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일 공공노조 창립2주년 기념식이 있었다.

그 기념식에서 공공노조 위원장의 기념사가 있었다.

그 기념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지금의 노동운동에서 특히 더 그랬다.

그 전문을 아래에 싣는다.

 

<공공노조 창립 제2주년 위원장 기념사>


1980년대 노동을 체험하면서, 당시의 시대상황을 정면에서 투쟁으로 돌파하려 했던 무수한 노동자들이 이젠 50줄에 접어들어 부모와 자식에 대한 마지막 책임을 다하려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덧 30여 년 전의 긴급조치와 계엄령, 그리고 통금을 체험하진 못했지만, 개방과 경쟁의 이데올로기 사회에서 혼란해 하는 20대, 30대, 40대 초반의 노동자들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훨씬 넘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들에게 우리 운동의 관성들이 어떻게 다가가고 있는지 우린 아마도 정확하게 꿰뚫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불행하게도 지금 그들에겐 구심마저 없습니다. 민주노총의 결의에 대한 신뢰가 상실된 지 오래입니다. 15만 공공운수연맹 조합원들이 연맹을 구심으로 보거나 신뢰하지 않습니다. 공공노조 역시 조합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이대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내말은 맞는데 네 말은 무조건 틀렸다”는 이 뿌리 깊은 불신의 파열음을 제거하지 않는 한 우린 노동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없습니다.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노동자들을 짓누르고 있는 패배주의를 극복할 수도 없습니다. 아무리 투쟁을 외쳐대도 이 불신과 분열을 단결로 돌려놓으려는 노력이 엿보이지 않는 한, 그 투쟁에 대한 희망을 기대 할 수 없을 것입니다.



15만 공공운수연맹 조합원 여러분!


공공노조는 36,000여 공공노조 조합원들만의 노조가 아닙니다. 공공노조는 공공운수연맹 15만 조합원들의 것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인정했고, 우리가 그렇게 결의했지 않습니까?


공공노조가 통합의 끈을 과감히 끊어버리면 우린 새로운 환경에 맞설 전열을 재정비 할 수 있겠지만, 보다 높은 단계의 산별운동으로 진입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고 통합의 끈에 매달려 질질 끌려가면 전열을 재정비 할 기회마저도 놓치게 되고, 결국 지리멸렬하여 공공대산별운동을 10년 이상 후퇴시킬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노조는 보다 분명한 산별통합의 일정이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전환을 위해 노력하거나 고민하지 않는 사업장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끝도 없이 위축되어 가는 공공부문의 노동운동을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통합산별에 대한 분명한 입장과 전환일정을 제시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지난 2년간 공조직 집행단위들만의 논의로서는 통합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는 의견그룹들의 영향이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모입시다. 모여서 의견을 모아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조직 내 논의를 거쳐 통합산별노조 건설방침을 확정합시다. 우리 착한 지혜만을 모아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구심을 세워 나갑시다.



자랑스러운 36,000여 공공노조 조합원 여러분!


2년이 지난 지금 “공공노조의 사업이 조합원들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는 지적이 저에게는 “한 게 뭐가 있느냐”는 따가운 질책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비판들이 있지만, 전들 왜 할 말이 없겠습니까?


2006년 11월30, 2007년 12월 말, 2009년 5월 1일로 변경되어온 산별 통합의 지연으로 공공노조의 사업은 실종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공노조는 지금까지 그 흔한 집회와 수련대회를 독자적으로 단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습니다. 상징도, 깃발도, 투쟁복도 새로이 만들거나 통일시키지 못했습니다. 통합의 과정이라는 과도기에서 어쩔 수 없이 연맹의 일정이 우선 될 수밖에 없었고, 통합이 되면 그때 해야 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선거제도를 비롯해 현실보다는 이상이 너무 강조된 제도들은 급기야 산별노조에 대한 불편과 불신의 근원으로 대두되었습니다. 투쟁사업장에 대한 집중대응은 투쟁을 승리로 이끌 수는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일상 활동을 크게 위축시키기도 했습니다.


고용보장과 임금과 근로조건이 기업의 책임으로 크게 전가되어 있는 한국사회의 현실에서 산별의식의 재고에는 현실적 벽도 높았습니다.


연맹 시절의 사업추진 관성을 탈피하지도 못했습니다. 산별다운 집행에만 의욕이 앞선 결과, 한발 한발 다가가려는 과정이 무시 되었습니다.


여전히 결의에는 진정함이 없었고, 참여에도 열정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지침은 남발되었으며, 조합원들은 그러한 결정과 지침에 신뢰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저 자신의 지도력도 문제였고, 임원도 채우지 못했고, 현장에서의 파견도 절대 부족했고, 지역본부와 업종본부라는 허리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해 지도집행력에 구멍이 뚫렸습니다. 그 결과 사업은 계획에만 머물렀고, 현장으로 파고들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노조는 참으로 많은 애를 써 왔습니다.


우리 임원들, 그리고 사무처 성원들, 일밖에 몰랐던 지난 2년간 정말 고생들 많이 했습니다. 우리는 산별노조라는 자부심 하나로 어떤 투쟁의 현장에도 자랑스럽게 공공노조의 깃발을 들이 댔습니다. 이랜드 투쟁이 한창이던 시절 우린 빠짐없이 그들과 함께 했습니다. 청계광장과 시청에서 촛불을 밝히고 온갖 여력을 쏟아 부었습니다. 고 이병렬 열사가 외친 공공서비스를 지키기 위해 우린 사회공공성 의식의 불모지인 이 땅위에서 수많은 공공성 의제들에 대해 전단을 만들어 뿌리며 목이 쉬도록 외치고 다녔습니다. 민주노총과 연맹의 집회투쟁에서도 우린 늘 어느 노조 보다도 커다란 결집력을 보여 왔습니다. 집에 들어와 TV를 켜면 늘 공공노조의 깃발은 화면을 압도했습니다. 언제나, 어느 지역에서나 우리의 깃발은 선두의 자리를 지켰으며, 그 모습은 우리들 가슴에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 왔습니다.


한편, 우리 사업장에서는 파업투쟁이 봇물처럼 터졌습니다. 그럴 때 마다 지역본부가 중심이 되었고, 아름다운 연대로 승화시키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습니다. 투쟁사업장의 요구는 어느 사업장이든 비정규조합원들의 고용보장과 차별시정이 최우선이었습니다. 우린 단 한명의 조합원이 투쟁해도 끝까지 잡은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이제 드러난 허와 실을 메우고 승화시켜, 공공노조의 조직을 혁신시켜 나아가려 합니다. 조직체계를 개선하고, 중앙의 권한을 조정하고, 선거제도를 비롯한 과도한 제반 규약과 규정을 개선토록 하겠습니다. 각종 위원회의 기능을 한시적으로 중집에 위임시키고, 복잡하고 불편한 행정업무도 개선하겠습니다. 임원과 사무처 성원들은 사업추진 방식의 과거 관성도 과감히 버려야 할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공공노조의 활동이 진정으로 조합원 가까이 다가가는 사업이 추진 될 수 있도록 모든 장애를 줄이고, 없애고,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눈 앞에 닥친 2009년은 냉혹하고 심각한 상황만이 가득합니다. 행동 말고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지금, 분열을 넘어 단결로, 통합산별노조의 시대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구심을 세워 나갑시다. 그래야 한판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승리를 상상해 봅시다. 감사합니다.



2008년 12월 1일 위원장 이 영 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12/08 17:01 2008/12/08 17:01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babo/trackback/109

  1. 감비 2008/12/08 17:47

    누군가는 피눈물을 흘리겠지만, 나는 동지들이 눈물겹고, 자주 미안할 뿐...ㅠ.ㅠ 

  2. azrael 2008/12/10 00:47

    벌써 2년이 됐네요...축하!! 그나저나 그놈의 공공산별..얼른 하세요^^;;; 우리 건엔노에 같이 있을 때 공공산별 교육 듣고 그러지 않았나? 이영원 위원장님 글 멋지게 쓰시네요~~  

  3. 제르미날 2008/12/11 17:41

    감비>>가슴아픈현실이죠...
    azrael>>얼른 해야하는데 그게 맘대로 안되니..이영원 위원장 넘 멋진분이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