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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좀 무심한 손녀이기는 하다. 전화도 할머니가 먼저 하시고,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그래도 할머니가 나한테 주는 무게는 엄청나서 나를 흔들고 이끈다.
나한테는 예전부터 할머니를 '기록'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는데, 그건 '뿌리'를 내리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것일까? 어릴 때 엄마가 죽고 할머니 집에서 크면서 할머니가 엄마처럼 되버린걸까? 할머니는 내가 아직도 그렇게 짠한가.
녹음기를 사고 카메라를 산 것도 할머니를 기억하기 위해서. 나를 알기 위해서.
베짜는 걸 배우려는 까닭에는 스스로 입을 것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할머니와 다시 베를 짜기 위해서, 할머니가 가진 걸 물려 받고 싶어서, 할머니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농사를 지으려는 것도, 할머니 장아찌나 살림을 배우고 싶은 것도 그런 이유.
아마 몇 년 뒤에는 나를 이렇게나 붙잡고 흔드는 할머니도 돌아가시겠지. 그 전에 할머니를 내 몸에 채워넣고 싶다. 할머니가 가신 뒤에도 기억하고 이을 수 있도록.
내 뿌리를 찾고, 내 가족을 받아들이고, 내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나를 안아주는 우리 할머니.
돈이 없어도 살 수 있겠다.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겠다.
진주가 역시 근거지가 되지 않겠나? ㅎㅎ
옷이야 빨고 말리고 입고~ 넉넉하게 세 벌이면 되겠고; 광목으로 셔츠, 조끼, 외투, 속바지, 속옷, 생리대, 치마, 버선. 아니면 애들 안 입는 옷 얻어 입든지! +_+ㅎㅎ
먹는거야 식당에서 애들 더 받아 먹는 그릇 얻어다 먹으면 되고; 반찬은 피클정도? 수저 챙기고.
공부하고 잠은 도서관
운동과 산책은 여기저기
영화도 볼 수 있지ㅎㅎ
씻는 건 기숙사 ㅎㅎ
아~ 막 기대된다.
술 정도는 종종 사 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 술도 얻어 먹지. 합석ㅎㅎ
손톱깎기, 칫솔, 숱가위, 머리끈, 비누, 식초... 읏! 이런 살림살이 동방이나 과방에 둬도 되지 않나? ㅎㅎ 어쩌면 밥도 해 먹을 수 있을듯!! 그게 더 좋아~
밥 안 해먹어도 되겠다. 현미생쌀 불려서 씹어 먹으면 되지. 산책하면서. 볶은콩이랑 과일, 견과류를 간식으로 먹고. ㅎㅎ 이거 뭐, 피클도 필요 없겠네.
전에는 생명이라든지 평화라든지 하는 게 확실히 관념적으로만 받아들여졌다. '생명평화결사'니 '생명평화백대서원'이니 하는 것들도 나한테는 그리 와닿지 않았고, 말잔치라는 생각에 거부감도 살짝 있었다.
진보불로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랬는데... 여기 사람들은 좀 다르다는 느낌? 재미있다. ㅎㅎ
<전쟁 없는 세상>도 다시 보게 된 것 가운데 하나. 제대로 보니 잘 보인다.
진보넷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좀 더 재미있고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기분이 든다. 좋다.
내가 가진 돈으로, 내가 원하는 대로 지을 수 있는 것은 비닐집뿐이 생각이 안난다. 내가 산다고 해서, 내가 짓는다고 해서 내 집은 아니니까. 필요한 사람이 쓰면 되고 필요 없어지면 헐면 되니까.
10월에 공동체탐방하면서 단양에 있는 산위의 마을에 다녀왔다. 거기는 비닐집 안에 부엌하고 텃밭하고 두고 살던데 괜찮더라.

이렇게 유리벽과 창을 두고 천을 두를 수도 있고. ㅎㅎ
필요한 것은 부엌(식당도 겸해서), 자는 방(친구들이 올 때 자는 방, 내가 자는 방), 텃밭(겨울에도 채소! 베드; 만들면 될 듯), 창고(이거는 텃밭 구석을 써서), 일하는 방(바느질) 정도?
음식 저장고와 바깥 창고, 뒷간은 밖에 필요함. 마당에는 풀 천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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