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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포트폴리오

 

말걸기[수료전] 에 관련된 글.

 

 

한국 최고의 비평가로 인정받는 최모 선생께서 말걸기더러 게으르다고 하였다. 맞다. 포트폴리오라고 맞추어 놓은 게 고작 6컷이니 말 다했다. 어쨌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작업은 쉽지 않다. 그러니 10컷 20컷 만들어 낸 사람들 보면 참으로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포트폴리오는 하나의 완결된 구조를 가진 텍스트와 마찬가지이다.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구상하고 대상을 캐스팅한 후 촬영을 해야 하는데, 대상을 캐스팅하는 것 자체가 노가다다. 게다가 실제로 어떻게 찍히는 지 예측하기 어려워서 일단 찍어보아야 애초에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적절한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러니까 찍어야 제대로 된 구상인지 알고, 구상이 제대로 되어야 찍는 돌고도는 과정을 피할 수 없다. 이 과정을 줄이는 자가 바로 노련한 작가일 것이다.

 

말걸기의 게으름은 캐스팅에 있다 할 수 있다. 더 많은 나무들을 담았어야 한다. 몇 시간 돌아다니면 몇 그루의 나무를 캐스팅할 수 있다. 어떤 경우는 하나도 캐스팅하지 못한다. 100 컷을 만들어 냈다면 그 중 20 컷을 대략 포트폴리오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100 그루의 나무를 캐스팅하려면 몇 개월을 밤마다 돌아다녀야 할 것이다. 말걸기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니 이 모양이다.

 

 

나무를 찍게 된 이유는 이렇다. 예전에 [나무들①]에서 밝혔다시피 일산의 나무들을 보고선 타협을 잘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일산에서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길거리의 나무들을 바라보니 참으로 불쌍히 여기게 되었다. 인간들이 심어놓은 자리에 스스로 생식도 못하는 저 나무들이 안타까왔다. 그러다가 자꾸 바라보니까 잘도 자라고 있는 것이었다. 오 놀라운 타협의 능력이여!

 

시각적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위해서 밤을 택했다. 낮은 아무래도 밋밋한 나무들의 모습을 보였다. 이는 비주얼한 사진을 낳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유혹이기도 했다. 시각적 유혹만으로는 타협의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없었다. 아래의 사진들을 보고서 누가 타협을 연상하겠는가.

 

 

아래 사진 중 앞의 셋은 이미 공개한 사진이다. 봄에 찍은 사진들이다. 아래의 셋은 늦 가을에 찍은 사진들이다. 이 중 맨 마지막 둘이 전시된다. 이 포트폴리오는 전시장에 마련된, 하루 사이에 입구에서 안으로 자리를 옮겨버린 열람대에서 볼 수 있다. 작은 카드형으로 제작했다. 전시하고 있는 두 사진은 '디아섹'이라고 불리는 사이텍으로 제작되었다. 아크릴 압축으로 이미지 보존성을 높이고 강렬한 채도를 보인다. 겁나 비싼 거다. ㅠㅠ.

 

 

 


 


 


 


 

 

 

 

 

다섯째 사진은 파란꼬리가 '계시 받는 나무'라고 했다. 그래 보인다. 역시 타협과는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