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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갔구나...

 

연말이면 항상 들던 기분이 있었다.

새해가 온다는게 설레이면서도 왜인지 조금 쓸쓸했던,

그리고 한해의 끝무렵에서

고된 하루를 지내고 밤이 온 것 같은 나른함과,

일상에 눈이 쌓인 듯한 그 묘한 설레임....

그 느낌을 자꾸자꾸 꺼내보며 즐기던

지금까지의 스물몇개의 연말과는

사뭇 달랐던 한달이

그렇게 갔다.

 

그 한달은 아침에 5시50분에 일어나, 씻거나 조금 더 자고, 출근하여 일하고 계속 일하고, 뛰어다니고, 무거운 기계들을 수술방 이방 저방으로 나르고, 뛰어가고, 뛰어오고, 무거운 팔 다리를 들고 있고, 어쩌다 스크럽 들어가는 일들이 아홉시고 열시고 끝나면, 그 때 나와서 데일리라는 것을 만드는데 그 중간중간 다른 일을 시키면 끊어졌다 다시 해야해서 몇시간이고 걸리는, 그래서 일을 다 끝내면 한시반... 두시.... 이렇게 되고 그러고 나면 숙소로 돌아와 잠이 들거나 인터넷을 조금 하다가 자거나

그리고 눈을 뜨면 다시

씻을지 조금 더 잘지를 고민하게 되는....

그런 일상으로 가득 차있었다.

 

나에게 12월 31일은 2009년의 마지막날이기보다 12월 그 한달의 마지막날이었을 뿐이다.

OS 한달이 끝나, 모두가 '축하해요! 고생했어요!' 하고 말해주는 날.

그래서 올해도 나의 겨울은 '쓸쓸한 쏠로들의 겨울나기' 에 대한 반농담 반진담의 조크들이 장악했지만,

그보다도 하루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스스로 대견한 일이었기에 그다지 고독할 틈도 없었다. 연말 분위기는 내 주변에 조금 떨어져 떠다녔지만 나에게 연말 느낌은 없었다.

그런데 문득 12월31일 밤, 미뤄뒀던 고독이 해일처럼 밀려오는 것이 아닌가.

1월 1일을 앞두고 마지막 순간을 응급수술로 보내던 때였다.

순간 순간이 파편이던 지난 1년의 시간이

갑자기 '이천구년'으로 한덩어리가 되더니

공중에 흔적없이 흩어지는 것 같던 그 기분.

 

내년은

내년이 다 갔을 때

손을 펴 들여다보면 언제든 보이는 손금처럼

내 안에 아로새겨지기를.

내가 그 시간들을 그렇게 만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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