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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들

 

북한이 핵실험을 했단다. 방사능 유출도 없고 안전하게 성공했단다. 남한은 진도 3.xx 지진파를 감지했고 북한의 핵실험 발표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미국은 핵실험 징후가 아직은 파악되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지난 여름 이르쿠츠크에서 들은 얘기가 있다. 이르쿠츠크에는 '공식적'인 북한 노동자가 400여 명이 있는데 이들은 건축 기술자들이란다. 러시아, 시베리아에는 건축 기술자들이 모자라서 중국 등지에서 건축 노동자들을 '수입'한단다. 예전에 김정일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건축 기술자 '수출'에 합의해서 이르쿠츠크에서 400여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일을 하게 되었단다.

 

이르쿠츠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평균 월급은 350달러 정도인데, 북한에서 온 노동자들은 월 400달러를 본국으로 송금하지 않으면 송환된단다. 그래서 이들은 하루 건축 노동을 마치고 저녁부터 늦은 밤까지 아르바이트를 한단다. 이렇게 해서 월 450달러를 벌면 400달러는 송금하고 50달러로 한 달을 산단다.

 

이르쿠츠크에서 50달러로 한 달을 산다는 건, 그것도 엄청난 체력을 소모하며 산다는 건 끔찍한 일일 수밖에 없다. 싼 물건 파는 시장에서도 한달 치 먹거리를 50달러에 사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삐쩍 마른 몸매로 가슴에 김일성 뱃지를 달고 다니는 이들은 러시아 경찰들도 건드리지 않는단다. 외국인을 트집잡아 삥뜯기를 일삼는 러시아 경찰들도 이들에게서는 뺏앗을 게 없다는 걸 아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고향보다 이르쿠츠크를 선택한다. 차라리 이르쿠츠크에서 사는 게 더 좋거나, 송환이 송환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 정권이 인민들을 착취하는 이유는 체제유지이고 그 구체적이고 가장 강력한 방법이 핵과 미사일 개발이다. 얼마나 많은 어린 아이들이 굶주리고 있는지 통계도 잡히지 않고, 수많은 인민들이 정치적 이유가 아닌 먹고 살기 위해 국경을 넘는 가난한 나라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죄악이다. 땅 속에 방사능까지 처발라대는 것도 큰 죄악이다. 그놈의 체제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었길래 군사적, 외교적 긴장 없이는 유지되지 않는단 말인가.

 

핵과 미사일 개발 따위의 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민들 피 빨아먹는 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외교적으로는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인민들의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단 말이다. 나쁜 놈들아!

 

 

한반도에서 군사적, 외교적 갈등이 적절히 있길 바라고 이를 즐기고 있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때문에 동아시아의 평화란 갈 길이 멀다. 진짜 악당 미국 때문에 더 힘들긴 하다. 그렇다고 나쁜 놈과 악당이 싸울 때, 악당에 대든다고 나쁜 놈 편들어 줄 수는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