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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08
    메모: 국경 근처(6)
    포카혼타스

메모: 국경 근처

-살타에서 국경마을 라 끼아까 로 가는 데만 일곱시간. 김민기 엘범을 들으며 고산지대의 사막 풍경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니 뮤직비디오가 따로 없다. 그의 축축한 듯 갈라진 낮은 목소리에 실린 '갈래 길, 이슬, 친구, 나비,' 이런 말들이, 저 드러난 지층들과 패인 골짜기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것만 같다.

 

-옆으로 또렷이 지층이 드러난 땅덩이 두개가 비스듬히 기울어져, 너른 모래바닥 위로 섬처럼 불쑥 솟아올라 있다. 가늠도 안되는 시간 동안 흙을 쌓았다가, 어느 날 가늠할 수 없이 큰 힘에 끊겨 기울어지고, 또 셀 수 없는 시간에 흙먼지 아래로 묻혀 버렸겠지. 그 산들이 안쓰러워 눈물이 고인 눈에, 마지막 승리자, 먼지 위에 세워진 집들이 보인다. 아, 사람. 억겁의 시간에 대어드는 맹랑한 짐승들..

 

-La Quiaca. 국경 마을. 고도 3500m. 벌써 밥만 먹어도 숨이 차다. 구경 할거라곤 사람밖에 없는 마을. 왜 난 이런 곳이 좋지...

 

-투피싸로 가는 길. 기차가 잠시 속도를 늦추던 어느 마을에서는, 기찻길 옆으로 사람들이 나와, 매일 한대씩 지나가는 이 기차를 구경하고 있다. 개들과 닭들까지 나와서 우릴 바라본다. 어쩌면 이것은 저 사람들의 하루 일과인지도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서 신문을 읽는 버릇처럼. 그닥 중요할 것도 없지만, 왠지 안하면 허전하고 궁금한 것. 어쩌면 우리 인생 자체가 그런 것인 지도 몰라. 살아도 그만, 안살아도 그만이지만, 왠지 떠나기엔 섭섭하고 혹시라도 뭔가 벌어질까 궁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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