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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최준영 / 문화연대 정책실장 chobari@gmail.com
“월드컵이 ... ... 우리를 부른다.” 2002년 ‘한국’이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되찾아주었던(?) 월드컵이 2006년 다시 우리를 TV 앞으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2006년의 월드컵은 2002년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오고 있다. ‘오대영’이라는 오명과 함께 기대반 의심반으로 시작된 2002년 월드컵이 결국 자발적인 광장문화의 형성이라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으며 한국 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냈다면, 2006년의 월드컵 광풍은 온 국민을 붉은악마로 호명하면서 국가적인 동원체계로 몰아세우고 있는 것이다. 광화문에서의 ‘꼭짓점 댄스’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팀의 4강 진입은, 이러한 월드컵 광풍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자, 다시 첫 번째 문장을 보자. “월드컵이 (자본의 이름으로) 우리를 부른다.” SKT는 145억원을 들여 월드컵 기간 동안 시청 앞 광장의 독점적 사용권을 획득하였다. 2002년 수만 명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점유하였던 시청 앞 광장을, 이제는 SKT의 허용방침 아래 ‘사용’해야 하는 처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3.1절에 보여주었던 미디어의 광분 - 지상파 방송 3사가 몽땅 앙골라와의 시합을 중계 방송한 것은 관두고라도, 그에 앞서 거의 하루 종일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했었다 - 은 2006년 월드컵 시기에 국가와 자본, 미디어가 보여줄 모습의 예고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자본의,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월드컵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애써 기억해 내야 한다. 2002년 월드컵의 열기 속에서 수많은 사회적 현안들과 민중들의 생존권 투쟁이 언론에서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을. ‘대~한민국’이라는 구호 아래 뭉쳤던 사람들만이 아니라 월드컵에 의해 배제되었던 사람들에 대하여. 그리고 지금. 아직 3달이나 남은 월드컵을 가지고 광분하는 미디어와 자발적이었던 응원문화를 장악하기 위한 자본의 발빠른 움직임을 보면서, 아직도 해결 안 된 비정규직 법안과 사회양극화 문제 그리고 한미FTA가 또 어떤 식으로 묻혀버릴 지를 상상해본다. 월드컵이 ‘다시’ 우리를 부르고 있다.
*한국노총 기관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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