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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4일 일요일 농성 186일
연세대에서 전국학생행진동지들이 개최한 페미니즘 학교 1부 간담회에 다녀왔다.
서울본부 조직부장동지와 박승희 여성위원장 동지와 함께 참석했다. 일요일 오전인대도 많은 동지들이 오셔서 진지하더라.
건물 뒤편 나무들에 아직 남은 단풍을 보며, 아 가을이 지고 있네. 낼모레면 눈 올 터인대 이제야 가을을 봤다.
12월 6일 화요일 농성 188일
1.
일이있어 온양에 있다가 오늘 아침 서울로 올라왔다. 오는 기차안에서 트윗을 확인했더니 오전 9시경에 중구청 직원들이 재능농성장에 몰려와서 행정대집행을 한답시고 순식간에 농성장을 부수고 후루룩 가벼렸다네. 뭐, 행정대집행? 자본과 정권은 늘 이런식이다. 지들이 잘못 경영해서 망해가는 회사에 국민들이 낸 세금 수천억 쏟아부어 살리는 것은 ‘투자’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손톱만큼 복지를 확대하려하면 ‘비용’이 막대하다고 말한다.
환구단이라는 문화제가 그렇게도 소중해서 그것을 보호하기 위해 재능농성장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반노동적이고 반인권적인 재능교육에 몰려가서 후루룩 털어가란 말이다. 세무조사하고 공권력의 힘으로 회장을 구속수사하면서 ‘행정대집행’을 높이 치켜들어야 할것 아닌가. 길바닥에서 1500일 가까이 농성하는 노동자가 뭔 죄가 그리 많다고 침탈해서 폭력을 행사하며 행정대집행 운운하는가.
화가나서 ‘히틀러의 나찌는 아우슈비츠에서 사람죽이는 것을 청소라고 불렀다. 박원순의 서울시는 농성장 침탈을 행정대집행이라고 부른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편이라고 했던 말은 이런것인가. 한겨울 농성장 살림살이를 다 짓밟아 버리는 것, 1500일 가까이 투쟁하는 노동자를 후려치고 패는 것인가!’ 트위터에 올렸더니 항의 맨션이 달렸다.
‘안타까움이 전해져옵니다만, 매사를 이렇게 새로바뀐 수장탓만 하면 발전이 있을까 싶습니다. 농성장 침탈이 발생했다고 바로 박원순을 적으로 돌리는게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요?’,
‘박원순의 서울시가 그렇게 부르는게 아니고, 우리나라 법이 그렇게 명시하고 있지요. 프로파간다, 좋습니다. 다만 매번 이런식이면 도대체 님의 말씀을 듣는 시민들은 어떻게 판단하면 좋겠습니까?’
어처구니가 없다. 의견이 다른것을 말하는 것이야 환영하지만 참 점쟎고 고상하게 사람 뺨을 치니 더 불쾌하다. 대응을 했지만 단어의 수가 제한적인대다 바빠서 트위터로 다 못한것이 있어서 분해서 쓴다.
가장 화가나는 것은 불특정한 ‘시민’을 앞세운 폭력이다. 그러니까, 저는 매우 현명한 시민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길거리에서 투쟁하는 하챦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시민이 아니라는 말이지. “노동자가 ‘시민’의 발을 볼모로 파업한다”고 외치는 조중동 찌라시나 하는 논리를 들이밀면서 지는 중립적인척 하니 더 가증스럽다. 뭐, 프로파간다? 하! 참나. 내가 하는건 선전선동이고 니가 하는건 점쟎은 평론이냐. 잘난척 하기는.
두 번째는 우리나라 법을 박원순은 집행만 할뿐이라는 논리다. 맞다! 내말이 그말이다. 멀리갈것도 없고 김대중, 노무현 그 힘있는 자들이 만들어놓은 바로 그 저주받을 ‘비정규직보호에관한 법률’ 때문에 재능교육 조합원 동지들이 졸지에 특수한 노동자, 특수한 불법이 되어 피눈물을 흘린다. 박원순도 그 법을 인정하고 그법 안에서 집행할 뿐이다. 이 법을 넘어서지 못하면 결코 진보적일 수 없는데 마치 진보적인 척하면서 노동자의 친구 어쩌고 하니까 내가 하는 말이다. 솔직히 말하라는 거다. ‘나는 노동자의 친구가 아니요. 삼성과 훨씬 친하오!’ 이렇게 말하란 말이다. 왜 투표할때만 극성을 떨며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 편인것처럼 떠드냐고요.
세 번째, 그렇다고 치자. 최소한 이명박 보다 손톱만큼이라도 진보적이라고 치자. 그게 뭐냐고 묻는거다. 현행 법을 어찌 일개 시장이 뛰어넘겠는가. 그러니 그 법안에서 집행을 한다고 치자. 오늘아침 재능농성하는 조합원들이 환구단에 불이라도 질렀는가? 지나가는 시민들 발목을 잡으며 출근못하게 떼를 썼는가? 추위를 이기며 간신히 농성하는 조합원들은 아무 때나 가서 살림살이를 몰수해가는 파렴치한 집행을 하면서 ‘행정대집행’이라고 말하면 그만인가? 명바기랑 뭐가 다르냐고 묻고 있는것이다. 아, 물론 어떤 사람들에게는 명바기보다 훨씬 진보적인 사람일수 있다. 다만,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그놈이 그놈이란 말이다.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려면 ‘행정대집행’을 집행하지 않는 집행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사람들아. 당장 문제 해결은 못해줘도 쪽박은 깨지 말아야 한다. 억울한 노동자들의 농성을 방해는하지 않는것이 최소한의 도리란 말이다. 그 입으로 진보를 말하려면!
우와, 열받어.
2.
12시에 민주노총에서 노우정부위원장, 김현미부위원장, 송은정동지, 유현경동지와 교섭에 관한 논의를 했다.
글로비스와 금속노조가 교섭을 하기로 했고, 타결이 되든 안되든 3번만 만나고 200일 전에 교섭은 끝내기로 했다. 현대차가 아니라 글로비스랑 교섭을 해야 한다니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12시 논의를 기반으로 해서 14시 지원대책위 회의를 했다. 교섭에 대한 다른 의견들은 없고, 이후 투쟁계획을 주로 논의했다. 15일 목요일 아산공장앞에서 금속노조의 집회를 추진하고 집회 후에는 지원대책위 촛불문화제를 하기로 했다. 아산공장앞에 워낙 외진 벌판인대다 겨울이라 집회후 먹거리를 준비해서 나눠 먹으며 잔치하듯이 촛불문화제를 하기로 했다. 더불어 교섭이 결렬되면 어차피 해를 넘겨 투쟁해야 하기 때문에 21일 5차 현대차 영업소앞 1인시위를 다시한번 세계 1인시위로 조직하기로 했다.
12월 7일 수요일 농성 189일
1.
오후 5시 30분 교섭이 있었다. 혁명기도원 기도회 하다가 교섭참가하고 온 김현미 부위원장으로부터 교섭상황을 전해 들었다. 궁금해 할줄 알고 바로 오신게지.^^
우리 요구를 전달했고 다음주 월요일에 쌍방이 성안해서 만나기로 했다고 전해준다. 다른 별말은 없고 미국에서 1인시위 안하면 안되냐고 하더라네. ^^ 내 참, 이미 한 1인시위를 어쩌라고. 물론 글로벌 현대자동차에게 국경이 의미가 있겠냐마는 한국기업이 한국노동조합의 항의는 눈하나 깜짝 안하면서 미국 노동조합의 항의는 눈치가 보이나 부다. 빨리 해결안하면 국제적인 망신이 늘어갈것이고 그 경우 지들이 이윤에 손해볼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는데, 모르지.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단한번도 상식적인 판단을 하지 않은 현대자동차이고 보면 월요일날 또 얼마나 홀랑 깨는 안을 안이랍시고 글로비스에 들려보낼지, 모르는 일이다. 전향적인 안을 내겠다고 말하고 갔다하니 그런가부다, 하고 있다.
여하튼 합의가 되면 언니가 복직되니 좋은거고, 결렬되면 글로비스 따위 걷어치우고 현대차 발목잡고 가는 거다. 언니가 그렇게 고생을 하고도 현대차를 교섭상대로 앉히지 못한 한계는 언니와 내가 책임져야 할 한계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대도 아쉬움에 소화가 안되고 잠이 안온다. 분하다.
2.
언니의 대리인이 되어 투쟁을 시작한지 1년하고도 6개월이 되가는데, 오늘처럼 심란했던 적이 없다. 상대가 글로비스라 못마땅 하다해도 막상 교섭을 한다고 하니, 이런 저런 생각들이 어지럽다.
지난 여름 언니가 다니는 인주감리교회 목사님이 농성장에 찾아오셔서 함께 점심먹으며 목사님이 했던 기도가 생각난다.
“...이 모든 일이 하루빨리 아름답게 마무리 되도록 하소서.”
마지막 까지 지켜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투쟁이 지금 아름답게 마무리되고 있는 걸까. 지금 마무리가 아니라도 아름답게 끝나는 길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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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5000억 기부 발표날 비정규직 잘라( 미디어충청)[기고] 현대차 신형 i30 생산으로 비정규직 해고 합의
(금속노조 전 비정규국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5000억원을 저소득층 학생 8만4000명을 지원하겠다는 기사가 신문과 방송에 깔리던 12월 5일 울산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비정규직 24명이 또 잘리게 생겼어요. 대법원에도 정규직이라고 했는데, 당장 쫓겨날 걱정을 해야 하니 정말 돌아버리겠어요.”
이유는 현대차 신형 i30 때문이었다. 폴크스바겐 회장이 시승해 “왜 우리는 이렇게 못 만드냐?”고 꾸중했다는 i30은 울산공장 3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유럽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신차가 생산되는데, 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쫓겨나야 할까?
인기 신차 때문에 비정규직이 쫓겨난다?
회사는 11월부터 신형 i30을 생산하면서 내년 4월 구형 i30이 단종되면 생산라인이 자동화되기 때문에 70명이 남는다고 주장했다. ‘여유인원’을 다른 공장으로 보내겠다며 현대차노조 대의원과 협의를 시작했다.
회사는 11월 17일 교섭에서 ‘여유인원’이 60명이라는 수정안을 제시하더니, 다음 날에는 40명, 21일에는 32명이 남는다고 했다. 나흘 만에 남는다는 인원이 30여명이나 줄어들었다.
자동화가 되면 일손이 덜 들어가기도 하지만, 첨단사양이 부착되고 새로운 작업을 하게 돼 일이 힘들어진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노동강도를 높이는 것에 반대한다. 설령 일손이 남는다고 해도 수십 년 동안 뼈빠지게 일해 온 노동자들이 덜 힘들게 일하면 좋은 일이고, 품질도 나아진다.
해외공장에서 생산한다는 협박에 직권조인
노조 대의원들은 11월 24일 자동화로 인해 16명 정도의 여유인원이 발생하는 것을 인정하고, 이들에 대해 고용보장을 요구했으나, 회사가 끝내 거부해 교섭이 결렬됐다.
회사는 언론에 “수출 물량 생산을 유럽 체코 공장으로 돌리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흘려 조합원들을 협박했고, 보수언론들은 “신차 출시 효과 전무”, “예약 주문한 고객만 골탕”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그렇게 회사로부터 협박을 당한 노조 담당 대의원과 3공장 노조 사업부대표는 12월 1~2일 다른 대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회사와 24명 여유인력 합의에 도장을 ‘쾅’ 하고 찍었다.
남는다고 합의한 24명은 누구일까? 물론 비정규직이 아니라 정규직이다. 반별로 인원을 추려 24명을 선정한다. 그리고 24명은 비정규직이 일하던 자리로 옮긴다. 그 자리에 있던 비정규직은 집으로 간다.
양심 있는 정규직의 반성
남는 사람은 정규직인데 ‘짤리는’ 사람은 비정규직이다. 쫓겨나는 사람은 비정규직인데, 당사자는 교섭은커녕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살처분’만을 기다린다.
그래서 양심 있는 정규직 대의원들이 ‘여유인원’에 대한 고용보장을 요구했던 것이다.
3공장 정규직 김형진 허성관 대의원은 12월 5일 “참담한 심정으로 조합원들께 진실을 알립니다”는 대자보를 내 “직권조인을 한 만행을 막지 못해 대의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의원 임기가 끝나도 지속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반성했다.
지난 2009년 경제위기로 인해 자동차 판매가 급감했을 때 현대차 2공장에서 정규직 전환배치로 비정규직 노동자 68명이 공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정규직노조 대의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비정규직 68명의 임금과 고용보장에 합의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회사는 당시 합의했던 2공장장을 날렸고, 이후 회사는 신차가 만들어질 때마다 정규직 전환배치로 비정규직을 공장 밖으로 쫓아냈다.
여유인원 24명은 누구? 잘리는 24명은?
3공장에서 쫓겨날 비정규직 노동자 24명의 명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청업체 ‘바지’ 사장들에게 잘 보인 비조합원들은 살아남을 것이다. 노조 조합원만 쫓아냈다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12명씩 ‘공평’하게 자를 가능성이 높다.
현대자동차를 위해, 정몽구 회장의 재산을 늘려주기 위해, 명품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10년 넘게 밤낮으로 일해 왔던 현대차 3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금 침울한 송년을 보내고 있다.
‘살처분’을 기다리는 가축들, 호출을 기다리는 사형수처럼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내년 4월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 금속노조는 12월 5일 대의원대회에서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핵심과제로 결정했고, 현대차지부 문용문 지부장은 “파견문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난 해 11월 15일부터 25일 동안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을 했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처절하게 배신감을 안겨줬던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가 벼랑 끝에 서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손을 잡아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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