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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컨테이너를 넘지 '못'했다

2008.12.27 쓴 일기>

 

명박산성에 대한 글을 읽고.

나도 그날 명박산성 앞에 앉아있었고, 수천명의 사람들과 같이, 그 명박산성을 어찌 할 것인가 토론하고 있었다. 내 생각은 이렇다.

 

 명박산성을 못 넘었네, 안 넘었네, 넘었어야 했다, 아니다 말들이 많다. 그에 대한 내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다. 우리는 못 넘은 것이었다. 우리의 사고가 허용하는 범위가 거기까지여서 라든가, 보수언론이 폭도로 매도할까 두려워서 스스로 결박한 거라는 얘기가 아니다. 스티로폼으로 넘어가자는 조끼 입은 사람들의 주장에는 나도 반대였다. 좀 더 솔직하게 보자. 스티로폼? 그걸로 어떻게 넘을 건데? 스티로폼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다. 그걸 쌓고 올라갔다 치자. 어떻게 내려갈 건데? 밧줄? 사다리? 전국의 전경이 다 모여서 진치고 있는, 컨테이너 반대쪽에서는 어떻게 대응할까?
 결국 스티로폼은 하나의 쇼다. 넘어가려는 국민의 의지를 ‘보여주려는’ 몸짓인 거다. ‘쇼하기’에 익숙한 사람들의 아이디어인 게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광장에서 쇼를 해서 누구한테 보여주려는 것인가? ‘내일 이 사진이 신문에 크게 날’ 것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사람과, ‘저 컨테이너를 넘어서 청와대로 갈’ 것을 그리고 있는 사람들과는 여기서 갈린다. 만일 그 조끼 입은 사람들이 후자와 같은 목표에다가 능력까지 갖췄다면 어떤 그림이 나왔을까?
 그 때 필요했던 건, 스티로폼이 아닌 중장비들이었다. 기중기가 오고, 대형 화물 트럭이 와서, 그 컨테이너를 뜯어냈어야 했다. 나는 90%의 확신을 가지고, 만일 그랬더라면, 그날의 토론은 엄청난 에너지가 되어 컨테이너를 허물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위의 명박산성 스티로폼 회의에 대한 생각에 이어…
앞으로 나올 촛불이 명박산성을 넘는다면 어떤 그림이 나올지 떠올려본다. 먼저 필요한 조건들.
 
조건>
0.   직접민주주의의 발현이라는 성격을 살려내어야
1.   자발성
2.   소통
3.   실천 의지
4.   조직력, 혹은 연대
5.   집단’지성’
6.   적의 상상력을 뛰어넘을 것.
7.   물리적인 성공 가능성
 
스티로폼 회의 때처럼, 일단 사람들이 명박산성 앞에 다수 모여있다. 모두들 명박산성을 넘어가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하며, 어느 정도 희생의 각오가 된 사람들이 필요함. 이들의 숫자는 그렇게 많을 필요는 없음. 일이 시작된 후 행동파로 전환 될 사람들은 이들보다 많을 것임. 동의의 강도와 행동의 강도에 따라 (행동의 강도와 실현 가능성이 동의의 강도를 결정지을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이 두 가지가 매우 중요.) 일이 시작됐을 때 군중의 숫자가 결정될 것으로 생각함.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물러설 수 없음을 모두가 공감한다. 이에 대해 여러 사람이 떠들기 시작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소조직들의 경우 두셋이 합쳐지기도 하면서 무리를 이룸. 이들이 토론을 시작함. 일부가 이야기하고 일부는 듣기만 함. 박수와 야유가 나올 것임. 마이크와 앰프 장비가 없다면 가청거리를 한계로 하여 토론장이 마련될 것이며, 사람이 많다면 몇 개의 토론장이 형성되어 이들 사이에 소통과 자문의 연결이 자연히 형성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우리에겐 핸드폰이 있거덩. 친구들끼리 ‘너는 저 쪽가서 들어봐 나는 여기서 들을게’ 해서, 서로 다른 그룹에서는 어떤 내용이 나오고 있는지 타진한 후 한 무리에서 나온 좋은 의견을 다른 무리에서도 낼 수 있음. 즉, ‘[펌]’ 하는 것.
혹시 스티로폼 의견이 나오면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올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지난번 예에서 봤듯이 성공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그 근거. 그렇다면 가장 성공할 가능성이 큰 방법론에 대한 모색이 시작될 것임.
노조에서 희생을 각오하고 나선다면 좋겠으나, 이것은 무리라고 봄. 개인적으로 실천하기에 매우 어려운 일인데다가, 지금 노조에서 조직적으로 그런 힘을 동원할 것 같지도 않음.
그렇다면? 모금을 해서 장비를 빌리거나 사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온다. 사람들의 절박함(쥐새끼를 끌어내리겠다는 의지의 세기에 더하여 다른 방법이 없다는 절박함이 필요) 다른 방법으로는 도저히 저것을 넘어서 성공적으로 청와대로 갈 수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상당히 긴 토론이 필요할 수도 있음. 당연히 길어지면 좋지 않음. 이 결정이 내려지기까지의 시간은, 집단 분노 게이지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보임. (만일 그 전날 경찰이 누구 하나 죽였다면… 게이지 만땅인거다)
모금에는 당연히 얼굴이 좀 알려진 사람, 공인에 버금가는 인물이 필요하다. 미쳤다고 수천만원이 될 돈을 아무한테나 맡기냐. 아고리언은 냉정하(해야한?)다. 혹시라도 누군가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장비가 있으니 가져오겠다, 고 하더라도 그 인물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프락치가 자기가 가져온대 놓고 토끼면 기다린 사람들이 대략 새된다.) 이것은 역시 인파 중에 섞여있을 기존에 노조에서 활동하는 알려진 사람들에 의해 가능할 것이며, 간부급인 사람들은 즉석에서 노트북을 가진 사람들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신원 조회가 가능하다. (이러한 인증단(means just 인증작업을 하고있는 사람들. 권위따위를 가진 ~단 이 아니라)이 신속히 만들어질 수 있음)
아 참, 낮일 것.
중장비를 사용하기로 결정이 났다면, 필요한 물건들이 무엇이 있으며, 어디서 어떻게 조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필요하다. 건설노동자들, 중장비 운전자격증 소지자들이 모일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이러한 기계를 취급하는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겠고, ‘울 아빠가 포크레인 모세요’ 하는 여고생도 있을 수 있다. 아무튼, 이런 사람들은 따로 모여서 더 빠르고 정확한 synergetic한 토의를 해낼 수 있다. 이는 3~40명의 인원으로 구성되었을 때 매우 생산적일 것이다. 마치 깃발 회의를 할 때처럼 모이는 거다. 그리고 부가적으로, 이들, 갑자기 주요인사가 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미리 구성된 투쟁조직들- 예비군단이나 전대협 등등-이 이들의 안전을 위해 주위를 에워싸고 이동 시에 동행하기로, 소회의에서 결정될 수 있다.
 
한두시간이 걸리겠지. 기다리는 동안도 우리는 뭔가 할 것이다.
일부 기술자들은 일반 시민들이 해줬으면 하는 일들을 (힘 쓰는 일. 마력 대신 인력이다….ㄷㄷㄷ) 또는 필요한 것들을 얘기하고 모집한다. 이 인력들에 대해서는 짧은 교육도 이루어진다. 인터넷으로 즉석에서 거의 전문지식에 가까운 산성 뜯어내기 전략이 세워질 수 있다. 만일 CCTV와의 연계가 가능하다면, 경찰력이 있는 산성 너머가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있는지 정보를 알아낼 수 있고, 이것은 산성 해체와 그 후의 돌격 작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암튼 역시 인터넷은 여기서도 엄청 큰 힘을 발한다.
 
마침내 장비들이 도착한다.

 

 

섬망과 같은 수준의 꿈인가?

잠이 들기 직전 상태의, 환상과 현실이 뒤죽박죽 섞인 이상한 꿈...

아... 내가 상상한 이 장면이, 이 큰 흐름에서 얼마나 작은 부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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