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정당선택 프로그램

(Bericht über Wahl-O-Mat)

 

작성: 2009년 9월 12일

cheiskra at hanmail dot net

 

이전 선거에서와 마찬가지로, 2009 독일 연방의회선거를 맞이하여 정부(관련) 기관인 연방정치교육센터(Bundeszentrale für politische Bildung)가 제작, 배포하는 정당선택 프로그램(Wahl-O-Mat, http://www.tagesschau.de/wahl/wahlomat/)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이 프로그램은 2009 연방의회선거 공식 홈페이지 및 거의 모든 방송사, 신문사 홈페이지에 링크되어 있어 네티즌이 쉽게 접근해 자신의 의견과 같은 정당이 어떤 정당인지 알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책선거를 실현하고자 제공되고 있다.

 

 

(시작화면)

 

프로그램 메인 화면에 있는 설명에 의하면, 이번 연방의회 선거에 후보자를 낸 정당 중에서 24개 정당이 연방정치교육센터에서 뽑은 38개의 선거 이슈에 대해 사전에 찬반대답을 했고, 네티즌은 이 정당선택 프로그램을 통해 각 선거 이슈에 찬반을 표시함으로써 어떤 정당이 자신의 의견에 가장 적합한지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위 그림에서 시작(Start)을 누르면, 첫 번째 선거 이슈가 나온다. “원자력 운용기간은 연장되어야 한다.” 최근 원자력 반대데모가 격화되고 있는데, 이렇듯 연방정치교육센터는 시의적절한 선거이슈에 대한 의견을 이미 각 정당에 묻고, 네티즌이 자신의 의견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네티즌은 4개의 선택지, 즉 찬성(stimme zu), 중립(neutral), 반대(stimme nicht zu), 이 이슈는 통과(These überspringen)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4개의 선택지는 각 정당에게도 똑같이 제공되었던 것이다.)

 

(1번 질문)

 

나머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질문 2: 포괄적인 법적 최저임금의 도입

질문 3: 연방군은 아프카니스탄에서 즉시 철수되어야 한다

질문 4: 독일은 EU에서 탈퇴해아 한다

질문 5: 기업은 경영자의 급여액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질문 6: 경찰의 개인 컴퓨터에 대한 위장된 온라인 조사는 금지되어야 한다

질문 7: 학사과정(Erststudium) 수업료는 면제되어야 한다

질문 8: 모든 주(州)에서, 취학 전 모든 아동에 대한 의무적 언어시험의 도입

질문 9: 동물실험의 예외 없는 금지

질문 10: 민간 은행에 대한 국가관여는 단지 임시적 긴급해결책으로만 허용되어야 한다

질문 11: 인권을 경시하는 나라와의 교역은 중지되어야 한다 -> 윤리적 소비운동처럼, 언뜻 비인권국과의 교역은 경제적 이익만을 생각한 것으로 비판의 대상일 수 있다. 하지만 위 질문은 기존의 지배적인 인권 개념을 사용하면서 묻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예컨대 사실상의 비인권국인 미국의 공식적 비인권국인 북한에 대한 교역제재는 정당한가?

질문 12: 지도급 자리에 대한 법적 여성할당은 유지되어야 한다

질문 13: 기업세는 축소되어야 한다

질문 14: 연방차원에서도 주민투표(Volksentscheiden) 도입

질문 15: 탁아소에 아이를 맏길 권리를 요구하지 않는(권리가 없는) 부모는 양육비를 받아야 한다

질문 16: 모든 청소년은 직업교육(Ausbildung)자리를 법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

질문 17: 기업의 해고보호는 완화되어야 한다

질문 18: 터키는 EU 정구성원 자격을 받아야 한다 -> EU에 대한 반대와 터키의 EU 가입에 대한 반대를 구분하지 못하는 질문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질문 19: 독일 고속도로에서 보편적 속도제한 (현 속도제한 없는 고속도로 존재)

질문 20: 대학생, 초중고생, 직업교육자는 부모의 소득과 상관 없이, 연방직업교육촉진법(BAföG)의 권리를 가져야 한다

질문 21: 독일 마르크화는 재도입되어야 한다

질문 22: 생태농업은 국가에 의해 재정적으로 더 강하게 촉진되어야 한다

질문 23: 기독교적 가치는 독일정치의 이상이 되어야 한다

질문 24: 철도는 완전히 국가소유이어야 한다

질문 25: 군복무 의무는 현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 -> 군복무 의무의 강화를 주장하는 정당과 군대 폐지 및 완전한 시민복무제로의 전환을 주장하는 정당이 같은 범주(즉 "반대")로 묶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질문 26: 독일에서 유전자 변형 식료품이 생산되도록 허가어야 한다

질문 27: 동성 동반자에게 완전한 입양권

질문 28: 재산세는 재도입되어야 한다

질문 29: 교육정책은 주(州)의 소관으로 있어야 한다

질문 30: 독일로의 망명을 받아들이는 가능성은 완화되어야 한다

질문 31: 진료비(Praxisgebühr)는 폐지되어야 한다

질문 32: 임금삭감시, 법적 연금도 이에 조응해 삭감되어야 한다

질문 33: 독일 기업의 무기수출에 대한 전면금지

질문 34: 구분된 교육체계(Haupt- /Realschulen und Gymnasien)(직업교육특화 고등학교/인문계 고등학교 등)는 유지되어야 한다

질문 35: 독일에서 지속적으로 사는 모든 사람에 대한 자치단체(Kommunal) 선거권(주의회, 연방의회 선거권은 아님)

질문 36: 실업급여 2("Hartz-IV")에 대한 규정조항은 분명히 개선되어야 한다 

질문 37: 테러와 싸우기 위해 연방군은 국내 또한 투입될 수 있어야 한다

질문 38: 우리가 연방공화국에서 가지고 있는 민주정체가 최상의 국가형태이다

 

위 질문들에 답을 하면, 자신이 어떤 대답을 했는지가 종합표로 나온다. 그리고 정당과의 의견 일치도를 더 정확하게 하기 위해, 이슈 가중치 설정(These doppelt gewichten) 칸을 이용해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에 체크할 수 있다.

 

                                     

(가중치 설정 화면)

 

그 다음 하단에 있는 정당 선택(Parteien auswählen) 단추를 누르면, 자신의 의견과 비교하고 싶은 정당을 고르는 화면이 나온다. 조사된 24개 정당 중에서 최대 8개 정당을 선택할 수 있다. 위 이슈에 답해 네티즌이 선택할 수 있는 24개 정당은 다음과 같다.

 

(정당선택 화면)

  

CDU/CSU (Christlich Demokratische Union Deutschlands / Christlich-Soziale Union in Bayern e.V.) 기민련/기사련 (독일 기독교민주주의연합/바이에른 기독교사회연합)

SPD (Sozialdemokratische Partei Deutschlands) 사민당 (독일 사회민주주의당) 

FDP (Freie Demokratische Partei) 자민당 (자유민주당)

DIE LINKE 좌파 (좌파당)

GRÜNE (BÜNDNIS 90/DIE GRÜNEN) 녹색 (녹색당)

 

이상 주요정당은 특별히 노란 박스 안에 들어 있다. 이하는 군소정당이다. 참고로 2005 연방의회 선거뿐 아니라 2009 유럽의회 선거에도 후보자를 낸 DIE FRAUEN (Feministische Partei), 여자들 (여성주의당) 은 선택대상에서 제외되었는데, 선거 불출마 때문인지, 입장을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NPD (Nationaldemokratische Partei Deutschlands) 민족민주당 (독일 민족민주주의당) (소위 나찌당)

REP (DIE REPUBLIKANER) 공화주의자들

FAMILIE (Familien-Partei Deutschlands) 가정/가족 (독일 가정/가족당)

Die Tierschutzpartei (Mensch Umwelt Tierschutz) 동물보호당 (인간, 환경, 동물보호)

PBC (Partei Bibeltreuer Christen) 성경을 신뢰하는 기독교도들의 당

MLPD (Marxistisch-Leninistische Partei Deutschlands) 독일 맑스주의-레닌주의당 (스탈린주의적 성향으로 알려짐)

BüSo (Bürgerrechtsbewegung Solidarität) 시민권운동 연대

BP (Bayernpartei) 바이에른당

PSG (Partei für Soziale Gleichheit, Sektion der Vierten Internationale) 사회평등당 (4차 인터내셔널 국제위원회 독일지부) (4차 인터내셔널 통합서기국 독일지부 - 프랑스 식으로는 반자본주의당을 만든 혁명적 공산주의자동맹[LCR] - 및 다른 트로츠키주의계열 인터내셔널 독일지부 대부분은 좌파당 지지)

ZENTRUM (Deutsche Zentrumspartei - Älteste Partei Deutschlands gegründet 1870) 중앙 (독일 중앙당 - 1870년 설립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당)

ADM (Allianz der Mitte) 중도연합

DIE VIOLETTEN (Die Violetten; für spirituelle Politik) 보라색 (영적인 정치를 위해)

DKP (Deutsche Kommunistische Partei) 공산당 (독일 공산주의당) (보통 공산당은 좌파당과 연합해 지방단체/주의회 선거에 후보를 내왔으나, 연방의회 선거만큼은 독자 리스트로 출마)

DVU (DEUTSCHE VOLKSUNION) 독일 민족연합 (소위 나찌당)

FWD (Freie Wähler Deutschland) 독일 자유선거자들

ödp (Ökologisch-Demokratische Partei) 생태-민주주의당

PIRATEN (Piratenpartei Deutschland) 해적들 (독일 해적당)

RENTNER (Rentner-Partei-Deutschland) 연금생활자 (독일 연금생활자당)

RRP (Rentnerinnen und Rentner Partei) 연금생활녀와 연금생활남의 당

 

정당을 선택하고 결과보기(Ergebnis anzeigen)을 누르면, 어떤 당이 자신의 의견과 가장 같은지 보여준다.

.

 

 (결과: 자신의 견해와 비슷한 정당)

 

그리고 각 이슈별 의견 일치도를 나타내는 표에서, 자신의 생각과 각 당의 의견을 상세히 비교할 수 있다. 또한 맨 오른쪽에 있는 노란색 인포(ⓘ)를 클릭하면, 연방정치교육센터에서 제공하는 해당이슈의 상세한 설명 및 논쟁을 볼 수 있다. 네티즌은 이 설명을 보고 자신의 기존 견해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 후, 각 이슈로 돌아가 의견을 바꾸거나(하단의 zurück zu den Thesen 단추), 비교하고 싶은 정당을 새로 선택하거나(zurück zur Parteienauswahl), 가중치를 바꾸어(zurück zur Gewichtung) 새로운 결과를 볼 수 있다.

 

 

(각 이슈별 의견 일치도: 녹색은 찬성, 적색은 반대, 회색은 중립, 빈칸은 통과)

 

위와 같이 정당선택 프로그램은 투표자가 정치가 개인 카리스마나 정당 이미지에 흔들리지 않고 정책을 고려하여 투표하는 것을 돕고 있다. 그러나 위 선거 이슈 모두가 사회전체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같은 값을 가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시 말해 중요도가 다르기 때문에, 각 이슈에 같은 값을 부여해 자신과 일치하는 당을 찾도록 하는 것은, 각 이슈 혹은 정책이 사회전체에서 혹은 개인에게 차지하는 상이한 질적 지위를 무시하고, 따라서 진정으로 자신에 적합한 당을 찾도록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에 유념해야 한다. 물론 이 프로그램은 "자신의 대답과 정당의 대답이 높은 일치를 보인다고 해서, 자신과 정당의 내용적 근접함을 반드시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경고하고 있으며, 위에서 보았듯이 가중치를 부여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각 이슈별로 가중치를 차별해 설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중치 유/무만을 설정할 수 때문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가중치를 세분화해 이를 각 정당에 묻고,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네티즌도 이슈 중요도를 세분화해 선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위에서 지적했듯이 선거 이슈질문 중에서 모호한 질문이 발견되며, 유권자가 관심 있어하는 선거 이슈가 빠져 있는 등 (예를 들어 중요 이슈인 ‘기본소득’ 이 빠져있다) 선거이슈 선정, 질문방식 및 대답방식의 문제가 있어, 정당선택 프로그램은 아직 불안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주의와 후보자 개인의 조직력 혹은 이미지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손호철 선생의 말대로 적어도 ‘형식적으로라도’ 계급투표로 가기 위해서는, 최소한 자신과 정당의 정치(정책)성향을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위와 같은 정당선택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망적인 상황이라면, 시민단체라도 자체적으로 정당선택 프로그램을 만들어 배포하는 것이 선거‘판’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의회주의에 매몰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말이다.

  

* 연방정치교육센터의 정당선택 프로그램 Wahl-O-Mat 연구방법론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http://www12.bpb.de/methodik/XQJYR3,0,Willkommen_beim_WahlOMat_.html 참조.

 

(너무 물렁물렁한 이야기만 했나.. ^^;)  

 

추신: 우리나라에도 경실련 정당선택 도우미 프로그램, KBS 정당정책 비교프로그램이 있다고 한다. 하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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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2 19:09 2009/09/1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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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ahl-O-Mat 2009

    FROM 2009/09/13 11:35  삭제

    찬별 님의 번역을 참고하여 Wahl-O-Mat 2009에 답해보았다. 예상대로 디 링케와의 의견 일치도가 제일 높게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