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20 19:38

요런 수확의 기쁨도 있어.

 이 주를 골골대다가 오랜만에 밭에 나갔더니 콩깍지 바삭대는 소리가 어찌나 무섭던지 +_+;

 그럼에도 불구하고 엉뚱하게도 들깨 베고, 토마토, 가지, 고추밭을 정리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커서

왔다갔다 두서없이 일하고 있는데 숲날이 왔어.

 

 대나무로 탁탁 소리나게 콩을 털어야 터는 맛이 난다면서 대나무가 쪼개지도록 콩을 터는 숲날.

 터는거보다 줍는게 더 어렵다고 툴툴툴.

 

 그렇게 겨우 내 한 줌씩 털어 먹으면 되지... 뭐 그런 안일한 마음으로 쌀을 훑으며 뭔지모를 충만감에 하루를 보냈네.

 

 갓 2세 뜯어다가 김치 담고, 머리싸움하는 손바닥만한 무 열 두개 뽑아서 씨래기 걸고 동치미 절이고 빨간 옥수수 노란 옥수수 검은 콩 누런 콩 다 섞어 밥을 했지.

 

 많은 거 보다 요렇게 적은 것이 더 기쁘니 신기하네.

 이 녀석들 종알대는 소리가 집안에 가득한 것 같아 재밌는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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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내 먹을 수 있는 생땅콩 한 접시.

 껍질을 이로 딱 깨면 바작 흙이 씹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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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 두 개의 무에서 얻은 장래 씨래기들.

 도시가스 파이프에 널어 말리고 있어.

 2011년 이 월에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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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씻어서 부끄러운 무들.

강황이랑 어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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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콩 오분의 일컵.

이렇게 조금씩 털어다 그날 그날 먹으면 눈물나게 감사한 맛이 나.

 

내일은 편안하게 앉아 대나무로 탁탁 콩을 털어야겠어.

고마운 햇빛 아래에 따듯한 볏짚을 깔고 드문드문 졸면서.

 

밭 여기저기 민들레가 빨간 잎 가운데서 꽃을 피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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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5 00:06

서울의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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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동집 근처에 있는 까페하품에 상주의 감을 깎아 걸었어요.

돌삐가 보낸 택배는 토요일에 도착했는데 그날은 콩 베고 일요일은 빈마을 운동회 가느라 월요일에서야 갔더니 아차.. 까페주인들이 먼저 깎고 있네요. 그냥 과도로, 땡감 대봉 가릴 것 없이. +_+

뒤늦게 곶감깎이 교육을 했지만 늦은 건 늦은 것. 대봉으로도 한줄 엮었어요. 너무 커서 불안했는데

5일이 지난 오늘까지 낙감하지 않고 무사히 대롱대롱, 꾸득꾸득 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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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이라 바람이 잘 드나드니 곰팡이 걱정없이 잘 마를 것 같아요.

사람들이 감 보고 좋아해요. 좋아하니 저도 좋구요.

볼 때마다 상주가 생각나서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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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적으로 이사가 발목잡힌 빈농집에도 세 줄 깎아 걸었어요.

작년엔 제가 깎고 공뇽이랑 짱돌이 달았었는데.

1년 전처럼 이날도 손이 시렸어요.

1년 전과 달리 손만이 아니라 마음도 조금 시렸어요.

이사가 취소되서 감을 달 수 있게 됐지만, 또 감을 달 수 있게 된 게 마냥 좋지만도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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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감은 무죄.

어떤 상황에서든 시간이 흐르고 날이 추워지면 제 몸집의 20%로 몸피를 줄여 곶감이 되겠죠.

그 곶감을 빼 먹을 때 쯤이면 몸도 마음도 좀 편안해졌기를.

뜨뜻하게 데워진 방에서 이불 덮고 달달한 곶감 먹으며 한해를 돌아볼 수 있기를. 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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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3 11:13

상주의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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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가을입니다. 작년 이맘때도 내려갔었죠. 일은 잠깐, 한아름 감을 받아들고 왔었던.

상주 낙동면 승곡리 웃승장 돌삐네 집. 이번엔 혼자 갔어요.

몸과 마음의 몸살을 잠시 멈추고 싶어 떠난 자칭 일인농활단.

 

지금은 까맹이 대신 까맹이의 조카 친척뻘 되는 고양이 세 마리가 돌삐와 한솥밥을 먹고 있어요.

셋이 밥그릇에 머리를 처박으면 다시멸치와 생선뼈는 오도독오도독 휘리릭 쩝쩝 뿅~

얘들은 도시얘들와 달리 현미밥도 잘 먹네요. 고양이마저도 로컬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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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처럼 감 깎기만 할 줄 알았는데 이번엔 주로 감 따기, 줍기, 닦기 그리고 깎기는 조금만.

봄에 냉해로 감꽃이 많이 떨어져서 감 수확량이 작년의 절반도 안된다네요. 곶감값이 올라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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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철이 되면 감 있는 동네로 몰려오는 프로감꾼들은 나무를 털어 감을 수확하지만 그럴 수 없는 돌삐.

아직은 감나무 가지 사이로 다치지 않게 감을 털줄 몰라서이기도 하고, 감농사를 그렇게 대량으로 하지도 않고, 또 돌삐네 감은 소중하니까. 그래서 손이 닿는 감은 손으로 따고 손이 닿지 않는 감은 기다란 전지용 집게가위로 가지를 잘라서 땁니다.

 

보통 돌삐가 감 달린 가지를 따주면 가지에서 감을 따다 몇번 집게가위질을 해봤는데 이게 마치 낚시같아요.  감 이발시키는 거 같기도 하고. 또는 감 사냥? 대가 길어서 그런지 감 당구장에 온 듯도. :) 아무튼 생각보다 힘이 들었어요. 점점 팔은 아파오고 목은 뻣뻣해지고 입은 다물 수 없고 그래서 입속과 입술은 바싹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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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감을 따기도 합니다. 그나마도 이 나무는 집앞 마당이라 나은 편.

벼랑에 선 감나무도 올라야 하고, 비탈에 서서 감을 받아내야도 합니다.

해가 지고 찬바람이 불면 손도 얼굴도 얼어붙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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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렁주렁 감들을 출가시키고 가벼워진 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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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들고 깨진 놈들은 멀리 출가도 못합니다.

바리깡 대신 감자채칼에 머리를 밀린 채 바로 어미나무 곁에서 가을 바람결에 말랑말랑해져갑니다. 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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