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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죽음을 보고- 스물하루가 지나

  • 등록일
    2009/02/10 23:13
  • 수정일
    2009/02/10 23:13

그 죽음을 보고, 아니 학살을 보고 더이상 감상에 빠져 찔금거리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마른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가슴엔 피눈물이 흐른다.

 

벌써 스물하루의 날이 지나버렸다.

그리고 또다시 분노는 슬픔이 묻혀버린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자괴감.

권력과 자본의 학살만행이 벌어지더니,

이제 사법살인이 벌어졌다.

 

망루에

사람이 있었고,

죽은자는 있는데,

죽은자의 아들이 범인이란다.

살기위해 함께 올라갔던 아들이 범인이고

그 이웃들이 범인이란다.

 

이제 우리에게 밝혀야 할 것은 없는지도 모른다.

용산에서 우리가 밝혀야 할 것은 이미 없다

 

우리 모두는 이미 저들에겐 범인이고 테러범이다.

저들엔겐 언제나 학살해야할 대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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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청계광장에서

  • 등록일
    2009/02/10 09:35
  • 수정일
    2009/02/10 09:35

5번째 죽음,

살기위해 올라가 주검이 되어 내려올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이 있다.

어제 청계광장에서  5분의 철거민을 향해, 그 유족들을 향해, 또 우리 자신을 향해

울려퍼지는 소리에 쓰린 가슴을 안고 있어야 했다.

지금 고인들은 5번째 죽음을 맞고 있다.

그리고 그 죽음의 가해자는 바로 우리 자신이 되고 있다.

이 5번째 죽음은 우리 모두의 죽음이다.

아래는

2월 9일 청계광장에서 읊어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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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를 죽이고 가마- 용산 참사 열사들을 생각하며

나는 네 번 죽었다.
첫 죽음은 이 자본주의사회에
가난하고 평범한 이로 태어났다는 죄였다
차별과 기회의 불균등 속에서
어린 동심을 죽이고 소년소녀의 꿈을 죽이고
청년의 가슴을 죽였다

살아야겠기에
수많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며
이상과 이성과 용기와
사랑과 연대의 마음을 내 스스로 죽여야 했다

두번째 죽음은 철거였다
당신은 이 세상에 세들어 사는 하찮은 이였다는 통보
너는 이 세계에서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외지인이라는 딱지
하늘과 땅 사이 어디에도 깃들 곳 없는 부평초 인생이라는 낙인
쓰라린 가슴이 동굴 속처럼 텅비었다

세 번째 죽음은 화형이었다
뿌리 뽑힌 주소지를 들고
살기 위해 망루를 오르자
너희들은 세도 권리금도 필요치 않은
저 높은 저 하늘나라로 가서 살아라고
이 땅에서 얻은 단 하나릐 몸마저 벗고
휠휠 날아가 버리라고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4층 망루에 가둬두고
아래에서 불길을 지폈다

이렇게 세 번 죽임을 당하고도
나는 아직 죽지 못하고
네 번째 죽임을 당하고 있다
오를 곳이라곤 저 하늘 밖에 없었던
내 인생이, 내 가족들이, 내 이웃들이, 내동료들이
폭력 집단이라 한다.브로커라 한다.
분명히 나는 죽었는데 죽인 이는 없다 한다

그래서 나는
아직 살아 있다
죽어서도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죽어서라도 가고 싶던 저 해방의 나라
저 평등의 나라, 저 사랑의 나라로
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살아 투쟁 중이다
죽은 자에게까지도 투쟁을 요구하는
이 부조리한 사회, 이 야만의 세계
이 예의없는 세상을 철거하기 위해
철거당해야 할 것은
벌거벗은 이들의 처절한 투쟁이 아니라
가난한 자들의 뜨거운 3자 연대가 아니라
너희들의부정한 착취와 독점과 공권력이라고

오, 산잔들이여
나는 죽어서도 투쟁한다
죽어서도 이 세상을 용서할 수 없다
죽을 수도 없는 이 세상을 용서할 수 없다

내 아이여 용서하지 말아다오
내 아내여 용서하지 말아다오
내 이웃들이여 용서하지 말아다오
내 동지들이여 결단코 결단코 용서하지 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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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화된 공권력

  • 등록일
    2009/02/09 13:25
  • 수정일
    2009/02/09 13:25

2월 9일,

 

검찰은 스스로 정권과 건설자본의 종속되었음을 확인시켰다.

 

망루에서 떨어져 경찰에 의해 이불이 덮혀진 채로 물대포의 물이 흐르는 시멘트 바닥에서 떨면서

죽어갔던 이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용역철거반의 셀수 없는 만행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

경찰과 검찰, 그리고 공권력이라는 미명하네 인권이 유린되고 있는 지금,

TV에 나와 "경찰이 하나 죽어고"라고 지껄이는 대통령이 있는 지금

철거민을 테러범으로 지목하여 테러진압반을 투입하는 경찰수뇌부가 있는 지금,

양심에 걸려 판결을 할수 없다고 스스로 법복을 벗어야 하는 지금,

개인의 판단과 고민을 인터넷에 게시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어야 하는 지금,

개인보다 못한 경제전망과 판단, 정보를 가지고 운영되는 국가가 있는 지금,

소통을 한다면서 지말만 지껄이는 지금,

.

.

책임지는 건 사퇴만이 능사가 아니라며, 김석기는 사퇴하라고 하는 지금,

입을 막기 위해, 압력, 폭력, 심지어 뭔짓인들 못하겠냐는 지금,

이들이 버젓히 노동운동에 서 있는 지금,

 

우린 지금 어디 서 있을까,

 

사유화된 공권력,

그건 국가 권력만을 이야기 하는 건 아닐 것이다.

우리가 세워 나갈 것은 그런 권력이 아니다.

 

우리안에 공유되고 함께 만드는 것, 그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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