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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 본 글에서 저자가 인용한 부분은 한국에서 발행된 「우리가 옳다!(이용덕, 숨쉬는책공장, 2020)」를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주간『전진(前進)』 3220호(2021년 9월 20일자)
서평-「우리가 옳다!」 : 노동자의 긍지와 혼은 여기에
승리의 길을 보여준 톨게이트 투쟁
櫛渕秀人
한국은 1997년 아시아 통화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국가부도 상태에 직면했고, 지배계급은 노동자계급을 철저하게 희생시켰습니다. 그 결과, 막대한 수의 노동자가 내일도 알 수 없는 비정규 고용으로 내몰렸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톨게이트(고속도로 요금소)의 노동자들도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의 전환을 거부하고, 실력투쟁을 축 삼아 불굴의 싸움을 이어왔습니다.
분노를 되찾고 투쟁에 나서다
제가 제일 감동한 점은 노동조합 경험이 없는 50세 넘은 여성 노동자들이 대다수인 곳에서 조합을 결성하고, 상급단체의 다름을 넘어선 현장 공동투쟁으로 앞에선 회사의 방위대=구사대, 뒤에선 경찰이라는 폭력장치를 함께 넘어섰고, 그 과정에서 한번도 낙담하거나 절망에 빠진 적 없이 7개월에 걸친 맹렬한 투쟁을 전개했다는 점입니다. 노동자의 긍지와 혼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통행요금의 수납 외에도 하이패스 미납 체크, 미납요금 독촉, 영상판독, 과태료 징수·변경, 하이패스 상담, 선불카드 판매, 과적재 단속, 민원상담에다 화장실 청소, 차도의 잡초 뽑기, 제설, 그리고 사장의 텃밭 가꾸기 등 굉장한 업무를 소화하는 일상을 살았습니다. 조합원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팔이 부러져도 결근할 줄 몰랐고, 한 시간씩 더 근무하라고 해도 시키는 대로 하는 바보였습니다. 사무장의 온갖 갑질과 온갖 횡포에도 말 한마디 못하고 열심히 일만 했습니다. 비정규직인 우리는 지시를 거스르면 불이익을 당할까봐 불평 한마디 못했습니다.”1
일터에서는 매년 수백명씩 잘려나갔고, 관리자가 ‘손 하나 까딱하면’ 해고, 서무가 노동자에게 ‘자를 사람 적어내라’고 강요도 했습니다. 장애여성노동자에게 ‘얘는 얼마짜리라고 등급을 매기는’ 직장입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노동자로서의 존엄에 상처를 입힌 데에 대한 분노, 노동현장을 맡는 것은 우리라는 자긍심, 직장과 노조를 넘은 동료를 향한 생각, 스스로 투쟁을 열어젖혀왔다는 자부심, “지난날의 나는 죽었다”는 자각’으로 거대한 자본, 정부, 정당에 도전했습니다.
단결을 무너뜨리지 않고 싸워나가다
이 투쟁의 출발점인 서울영업소의 캐노피농성은 98일. 노동자들은 비바람과 태풍이 몰아쳐도, 몸을 갉아먹어가면서도 ‘밤하늘을 이불삼아’ 긍지 높이 싸워왔습니다. 청와대나 더불어민주당의 의원 사무실에도 갔지만, 가장 격렬한 투쟁이 되었던 것은 김천 도로공사본사로의 돌입과 점거, 농성이었습니다.
20층에 있는 사장실을 향해, 저지선을 친 경찰들을 돌파했고, 본사에서 기다리고있던 구사대 다수가 군대를 갔다온 만큼 힘이 센 남성들이었지만, 기죽지 않고 그들은 나아갔습니다.
“조합원들은 맨몸으로 부딪혔다. 문을 밀고, 경찰을 밀고, 구사대를 밀었다. 맞고, 다치고 쓰러지면서도 본사 안으로 들어갔다.”2
7명이 20층에 위치한 사장실 앞까지 갔다가 전원 연행되었습니다. 2층을 조합원들이 점거했지만, 1층에는 정규직노조가 진을 치고 2층에 대고 “나가라”며 고성을 질렀습니다. 점거 2일째, 경찰과 구사대가 밀려왔습니다. “‘여기서 끌려나나면 우린 끝이다’라는 생각이 든 그 순간, (누군가가) 탈의하라고 외쳤습니다.”3 격렬한 농성에서 갖고있던 병은 더욱 나빠졌고, 충돌했을 때 입은 상처도 있었습니다.
김천 본사 농성투쟁은 300인으로 시작해 144일간 이뤄졌습니다. 도로치바(動労千葉) 방한단도 2019년 11월에 현장을 찾아 조합원들과 교류했습니다.
▲2019년 도로치바 방한단이 김천 농성현장을 방문한 모습
이러한 투쟁은 아사히 비정규직지회를 비롯해 다른 노조나 시민단체, 문화계, 종교계, 법조계, 학술단체, 학생단체 등 다양한 지원자들이 있어 버틸 수 있었습니다. 한편 조합원들은 문화제, 율동, 노래로 투지를 길러 장기전을 버텨냈습니다.
적들의 주요한 공격 방법은 투쟁을 갈라놓는 것이었습니다. 법원도 조정위원회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움직임 모두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갈라놓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강하게 드러났던 것은 촛불혁명으로 탄생했음에도 노동자들을 배신한 문재인정권의 정체였습니다. 투쟁하는 노동자에겐 제 2의 혁명이 필요합니다.
1500명 직접고용 쟁취를 내걸었던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은 7개월의 시간이 지나고도 완결되지 못한 채 끝났지만, 이 투쟁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이를 계승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책은] 법원이나 기관, 정치인에만 기대지 않고, 개별 기업의 틀을 넘어선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진전시켜 자본과의 힘 관계를 뒤집는 것에 투쟁 승리의 길이 있음을 알려줍니다.
◇ 일본어판: 広沢こう志옮김, 労働者学習センター발행, 정가 1000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