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CPU 사태, 너무 불안해 할 필요는 없음

category 감놔라 배놔라 | Posted by 오씨 부부 | 2018/01/09 17:22


 

지금은 웃음거리조차 안 되는 일이지만, 1999년 가을, 밀레니엄 버그로 인해 세계적 대혼란이 올 거라며 비행기 추락부터 금융권 붕괴에 이르기까지 별별 소리들이 다 떠돌아 다녔지요. 하지만, 지금 그걸 기억하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나는 이것도 대중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공포의 사회학 중 하나라고 봅니다.

 

생각해 보세요. 금융권이나 정부 컴퓨터만 문이 열린 게 아닙니다. 어나니머스 같은 해킹 그룹들도 인텔 CPU 씁니다. IS도 컴퓨터 켜기가 두려울 것이고, 멕시코 카르텔들도, 하다못해 김정은의 맥북도 다 대문 빗장 푸는 법이 공개된 것입니다. 자바 스크립트 몇 줄로 말이죠.

 

아니 인텔이 아니더라도, 그리고 멜트다운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CPU라는 물건의 근본적인 설계 결함이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는 전세계 모든 컴퓨터의 문이 열릴 가능성이 공개된 것입니다. 아마 위키리크스 같은 곳도 지금쯤이면 멘붕 중일 겁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해커들이 멜트 다운 버그를 이용해 다른 누군가의 컴퓨터를 쉽게 열어보게 되더라도 대부분 의미 없는 게임 화면, 야동들(고양이 동영상을 말함), 지긋지긋한 학교 숙제들과 공부 자료들, 미완성본 PPT 파일들과 잘 찍지도 못한 여행 사진들과 본전도 못 건지는 개미들의 주식 투자 자료들일 텐데, 그걸 뭘 보고 있습니까. 쉽게 말해, 그리고 죄송합니다만 이번 사태에 겁 먹은 사람들의 절대 다수는 전혀 해킹 가치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안 업데이트조차 안 되어 있는 가정집 데스크탑을 굳이 해커들이 노리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기업이든, 반정부단체든 털어도 털릴 게 있는 특정 타켓을 특정 목적으로 정보를 훔치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의 지극히 평범한 해킹 피해 사례의 대부분은 사용자가 지저분한 사이트 들어가는 경우, 아니면 제 스스로 비번 관리 못한 경우들입니다.

 

구태여 CPU 결함이 아니더라도 이미 자기 관리가 안 되는 사람들의 허수룩한 PC를 털 방법은 이미 차고 넘치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안 업데이트 등의 기본적인 컴퓨터 관리를 하고 있으며 이상한 사이트에 들락거리지 않는 개인들의 컴퓨터와 신상 정보가 털리는 일은 매우 드물 것입니다. 지금 해커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그러니 일반 사용자들이 벌벌 떨 필요 없습니다. 내가 해커라면, 서버를 들여다보며 막대하고도 귀중한 정보를 훔쳐가지 쓸모 있는 자료가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는 우리 같은 일반인들의 컴퓨터를 하나하나 훔쳐보지는 않을 겁니다. 해커들도 밥 먹고 똥 싸고, 섹스하고 테레비 보며 술도 마셔야 하는데, 언제 비번이 입력될지도 모르는 가정집 데스크탑을 계속 들여다 보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요.

 

나는 이번 사태가, B2B 시장에서는 좀 다르겠지만, 개인들에게는 태산명동 서일필이라는 말처럼 그렇게 끝날 것으로 봅니다. 너무 불안해 하지 말고 기껏 비싸게 주고 산 시스템을 쉽게 교체하겠다고 돈 더 쓰지 말고 사태를 지켜보길 권합니다. 아울러, 게임만 아니라면 윈도우는 AMD Ryzen + 최신 리눅스 커널 조합에서 버츄얼 박스로 돌려주면 충분하다는 내 판단이 맞았음을 다시 하게 됩니다.

 

이번 사태, 너무 걱정만 할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문제를 해결한, 즉 새로운 설계가 적용된 새 CPU들이 등장하면서 PC 시장은 엄청난 교체 수요가 생겨날 것입니다. 인텔 주가가 급락 후 다시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그 반증입니다. 지난 여러 해 동안 데스크탑과 노트북 시장은 일로 감소 추세였으나 아마 내년 이후는 간만에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게 될 것입니다. 사회가 쓸데없이 패닉 상태가 되는 것이 더 위험합니다.

 

이번 기회에 북한 컴퓨터들을 열어봤다는 뉴스가 안 나온다면,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컴퓨터를 누군가가 훔쳐볼 확률도 사실상 제로입니다. 소란 떨어봤자 대중사회의 냄비 근성만 확인시킬 뿐입니다. 스스로 누워서 침뱉는 격이죠. 그리고, 제발 해커의 해킹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귀중한 자료를 조금이라도 생산해 봅시다. 앞으로 1년간 인텔 CPU 사태로 인한 개인 차원의 피해 건수는 1년간의 핸드폰 분실 건수보다도 훨씬 적을 것이라고 감히 장담하며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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