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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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베를린에 도착하자마자 이 블로그를 만들면서, 내가 겪고 있는 것이든 아니면 어떤 사물에 관한 단상이건 자주 남겨보려고 마음을 먹었었는데, 인터넷 사용이 너무 불편하게 되어 의욕이 아주 상실된 상황이다. 사실 아이패드 정도면 무겁지 않아서 느리지만 인터넷이 되는 어학원 도서관에 들고 다니고 있는데, iOS에서는 진보넷 블로그 글 쓰기가 앙대.....

 

대신 어학수업에는 의욕이 좀 붙어 있다. 물론 지불한 수강료에 비례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좀 재미있다. 이렇게 외국에 장기체류해본 적이 처음이라 세계 각지에서 온 젊은 학생들과 비록 유치원/초등학생 수준의 대화라 할지라도 무언가를 이야기한다는 건 즐거운 경험이다. 예전에 호치민 평전을 읽으면서 호치민과 호치민 이후의 베트남 지도자들, 혹은 호치민과 김일성이 왜 그렇게 다른가를 고민해본 적이 있었는데, 뭐라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단어인 '국제감각'이야말로 이들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호치민에게는 국수주의적 태도라거나, 혹은 반대로 선진국에서 후진국까지를 일렬로 세우는 그런 사대주의는 전혀 없었다. 그는 강하게 민족주의를 내세울 때조차도 철저하게 국제적 시선 안에서 움직였다. 

 

베를린은 세계의 어떤 밑바닥을 보기에는 무척 좋은 장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힙스터들이 많이 몰려들고 있다고 하지만, 동시에 서유럽의 어느 도시보다도 가난한 사람들이 많기도 하다. 물론 그들은 매우 훌륭한 사회정책 안에서 '가난하다'. 그리고 1세계의 예술가로부터 집시 무리들까지 정말 다양한 층위의 '외국인'들이 존재한다. 이런 복잡한 풍경을 관찰하는 것은 — 비록 그것이 지금의 어학 단계에서 무척 어려운 일인게 사실이지만 —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무엇보다 베를린의 풍경은 어떤 '역사 이후'를 보여주는 것 같다. 사회주의는 급격하게 망했지만, 사회민주주의 역시 천천히 죽어간다. 삶은 계속되지만 '역사'는 이제 없는 것 같은 그런 모습이다. 

 

아 뭐 다 됐고, 집에서 인터넷 안 되니까 어학원 숙제 말고는 아무 것도 하고 싶은 게 없ㅋ엉ㅋ

활자 중독에 정보 중독인 나에게 잘 된 일인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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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0 22:24 2011/09/10 22:24
Posted by 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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