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금속노조대전충북지부와 유성기업지회 노동자들 그리고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이 함께 <타겟, 유성지회의 두 번째 봄>이라는 영상을 제작해 충북 지역케이블방송사인 현대HCN충북방송의 시청자참여프로그램에 방송을 신청했다가 한 달 후 방송불가 통보를 받았습니다.

현대HCN충북방송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시청자 VJ세상>

 

방송 불가의 이유는 "노사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는 사안의 경우, 주관적인 편집과 멘트는 명예훼손 등 법적인 다툼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은 법령에 위배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는 한 시청자의 영상을 최대한 방송해 주어야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뚜렷한 근거도 없이 "주관적"이라는 판단 하에 방송을 불허한다면, 결국 방송사나 그 운영위원회의 입맛에 맛는 영상을 골라서 틀게 되는 결과 밖에 가져오지 않습니다.

또한 법적인 다툼의 가능성이 혹시라도 있다면, 이것은 영상을 제작한 시청자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시청자참여프로그램에 방영을 신청할 때 이러한 책임을 보증하는 서약서를 쓰고, 실제 방송이 될 때에도 방송사의 입장과는 관계가 없다는 고지가 나갑니다. 이러한 장치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다툼의 '가능성' 만으로 방송 불가를 통보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이렇듯 이번 방송 불가 사태를 통해서, 현대HCN충북방송과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위원회는 자체 제작 방송과는 완전히 다른 '시청자의 채널'인 시청자참여프로그램에 대한 무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공식적인 이의 제기 창구가 없다고 못박음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대화와 개선의 여지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그냥 보아 넘길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지역의 노동 문제를 다룬 영상이 한 번 이런 식으로 불방이 되면 이후에 노동을 포함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시민 영상물의 방송 불가 판정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이번에 방송 불가 판정을 받은 <타겟, 유성지회의 두 번째 봄>은 2011년 용역 폭력과 함께 벌어진 직장폐쇄 이후 이어진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 감시, 차별 등 2년이 지났지만 해결되지 않은 유성기업 문제를 재조명하고, 또한 유성기업/콘티넨탈기업/보쉬전장에서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진 복수노조법을 악용한 노동조합 파괴가 노동자들을 어떻게 갈라놓았는지, 조합원들은 어떻게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지를 담은 영상입니다.  
 

<타겟, 유성지회의 두 번째 봄> 장면 중. (영상 보기 http://cafe.daum.net/openhcn/HfIh/3)

방송사들은 눈에 보이는 이슈가 있는 '용역 폭력' 당시에는 관련 보도를 했지만 이후에 벌어진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발언하는 영상을 만든 것인데, 이러한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지역의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될 수 없다는 사실이 무척 답답합니다.

그래서 소수자의 방송 접근권을 확보하고 지역의 다양한 이슈를 방송할 의무가 있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에 대한 HCN충북방송과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위원회의 이러한 결정에 생활교육공동체 공룡과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유성지회 노동자들은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문제를 제기하고, 방송 불가 통지를 받은  <타겟, 유성지회의 두 번째 봄> 영상이 현대HCN충북방송의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될 수 있도록 요구하는 항의 행동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현재는 <타겟, 유성지회의 두 번째 봄>의 부당한 방송 불가 판정에 함께 항의하고 방송을 요구하는

항의행동을 지역단체 및 시민들에게 제안하고 서명운동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