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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3

그동안 뭘 했다고 해야할까?

돈을 벌었다, 갇혀있었다, 소모했다, 진료했다, 참아냈다, 배웠다, 그냥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은 지나갔다. 사건이랄 것까진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 잊혀졌다.

난 온갖 변화에 적응했다. 자잘한 것들이 나를 끊임없이 바꿔놓았다.

나한테 여전히 헌신적인 애인에 대한 내 태도가 변한 것을 발견한다.

그 뿐 아니라, 온갖 것들에 대한 내 태도가 변했다는 것을 뒤이어 깨닫는다.

호기심이 줄고, 열정이 줄고, 자극이 귀찮고,

나를 흥분시켰던 것들이 저기 아직도 버젓이 존재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것에 팡 팡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에 부러워한다.

 

난 내가 그렇다는 걸 알았다. 예상했던 바였다.

위장병이 나을때 쯤 휴가를 갔다가 장염에 걸렸다. 43도씩 올라가는 나라에서 감기에 걸려서 돌아왔다.

감기가 나아야 하는데 기침이 점점 심해졌다. 열이 오르내렸다.

짬을 내서 진료를 보고 폐렴 진단을 받아 약을 먹으면서 계속 일했다.

약 때문에 속이 뒤집혀서 밥도 잘 못먹었다.

폐렴은 나아가는데

기운이 다 빠져버렸다.

앉아있는 것도 힘들다. 다 놓아버리고싶다.

 

신기하게도, 이 일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 이런 상황도 예상했었다.

내 체력이 이정도 되는 줄 알고 있었으니까.

근데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지는 모르겠다.

가끔 내 용기가 인내심 따위 치워버리는 적이 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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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숙제를 받았다.

 

나는 왜 나에게 이토록 엄격한가.

 

그걸 생각해 가야한다.

그런데 과연 나는 나에게 엄격한가?

엄격이라는 건 또 뭔가?

여기서 또 정규분포 곡선 그려야 하나?

N이란건 과연 있는가?

그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의미가 있다는 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의미 없는 것은 문제인가?

대체... 

정리되지 않은 산더미같은 문제들 앞에서,

난 저 숙제,

난 왜 나에게 엄격한가,

라는 질문에 다가갈 수조차 없다.

 

아...

매일이 위기다.

매일.

밤.

 

편해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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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동의 일관성

내 행동의 일관성은 

'나 자신을 벌하지 못해 안달 난' 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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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구-서해성의 직설] 제23화 계속 피워? 말어?

식기세척기와 손설겆이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설겆이는 너무너무 싫은 나.

그래서 한 때 요리는 잘 못하는데 설겆이는 좋아하는 사람이랑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가

이것도 인간소외 사랑소외라는 생각에 반성만 했던 적이 있었다.

한달간 미국에 있을 때 그 집에 식기세척기가 있었다.

나에겐 꿈의 기계였다.

이놈이 물도 많이 쓰고 전기도 많이 써서 왠지 환경에 나쁜 짓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거기 있는 동안은 그걸 돌릴 때마다 행복했다.

한번은 식칼을 거꾸로 꽂아두고 못본 채 손을 넣다가 손바닥에 칼 꽂힌 적이 있긴 하지만...

그래서 조금 위험한 기계라는 생각이 들지만...

나 말고 그런 사고 당할 사람이 또 있을까.

하여간 무지무지 매혹적이지만 죄책감이 드는 물건이 바로 식기세척기였다.

 

그.런.데.

 

http://ht.ly/2YGQ5

 

 

독립하면,

식기세척기 꼭 산다. 

내가 에어콘은 못사도 저건 살끄야.

설거지 시키려고 결혼하는 것 보다 백배 낫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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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국경 근처

-살타에서 국경마을 라 끼아까 로 가는 데만 일곱시간. 김민기 엘범을 들으며 고산지대의 사막 풍경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니 뮤직비디오가 따로 없다. 그의 축축한 듯 갈라진 낮은 목소리에 실린 '갈래 길, 이슬, 친구, 나비,' 이런 말들이, 저 드러난 지층들과 패인 골짜기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것만 같다.

 

-옆으로 또렷이 지층이 드러난 땅덩이 두개가 비스듬히 기울어져, 너른 모래바닥 위로 섬처럼 불쑥 솟아올라 있다. 가늠도 안되는 시간 동안 흙을 쌓았다가, 어느 날 가늠할 수 없이 큰 힘에 끊겨 기울어지고, 또 셀 수 없는 시간에 흙먼지 아래로 묻혀 버렸겠지. 그 산들이 안쓰러워 눈물이 고인 눈에, 마지막 승리자, 먼지 위에 세워진 집들이 보인다. 아, 사람. 억겁의 시간에 대어드는 맹랑한 짐승들..

 

-La Quiaca. 국경 마을. 고도 3500m. 벌써 밥만 먹어도 숨이 차다. 구경 할거라곤 사람밖에 없는 마을. 왜 난 이런 곳이 좋지...

 

-투피싸로 가는 길. 기차가 잠시 속도를 늦추던 어느 마을에서는, 기찻길 옆으로 사람들이 나와, 매일 한대씩 지나가는 이 기차를 구경하고 있다. 개들과 닭들까지 나와서 우릴 바라본다. 어쩌면 이것은 저 사람들의 하루 일과인지도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서 신문을 읽는 버릇처럼. 그닥 중요할 것도 없지만, 왠지 안하면 허전하고 궁금한 것. 어쩌면 우리 인생 자체가 그런 것인 지도 몰라. 살아도 그만, 안살아도 그만이지만, 왠지 떠나기엔 섭섭하고 혹시라도 뭔가 벌어질까 궁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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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용 그림

 어무이가 인테리어용 그림을 원하신다.

어디서 대빵 큰 '명화 카피'를 보셨다는데

지중해 해안의 꽃이 마구 핀 집 정원에 오솔길이 나있고 

그 끝에는 푸르른 바다와 푸르른 하늘이 보이는

그림이란다.

그 비슷한걸 작게 그려보려고 하는데

인테리어용 그림이라니 ㅋㅋ 웃기다.

왠지 영혼의 한귀퉁이를 파는 기분이랄까?

ㅡ.ㅡ 언젠 안팔고 산 것처럼 이런다.

 

이런 쓰잘데없는 얘기를 쓰는 이유는...

 

쓰잘데없는 글을 이미 하나 썼는데도

저 얼토당토 않은 노래부른 글에서 계속 노래가 나오잖아 ㅡㅡ;;;

글을 더 써서 2페이지로 밀어내야 한다! 

분발하쟈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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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 Mob, Die-in

아이고 졸려라...

ㅡㅡ; 오랜만에 써보려는데

너무 졸립다. 

근데 막상 잠은 안오는...

엄청 피곤해서 머리 아프고 오히려 날카로워진 그런 상황.

 

 

일단 이건,

오랜만에 들어와보니

완전 못부른 노래를 올려놓은게 블로그 맨 위에 나와서,

화들짝 놀라 허겁지겁 밀어내기용 포스팅.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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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Pueblo Unido Jamas Sera Vencido

 

 

El pueblo unido jamás será vencido,
el pueblo unido jamás será vencido...
De pie, cantar que vamos a triunfar.
Avanzan ya banderas de unidad.
Y tú vendrás marchando junto a mí
y así verás tu canto y tu bandera florecer,
la luz de un rojo amanecer
anuncia ya la vida que vendrá.
De pie, luchar el pueblo va a triunfar.
Será mejor la vida que vendrá
A conquistar nuestra felicidad
y en un clamor mil voces de combate se alzarán
dirán canción de libertad
con decisión la patria vencerá.
Y ahora el pueblo que se alza en la lucha
con voz de gigante gritando: ¡adelante!
El pueblo unido jamás será vencido,
el pueblo unido jamás será vencido...
La patria está forjando la unidad
de norte a sur se movilizará
desde el salar ardiente y mineral
al bosque austral unidos en la lucha y el trabajo
irán la patria cubrirán,
su paso ya anuncia el porvenir.
De pie, cantar el pueblo va a triunfar
millones ya, imponen la verdad,
de acero son ardiente batallón
sus manos van llevando la justicia y la razón
mujer con fuego y con valor
ya estás aquí junto al trabajador.

 

            좋아서 덩달아 옹알옹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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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블 나의 일기장

처음에 이 블로그는

아무도 몰래 숨어서 일기같은 글이나 쓰려고 만들었더랬다.

 

그런데 어찌저찌하다보니, 주변 사람 몇이 이 블로그를 쓰고 있는 사람이 나라는 걸 알아버렸다.

그러고 나서는 글이 잘 안써진다.

역시 나는 '일기' 정도나 쓸 수 있는 배짱인거다.

일기가 그 속성을 잃는 순간 내 미천한 글발도 증발하고 말았다.

 

앞으로도 가끔 이 블로그에 글을 쓰긴 하겠지만,

어딘가 푸념을 늘어놓을 새로운 공간을 찾아봐야겠다.

다시 종이와 펜으로 돌아갈지도, pc 에만 파일로 남겨놓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오늘은, 약간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일기를 써보려고 한다.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을 때

이 블로그를 찾았던 그 때를 떠올리며.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다보면,

상대방에게 직접 설명을 듣지 못하고, 그 사람의 말, 행동, 뿐만 아니라 말하지 않음, 행동하지 않음 등등으로부터 그 사람의 마음을 해석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럴 땐 머리카락이 마구 빠질 것 같다.

온 몸과 마음을 다해 추측과 해석을 한 후 그에 따라 나는 어떻게 해야 옳은가 하는 문제에 대해 줄기차게 고민하기 때문이다.

나 인생 참 힘들게 산다.

 

하여간 최근에 또 그럴 일이 있었다.

머리카락. 빠지다 말다 빠지다 말다 하던 중,

오늘 나를 활활 불타도록 열받게 하는 일이 있어서 (벌금이 또 나왔다.)

그 분노를 연료삼아 운동 겸 마실을 나갔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감정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건 뭐 말 할 필요도 없다.

화는 가라앉았다. 몸이 피곤해진 대신 싸울 힘이 생기는 것 같았다.

더구나 마실 나간 곳에서 나는 처음 만난 이에게 이유 없는 환대를 받았고,

그러한 경험은 작고 아주 개인적인 것일지라도 유토피아의 한 귀퉁이를 맛보게 해준다.

이것만큼 일상에서 숨통이 트이게 해주는 것도 없다.

그렇게, 영혼의 산소 포화도를 한껏 높이고서

집으로 돌아오던 길.

한강을 건너고 있었다.

내 양 옆으로는 물이,

왼쪽 끝은 엊그제 갔던 두물머리로

오른쪽은 지난 달 갔던 서해바다에

그렇게 이어져 있었고,

그는 인간이 조금이라도 아름다워지려고 발버둥이 치며 켜놓은 온갖 빛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내고 있었다.

다리 위에서 나는 자전거를 타고 인도로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보행자들에게 벨을 울려댈 수밖에 없었는데,

어떤 20대 초반의 무리들은 '자전거온다 한줄로 붙자' 며 나에게 길을 터주었고

내가 지나가며 '고마워요' 하고 중얼거렸고

그들은 스쳐가는 내 등에다 대고 '안녕히 가세요!' 라고 외쳐주었다.

'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뭘 기다리는거야?

 

한강 다리 끝무렵에서 자전거를 세웠다.

전화를 걸어, 상대의 입에서 나오기를 기다리던 말을 내가 먼저 입에서 꺼냈다.

내가 하는 말이 전화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것을 들으며

오랜만에 알 것 같았다.

내가 기다리던 것이 바로 이 목소리였다는 것을.

 

짧은 통화를 끝내고 먼 길을 달려 집에 왔다.

아주 피곤할 줄 알았는데 기운이 남아서

집을 지나쳐서 더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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