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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있어서 고마운 것들.

가끔은 변하지 않고 예전처럼 내 곁에 있는 것들이 참 고맙다. 뭐 대단한 것들은 아니고. 어제 너무 배가 고파서 길을 가다 사먹은 설탕 쫘악 뿌려진 달걀 토스트 같은 것들이다. 항상 따뜻하게 데워지 베지밀과 함께 파는 이 토스트. 토스트 가게가 없어진다고 못 만들어 먹을 것은 아니지만, 집에서는 아무래도 그렇게 대담하게 흑설탕을 뿌리는 용기를 낼 수가 없다는 점에서 길거리 토스트 가게가 참 고맙다. 대학교 시절 새벽 열차로 서울에 올라와서 서울역 앞에서 사먹은 토스트, 무작정 숙대 앞에서 잠실대교까지 걸어가다가 동대문 시장에서 새벽에 사먹은 토스트가 아직도 주변에 있다는 것이 고맙다. 토스트와는 또 다르게 묘한 기쁨을 주는게 "원조 아쿠아 슈즈", 고무신이다. 진짜로 가볍고, 흙이 묻을까 물에 젖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는 그 자유로움. 진짜로 전천후 "아웃도어 라이프"를 위해 탄생한 신이다. 요즘 들어 파란색 고무신이 많이 나오면서 그 검정색에서 우러나는 격조는 많이 퇴색한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늘 같이 비도 오고 하면 이제는 곁에서 없어져 버린 "시장통 빈대떡"이 그립다. 예전에는 동네마다 재래시장이 있고(꽤 큰) 그 시장통에 가장 좁은 공간을 차지한 장사가 바로 빈대떡이었다. 멧돌과 물과 녹두 푸대 정도 놓고 하는 장사가 바로 시장통 빈대떡 장사였다. 하지만, 그 시절(1980년대 초까지도) 외국 농산물 걱정할 이유도 없고, 직접 그자리에서 멧돌로 갈은 녹두를 기름 넉넉히 두루고 지져낸 빈대떡은 시장에 어머니 손 잡고 따라가 발품을 판 수고에 200% 보답이였다. 지금은 빈대떡 전문점도 있고, 번듯한 식당에서 파는 빈대떡도 많지만, 그 맛은 정말로 비교하는 것 자체가 우수울 지경이다. 빈대떡을 정말로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제는 빈대떡을 사먹고 싶어지지가 않는다. 매번 사먹을 때마다 후회만 하게 되고 옛날 시장통 빈대떡이 더 그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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