있다. 얼마안가 고성입구에서 내렸다. 치즈빵에 시럽을 입혀 둘둘 말아 꼬치에 껴주는 전통과자를 하나 사 먹었다. 고성안에도 작은 시장이 몇 개있다. 이쪽 시장골목에는 큰 도가니에 술을 담궈 팔고 있었다. 0.5원부터 1.5원 3원까지 여러 종류의 술인가 보다. 저걸 한 번씩 맛보아야 하는데, 그렇게 할려면 술여행이 되버린다.

 

5.

물 한통을 사고 숙소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세탁기를 돌렸다. 수동 분리형 세탁기이고 물 호수가 빠져 잡고 있어야 된다. 이곳 게스트하우스의 라운지는 근사하다. 인터넷도 여러대가 있다. 쓰기는 안된다. 검색을 좀 하다. 옆에 붙어있는 레스토랑에서 소고기카레라이스를 시켰다. 값도 적당하다. 음식이 나오는데 아주 푸짐하다. 파오차이를 달라해서 같이 먹고 있는데 아까 인사한 호주 친구가 들어온다. 이름이 크린턴이다. 멜버른에 산단다. 고등학교 역사 선생이란다. 그가 CD한장을 들고왔다. 투 러브 어쩌구 하는데 알고보니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CD이다. 장만옥을 좋아한단다. 서로 취향이 통하는군. 

 

6.

장만옥은 한 40대 중반 쯤, 50 가까이되었을까? 어떻게 나이를 먹어야 되는지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장만옥에게서 풍긴다. 몇년전 술자리에서 각자의 3대 트로이카에 대한 수다를 떤 적이있다. 난 그때 이보희, 배종옥, 강성연을 얘기한 적이 있다. 이보희는 고등학교때 영동사거리의 2류극장에서 본 바보선언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중학교때 애마부인 시리즈가 힛트를 쳐 부산 사상의 신영극장에서 상영될때 난 안 갔는데 하여튼 수십명이 보다 걸렸다. 한 몇주 동안 걸린 친구들은 애마부인 본 애, 그렇게 좋더냐라고 선생님에게 놀림을 당했다. 그 이후에도 뼈와 살이 타고, 서울에서 탱고를 추고, 그랬는데 이보희는 그런 육감적인 몸매가 전혀 아닌 캐릭터였다. 배종옥에게서는 내가 한때 열광했던 노희경 극본 드라마 거짓말에서 보인 절제된 사랑속의 열정같은 것을 좋아했다. 그 드라마는 소유욕을 기초로한 전통적인 삼각관계와는 약간 다른 뉘앙스를 풍겼다. 물론 그 드라마는 해피앤딩으로 끝났다. 강성연은 어떤 드라마인지는 모르지만 좀 강한 여성상이 인상에 남았다. 이 세명 다 지금은 좀 아쉽다. 이보희는 드라마에서 푼수 아줌마로, 배종옥도 드라마로 너무 굳어지고, 강성연은 지금 어디가 있는지 모른다.

 

7.

하여튼 장만옥은 아직 뭔가를 유지하고 있다. 아니 나이 들수록 매력이 더해간다. 내가 화양연화보다가 졸았다고 하니 그가 놀란다. 오 리얼리? 그때 좀 피곤했었다-아임 소 타이어드- 고 변명을 했다. 내가 영화를 보다 조는 사람이 아닌데 하여튼 졸았다. 7번 트랙인가 유명한 노래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 가 나온다. 클린턴이 어깨를 들썩인다. 음 이 레스토랑의 분위기와 노래가 잘 어울린다.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 .

 

8.

한대의 컴이 한글쓰기가 된다. 또 밀린 일기를 치고 있는데 전인권 머리 스타일의 한 한국남자가 부산히 이곳 사장과 대화를 한다. 뭔 문제가 있나보다. 지갑을 잃어버렸단다. 거기에 모든게 다 들어있단다. 밥을 먹었나고 물으니 안 먹었단다. 200원을 빌려주었다. 나도 앞으로 이런일을 당할지 모른다. 방으로 들어왔는데 저쪽 편에 두 여자가 있다. 스웨덴에서 왔고 학생이란다. 내일 숙소를 옮긴단다. 각각 생명공학, 군사학을 공부한단다. 군사학이라 호기심이 생기는데 숙소직원이 온다. 한국사람이 나를 찾는단다.

 

9.

알고보니 부산사람이고 나와 생일이 몇개월 차이가 난다. 사진을 찍는 일을 한다고 한다. 맥주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한국인 커플이 온다. 그 남자도 여행을 많이 다녔나 보다. 조근조근 자기의 경험을 늘어놓는다. 이제 좀 자야겠다. 방으로 들어갔다. 아까 선심으로 일본남자에게 두꺼운 이불을 주고 이제 얇은 이불밖에 없다. 따뜻하다던 윈난, 왜 이리 춥나? 안되겠다. 파카를 덮고 솜바지를 입고 잤다. 밤새 뒤척였다.

 

 

* 050121 (금) 여행 57일차

 

(잠) 다리 MCA게스트하우스 7인 도미토리  1950원 (15원) 

(식사) 아침 쌀국수 260원 (2원)

          점심 비프카레라이스 1560원 (12원)

(이동)  마차 650원 (5원)

(입장) 세 개의 탑 사원 입장료 6760원 (52원)

(간식) 즉석야체만두 130원 (1원)

         계란 160원 (1.2원)

         치즈빵시럽 260원 (2원)

          물 130원 (1원)

          물 1.5L 230원 (1.8원)

(기타) 어머니에게 부칠 윈난성 사진집  10140원  (78원)

          한국여행자에게 빌려줌 26000원 (200원)-- 돌려받음 26일

 

......................................................... 총 22,23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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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5 15:19 2005/01/25 15:19

다리고성. 중국발음으로 다리구청이다

 

1.

오늘도 새벽에 사람들 들어오는 꿍꽝소리에 잠을 깼다. 역시 오래 묵을 곳은 못된다. 오늘 다른 곳을 알아보리라. 좀 더 자고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보다 비가 더 온다. 가이드들도 조금 당황한다. 오늘마저도 방에 쳐박혀 있을 수는 없다. 우산도 안가지고 모자만 쓰고 밖으로 나갔다. 우선 멀좀 먹어야 겠다. 죽 내려가서 사람이 많은 국수집으로 들어갔다. 옆테이블에서 먹고있는 걸 달라했다. 국수가 나온다. 면발이 환상이다. 쌀떡볶이 같이 아주 찐득하지도 않고 밀가루 떡볶이 같이 미끈하지도 않은 절묘한 중간 맛이다.  

 

2.

조금 힘이 난다. 조금더 밑으로 내려가니 즉석 만두노점이 있다. 밀가루를 둥그렇게 숫불에 부치고 양념과 파오차이를 넣어 말아준다. 기름이 안 들어가 좋다. 계속 먹어야 겠다. 나온김에 걸어서 얼하이호수까지 가보자. 고성을 빠져나갔다. 차길을 넘어 논길을 걸었다. 바람이 세고 비가 내린다. 하지만 얼하이호수 위 하늘은 맑다. 호수 앞 동네 골목으로 들어갔다. 한 집에 상을 당했는지 잔치를 하는 지 사람들이 모여있다. 들어가 구경하고 싶었지만 안좋은 일일 경우 좀 그래서 지나쳤다. 저기 호수가로 가는 조금 큰 길이 보인다. 호수가에 다다르는데 한 중국 사람이 헬로우한다. 자기 배를 타란다. 한시간에 30원이란다.

 

3.

배를 탔다. 배는 수풀을 헤치고 호수가로 나갔다. 이 배 주인 이름은 뚜레첸이란다. 나이는 44살이고 두 딸이 있단다. 어제는 여섯명의 서양인을 태우고 맞은 편 섬 사원까지 갔단다. 동력없이 손으로 노를 저으며 6명을 나르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얼하이호수는 그 넓이가 250제곱킬로미터란다. 하여튼 넓다. 1미터가 넘는 물고기도 잡힌단다. 섬 쪽의 맑은 하늘을 쳐다보며 가는데 먹구름이 점점 세력을 확장한다. 비가 세차고 물결이 거칠어진다. 원래 코스는 좀 더 가서 돌아오는데 바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갈때는 좀 더 호수 중간으로 가자고 했다. 마치 물결이 파도처럼 넘실댄다. 이 배에는 아무런 안전장비가 없기에 노를 조심스럽게 저으며 물결을 탄다. 중간의 깊이는 한 20미터 정도란다.

 

4.

배를 탔던 곳에 도착했다. 그의 딸이 나와서 뭐라고 한다. 돈을 지불하고 인사를 하고 다시 고성쪽으로 걸었다. 내가 걸어가는 지점이 먹구름과 맑은 하늘이 대결하는 그 위치다. 맑은 하늘쪽이 힘이 강해보이다가도 어느덧 구름이 세력을 넓힌다. 비가 그칠 상황이 아니다. 고성으로 들어와서 다리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작고 아담한 박물관이다. 특히 2층이 연작인형시리즈가 눈에 들어온다. 15세기경에 만들었는데 인형 하나하나의 손놀림 몸놀림이 아주 생동적이다.

 

5.

다른 숙소를 찾아갔다. 고성 바로 밖에 있는 MCA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갔다. 시설이 괜찮다. 영어를 잘 쓰는 중국인 직원이 안내를 한다. 싱글룸을 보여달라 했더니 2층으로 안내하는데 100원인데 60원에 해주겠단다. 60원은 너무 비싸다. 도미토리룸을 보여달랬더니 이 친구 별로 좋아하는 눈치가 아니다. 하여튼 도미토리룸을 보았는데 그동안 묵었던 도미토리 중 최고의 시설이다. 퀸사이즈 매트가 7개가 놓여있는 넓은 방이다. 오늘은 체크아웃시간이 지나버려 NO3에서 묵고 내일 여기오리라.

 

6.

비가 그치지 않는다. 라운지에서 조금 있다가 길을 나섰다. 또 다른 즉석 만두 집이다. 여긴 재료는 비슷한데 초승달 모양의 만두를 빚어 굽는 방식이다. 구워진 안의 소스맛이 더 살아있다. 크기는 저집보다 좀 작지만 이집이 맛은 더 있다. 지나갈때마다 사먹어야 겠다. 숙소에 돌아오니 페키지 여행객들이 들어와있다. 다들 비를 맞았나 보다. 오늘 밤 쿤밍행 기차를 탄단다. 가이드가 기차 좌석표를 미리 배정하고 있다. 이쪽 4자리는 선생님 네 분... . 다시 나와서 중국 식당에 3일째 갔다. 야체탕을 시켜 밥과 먹었는데 밍밍한 맛이다. 식당을 나와 거리를 걸었다. 한 왕빠에 들어갔는데 윈도우 XP컴이 한대있다. 제어판을 암호처리해서 그냥 한글 읽기만 했다.

 

7.

숙소에 돌아오니 가이드들 출발했나보다. 오늘밤은 4인실에서 혼자자게 되었다. 내일은 날이 맑아야 할텐데... .

 

 

 

* 050120 (목) 여행56일차

 

(잠) NO3 2600원 (20원)

(식사) 아침 원난식쌀국수 260원 (2원)

          저녁 야체탕 2080원 (16원)

(이동)  얼하이우 배 3900원 (30원)

(입장)  다리박물관 650원 (5원)

(간식)  즉석군만두 2개 260원 (2원)

           빵 160원 (1.2원)

(기타) 왕빠 330원 (2.5원)

 

...................................... 총 10,24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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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4 15:13 2005/01/24 15:13

1.

물을 갈아서 그런지 배탈이 났다. 새벽에 한국사람들이 들이닥친다. 쿤밍에서 밤기차를 타면 이곳에 도착하는 시간이다. 이 곳 오래있을 곳은 아니다. 끼리끼리 오는 대학생 친구들하고 대화하기도 그렇고 여기있으면 더 외로워진다. 이곳은 보통 하루이틀 정도 머물고 위쪽 리장으로 가는 여행자들이 대부분이다. 아침에 십여명되는 페케지 여행자들이 들어왔다. 가이드 남자가 둘이다.

 

2.

날씨가 춥다. 식당의 난로가에 앉았다. 어제 호도협에서산 호두를 먹으며 기행문을 읽었다. 책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춥다. 방으로 들어가야 겠다. 이쪽 윈난성은 난방이란 개념이 없는 것 같다. 전기장판을 5원에 빌렸다. 숙소로 들어갔다. 가이드 둘이 아침에 체크아웃한 체코중국학생자리에 들어왔다. 한 친구는 부산사투리를 쓴다. 전기장판을 깔고 앉아있는데 열기가 안 느껴진다. 다시 가져가서 안된다고 하니 이리저리 찾아보더니 지금은 없단다. 가이드 들이 신경을 써 준다. 다른 전기장판을 가져왔다. 이제야 좀 따뜻하다. 따뜻한 기운에 잠이 들었다.

 

3.

일어나니 3시가 넘어간다. 날씨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굳은 날씨다. 같은 방의 가이드가 어디 아프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했다. 아직 밥도 안먹어서 그런지 몸이 쳐저있다. 방에 앉아서 쉬고 있다가 저녁을 먹으러 갔다. 어제 갔던 그 중국인 식당에서 쇠고기 철판요리를 먹었다. 고기가 좀 얇아 씹히는 맛이 덜하다. 어쨌든 먹으니 좀 생기가 돈다. 밥을 먹고 나와 고성중심가로 들어서는데 발안마 해주는 상점이 보인다. 그래 한번 받아보자. 들어가서 가격을 물으니 한 시간에 40원이란다. 아니 계림에서는 25원한다고 알고 있다고 하니 여긴 다 40원이란다. 전신안마도 40원이란다. 여기저기 누르면 아픈 곳이 있는데 이왕이면 전신안마를 받자. 2층으로 올라오란다.

 

4.

안마사는 작은 체구의 인도 남자였다. 인사를 하고 여러 배드중 하나로 가서 점퍼만 벗고 누웠다. 사람의 몸 전체의 혈이 299개인가, 하여튼 이 친구 나의 뒷판의 머리부터 눌러 나간다. 체면에 아프다고 소리지를 수도 없다. 아픈곳은 뭐가 뭉쳐있는 곳이다. 아픈곳을 더 눌러 푸는게 안마다. 하여튼 무지 아프다. 점점 시원한 느낌도 든다. 몸의 뒷판을 발까지 다 했다. 이젠 앞으로 누우란다. 급소를 제외한 부분을 또 샅샅이 눌러나간다. 그리고 서서 허리를 굽히고 누르고 다리를 꺾고 머리를 위로 당기고... . 안마해주는데 성의가 느껴진다. 안마사라는 직업도 쉬운 직업이 아니다. 몸의 혈을 파악하고 누르는 기술부터 힘까지 모든 것이 요구된다. 한 시간 남짓 안마가 끝났다. 그 성의에 고마워서 5원을 주었다. 인도남자 나에게 엄지손가락을 내민다.

 

5.

그동안 중국 도시의 밤거리를 걸을때마다 마사지 받으라는 끈질긴 제안을 뿌리치곤 했다. 베이징에서는 한 여자가 근 100이상을 계속 따라오면서 받으라 했었다. 그건 아마 여성이 해주는 안마일 것이다. 여성이 해준다고 다 불건전한것은 아닐 것이다. 당면한 문제는 무엇을 파느냐이다. 건강을 파느냐 성을 파느냐? 여하튼 난 오늘 인도 남성에게서 정통건전건강안마를 받았다. 안마소를 나오는데 몸이 가뿐해진 느낌이다. 그 인도 안마나 나에게 명함을 건낸다. 그는 40원중에 얼마를 받을까?

 

6.

다리 고성을 걸었다. 여기도 리장의 쇼핑가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2층으로된 큰 슈퍼에 들어갔다. 할인하는 토마토 주스, 리츠 크랙커, 미니휴지, 비빔사발면, 꽈베기 빵을 샀다. 역시 먹어야 한다. 우울할때 과식한다는 것은 꼭 나쁜것은 아니다. 먹으면서 잇몸운동을 하면서 영양분을 보충하며 우울함을 날려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NO3컴은 고장이 나있다. 찾아간 왕빠들은 한글을 읽을 수가 없다. 영어책들이 있는 서점에 들렸다. 캄보디아. 태국 영문 론리플래닛이 있다. 베트남 호지민에 가서 사면 된다. 괜히 짐을 늘리지 말자.

 

7.

숙소 식당에는 페키지 여행자들이 술을 먹고 있었다. 방으로 들어가니 한 가이드가 책을 보고 있다. 조금 있으니 형뻘 되는 가이드가 술에 좀 얼큰해져 들어온다. 동생뻘 가이드가 말한다. 도저히 그 분위기에 못있겠더라. 이 친구들도 나와 비슷한 기분상태인가 보다. 그쪽도 15박의 여행 마무리 시기이다. 나도 중국을 마무리 하는 시점이다. 여행 가이드 한다면 모르는사람들은 여행도 하면서 돈도 벌고 참 좋겠다고 말할 것이다. 실제 그 여행과정에서 사람들 이끌면서 때때로 비위도 맞출려면 이 직업도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없다. 나도 그 동안 활동하면서 넌 너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아서 좋겠다는 말을 듣곤 했다. 물론 사실이다. 내가 하고싶은 일이다. 하지만 이 일도 정말 하고 싶은 일로 유지하고 만들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노력과 감내가 필요하다. 간혹 활동가의 의지를 넘어서는 고통스런 일들이 다가오기도 한다. 그동안 나에게는 앞으로는... .  모를일이다. 

 

8.

이럴때는 전기장판이 친구다. 뜨끈하다. 아니 뜨거울 정도다. 내일은 날씨가 맑아야 할텐데... .

 

 

* 050119 (수) 여행 55일차

 

(잠) 다리 NO3 전기장판포함 2600원 (20원)

(식사) 저녁 쇠고기철판, 야체볶음 2600원 (20원)

(간식) 슈퍼 주전벌이 소모품  1660원 (13.6원)

(기타) 전신안마 5850원 (45원)

 

.......................................... 총 12,71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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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4 14:05 2005/01/24 14:05

호랑이가 단숨에 건넜다는 호도협 입장권

 

1.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났다. 세면을 하고 8시경 주인방 앞으로 갔다. 콜랙트 콜을 해주겠다던 주인은 겨우 일어난다. 한국에서 가져온 노가다용 목장갑 두개를 주었다. 그리고 다시 만나자고 했다. 1번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갔다. 후타오샤가는 버스는 리장 버스 중간에 내리면 된다. 올라가서 아무자리나 앉았다. 나중에 서양인과 중국인으로 이루어진 3명의 여행객이 올라와 자기 자리란다. 자기들끼리만 앉으면 어디 여행인가? 좀 중국인들하고도 껴서 안고 몸짓으로 대화도 하고 해야 맛이지. 여행은 우연이다. 내 좌석번호인 10번에 앉았다. 30인승 이베코 버스라 간격이 좁아서 다리가 들어가지 않는다. 다리를 대각선으로 내놓다가 겨우 끼어서 넣다가를 반복했다.

 

2.

내려가는 버스에서 바라보는 설산들의 풍경은 또 근사하다. 상그릴라는 꼭 다시 와보고 싶은 곳이다. 상그릴라에서 티벳으로... . 버스는 호도협(후타오샤)에 도착했다. 자기차를 타라고 여러명이 따라 붙는다. 호도협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가는 10원짜리 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보이지가 않는다. 버스가 없단다. 봉고차 가격을 물으니 80원을 부른다. 일단 주변을 돌아보자. 한 젊은 친구가 영어를 쓰며 계속 따라온다. 60원이란다. 일단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밥을 먹기로 했다. 그 젊은 중국인 차가 주차해있는 바로 옆 식당이다.

 

3.

식당에서 차오판(볶음밥)을 주문했다. 냉장고 쪽으로 와보란다. 볶음밥 종류도 가지가지다. 계란을 가리킨다. 싫다고 했다. 고기를 가리킨다. 싫다고 했다. 야채들을 가리켰다. 저거. 야체볶음밥 먹을 만 했다. 중국을 보통 음식에 기름이 떡이다. 조금 덜 넣으면 좋으련만. 운전사에게 50원에 가자고 했다. 그가 60원에는 입장료 30원이 포함되어있다고 버틴다. 몇번 실강이 끝에 내가 55원을 불렀다. 그가 오케이한다. 12시가 다 되어 봉고차에 탔다.

 

4.

가는데 30분, 전망대에서 한시간, 오는데 30분 총 2시간 코스란다. 이 코스에서는 5500미터 대의 위룽설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친구 나이가 21살이다. 독학으로 영어를 배웠단다. 이곳에서 태어나 살아왔단다. 차에서 바라본 위룽설산의 모습은 정말 웅장하다. 저길 한 번 올라가 주어야 하는데... . 앞으로 북부인도의 히말라야, 네팔도 내 코스에 있다.  

 

5.

타이거 무슨 포인트에 도착했다. 이 계곡을 호랑이가 단숨에 뛰어넘었단다. 그래서 이름이 호도협이다. 티벳 서쪽 곤륜산맥의 빙하가 언 물이 티벳을 거쳐 이곳에서 자기 이름을 얻었다. 이곳이 내가 3일동안 배를 탔던 장강삼협의 시작 부분이다. 길고긴 장강의 시작이다. 이 물이 상하이로 해서 바다로 빠져나간다.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깊은 계곡이라고 이름을 갖다 붙이는 곳이 바로 이곳 후타오샤이다. 계곡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운전사 친구 계단을 내려가 계곡물을 감상하고 오란다.  

 

6.

계단을 내려갔다. 서서히 물결이 보이기 시작한다. 계곡이 깊기는 깊다. 난 아래쪽 차길로 왔는데 높은 도보로 걸으면서 보면 더 깊어보이기는 할 거 같다. 유명한 이곳의 트랙킹 코스는 1박 2일이나 2박 3일을 잡아야 한다. 거의 내려가는 데 안장이 있는 소 한마리가 보이고 꼬마 남녀아이가 있다. 날 보더니 바삐 소를 계곡쪽으로 끌어온다. 계곡 난간에 도착했다. 계곡물을 보고 있는데 전통복장을 차려입은 한 7살쯤 되어보이는 여자아이가 와서 슬픈표정을 지으며 머라한다. 남자아이도 와서 있는데로 미소를 지으며 소를 타라한다. 얼마냐 물으니 5원이란다. 하오하니 내 손을 잡고 나를 소 있는데로 끌고 간다. 소는 뿔이 그대로 나있지만 아주 순한 눈이다.

 

7.

소에 올라탔다. 생각보다 안정감이 있다. 아이는 소 고삐를 잡고 두 세 바뀌 돌더니 저 계단으로 올라갈까 하고 묻는다. 가자고 하니 소를 끌고 계단을 올라가 전망 난간 끝까지 소를 끈다. 그리고 계단을 내려오고 내렸다. 5원을 주려고 하자 10원이란다. 내가 아까 5원이라고 하지 않았니라 하자 저기까지 갔다 왔기 때문에 10원이란다. 이 아이의 돈 버는 방법같다. 아이하고 계속 실강이 할 수 없어 10원을 주고 나왔다. 물결이 가장 쎈 전망대로 왔다. 여기가 타이거 포인트인가 보다. 겨울이어서 물이 많이 줄었음에도 물결은 포효하듯하다. 이물이 충칭에서 다른 강줄기와 만나 커져 삼협을 굽이치고 상해로 빠져나간다. 한참을 쳐다보고 다시 계단을 올라갔다. 멀리있는 그 소모는 아이들과 손을 흔들었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조금 올라가니 깐 호두를 팔고 있다. 한 봉지에 10원인데 난 5원어치 달라고 말했는데 이 아줌마 깎는 줄 알았나 보다. 그냥 5원에 가져가란다.

 

8.

계단을 올라오니 운전사 볼 만큼 보았냐고 묻는다. 내가 위룽설산 잘 보이는 곳에 잠깐 서자고 하나 알았단다. 가까이서 보는 5천미터대의 산이다. 겨울에는 한 둘 태우기 힘들단다. 하여튼 버스 내린 곳으로 와서 돈을 주었다. 약간 아쉬워하는 눈치인데 나도 줄만큼 준거다. 볶음밥 먹었던 곳에 앉아 다리가는 버스를 기다리면 된다. 맥주를 한 병 시켰는데 슈퍼에 사러가나보다. 그런데 버스가 왔다. 다리의 신도시인 사관으로 바로 가는 버스다. 언제 또 올지몰라 배낭을 매고 맥주 한 박스 들고 오는 식당종업원에게 미안하다하고 버스를 탔다.

 

9.

다리에 거의 도착해가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기분도 따라서 축축해진다. 터미널에 내려 다리고성가는 4번 버스를 탔다. 차는 다시 오던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한 그리스 학생이 같이 탔다. 같이 고성에 내려 몇마디 나누고 헤어졌다. 이 곳 다리에는 MO3라는 유명한 한국인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마당이 이쁘다는데 한 번 묵어보자. 물어물어 NO3를 찾아갔다. 문을 여니 한 열대여섯명의 한국 대학생들이 앉아있다. 여행중 이렇게 많이 한국사람을 만나기도 처음이다. 아주 쑥쓰럽다. 도미토리 방을 달라해서 방에 들어갔다. 완전한 집이 아니라 임시 가옥인 느낌이다. 원래 그런지 이날 따라 그런지 한국 대학생 팀들이 여렀이다.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10.

이곳 다리는 동양의 스위스라는 이름이 붙어있단다. 뒤의 높은 산과 앞의 시원한 얼하이 호수를 끼고 있다. 날씨도 아주 좋다는데 오늘은 아니다. 한 중국식당에 들어갔다. 주인 인상이 마음에 든다. 형은 바로 붙어있는 여행사를 하고 동생이 음식 주방장이다. 마파두부와 콩볶음을 먹었다. 형이 담근 매실주 한잔도 사서 마셨다. 내일 다시 오기로 했다.

 

11.

숙소에 돌아와서 앉아 있는데 4인실 도미토리의 세명이 들어온다. 중국어를 배우는 건지 영어를 배우는 건지 중국 청두 대학생 둘과 체코여자가 들어온다. 체코여자는 요피라느 체코이름의 강아지를 데리고 다닌다. 중국 대학생 영어를 곧잘한다. 나에게 중국어를 배우지 않겠냐고 묻는다. 이 중국학생의 영어발음은 너무나 듣기 어렵다. 체코 여자가 다시 말해준다. 중국대학생 한국인 학생을 만나나 보다. 나에게 계속 이 말의 한국 발음은 무었인지 물어본다. 한 12시까지 한시간동안 중국어 영어 한국어 기본 문장 배우기를 서로 했다. 아주 재미있어 하는 눈치다. 아마 임시가옥이라서 우리의 공부가 전 객실에 퍼져 소음이 되었을 것이다.

 

 

 

* 050118 (화) 여행54일차

 

(잠) 다리 한국인 여관 NO3  1950원 (15원)

(식사) 점심 야체볶음밥 650원 (5원)

         저녁 마파두부 콩볶음 1300원 (10원)

(이동 입장) 시내버스 2번 260원 (2원)

                중덴-후타오샤 버스 1950원 (15원)

                후타오샤 유람 봉고차(입장료 30원포함) 7150원 (55원)

               소 타기 1300원 (10원)

                후타오샤-다리 4550원 (35원)

(간식) 깐 호두 한봉지 650원 (5원)

         매실주 한잔 650원 (5원)

 

........................................... 총 20,41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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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4 10:40 2005/01/2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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