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 8시에 일어나 짐정리를 시작했다. 버스는 미리 예매하지 않았다. 급한것도 아닌데 시간에 쫒기는 것은 싫다. 베낭을 매고 체크아웃을 하고 4번 버스를 탔다. 다리 신도시인 사관에 오긴 왔는데 어디가 터미널인지 모르겠다. 느낌이 지나쳐온거 같다. 내려서 물어보니 오른쪽으로 커브를 틀란다. 다행히 터미널이 거기 있었다. 65원짜리 작은 이베코 버스와 102원짜리 대형버스가 있다. 오늘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편한 걸 타자. 표를 끊고 나왔다.
2.
즉석야체군만두 집이 있다. 하나를 사먹고 골목에 들어가 쌀국수를 사먹었다. 다시 오면서 만두하나를 더 사먹었다. 이 만두도 이제 마지막이다. 한국에 돌아가면 한 번 재현에 보고 싶다. 이 만두. 버스에 오르니 내 자리엔 다른 남자가 앉아있고 복도 맞은편 자리가 하나 비어있다. 중국 버스 문화라 생각하며 앉았다. 역시나 그 거친 도로를 견디지 못했는지 내 앞자리 좌석이 뒤로 완전히 젖혀져 있다. 육중한 한 남자가 앞에 앉아 있다. 겨우 다리를 끼어 넣었다. 다행이도 내 옆자리는 어떤 여자다. 옆에서 밀려오는 고통은 없을 듯 싶다. 이 남자의 큰 머리가 내 코앞이다. 오늘도 고생이 시작되겠군.
3.
중간에 간이 화장실도 있는 길다란 버스는 샛길을 선택했나보다. 왔던길과는 다른 쪽으로 간다. 한 고개길을 차가 넘어간다. 머리가 띵하고 아파온다. 중디엔에서도 이러지 않았는데 힘들어 죽을찰라 버스가 간이 휴게소에 쉰다. 다른 사람들도 힘들었나보다. 차는 다시 출발해 2차선 국도에서 계속 추월해나간다. 하지만 쿤밍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6시가 넘는다. 8시간 가까이가 걸린것이다.
4.
몸을 구겨넣어서 타고 있느라 녹초가 되어 이거 하루 자고 가야되나 생각이 교차한다. 일단 베트남 국경으로 가는 버스 시간을 알아보자. 밤 7시 30분, 8시 두 편이 있단다. 8시면 한 시간 반의 여유는 있다. 그래 갈 때 한 번 가보자. 표는 침대버스일텐데 90원 밖에 안한다. 또 좁은 침대버스에서 용을 쓰려면 먹어 두어야 한다. 뚝배기 복음밥을 사먹고 나와 다시 백반을 사먹었다. 시간이 되어 화장실에 갔다가 버스에 올라탔다.
5.
이 버스는 내가 선전에서 계림갈때 타던 그나마 모양새가 있던 3열 종대 침대버스가 아니다. 널판지로 급조해 놓은 듯한 2층 버스다. 여기는 우리 우등버스 형태로 1대 2 배열이고 중간에 통로가 있다. 내가 늦게 타서 그런지 통로에 짐들이 쌓여 있다. 내 자리를 찾아 들어가는데 차장 비스무리한 한 중국인이 말을 건다. 한국에서 왔다하니 오 코리아. 안냐세여. 캄샴니다. 이 친구 큰 소리로 너스레를 떤다. 다른 진짜 차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맨 뒤자리로 가란다. 정말 다행이다. 다른 자리는 역시나 몸을 굽혀야 하는데 맨 뒤자리는 발을 뻗을 수가 있다. 베낭을 올리고 신발을 봉지에 담고 맨 뒤 2층 자리로 올라갔다.
6.
기다리고 있던 이 친구 짐 값 30원 달란다. 내가 처음엔 모른척하고 좀 저항을 하니 그 친구 일단 앞으로 간다. 앞 사람에게 물어보니 자긴 모른단다. 이 버스에 외국인은 나 혼자다. 이 친구 다시 온다. 5원과 10원을 놓고 몇 번 얘기하다 10원을 주었다. 론리에선가 이러한 행위에 대한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기분이 찜찜하지만 할 수 없다. 그래도 맨 뒷자리에서 좀 편하게 가는게 어딘가? 이 꿈도 무참히 깨어졌다. 결국 이 버스 40분을 기다려 모든 좌석을 채우고 간다. 뒷 자리에 한 명이 더 끼어든다. 이 중국인 남자 발을 자꾸 내 발목에 올린다. 그냥 가자. 버스는 출발한다.
7.
오늘은 계림에서 왼쪽 뒷 바뀌와는 달리 오른쪽 뒷 바퀴 위 좌석이다. 창문은 잘 보인다. 달이 떳다. 달이 버스를 쫒아온다. 달이 나를 쫒아온다. 산이 있을때 살짝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난다. 옆자리 이름 모를 남자와 살을 맞대고 가는 건조한 여행에 보름달이 약간의 흐믓함을 준다. 잠이 들었다.
* 050127 (목) 여행 63일차
(잠) 버스
(식사) 점심 즉석만두 쌀국수 650원 (5원)
저녁 볶음밥 백반 1170원 (9원)
(이동) 사관행 시내버스 130원 (1원)
사관-쿤밍 13520원 (104원)
쿤밍-허커우 11700원 (90원)
(기타) 짐 값으로 띁김 1300원 (10원)
.............................................. 총 28,470원
고양이
2005/01/27 16:32 Delete Reply Permalink
드디어 중국 대장정이 끝났구만요. 난 여행중독이 된듯. 매주 집을 벗어나 어디든 돌아다니고 있죠. 어디가 내 방황의 끝일지... 건강하세요
사막
2005/01/29 15:48 Delete Reply Permalink
저도 내일 네팔 카트만두로 떠남니다. 31일 도착해서 1일부터 4일까지는 이상한 회의에 가야하지만 5일부터 9일까지는 진정한 네팔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거예요. 근데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하느라 여행계획은 오늘까지도 오리무중입니다. 잘 되겠지요.
aibi
2005/01/29 16:03 Delete Reply Permalink
I arrived from china to vietnam by bus,bed bus,train
today hanoi working now.Hanoi warm whether
직원에게 물어보니 한글이 되네요. 오늘 새벽 4시 하노이역에 도착했답담니다. 이 또 새로운 생소함이란. 한 아줌마 오토바이 뒤에 타서 겨우 숙소를 잡았담니다. 베트남 넘어오는데 톡톡히 신고식을 치루었지요. 느지막히 일어나 길을 걸어 나와 길거리 음식사먹고 호수 갔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인터넷 되는 유스호스텔이 있군요. 오늘은 구시가지를 헤메는 것으로 끝내렵니다.
이슬이
2005/01/29 17:05 Delete Reply Permalink
영문 마오 전기는 그럴 줄 알았어요. 난 여기서 베트남쌀국수(포호아)로 하는 해장이 젤 좋던대. 베트남 갔으니 쌀국수 실컷 먹겠다. 길거리서 바가지로 파는 쌀국수가 있다는데 함 드셔보고 나중에 전해주세요. 맛과 분위기와, 느낌을. 건강!!!
aibi
2005/01/30 23:07 Delete Reply Permalink
그럴 줄 알고 제가 오늘 제임스 아이보리 영화로 유명한 남아있는나날들 영문소설을 사지 않았겠어요? 책을 읽기 전부터 영화에서 엠마 톰슨과 앤소니 홉킨스의 그 절제된 사랑이 떠오릅니다. 100페이지의 얇은 책인데 다시 도전해 보렵니다. 국수 말인데요. 내 취향에는 중국 윈난성 쌀국수가 맛과 가격에서 최곱니다. 여긴 300원짜리 큰잎에 싼 주먹밥이 최고구요. 부슬부슬 흘러내리는 중국 쌀과 달리 여기 베트남 쌀은 아주 찰집니다. 여기에 김치주~욱 찢어 올려놓으면 음음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