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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료전

 

중앙대학교 사진아카데미 창작사진 2년 과정을 1년 반만에 마친다. 이 과정은 전시를 함으로써 수료한다. 미완의 포트폴리오로 마감하지만 '반듯해 보이는' 두 장의 사진을 전시한다.

 

■ 2008년 사진아카데미 창작사진과정 전시회

 

○ 일시 : 2008년 12월 10일(수)~16일(화) 11:00~20:00

○ 장소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별관(광화문 갤러리/지하철 광화문역 1,8번 출구 아래)

 

※ 마지막 날 16일(화)은 작품철거가 있으므로 사실 상 오전에 잠깐으로 끝남.

말걸기 당번 날은 15일(월). 밥먹는다거나 돌아댕기느라 미리 연락하지 않으면 안내받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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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반 동안의 사진아카데미 과정은 대체로 밀도가 높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에 대한 태도나 지식, 습관이 많이 바뀌었다. 어제 이번 전시 디스플레이를 하고 와서는 잠자리에서 뒤척이며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그 깨달음은 앞으로 도달해야 할 경지였다.

 

이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들 중에 사진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이번 전시를 소개하는 이유는, 시간이 허락한다면 관람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말걸기의 작품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아마추어 사진가가 사회교육기관에서 사진 교육을 받고서 어떻게 사진을 찍게 되는지 직접 눈으로 보라는 뜻이다.

 

물론 사진아카데미에는 '마술'이 없기 때문에 수강생들의 사진이 이 과정 때문에 확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라는 틀 때문에 표현의 형식과 내용은 확실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표현의 완성도를 어떻게 높이는지 눈여겨 본다면 프로작가들의 전시와는 다른 흥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이번 전시는 2년 과정을 수료하는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현재 그 과정에 있는 사람들도 전시하고 있어 더 흥미로울 수 있다. 광화문 갤러리(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별관)는 1관과 2관이 마주보고 있다. 1관에서는 창작사진Ⅰ(1학기)과 창작사진Ⅱ(2학기) 과정 수강생들이 전시를 한다. 2관에서는 창작사진Ⅱ과정을 지난 학기에 수료한 이들과 작품연구반(2년) 과정을 수료하는 이들이 전시를 한다.

 

관람 순서는 당연히 1관을 관람한 후에 2관을 관람하는 게 좋을 듯하다. 전시된 작품만을 보면 작품연구반 사진이 더 뛰어날 게 없어 보인다. 사실 그렇기도 하다. 그런데 작품연구반 전시장 입구에 포트폴리오를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곳에서 포트폴리오를 열람하길 바란다. 포트폴리오 제작 과정에 착오가 있어서 프린트 질이 좋지 못한 포트폴리오가 섞여 있는 건 무척 안타까운 일이지만 말이다.

 

포트폴리오 작업은 보통의 아마추어 작가들은 관심도 없고 하지도 않는 작업이다. 대체로 '한방 사진'에 몰두한다. 이는 한국 사진 문화의 특성인데 산업적으로는 카메라 산업이 부흥하는 만큼 사진 산업은 몰락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결국 사진미학적, 예술적 인프라는 비리비리하다는 얘기. 당연히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예술적 수준 향상이나 다양한 사진 활동의 기회는 별로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가 인용하는 텍스트 중에는 속담처럼 한 문장으로 온전히 뜻을 전달하는 글이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긴 경전 중에 한 글귀가 집약적으로 경전의 뜻을 전달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에게 자주 다가오는 텍스트는 한 문장에 불과하지만 이 둘은 그 배후가 다르다. 짧고 단순한 텍스트도 그 기능이 있지만 길고 장황한 텍스트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것이든 형식과 내용에서 완결성이 높지 않으면 재미없고 별 가치 없는 텍스트가 될 것이다.

 

포트폴리오 작업은 그 사진의 갯수만큼의 길이에 맞게 완결성을 높이는 과정이다. 한 장의 사진으로도 속담처럼 완성된 가치를 얻을 수 있지만 대부분 아마추어 작가들이 공개하는 한 장의 사진은, 그 자체로는 놀라운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 감성은 완성되어 있지 않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진이 한 장으로 그친다는 게 오히려 어색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번 전시에서 열람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들 중에 훌륭한 게 있기는 하지만 그거야 말걸기 생각이고, 직접 와서 찬찬히 포트폴리오도 열람하길 바란다. 사진을 찍는 목적이야 제각각이고 그걸로 만족한다면야 아무 상관없지만 카메라 들고 어딘가로 가서 좋은 사진을 찍고 싶어한다면 포트폴리오는 새로운 길이 될 것이다. 남들도 하는데 못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