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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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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박 6일간 다도해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 다도해의 경제운영 원리가 특이해서 다 알지는 못하지만 간략하게나마 묘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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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다도해는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연히도 각 섬은 ‘각 섬의 역사적, 문화적 욕구 수준에 따라 경제생활을 자립적으로 할 수 있을 만큼의 최소한의 면적과 인구’를 지니고 있다. 다도해 사람들은 이러한 하나의 섬을 하나의 ‘내부순환경제공동체’라고 부른다. (물론 어떤 섬은 면적 혹은 인구가 적어, 다른 섬과 함께 하나의 내부순환경제공동체를 이루기도 한다.) 그러나 효율적 생산을 위해 다도해 섬들 간에 분업적 생산이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이 분업적 생산은 그 크기에 따라 다시 소범위 경제공동체 연합, 중범위 경제공동체 연합, 다도해 경제공동체 연합을 구성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특정한 생산물들이 역사적, 문화적 배경 하에서 소범위에 속한 섬들에서 주로 소비되는 경우, 이 생산물 생산부문은 주로 소범위에 속한 섬들 사이에서 각 섬의 생산지적합성-생산효율성 판단에 따라 분업적으로 배치되고, 따라서 이 소범위에 속한 섬들은 하나의 소범위 경제공동체 연합을 이루게 되는 식이다. 즉 다도해 경제공동체 연합에서 소범위 경제공동체 연합으로 갈수록 일반적 욕구충족에서, ‘일반적 욕구충족일 뿐만 아니라, 역사적, 문화적으로 특수한 욕구충족적인’ 생산의 성격을 띠게 되고, 하나의 내부순환경제공동체는 이러한 일반적 욕구충족과 역사적, 문화적으로 특수한 욕구충족이 최종적으로 중첩되는 곳이다.

 

이렇게 구성된 다도해는 몇 가지 기본적인 경제원리가 작동하고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1. 평등한 노동의 원리

 

① 다도해 생산부문 대표자회의와 다도해 대표자회의가 5:5로 구성하는 다도해 경제조절 위원회(앞으로 무슨 무슨 대표자회의, 위원회라는 명칭이 많이 나오는데, 이는 맨 밑에 있는 ‘민주적 경제조절의 원리’에 있는 표를 참조하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에서 다도해 구성원의 기본욕구(의식주 관련)와 1차 확장욕구를 정하고(이에 따라 당연히 사회적 필요생산부문이 정해진다), 다도해 전체에 공통적인 사회적 필요노동시간을 정하고 부과한다. 물론 중범위 경제조절 위원회, 소범위 경제조절 위원회, 내부순환경제 위원회도 각각의 특수한 욕구에 따라 사회적 필요생산부문을 추가하고, 따라서 사회적 필요노동시간을 추가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적 필요노동시간이 결정될 때, 노동강도 및 노동과정의 형태도 함께 고려되는데, 이렇게 노동과정에 직접 관련되는 문제는 반드시 노동을 수행하는 해당 생산단위 노동자총회가 해당 위원회의 의사결정에서 1/3의 권한을 갖는다. - 표 참조) 한 섬(내부순환경제공동체)에 사는 사람은 이렇게 규정된 시간만큼 노동한다. 예를 들어 내가 방문한 섬에서는 다도해 경제조절 위원회, 중범위 경제조절 위원회, 소범위 경제조절 위원회, 내부순환경제 위원회에 의해 중층적으로 결정된 최종 사회적 필요노동시간 주 30시간(주 5일, 하루 6시간)을 모두가 노동하고 있었다.

 

② 물론 내부순환경제 위원회에서 규정한 특정한 사람들(아동, 청소년, 임산부, 학생, 환자 등)에게는 노동이 부과되지 않는다.

 

③ 그리고 생산단위(기업) 간, 생산부문 간 노동시간의 차이를 두지 않는다. 즉 한 섬에 사는 사람은 직업에 관계없이 모두가 같은 노동시간을 노동한다. 이는 노동시간 차이를 근거로 소득 차이를 요구하는 시도(자본주의적 원리, 가치법칙)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제기되는 원리이다. 게다가 진정한 자유의 왕국은 자기실현을 위한 자유시간에서야 비로소 시작되기 때문에, 생산단위 간, 생산부문 간 노동시간의 차이를 두지 않는 정책은 모두가 평등한 자유를 누리기 위해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이기도 하다.

 

④ 그러나 이후에 서술될 다도해의 분배원리는 ‘필요에 따른 이용-분배’이기 때문에, 위와 같이 생산단위 간, 생산부문 간 노동시간의 차이를 두지 않는다고 했을 때, 치명적인 문제점이 나타난다. 즉 ‘평등한 노동시간의 원리’와 ‘필요에 따른 이용-분배’의 원리는 가치법칙을 제거하는 다도해 경제의 근본원리이지만, 이 원리만으로는 사회적 수요의 변화에  생산부문을 원활히 조응시킬 수 없다. 이는 바로 ‘필요에 따른 이용-분배의 원리’가 생산단위 간, 생산부문 간 노동력의 원활한 이동을 막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더 많은 노동시간에 따른 더 많은 소득’이 없다면(이는 바로 ‘필요에 따른 이용-분배의 원리’가 낳은 결과이다), 사회적 수요의 변동에 조응해서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생산부문에 더 많은 노동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힘이 없고, 이렇게 된다면 모두가 같은 시간을 노동하는 조건에서, 사회적 수요가 적어지는 생산부문에서는 사회적 노동력을 낭비(과잉생산)하고, 사회적 수요가 늘어나는 생산부문에서는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과소생산)을 맞게 된다. 다른 한편 생산단위 간, 생산부문 간 노동력의 이동이 원활하지 않아 이렇게 사회적 수요의 변동에 따라 과잉생산, 과소생산이 발생한다면, 이를 막기 위해 특정 생산단위, 특정 생산부문에서는 과잉생산에 대항해 더 적은 시간을 노동하거나 과소생산에 대항해 더 많은 시간을 노동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은 다시 ‘평등한 노동시간의 원리’에 모순되는 것이고, 더 많은 노동시간을 일해야 하는 특정 생산단위, 특정 생산부문의 불만 및 저항을 야기할 것이다. 따라서 ‘평등한 노동시간의 원리’와 ‘필요에 따른 이용-분배의 원리’를 유지하면서도 사회적 수요에 조응하는 생산(과소생산과 과잉생산의 방지)을 위해서는 생산단위 간, 생산부문 간 노동력의 이동을 원활히 작동시킬 체계적 방책이 요구된다. 이 방책을 섬사람들은 고심해서 발견했는데, 그것이 바로 ‘추첨과 능력에 의한 노동력 이동의 원리’이다. 즉 사회적 수요의 변화로 한 생산단위, 생산부문에 더 많은 생산물이 생산되어야 할 경우, 그 생산단위, 생산부문의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산단위, 생산부문의 잉여노동력과 사회적 잉여노동력을 그 생산단위, 생산부문에 투입해 사회적 수요에 조응하는 생산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 예를 들어 특정 생산단위, 생산부문에 사회적 수요가 증가함으로써 기계투입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노동력이 요구되지만, 자발적인 지원노동력이 부족할 경우, 특정 생산단위, 생산부문이 감당하고 있는 범위에 따라서, 다도해 경제조절 위원회, 중범위 경제조절 위원회, 소범위 경제조절 위원회, 내부순환경제 위원회의 중층적 결정에 의해 사회적 잉여노동력 중 일부를 ‘추첨’을 통해 의무적으로 특정 생산단위, 생산부문에 배속한다. 내가 둘러 본 섬에서는 특히 3D업종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며, 추첨을 통한 노동력 배속뿐만 아니라, 섬에 공통적으로 꼭 필요한 일이지만 힘들고 모두가 싫어하는 일인 경우, 폐지된 군대대신 도입된 공동체구성원의무복무제를 통해 필요노동력을 충당하기도 했다.

㉡ 그리고 반대로 특정 생산단위, 생산부문에 사회적 수요를 담보하는 것 이상으로 노동력 지원이 몰리면, ‘능력 및 자격평가’를 통해 필요노동력을 선발한다. 그런데 여기서 3D 업종 같은 부문은 ‘추첨’으로 반강제적으로 노동력을 충당한다고 하지만, ‘필요에 따른 이용-분배’가 보장되는데 누가 일부러 힘들여 공부해서 소위 고도의 복잡노동(예를 들어 의사)을 하겠느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더 고도의 복잡노동일수록 더 창조적이며, 노동 안에서 자기실현을 맛 볼 가능성(노동 안에서의 해방의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사회교양-교육 기관에서 사회적(물질적이 아니라!) 인정(명성, 명망)을 받도록 홍보되기도 한다. 따라서 섬사람들은 모두가 같은 노동시간을 일하는 것이 철의 법칙이라면, 그 시간을 그냥 아무생각 없이 일하면서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만큼은 그 나름대로 노동하면서도 자기실현을 맛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복잡노동에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기서 복잡노동과 단순노동은 분배와 아무런 관련도 없고(‘필요에 따른 이용-분배의 원리’), 서로 시간적으로 환원되지도 않는다. 복잡노동과 단순노동은 사회적 필요에 따라 그 양이 정해지고, 그 양에 따라 각각의 노동력양이 배치될 뿐이다.

㉢ 물론 이렇게 노동력이 생산단위 간, 생산부문 간 자유롭게 이동하기 위해서는 생산 자체가 유연화되어 있어야 하고, 노동력 자체가 다능공화되어 있어야 한다. 사실 이 섬의 생산체제는 포스트포디즘 생산체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고, 전인간적 기초교육과 상시 직업교육으로 생산단위 간, 생산부문 간 노동력의 원활한 이동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물론 여기서 교육은 노동으로 인정받으며, 따라서 모두가 규정된 동일시간만큼 일해야 한다는 원리에 위반되지 않는다. 그러나 교육시간은 무조건 노동시간과 동일하게 결정되는 것(예를 들어 하루 6시간)이 아니라, 교육효율성과 피교육자의 합의에 따라 (노동시간 보다 많게 혹은 적게) 결정된다.

 

⑤ 또한 다도해 경제조절 위원회, 중범위 경제조절 위원회, 소범위 경제조절 위원회, 내부순환경제 위원회는 중층적으로 ‘인체에 유해한 노동부문’을 특별히 정하고, 이 부문의 기계투입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는 한편, 이 부문에서의 ‘직접적’ 노동시간을 최소한으로 규정한다. 이 때 노동과정에 직접 관련되는 문제이므로, 위에서 말한 것처럼, 반드시 노동을 수행하는 해당 생산단위 노동자총회가 해당 위원회의 의사결정에서 1/3의 권한을 갖는다. 예를 들어 하루 6시간 노동이 최종규정되어 있을 경우, 인체에 유해한 노동부문에서는 하루 1시간만 실제로 일하고, 나머지 5시간은 생산교육이나 회복시간으로 사용해도, 사회적 필요노동시간 6시간을 충족했다고 간주된다. 그러나 이는 ‘생산단위 간, 생산부문 간 노동시간의 차이를 두지 않는다’는 원리에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나머지 5시간이 1시간의 노동으로 인한 불가피한 회복시간이나 사회적 노동역량의 향상을 위한 교육시간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럴 경우, 기계투입에도 불구하고 이 부문에서 생산력이 하락할 수 있는데, 이 때는 위에서 이야기 한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회적 잉여노동력을 이 부문으로 ‘더욱 많이’ 돌림으로써, 노동시간의 급격한 단축으로 떨어진 생산력을 다시 회복시킨다. (특정 생산단위, 생산부문에 지원노동력의 부족할 경우의 예를 참조.)

 

2. 생활수단에 대한 필요에 따른 이용-분배의 원리

 

이제 위에서 잠깐씩 언급된 다도해의 분배원리에 대해 살펴보자.

 

① 다도해의 분배원리는 모두가 각자의 필요에 따라, 다도해 경제조절 위원회, 중범위 경제조절 위원회, 소범위 경제조절 위원회, 내부순환경제 위원회가 중층적으로 규정한 사회적 필요시설을 이용하거나 필요물품을 분배받는 것이다.

 

② 각자는 소속 생산단위에서 사회적 필요노동을 하고 있다는 증서를 가지고 섬행정당국1에서 섬구성원증을 받는다. 섬행정당국1은 각 생산단위에 기초적 사실만을 확인하고 즉시 섬구성원증을 발급한다. 섬행정당국2는 사회적 필요생산부문 생산단위 소속 노동자 혹은  독립노동자(우리식으로 자영업)가 실제로 규정된 사회적 필요노동시간(예를 들어 하루 6시간)을 노동하는지 ‘무작위로’ 실사하며(이러한 무작위 실사와 섬 구성원의 높은 공동체 의식이 관료의 비대화를 막고 있다), 그 결과를 즉시 혹은 다음 섬구성원증 발급 때 반영한다.

 

③ 각자는 발급받은 섬구성원증을 가지고 (무료로) 각자의 필요에 따라 필요시설을 이용하거나 필요물품을 분배받는다. 이는 개인이 수행한 개별노동시간을 표시하는 노동화폐나 시간전표(가치법칙의 반영)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며, 바로 코뮤니즘 실현의 결정적 원리이다. 

 

④ 내부순환경제 위원회에서 규정한 특정한 사람들(아동, 청소년, 임산부, 학생, 환자 등)도 필요생산부문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섬구성원증을 받는다.

 

⑤ 다도해 경제조절 위원회에서 규정한 기본욕구와 1차 확장욕구 생산부문의 생산물의 경우, 다도해 전체적으로 1인당 평등하게 분배되는데, 생산물이 충분치 않을 경우 위원회가 규정한 필수수요자에게 우선 분배하고, 다른 사람들은 ‘다도해 전체적으로 추첨’을 통해 분배받는다. (중범위 경제조절 위원회, 소범위 경제조절 위원회, 내부순환경제 위원회에서 규정한 사회적 필요생산물의 경우도 해당 범위 내에서 마찬가지의 원리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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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다도해 사람들의 공동의 사회적 욕구가 확장되면, 그에 조응해, 절차를 거쳐 새로운 사회적 필요생산부문이 추가될 수 있으며, 따라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필요시설 및 물품의 종류가 늘어날 수 있다. 반면 이러한 공동의 욕구의 확장과 새로운 사회적 필요생산부문의 추가는 기계투입 및 자동화에도 불구하고 노동력의 생산단위 간, 생산부문 간 이동, 혹은 더 많은 투입을 필요로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욕구의 확장, 사회적 필요생산부문의 확장, 추가는 사회적 필요노동시간의 연장과 관련될 수도 있으며, 각 위원회(최종적으로는 다도해 사람들)는 이러한 필요와 자유사이의 긴장 늘 고려하면서 사회적 필요생산부문을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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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섬구성원증은 2~6개월마다 갱신되는데, 사회적 필요생산부문에서 절차에 벗어난 노동저항이 있을 경우, 다도해 경제구성 원리 및 윤리 교육 후 섬구성원으로 다시 받아들일 기회를 주거나, 심사를 거쳐 심각한 경우 해당자에게 섬구성원증을 발급하지 않는다. 이는 사회적 필요시설 및 필요품을 사용하지 못하며, 따라서 실질적으로 섬에서 추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재심사를 통해 다시 섬구성원으로 받아들일 기회를 줄 수 있다. 또한 다른 섬에서 이 섬에서 구성원증 발부가 거부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고 확인해서도 안 되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만약 구성원증 발급이 거부된 사람이 다른 섬에서 노동의지를 표명할 경우, 다른 섬의 구성원증을 쉽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섬은 내부순환경제공동체 구성을 위한 ‘최소’크기를 지향하기 때문에, 특정 섬에 구성원 지원자가 몰릴 경우 이를 다 수용할 수 없고, 해당 섬에서 직접 실시하는 공동체구성원 의식평가 혹은 노동력평가를 통해 지원자를 선발하거나, 추첨을 통해 지원자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각 섬이 자기 섬의 질적 발전을 꾀하고 타 섬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전자의 선발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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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타 섬을 여행할 경우, 자기 섬구성원증으로 타 섬의 사회적 필요시설 및 필요물품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섬구성원증에 유효기간이 표시되기 때문에, 사회적 필요시설 및 필요물품을 무한정 이용할 수 없고, 따라서 타 섬에 장기체류하는 것은 어렵다. 이 경우 타 섬의 사회적 필요생산부문에서 노동하는 것을 통해, 타 섬의 구성원증을 받고, 사회적 필요시설 및 필요물품을 이용해야 한다. 특정 섬에 여행자가 심하게 몰릴 경우, 그 섬은 사회적 필요에 비해 자신의 생산력을 담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여행자(여행지원자) 전체 중에서 ‘추첨’으로 자기 섬의 사회적 필요시설 및 필요물품 이용자 선발한다. 여행자는 인터넷을 통해 이러한 여러 사정을 미리 고려하면서 자신의 여행계획을 쉽고 안정적으로 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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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공동체 간 경쟁의 원리

 

현실 사회주의의 문제의 하나로 지목된 것은 경쟁동기가 떨어져 생산성(생산물의 양과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소득차를 매개로한 개인 간의 경쟁을 통해서 생산성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코뮤니즘에 생산성 향상을 결합하려는 시도가 있는데(예를 들어 기본소득 + 능력소득을 주장하는 것), 그러나 다도해의 ‘운진’ 씨는 그런 시도를 (능력소득은 다시 가치법칙의 적용이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회귀로 보면서, 다도해는 소득차를 매개로한 개인 간의 경쟁을 부정하고, 새로운 차원의 경쟁, 즉 공동체(섬) 간의 경쟁을 도입하면서 생산성 향상 문제를 풀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다도해 사람들은 ‘공동체 간 경쟁의 원리’라고 말한다.

 

① 우선 다도해의 내부순환경제 공동체인 각 섬들 간에는 (문화의 상대성으로 일괄규정할 수는 없지만) 당연히 그 섬의 전체 생산성에 따라 생산물의 양적, 질적 차이가 존재하며(그런데 여기서 더 자주 제기되는 것은 사실 노동력을 투입하면 쉽게 증가할 수 있는 생산물의 양의 문제라기보다는, 생산물의 질의 문제이다), 따라서 생활의 질적 차이가 존재한다.

 

② 그러나 사람들은 자유로운 여행과 언론보도를 통해 섬 간 생활의 질을 쉽게 비교할 수 있고, 따라서 섬의 더 나은 생활의 질 확보를 위한 동기가 부여되며, 섬 간 경쟁이 유도된다. 예를 들어 내부순환경제 공동체에서 내가 ‘열심히’ 6시간 노동한 만큼, 남이 ‘열심히’ 6시간 노동한 생산물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원리가 작동하는데, 따라서 만약 특정 생산물이 타 섬에 비해 (타 섬에서 똑같이 6시간 노동함에도 불구하고) 질이 낮은 생산물일 경우, 이는 정당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 경우 해당 작업자들은 사회적 비판을 감당해야 하고, 따라서 타 섬처럼 혹은 타 섬보다 열심히 일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내부순환경제 공동체가 각자의 역사적, 문화적 욕구 수준에 따라 경제생활을 자립적으로 할 수 있을 만큼의 ‘최소한’의 면적과 인구를 가진 것은 이러한 공동체 간 경쟁과 이를 통한 발전을 위한 것이다. 여기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소득차를 매개로한 개인 간의 경쟁은 요구되지 않는다.

 

③ 그러나 예를 들어 철이 많이 나는 섬, 콩이 많이 생산되는 섬 등 천연자원적 이점에 따라 각 섬에는 주력 산업이 존재하고, 이 생산물이 타 섬으로 수출될 경우, 이런 수출품 생산단위의 구성원들이 ‘내가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그 생산물은 수출될 것이니까 섬 내부에서 비판받을 일은 없고, 따라서 적당히 노동해도 비난받지 않고 남들이 열심히 생산한 생산물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해, 생산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 하지만 이 수출품 생산단위가 생산한 생산물(예를 들어 원자재, 부품)은 자기 섬에서도 사용되는 생산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 또한 이 수출품 생산단위는 타 섬에서 같은 종류의 수출품 생산물을 생산하는 생산단위와 생산성에서 공개적으로 비교된다. 따라서 다시 섬의 생활의 질 및 명예확보를 위한, 이 수출품 생산단위에 대한 사회적 비판과 통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

㉢ 게다가 수출품 생산단위의 생산물 수출범위가 섬들의 소범위 경제공동체, 중범위 경제공동체에 해당될 경우, 소범위 경제공동체 간, 중범위 경제공동체 간 경쟁의 원리가 작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소범위 경제공동체에 수출하는 한 섬의 생산단위는 ‘특정 소범위 경제공동체에 같은 생산물을 수출하는, 같은 소범위 경제공동체에 속하는 타 섬의 생산단위’와 비교될 뿐만 아니라, ‘타 소범위 경제공동체에 같은 생산물을 수출하는, 타 소범위 경제공동체에 속하는 타 섬의 생산단위’와 비교되어, 그 소범위 경제공동체 전체의 평가를 가중적으로 받는다. (이는 소범위 경제공동체 간 경쟁의 원리이며, 중범위 경제공동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의 원리가 적용된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공동체 간 경쟁의 원리가 작동한다.

 

④ 다시 말하지만 ‘필요에 따른 이용-분배의 원리’는 노동시간전표의 원리(가치법칙)를 뛰어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화폐로 지급되는 일정액의 기본소득의 원리와도 다른 것이다.

왜냐하면 기본소득의 경우 잉여 화폐의 존재문제(화폐축적 및 세습)를 완벽히 차단하지 못하는 반면, 섬구성원증만으로 필요시설, 물품을 무료로 이용하는 ‘필요에 따른 이용-분배의 원리’는 그런 가능성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 또한 ‘필요에 따른 이용-분배의 원리’와 ‘공동체 간 경쟁의 원리’의 결합은 기본소득론자들이 생산성 담보를 위해 ‘기본소득 + 능력보수’를 제기하는 것과도 단절적이다.

ⓐ 섬사람들이 보기에, 능력보수는 다시 노동시간전표(가치법칙)로 돌아가는 것일 뿐만 아니라, 위에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화폐 세습의 문제를 더 심화시키며, 분배에서 복잡노동과 단순노동의 격차와 위계를 다시 인정하게끔 할 수밖에 없다. 또한 생산성 향상이라는 명목으로 생활수단 보유에 대한 개인 간 차이를 야기 시킴으로써, 개인 간 적대(이기심)의 근거가 되어 버린다. 이런 점에서 자본주의에서 한 치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 이에 반해 내부순환경제공동체(공동체) 간의 경쟁의 원리는 ‘필요에 따른 이용-분배의 원리’를 실현하면서도, 개인의 이기심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이기심을 공동체의 이기심으로 승화시켜 생산성 향상을 담보한다.

㉢ 그리고 노동의 매개 없이 기본소득을 주자는 주장은 항상 ‘그렇다면 사회적 필요노동력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반론을 받아왔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의 매개 없는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반자본주의적이며 혁명적인 전략이 될 수 있고, 유의미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코뮤니즘 사회가 된 후에, 사회적 필요노동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더 직접적으로 다가올 것이고, 노동의 매개 없는 기본소득 주장은 ‘기본소득과는 별도로 능력보수를 도입해 노동력을 유인한다는 발상 외에, 이에 대한 적절한 답을 아직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능력보수는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심각한 문제를 지닌 것이고, 후기 고르나 블라쉬케처럼, 코뮤니즘 사회가 되면 노동 자체가 즐거운 것이 되기 때문에 노동하지 않으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낙관만 할 수도 없다. 따라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만 하는데, 이에 다도해 사람들은 사회적 필요노동의 수행을 조건으로 한 섬구성원증(필요에 따른 이용-분배 자격증) 제도를, 사회적 필요노동력 확보 차원에서 기본소득 보다 우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다도해의 ‘평등한 노동의 원리’와 ‘필요에 따른 이용-분배의 원리’에 따르면, 개인이 지출한 노동의 크기와 분배받는 생산물의 크기는 비례하지 않고 아예 상관이 없기 때문에, 기본소득의 강점인 ‘가치법칙 파괴’도 여전히 담보할 수 있다. 결국 이 다도해의 경제운영 원리에 따르면, 가치법칙을 파괴하면서도 사회적 필요노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동시에 가능하다.

 

4. 평화의 원리

 

그러나 이렇게 공동체 간 경쟁의 원리가 강조되다 보면, 공동체 간 경쟁을 넘어 지배와 적대의 욕구가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다도해에서는 이에 대항해 ‘평화의 원리’를 강조하고 있다.

 

① 즉 다도해의 각 섬에서는 공동체(섬) 간의 경계는 인종적, 민족적, 인간본질적, 혹은 신에 의해 부여된 것이 아니라, ‘최소’ 내부순환경제 공동체를 구성하기 위한 인위적, 우연적, 역사특수적인 것이며, 따라서 각 공동체(섬) 간의 본질적 차이는 없고, 모든 다도해 섬들이 동등하다는 다도해 공동체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다도해 사람들의 자유로운 이동과 이주권 보장도 이러한 교육을 보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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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또한 타 섬에 대한 지배와 전쟁의 가능성은 목적과 수단의 결핍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 우선 내부순환경제 공동체의 ‘최소’크기는, 공동체 간 경쟁을 통해 다도해 전체의 현 수준를 유지하거나 발전시키기 위한, 그리고 ‘평등한 노동의 원리’, ‘필요에 따른 이용-분배의 원리’를 유지하기 위한 근본조건이기 때문에, 타 섬의 정복과 지배를 위한 전쟁은 다도해 전체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물론 전쟁과 지배에서 특정 섬 혹은 특정 소범위 경제공동체가 이익을 볼 수 있다는 환상을 지닐 수 있으나, 실제로 그들이 이익을 볼지, 다도해 전체 균형이 깨져서 스스로 불이익을 볼지는 알 수가 없다. 즉 그들은 불확실성의 세계로 가는 도박과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배와 전쟁의 목적에 큰 상처를 입는다.

㉡ 또한 기본적으로 국회라고 할 수 있는 섬 대표자회의, 소범위공동체 대표자회의, 중범위공동체 대표자회의가 전쟁을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각 섬의 생산부문 대표자회의, 소범위경제공동체 생산부문 대표자회의, 중범위경제공동체 생산부문 대표자회의, 다도해경제공동체 생산부문 대표자회의와 또한 내부순환경제 위원회, 소범위 경제조절 위원회, 중범위 경제조절 위원회, 다도해 경제조절 위원회에서 중층적으로 군수물자를 근본차단하고 생산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배와 전쟁의 수단을 구하기는 극히 어렵다. 이런 이유로 다도해의 ‘평화의 원리’가 유지되고 있다.

 

5. 생산수단에 대한 공동점유의 원리

 

다도해에서 각 경제단위의 생산수단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다. 따라서 거래할 수 없다. 각 섬에 속해 있는 생산단위의 생산수단의 사용권(점유권)은 그 생산단위에서 직접 노동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생산단위 노동자총회, 그 섬의 생산부문 대표자회의, 섬 대표자회의가 3:3:3으로 구성하는 ‘내부순환경제 위원회’에 있다.

 

6. 민주적 경제조절의 원리

 

위에서 경제조절을 책임지고 있는 무슨 무슨 위원회, 대표자회의 등의 말이 나와 복잡한데, 다음과 같이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 (표 참조.) 체류기간이 짧아서 상세하게는 알지 못하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구성이며, 각 위원회, 대표자회의는 바로 하위 조직의 민주적 직접투표 및 직접소환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해당 위원들의 활동은 노동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섬구성원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노동자와 다른 별도의 혜택은 특별한 규정(최상위 대표자의 경우 경호 등)이 없는 한 전혀 없으며, 이런 점에서 명예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림 위에서 마우스 오른쪽 클릭,

다른 이름으로 그림 저장으로 도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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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다도해의 기본적인 경제원리인 평등한 노동의 원리, 생활수단에 대한 필요에 따른 이용-분배의 원리, 공동체 간 경쟁의 원리, 평화의 원리, 생산수단에 대한 공동점유의 원리, 민주적 경제조절의 원리를 간략히 설명해 보았다. 그러나 세세한 사항들은 설명되지 않았으며, 다른 중요한 기본적 원리가 생략되었을 수 있다. 게다가 경제문제 외에 다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치의 구성원리는 직접민주제와 선출 대표기관의 결정의 조화를 찾는다는 간략한 점만 언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거의 관찰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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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다도해 경제공동체는 그냥 주어진 것은 아니다. 나름의 기나긴 투쟁의 역사가 필요했는데, 다도해 곳곳에 세워진 다도해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해 투쟁한 사람들의 추모비는 이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 결코 평화로운 과정만은 아니었음을 일깨워 주고 있었다. 또한 이미 오래 전부터 다도해 전체적으로 분업이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내부순환경제공동체 일단위적으로 위에서 설명한 경제운영 원리를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따라서 일단위 혁명이 아니라 다도해 전체적인 혁명을 통해서만 오늘의 다도해가 가능했다고, 다도해 사람들은 이야기했다. 

 

물론 위와 같은 사회는 우리가 보기에 굉장히 공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리고 다도해 사람들도 코뮤니즘은 현실을 비판하는 ‘운동’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운동으로서의 코뮤니즘은 모든 미래구상을 머리속에서 구성한 유토피아로 부정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의 교접 속에서 미래구상 자체를 운동시키야 한다는 긍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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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惑世誣民? ㅠ.ㅠ 수시수정, 이동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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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3 06:23 2009/03/03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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