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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한다면 잠시 기다리자.

한달동안 술을 안마시겠다고 선언하고 열흘이 지났다. 1년가야 몇번 안마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체질적으로 못 마시는 분들은 일단 논외!) 유난히 모임이 많은 연말을 택해 술을 안마시겠다고 결심한 것이 스스로 대견할 뿐이다. 왜냐하면 우리 아버지 말을 빌리면 내 사주에 '술'이 들어 있을 정도로 나는 '술'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내게 충고하시길 "너는 술을 지고는 못가고 먹고는 가는 사람이니 조심, 또 조심하거라~")


뭐 여러가지 이유를 대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나는 일단 '술'이 좋다. 물론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술자리는 더욱 즐겁지만 그것이 아니어도 '술'을 마시는 일은 나에겐 일종의 휴식이다. 지루한 것, 반복되는 일을 싫어하기에 술도 가능한 다양한 종류를 맛보기를 좋아한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나의 경제적 상황과 입맛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술을 발견하였는데 대한민국 국민술인 "소주"가 그것이다. 문제는 이놈의 술은 정말 만원짜리 한장만 있어도 어디서나 일단 자리를 펼 수 있는 까닭에(요즘 안주값이 장난 아니어서 일반적인 술집은 만원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것 같다.) 술을 먹는 횟수와 양이 점점 늘어나는 거다. 그러다보면 남들이 20대 초반에나 저질렀을법 한 무용담이 이 나이에도 생기고..... 무용담이 계속되다보면 어느새 망신담으로 전개될 위험도 커진다.-_-; 거기까지 가기전에 자신을 얼마나 컨트롤 할 수 있는지 시험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만이 아니라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도 그런 것 같다. 좋다고 너무 매달리면 언젠가는 서로에게 상처만 남는다. 적당히 간격을 두고 뜨거웠다고 잠시 숨도 돌렸다가 은근히 쳐다보다가.. 그래야 오래가지, 지나치게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면 조금만 안보여도 조금만 다른데 관심을 돌려도 '왜 나를 안봐주나?' 원망이 솔솔 피어오르고 그러면 관계는 끝나기 마련이다. 일도 그런 것 같다. 물론 지구력이 강한 사람이라면 오래도록 마냥 열심히 일할 수도 있겠지만 나같은 범인이야 어디 그런가? 신이 나서 시작했던 일도 하다보면 지치고 힘든 순간도 오고, 내가 좋아라 일한만큼 성과가 안나오면 실망하고 자책하고.. 그럴땐 잠시 한 호흡 가다듬는 쉼이 필요하다. 정신없이 달리다 제때 멈추지 못해 지쳐 주저앉는 쉼이 아니라 더욱 힘차게 달리기 위한 그런 쉼이 있었으면 좋겠다. 좋아한다고 좋아하는 양대로 마시다가 술도 나도 원망하게 되기전에 잠시 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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