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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 등록일
    2008/11/26 10:49
  • 수정일
    2008/11/26 10:49

지난 토요일 대규모집회가 있었다.

대회 준비로 쪼매 바쁜 까닭에 정신없었다는 건 거짓말이고,

하여튼 대회 당일 조금 바빴다.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평소에 게으른 성격탓으로, 주변에서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운동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자전거를 샀지만, 최근 들어서 페달을 밟아 본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항상 설레발만 떨다가 마는게 나의 모습(윽 끔찍스럽~~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대회 당일 챙겨야되는 일들, 특히, 물건 때문에, 현장의 화장실 상태와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평소 하루에 최소2~3번, 많게는 굴비 한두름만큼 가던 화장실을 갈수 없었다.

뭐 하루 정도야, 크게 대수롭지 않다.

그전에도 가끔은 이런 일들을 겪게되는 지라, 몸이 충분히 적응하고 있는 상태인지라,

대회가 끝나고 비정규,장기투쟁사업장 촛불문화제를 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와중, 전화가 왔다.

이모부께서 돌아가셨으니 준비하라는 얘기다.

 

벌써 몇년전인지, 까마득하기만 하지만 아주 오래전 우리 가족은 큰 이모네와 같이 살았다.

나의 머리로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함께 살던 그집 앞에서 세발자전거를 타고 있던 나와 누이 둘, 그리고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이 나의 모자란 기억을 채워주고 있다.

지금도 가끔 말씀하시지만, 정말 못살았던 당시의 기억들은 어른들의 넋두리 속에서 흘러나온다.

집안일과는 사실 담쌓고 살아온 난, 큰아들이라는 압박도 모르쇠로 넘기고 있지만,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임을 안다.

 

결국 바로 집을 들려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장례식이 끝날때까지 함께하면서 가족들의 이런 저런 모습, 이종사촌과 그간 못만났던 이들의 모습, 그리고 나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들이다.

 

그리고 첨으로 염과 입관하는 모습을 봤다.

그 딱딱하게 굳어진 몸을 이리저리 들척이며, 누구는 흘러내리는 땀을 씻어내고, 누구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친다.

슬피우는 가족들과 친척들, 가시는 님을 위해 궁중양식이 어떻고, 또 뭐라고 하지만, 다 슬프고 조심스러울 뿐이다.

이럴 경우, 평소 못했던 사람들이 더 조심스럽고 슬프기만 하다는데, 눈이 괭하게 물든다.

돌아가신 이모부의 성격을 매우 급하고, 꼼꼼했다.

집안의 대소사가 벌어지면, 이모부는 맞사위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함인지, 아님, 평소 그러신지(아마도) 이런저런 모든일들을 꼼꼼하게 살피고 꼼꼼(!)하게 지적을 한다.

 

이번 장례식에는 바로 그런 이모부가 빠져버렸다.

챙기던 사람이 주인공으로 장례식을 치루고 있다보니, 여기저기서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라는 소리가 가끔 들린다.

물론 대체로 장례식 전문 업체가 와서 일반적인 사항들은 전부 확인하고, 준비하고, 판단해준다.

돈문제만을 빼고 말이다.

 

결국 집회부터 3일간 피곤이 쌓이고 쌓였다.

부조금 계산하고, 상주들 챙기고, 손님 맞이하고, 친척어른들 모시는 일까지, 얼레벌레 시간을 흘러 결국 옥천에서 마지막 일정까지 맞쳤다.

 

그렇게 3일이 흐르고 나자.

몸은 천근 만근 무겁기만 하다. 어깨는 짓누르고, 다리는 풀러진 느낌이다.

거기에 뱃속은 가득하다.

3일간 소변만 봤지, 한번도 큰일을 치루지 못했다.

결국 4일째되던날, 화장실에서 큰 싸움을 치루었다.

뱃속 가득한 덩어리들을 찔끔 찔끔 몇번에 걸쳐서 쏟아냈지만, 피곤에 겹친 몸살기운까지을 견디지 못했다.

 

오늘 쌓였던 그 마지막 속을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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