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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을 기다리는 보성의 차밭

 

광고에서 보았던 차밭 배경, 그런 데가 정말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왔다. 3월 17일에 보성의 녹차밭을 갔더니 약 한달이 더 있어야 파릇파릇한 새잎이 나는 녹차밭을 구경할 수 있단다. 절정은 4월 중순이란다. 절정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기 마련이라 여유있게 구경할 수 있는 3월 중순도 나쁘지는 않겠지. 방문 직전에 한동안 꽃샘추위가 있어서인지 녹차잎이 깨끗한 녹색은 아니었다.

 

 

보성의 녹차밭으로 유명한 보성다원으로 가기 전에 '전망 좋은 곳'이라는 델 잠시 들렀다. 보성읍에서 18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보성다원을 지나 옛날 대관령보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지금 도로 펴기 공사 중), 산을 넘는 중간 도로변에 전망대와 주차장을 만들어 놓은 곳이다. 아주 작은 휴게소라고 보면 된다.

 

정자 모양을 본딴 듯하나 촌스럽기 짝이 없는 벽돌-시멘트 건물이 있는데 전망이 좋다는 2층으로 올라가면 전신주와 전기줄이 계곡 아래 녹차밭을 가린다. 돈을 받는거야 아니지만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이런 전망대 만들어 놓고 한쪽편에서는 물건도 팔고 그러는 모양인데 이래가지고 장사나 제대로 할까. 무엇보다 '아름다운 경관'에 대한 모독 그 자체였다. 한심하다. 이 나라의 관광사업이란 이 모양이다.

 

'전망 좋은 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계곡은 온통 녹차밭이다. 아래 사진은 전망대에서 내려와 주차장에서 찍은 사진이다. 훨씬 낫다.

 

@ '전망 좋은 곳' 주차장에서 내려다 본 녹차밭.

 

푸르기만한 색을 기대했지만 갈색 기운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이날도 살짝 안개가 끼었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았으니 연두빛 새잎을 기대하는 건 무리였다. 제철이 아니라는 것이지. 아래로 내려가는 길도 있었지만 온통 녹차로 가득한 곳이 있다길래 사진 몇 장만 찍고 보성다원으로  향했다.

 

 

보성다원은 주차비로 2,000원을 받았다. 녹차밭 입구에서 위로 쭉쭉 뻗은 나무들을 만났다. 삼나무 종류인 것 같다. 키가 큰 나무숲으로 아주 짧은 산책길이 나 있었는데 원래 있던 숲을 관광용으로 활용하는 줄만 알았더니 찬바람을 싫어하는 녹차를 위해 바람을 막는 역할을 한단다.

 

@ 삼나무(?) 숲길. 일행들이 앞에 가네.

 

녹차밭을 본격적으로 구경하기 전에 [차목원]에서 식사를 했다. 기대 이상의 맛에 한껏 기뻐했다.

 

계곡의 산비탈이 온통 녹차였다. 여름과 가을과 겨울을 지나 짙고 단단한 잎이 작은 키로 도열해 있었다. 거대한 산비탈 정원이었다. 산책로는 아마도 차잎을 딸 때는 운반로로 쓰일 것이다. 온통 녹차 뿐인 비탈 끝 언덕, 그리고 이곳 저곳에 나무 몇 그루 씩 모여 있어 지루함을 덜었다.

 

@ 언덕 위 나무들. 파란 하늘도 좋다.

 

@ 녹차밭 배경이 방풍림. 안개가 살짝 낀 날이었다.

 

녹차는 찬바람에 약해서 꽃샘추위 때 말라버린 잎들이 많았다. 산 가득 녹차잎이 푸르르기만 하다면 어떤 경관을 이룰까 상상하니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심과 설레임이 느껴졌다. 아쉬움과 함께. 뭐, 기회는 또 오겠지.

 

@ 녹차. 추위에 말라버린 이파리들이 보인다.

 

 

한산한 녹차밭 구경을 마치고 내려와서 녹차 관련 식품을 파는 매장에 들렀다. 새로 나는 녹차잎으로 만든 상품들이라면 모르겠으나 절정에 이르지 못한 3월 중순에 파는 각종 상품들은 짧아야 1년 가까이 묵은 것들 아니겠는가. 스윽, 별 관심없는 시선으로 훑어만 보고 작은 PET병에 담아 파는 녹차만 사 마셨다. 시중에 잘 보이는 동원의 '보성녹차'보다 맛있었다. 서울에서는 보지 못한 상표였다.

 

 

@ '보성다원'과 '전망 좋은 곳'

 

 

기대 이상의 맛 : 차목원

 

광고에도 등장했었고 보성차밭 하면 이곳으로 통하는 '보성다원'이 있다. 왠만한 관광지 소개에도 빠지지 않는다. 유명 관광지란 얘기다. 보통, 유명 관광지에서는 주의할 게 있다. 바로 음식이다. 바가지 가격이 보통이고, 바가지는 아니더라도 그 가격에 어울리는 맛을 보여주지 못한다. 더구나 '보성다원'처럼 한 기업이 운영하는 관광지 안에 자리한 음식점이라면 더더욱 의심을 살 만한다.

 

예상을 벗어난 맛과 가격을 지닌 [차목원]을 소개한다.

 

 

느즈막히 일어나서 고픈 배를 달고 '보성다원'에 도착했을 때, 허기를 달래지 않고서는 차밭 구경도 재미가 없을 듯했다. 군것질거리나 조금 사서 때울까 하다가 간편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차밭 구경하러 가는 길에 처음으로 만나는 건물 1층에 위치한 [차목원]을 선택했다. 그래봐야 식당은 둘밖에 없다. 별 기대 없이 녹차수제비나 먹어 보자는 생각이었다. 녹차는 쓴맛을 가지고 있고, 건강에 좋다는 이미지로 팔아볼 심산으로 음식재료로 사용하니 그럴만하지 않은가.

 

이런 예상은 식당에서 처음 맛보게 되는 물맛에서부터 빗나갔다. 연하게 우린 시원한 녹차가 생수를 대신했다. 연하지만 맹숭맹숭하지 않고 그렇다고 녹차의 쓴맛도 없는 맛이었다. 물로 마시기에 부담되지도 않고 차를 마신다는 느낌도 난다. 이토록 잘 우린 시원한 녹차를 마셔본 적이 없다. 훌륭하다. 빈 PET병에 채워오지 않은 게 후회스럽다. 작은 병에라도 받아왔으면 여행 중에 홀짝홀짝 맛나게도 마셨을텐데.

 

주문한 음식은 '녹차수제비'와 '녹차와꼬막회비빔밥'이었다.

 

@ 녹차수제비.

 

녹차수제비는 평범해 보인다. 그래도 바지락 국물이 좋다. 늦은 아침식사로는 제대로 선택했다. 반죽도 쫄깃쫄깃. 녹차의 쓴맛은 없애면서 녹차다운 맛을 냈다. 평범한 듯하나 내공 있는 음식이었다. 수제비라는 음식에게는 지상 최고의 맛이 있기 어렵다.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다 맛있다. 이 집 녹차수제비는 그 수준을 넘었다. 출출한 시간에 무언가 가볍게 먹고 싶다면 [차목원] 녹차수제비가 생각날 듯하다.

 

@ 녹차와꼬막회비빔밥. 빛깔이 좋다.

 

비빔밥은 계절에 따라 재료가 다르다. 겨울에는 꼬막회, 여름에는 바지락. 이 비빔밥은 내가 먹은 게 아니라서 처음맛과 끝맛을 기억할 수 없다. 두어 숱가락 살짝 먹어보기만 했다. 재료는 싱싱했다. 나물에 고추장 넣고 비벼먹는 비빔밥과는 달리, 회무침의 시큼한 맛이 난다. 녹차나물의 독특함도 인상적이다.

 

[차목원]은 다원답게 녹차를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재료로 사용한다는 것 이상으로 녹차의 맛을 아주 잘 보여준다. 비빔밥에도 들어가 있는 아래의 녹차나물 반찬을 먹어보면 이 얘기가 무슨 뜻인지 않다.

 

@ 반찬으로 나온 녹차나물.

 

녹차를 직접 우려서 마실 때를 떠올리면, 녹차잎을 어떻게 씹어서 냠냠 먹을 수 있을까. 하지만 보통의 경험과는 달리 녹차나물은 무척 맛있다. 녹차가 이렇게 요리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약간 짭짤하게 버무린 녹차나물에 손이 자주 간다.

 

 

원래 수제비와 비빔밥은 최고로 칭할 만한 음식이 나오기 어려우니 [차목원]의 음식을 두고도 최고라 할 순 없다. 그래도 훌륭하다. [차목원]은 어떻게 녹차로 음식을 만들 수 있는지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의외로 맛있는 곳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행운을 얻었다. 다음에 가게 된다면 시원한 녹차를 조금이라도 물병에 담아 달라고 부탁해 보아야겠다.

 

@ 관광지 한복판에 과점 음식점 치고는 비싸지 않다.

 

- 차목원 : 061-853-5558

- 보성에서 18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가다보면 '보성다원' 간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차목원]은 '보성다원' 안에 있다.

 

 

퇴직금을 받자!

 

나는 5년 7개월 16일 동안 일을 했다. 한국사회의 진보와 진보정당의 성장을 위해서 민주노동당에서 일을 했다. 나의 동기는 명백히 정치적이다. 그렇다면 이 때문에 나는 내가 일한 노동에 대한 보상을 주장해서는 안 될까?

 

 

민주노동당을 사직한 지 2개월 가까이 지나 나는 오늘 당에 전화를 했다. 신임 총무실장와 퇴직금 문제로 얘기를 나누었다.

 

"퇴직금 때문에 연락했습니다."

 

"무슨 얘기를 듣고 전화하신 겁니까?"

 

"네? 무슨 얘기를 들어서가 아니라 퇴직금은 당연히 주셔야죠."

 

"당 사정 잘 알면서 그러세요. 그래서 뭐요?"

 

"퇴직금 달라구요."

 

"일단 알았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창당 초기에서부터 상근자의 급여와 처우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생활급여 지급과 4대보험 가입, 그리고 퇴직금 적립의 필요성 등. 그때마다 재정 사정과 중앙-지역 간 형평성 문제로 항상 유예되었다. 지금 몇몇 시도당은 4대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민주노동당은 국회진출 이후에 정책연구원에게는 약간의 추가 급여와 4대보험을 제공했다. 정책연구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2명에게는 퇴직금도 지불했다. 하지만 이는 왜곡된 문제를 안고 있다. 100명을 넘게 고용했다는 이유로 선관위는 민주노동당의 국고보조금을 삭감했다. 그런데 한편으로 당은 노동-보험-세무 관련 기관에는 50인 이하 사업장으로 등록되어 있다. 당에서는 정책연구원만 노동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세무서는 나의 근로소득에 대한 세금을 원천징수를 한 적도 없고, 나는 건강보험료도 지역가입자로서 냈다.

 

정책연구원의 경우는 그나마 채용 절차가 그럴 듯했고 구두로라도 고용계약이랄 만한 게 있어서인지, 그리고 4대보험과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를 하게 되어서인지 이들에게는 나름대로 할 건 한다. 이로써 당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정체성' 차이를 노린다. '정책연구원'은 고용된 사람. '상근자'는 '활동가'. 당이 '정책연구원'과 '상근자'를 구별하고 4대보험 적용도 차별하고 퇴직금 문제도 차별하는 게 마치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사장님들과 오버랩된다. 처우가 다르면 이해관계가 달라지고 생각과 느낌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양자의 이해관계의 차이는 '부리는 입장'에서는 좋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노동과 복지에 대해서 할 말을 하는 진보정당이, 유독 그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 자본가가 고용하지 않으면 노동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디. 당에서 일을 한다는 건 정치적 목표와 목적이 있으므로 노동의 대가를 바라는 건 정치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옳지 못하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는 듯하다.

 

 

내가 퇴직금으로 받아야 할 돈을 계산해 보았더니 다음과 같다.

 

116만 6,700원 × (5 + 7/12 + 16/365) = 656만 5,220원

 

내게는 적은 돈이 아니다. 나의 미래를 위해 써야 할 돈이다. 내가 '활동가'로서 일했다는 이유로, 나를 고용한 자가 자본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내가 일반 회사를 다닌 게 아니라는 이유로 나의 노동에 대한 보상을 포기해야 할까? 법이 최소한으로 보장한 나의 권리를 포기하면 누가 이로울까? 당이 더 성장할까?

 

진보진영 또 어디선가에도 있을 지 모르는 '보상의 유예'는 모두 끝나야 한다. 퇴직금을 받자!

 

 

실망할 수 없는 맛 : 청자골종가집

 

한정식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최고라 할 수 있다. 강진의 [청자골종가집] 얘기다. 메뉴판에는 한상에 얼마짜리가 있다는 안내만 있으니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얼마짜리 상 주세요'하면 주문은 끝이다. 고민하지 말고 주는 대로 열심히 맛있게 먹으면 [청자골종가집]에서는 더 이상 할 일이 없다. 정말 '열심히' 먹어야 한다.

 

당에서 오래 함께 일한 김정진 변호사는 한 때 군복무를 장흥에서 공익법무관으로 지냈다. 이곳에서 공익법무관 일을 할 때 그 지역의 판검사나 지자체에서 한자리 한 양반들이 몇 번 데리고 갔던 모양이다. 지난 해 여름 휴가 때 몇이서 남도 여행을 했었는데 김정진 변호사가 [청자골종가집]을 그 동네 최고 맛집이라며 소개를 했었다. 지난 여름 이 음식점의 한정식을 먹으며 감동했던 기억이 있어 이번 남도 맛기행에서도 찾게 되었다.

 

 

이 집은 내오는 음식이 많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하고 가면 그만큼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지난 여름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식사하러 방에 들어갔는데 밥상은 없고 방석만 있어 어색했던 기억이 있다. 도대체 어찌하려고 밥상이 없을까. 앉아서 기다리면 아주머니 두 분이 큼지막한 차려진 밥상을 들고 들어온다.

 

@ 이 상을 첫상이라고 보면 된다. 끝이 아니다. 사진은 우중충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 화려함에 일단 압도되는 게 있다. 카리스마 있는 음식!

 

육회, 회, 전복, 조개 등 불로 읽히지 않은 것들이 먼저 나온다. 사진 오른쪽 아래 기다란 접시에 놓이 노란 빛깔 음식은 계란말이가 아니다. 떡고물이 속으로 들어간 떡을 썰어놓았다. 가운데보다 약간 왼쪽 맨 위에 작은 그릇에 담긴 주홍빛 길다란 음식은 농어알을 살짝 말려서 얇게 썰어 놓은 거란다. 이 지방에서 나는 싱싱한 음식이 가득하다.

 

@ 삼합과 전복, 키조개 관자와 육회. 정신없이 먹어야 했으므로 사진기가 흔들리든 말든.

 

삼합과 함께 나오는 묵은지는 3년이 된 거라는 얘기도 있는데 직접 물어서 확인해 보지는 않았다. 키조개 관자 회는 내게는 큰 별미였다. 육회는 채 썰듯이 하지 않고 얇고 넓적하게 썰었는데 질기지도 않고 비리지도 않았다. 약간의 양념맛만 있었지 생고기맛 그대로였다.

 

이 상 한판을 다 먹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큰 접시 몇 개만 먹고 치우기에는 작은 접시에 담긴 음식 아깝기 때문이다. 이 집의 장점 중에 하나는 작은 그릇에 나오는 반찬 하나도 맛있다는 데 있다. 구색맞추는 음식이 없다는 것이다.

 

이 첫 상은 술안주로 먹으며 수다떠는 상이란다. 일행은 모두 먹기 위해 왔으므로 열심히 해치웠다. 아주머니가 가끔 방을 들여다보며 식사 속도를 확인하다. 대략 많이들 먹었다 싶으면 익힌 음식이 또 나온다.

 

@ 갈비찜, 전, 광어탕수육, 낙지. 여전히 먹느라 사진기는 흔들린다.

 

이것들 말고도 몇 가지다 더 나왔는데 먹느라 찍은 건 이것 뿐이다. 나는 갈비찜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집 갈비찜은 질기지도 않고 살살 잘 넘어갔다. 짜지도 않고. 특이한 건 광어탕수육인데, 광어 뼈만 요령것 발라내고 살점만 통째로 튀겼다. 익힐 때 결을 내서 먹기도 편하다.

 

내어온 음식이 바닥이 나거나 더 이상 손을 대지 않게 되면 마지막 '식사 상'이 나온다. 그 전에 매생이국이 먼저 나오는데, 난 매생이국을 여기서 처음 먹어봤다.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었으니 살짝 술기운은 달래기 위해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따뜻한 매생이국을 훌훌 마실 때가 되면 심호흡을 할 때가 된 것이다. 먹을 게 더 나오는데 이미 배는 꽉 찼을 테니까.

 

@ 마지막 상. 물론 이 다음엔 과일과 수정과가 나온다. 매생이국과 굴비.

 

쌀밥도 나오지만 찰밥도 함께 나온다. 밥반찬으로 젓갈이 맛있다. 굴비는 아주머니가 직접 찢어주는 친절함을 베푸신다. 왼쪽 위에 있는 김이 아주 일품인데 서울에서 이런 맛의 김은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밥반찬의 맛과 찰밥 때문에 배가 불러도 자꾸만 자꾸만 손이 가는 마지막 상이다.

 

아, 이렇게 보니 사진발이 약한 게 한스러울 따름이다.

 

 

[청자골종가집]은 강진읍내에서 약간 떨어진 한적한 곳에 있다. 주변이 조용한 한옥집이라 저녁 식사 분위기 또한 음식맛 만큼이나 좋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잘 가꾸어 놓은 정원으로 나오면 하늘의 별도 반짝인다.

 

@ 이번에 저녁식사를 한 방은 '죽실'이다. 이런 온돌방이 여러 개 있다.

 

 

[청자골종가집]의 장점은 재료의 싱싱함에 있다. 타지에서 쉽게 먹을 수 없는 싱싱한 음식을 한 데 모아놓았다. 단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요리 솜씨도 좋다. 음식마다의 경중이 있다기 보다는 리듬이 있다. 겻가지 음식도 폄하할 게 아니다. 그리고 푸짐하다. 먹을 게 많이 기분이 좋다.

 

그렇다고 이 집이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4인상 이상만 팔기 때문에 2이 간다면 두 배 값으로 먹어야 한다. 물론 양은 4인상과 같이 나오지만 남겨야 하는 음식이 너무 많아진다. 이번 일행은 셋이었는데 하나같이 먹는 데는 일가견이 있어서 대충 다 먹기는 했다.

 

또 하나는 절대비용에 있어서 싸지는 않다는 것이다. 앞에서 소개한 상은 4인 16만원 상이다. 1인당 4만원짜리 코스 요리라 생각하면 된다. 그렇기는 해도 가격 대 질로 보면 대도시, 특히 서울의 어느 한정식과 비교해도 비싸지 않으며 오히려 싸다 할 수 있다. 물론 먹는 데 큰 돈을 쓰는 게 부담스럼 이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 4인 8만원, 12만원 상도 있는데 어느 음식이 빠지는지는 모르겠다.

 

 

먹는 즐거움을 위해 한 번 쯤 질러보고 싶다면 방문해 보길 바란다. 그리고 방문하기 전에 미리 예약을 해 두는 것이 좋다. 멀리까지 가게 되는 날이 주말이라면 더욱 일찍 해야 할 지 모르겠다. 8시 30분 정도까지만 음식을 만드는 것 같으니 저녁 7시 정도까지는 가서 천천히 웃고 떠들며 잔치 분위기를 내는 식사는 어떨지.

 

- [청자골종가집] : 061-433-1100

 

 

[펌] "Girl 7.0 업그레이드해 Wife 1.0 만들고 나니"

 

madger의 블로그에서 유머를 하나 퍼왔다.

유머와 이 유머에 대한 madger의 짧은 글을 함께 퍼왔다.

 

[펀 곳] : http://blog.naver.com/madger/20005254303

 

 


 

 

재미있는 이야기

 

 

수신 : 마이크로소프트사 판매담당 엔지니어께 
발신 : *** 
제목 : 업그레이드 실패

 

안녕하십니까? 저는 작년에 Girlfriend 7.0 을 업그레이드하려고  Wife1.0을 구입하였습니다. 그런데 업그레이드하고 보니 많은 문제점이 생겼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Child.exe 라는 새로운 파일을 생성하더군요.  이로 인해 많은 C 드라이브 스페이스를 잡아먹어 하드용량이 충분치 못하게 되었습니다.

 

귀사의 사용 설명서에는 이러한 사항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Wife 1.0 프로그램은 설치와 동시 다른 프로그램에  자동 링크가 될 뿐 아니라 모든 다른 프로그램을 자동 제어하고  심지어 제가 즐겨 찾는 프로그램들인 Smoking 10.3,  Drinking 3.5, Saturday Night Disco 5.0, Playboy Club 6.0 등과  충돌이 됩니다. 


또한 Wife 1.0을 실행 중에는 제가 좋아하는 프로그램들인  Night Club 4.3이나 북창동 7.0, 총각파티 3.1, 아래허리 카페 3.0 등을 볼 수가 없습니다. CD에 실려 있는 원본 디스크로 별도 LOADING 해야 볼 수 있습니다.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RE]여자친구를 Wife로 Upgrade 할 시 문제점  
수신 : *** 님께 
발신 : 마이크로소프트  

 

 

편지 잘 받았습니다.  님께서 겪고 있는 문제들은 모든 남성 사용자들에게 공통으로 일어나는 문제들입니다.  

 

문제는 많은 분들이 Girl Friend 7.0 을 Wife 1.0 으로 업그레이드 하고자 생각하신 그 이유는 Wife 1.0 이 UTILITIES & ENTERTAINMENT  프로그램이라고 오해한데서 기인합니다.


Wife 1.0은 Utility 프로그램이 아니라 OPERATING SYSTEM 입니다. MS DOS 와 같은 종류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모든 프로그램을 제어하고 운영하게끔 고안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번 설치하면 UNINSTALL 이나 DELETE 명령을 실행할 수 없습니다. 

 

OPERATING SYSTEM 이기 때문입니다. 몇몇 고객들께서 Girl Friend 8.0이나 Wife 2.0 을 설치하려고  해 보았으나 더 많은 문제점이 야기되었으며 금전적 손실도  무척 크다는 보고서가 있습니다.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사용설명서를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페이지 다섯째 줄에 Child.exe 파일의 생성과 Divorce.com 파일에 대한 경고가 있습니다. 

 

그리고 3페이지에는 Wife 1.0 을 효과있게 작동시키는 여러 가지 명령어 및 액세서리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command C:APOLOGIZE 를 실행하면 Wife 1.0 과  다른 프로그램의 충돌을 해결 할 수 있습니다.  님이 구입하신 소프트웨어는 이제껏 나온 것 중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것이며 경제적인 것입니다.

 

부가 써비스 프로그램으로 Laundry 1.0, Cleaning 97.0,  Massage 2.0 등의 다채로운 소프트웨어가 무상으로 제공되었습니다.  

 

기존의 귀하가 즐기시던 프로그램을 이것으로 대체하여 즐기시기 바랍니다. Wife 1.0 의 운영 시스템을 보완하고 하드의 용량을 키우시려면  Flower 2.1, Chocolate 5.0, Movie 8.0 등 을 추가로 깔아놓으시면 매우 좋습니다.

 

특히 Diamond 18.0은 구입가가 비싸지만 Wife 1.0 의 운영 체계를  획기적으로 보완해 줍니다.  

 

참고로 아래의 프로그램들은 바이러스 감염을 초래하오니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 Secretary 3.3  - Room Salon 5.5  - Miari 6.9  - 588 Blues 9.0  - 완월동 5.0 - 초량동텍사스 4.5  

 

특히 다음 제품을 깔면 컴퓨터가 완전히 뻑납니다.   - Second 1.0  - Girl Friend 9.0  - Married Women 1.0  - Widow 8.8  - Young Chicken 2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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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ger의 글]

 

유머 효과의 또다른 방식은 이야기 구조의 반전이나 번복이라는 형식과 기대 파괴라는 내용의 결합을 통해서가 아니라, 비유의 발랄함과 예외성을 통하는 방식이다. 그것을 통해 웃음 뿐아니라 신선함도 함께 준다. 

 

특히 위 유머는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또는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은유의 바다를, 암만 먹어도 배부리지 않은 미식을 즐기는 기분으로, 기분 좋게 유영하는 것과 같은 쾌감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 유머는 철저하게 남성 시각 중심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런 사실이 웃음의 효과를 반감 또는 그 이상으로 사라지게 만드는 기능을 할 것이다. 웃음에도 사실 코드가 있다. 이 유머에서 놓칠 수 없는 비유머러스한 코드는 일부일처제 중심의 가족 도덕률이다. 그리고 그것은 비난을 조금 피해나갈 수 있는 장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남성들은 본능적으로 그런 수비 능력이 있다.

 

 

 

백련사와 동백림

 

'동백림'. 지난 1월 26일 국가정보원 진상규명위원회가, '동백림 사건'은 당시 박정희 정권이 간첩단으로 포장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박정희 정권이 1967년 6.8 부정 총선 규탄 시위를 무력화하기 위해 관련자들을 간첩죄와 간첩미수죄로 기소하는 등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200여 명이나 연루된 이 조작 사건은 40년이나 지나서야 진실이 밝혀졌다. 하지도 않은 짓으로 감옥엘 가고, 돌아가고픈 고향에도 가지 못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에 서려서 살았을까. 끔찍한 조작사건이다. 이런 국가의 폭력은 이제 없어졌을까? 버전을 바꾼 국가의 폭력은 새만금이나 대추리에서 지속된다.

 

 

갑자기 '동백림 사건'이 궁금해졌는데 전혀 엉뚱한 이유 때문이었다. 3월 16일 해질녘 강진 백련사의 동랙림을 갔었다. '동백림 사건'의 '동백림'은 '東伯林'으로 동베를린을 말한다. 백련사의 동백림은 '冬栢林'으로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할 무렵 피는 동백꽃나무의 숲이다.

 

백련사의 동백림은 천연기념물 151호이다. 문화재청은 강진 백련사의 동백림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동백나무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 중국 등의 따뜻한 지방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남쪽 해안이나 섬에서 자란다. 꽃은 이른 봄에 피는데, 매우 아름다우며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춘백(春栢), 추백(秋栢), 동백(冬栢)으로 부른다.

 

백련사의 동백림은 강진에 있는 백련사 부근에 있는데 동백나무 1,500여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으며, 이밖에 굴참나무, 비자나무, 후박나무, 푸조나무 등도 군데군데 자라고 있다. 동백나무의 높이는 평균 7m쯤 되고, 동백꽃이 필 무렵이면 매우 아름다워 이 지역의 명소로 알려져 있다.

 

동백림의 유래에 관하여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으나, 정약용 선생의 유배지인 다산 초당이 가까이 있고, 이곳에서 다도(茶道)연구를 했던 것으로 미루어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백련사의 동백림은 우리나라의 난온대지방을 대표하는 나무인 동백나무가 집단적으로 자라고 있는 지역일 뿐만 아니라, 정약용 선생과 관련된 문화적 장소로서의 가치도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 좌측은 백련사 동백림의 동백꽃. 해가 질 무렵이라 어둡게, 이쁘지 않게 찍혔다. 오른쪽 동백꽃은, 동행한 W씨가 여수에서 찍은 사진이다.

 

백련사로 올라가는 길 온통 동백나무였다. 동백꽃이 만발했다면 그만한 광경도 없었을 터이나, 방문한 날 며칠 전에 꽃샘추위가 있어서였는지, 꽃은 만발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일찍 핀 꽃들은 봉오리 통째로 떨어져 있었다. 위의 사진보다 좀 더 이쁘다고 생각하고 짙은 녹색 잎 사이에서 붉은 동백꽃이 만발한 상상을 해 보시라. 아쉬웠다. 너무 일러도, 너무 늦어도 보지 못한다. 꽃 구경은 타이밍이다.

 

 

@ 이게 다 동백나무인데 이렇게 전체를 보니 동백꽃을 찾기가 어렵다.

 

이런 길을 조금 오르면 백련사가 있다. 백련사 바로 앞에서 800m만 걸으면 다산초당으로 갈 수 있다. 같은 만덕산 속에 약간 떨어져서 있는 백련사와 다산초당. 다산초당은 지난 여름에 갔었고 해가 다 져가니 생략하고 백련사 구경이나 해볼까.

 

@ 동백림을 막 벗어나 백련사 초입에서 바라본 백련사.

 

저 뒤에 기와가 약간 보이는 건물이 백련사의 대웅전이다. 통일신라 문성왕 1년(839)에 지었다고 전해진다. 물론 그 시대 목조건축물이 남아 있을 리는 없다. 대웅전 앞 마당 전체를 자갈로 깔아 놓았는데 비가 와도 질퍽이지 않아 좋을 듯하다. 방문객이 많으면 자갈 밟히는 소리에 절사람들은 괴로울 지도 모르겠다.

 

위의 사진에서 대웅전 앞에 보이는 곳을 잘 보면 중앙에서 한 칸 오른쪽에 문이 열려 있는 게 보일 것이다. 그 문으로 강진의 뜰과 강진만의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백련사 방문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코스인 듯하다.

 

@ 바로 앞이 동백림. 정말 울창하다. 들과 저수지(만덕호)가 보인다. 그 위에 강진만. 그 너머도 강진땅.

 

백련사에서 마주보는 바다너머 땅이 강진군 대구면이다. 그곳에 청자 도요지가 있다. 강진의 모양은, 강진땅 가운데를 바다가 파고 든 모양인데, 이곳 만을 둘러싼 곳은, 청자가마터가 188기이고 현존하는 한국 청자 가마터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국보급 청자의 80% 이상이 여기서 출토된 것이란다. 요즘 강진군이 이 테마로 관광부흥을 노리는 듯하다.

 

 

이 동네의 진짜 관광은 백련사와 다산초당, 그리고 그 주변의 동백림과 숲을 산책하며 누리를 여유일 것이다. 다산초당도 작고 아담하지만 그곳에는 정자가 있어서 백련사에 못지 않은 광경을 선사할 것이다. 지난 여름에도 그랬지만 이 동네 올 때마다 약간의 안개로 깨끗하고 상쾌한 구경은 못했다. 다음 기회가 또 오긴 하겠지.

 

 

목포에서 부산까지 남도를 가로지는 2번 국도를 타고 가다 강진읍내 진입로에서 해남방면으로 18번 국도를 타고 조금만 가면 백련사와 다산초당 팻말을 찾을 수 있다. 좁은 왕복2차로로 살짝 달리면 백련사가 먼저 나오고 그 길로 조금만 더 가면 다산초당이 나온다. 어느 쪽으로 가던지 둘은 연결되어 있다.

 

 

 

독특한 삼겹살 : 사창짚불구이

 

3월 16일(목) 강진에서 저녁을 먹기로 작정을 했는데, 애매한 시간에 아침으로 나주곰탕을 먹어서 점심을 먹어야 마나 고민이 되었다. 그래도 이왕 맛기행을 왔으니 먹을 수 있는 만큼 많이 먹어 보기로 하고 무안에서 먹을 만한 식당을 찾아보았다. 전남도 관광지도에서 안내하는 식당들 전부에 전화를 해서 알아보았는데, 이놈의 지도가 무안군과 영암군의 식당을 묶어서 안내하는 것이었다. 해산물을 먹어볼 요량이었으나 대부분 영암에 있다보니 해산물은 포기하고 [녹향가든]을 찾아나섰다.

 

무안군청 근처에서 무안역을 향했다. 무안역은 무안읍내에 있지 않다. 터미널이나 군청이 있는 읍내에서는 고개를 하나 넘어서 가야 한다. '항공우주전시관'을 찾는다면 사창리를 더 쉽게 찾을 수도 있겠다. 무안역이 있는 동네는 시골동네 '몽탄면 사창리'이다. 이 동네에서 짚으로 불을 지펴 삼겹살을 구워먹었었나 보다. 그래서 <사창짚불구이>로 불려진다.

 

작은 마을에 접어들었더니 작은 간판들이 여럿 있어 [녹향가든]을 찾는 것은 쉬웠다. [녹향가든] 이외에서 짚불구이집 안내판도 여기저기에 있다. 이 음식점들을 [녹향가든]과 비교해 보진 않았으니 어디가 더 맛 있는 집인지는 모르겠고 각자 자기 취향과 감으로 아무데나 가면 된다. 맛없다고 후회한들 선택한 사람의 책임이다.

 

@ [녹향가든]과 무안역 입구에 걸려 있는 [녹향가든] 안내판

@ [녹향가든]과 무안역 입구에 걸려 있는 안내판. 위의 길을 따라 철길과 나란히 주욱 가야 한다. 차가 지나가는 고가를 지나면 녹색 육교가 보이는데, 그 육교 앞에 [녹향가든]이 있다.

 

그리 큰 기대없이, 그래도 짚불로 고기를 굽는다하니 호기심은 가지고 짚불구이 3인분을 주문했다. 일행 중 하나가 화장실에 다녀오더니 화덕이 밖에 있다고 알려주었다. 잽싸게 나가서 연기를 마시며 짚불구이 현장을 촬영했다. 짚불구이는 방이나 홀에서 구울 수 없어 구워서 갖다 주는데, 굽는 아주머니 말씀이 여름에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구워야 해서 힘들단다. 한 겨울에도 환기창을 잘 열지 않아 매운 연기 속에서 구울 것 같다.

 

@ 부뚜막 위에서 짚을 태우는 모양이나 마찬가지다. 석쇠에 삼겹살을 한 장 씩 펼쳐 끼워서 굽는다. 한 판에 1인분. 그리고, 흔들리는 카메라.

 

무안까지 와서 해산물이 아닌 네발 달린 고기를 찾는 게 좋은 선택은 아닐 수 있으나, 내게 짚불구이는 별미였다. 얇게 썬 삽겹살을 짚불에 빠른 시간에 구워 식기 전에 먹으니 쩝쩝 잘도 넘어갔다. 짚불구이는 굽자마자 얼른 먹어야 제맛이라 3인분을 주문하면 손님이 먹는 속도를 봐가면서 구워준다. 그래서 [녹향가든] 아주머니들은 식탁에 남아 있는 고기에 관심이 많다. 서비스 정신이 훌륭하다.

 

@ [녹향가든] 짚불구이.

 

차려진 상을 보면 그냥 평범한 식당이다. 뭐 폼 나는 그릇으로 빛깔 좋은 반찬을 펼쳐 놓지는 않았다. 그래도 독특한 쌈을 먹어본다면 다시 찾고 싶어질 것이다. 왼쪽 아래 상추를 펼치고, 오른쪽의 짚불구이를 가운데 위의 작은 종지에 찍은 다음, 가운데 아래 빨간 걸 얹고, 냠냠 먹으면 된다.

 

가운데 위의 작은 종지에 담긴 짙은 갈색의 장은 간장게장을 갈아 놓은 것이다. 참기름-소금장이 아닌 이것으로 고기에 간을 한다. 그리 짜지 않아서 듬뿍 묻혀도 되는데 삼겹살과 잘 어울린다. 가운데 아래의 빨간 빛깔의 음식은 양파김치이다. 그냥 밥 반찬으로는 별루일 것 같은데 고기와 게장과 상추와 잘 어울린다. 상추-고기-게장-양파김치의 조합이 짚불구이의 백미인 듯하다.

 

[녹향가든]의 고기는 매일 목포에서 들여온단다. 고기에 비린맛이 전혀 없고 싱싱한 게 재료가 좋은 건 사실이다. 그래서 앞에서 소개한 대로 꼭 쌈을 싸지 않고 고기만 게장에 찍어 먹어도 좋다.

 

1인분이 석쇠 한 판인데 고기가 얇다보니 양이 많지는 않다. 11시에 아침을 먹은 세 사람이 오후에 4인분을 후딱 먹어버렸으니 말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사창짚불구이>를 먹겠다면 하루에 예닐곱번만 열차가 지나가는 무안역으로 가거나, 무안터미널에서 무안역 가는 노선버스를 이용하면 될 것이다. 노선버스는 목표까지도 가더라. 횟수는 모르겠고. 무안역에서 [녹향가든]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철길만 따라 가면 되니까.

 

- 녹향가든 : 061-453-8360

 

@ 무안읍내와 무안역 지도.

 

[팝콘 한 봉다리] 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

 

말걸기["여자는 재미로 사랑을 하지 않아요."] 에 관련된 글.

아래의 글은 야스피스가 월간 <금비>에 쓴 원고이다.

수다 중 '문'이 '말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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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 한 봉다리] 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


영화를 보면서 그가 생각났다. 몇해 전 ‘성적 소수자’를 취재할 무렵 ‘르포’를 맡았던 나는 종로의 게이 커뮤니티 지도를 인터넷에서 찾아 무작정 그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들만의 공간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남성 동성애자 인권단체 ‘친구사이’의 도움을 얻어 처음으로 소개 받은 게이가 그였다.
종로3가 뒷골목의 한 게이 카페에서 홀로 맥주를 마시고 있던 그는 “기사에 이름이 나가면 안 된다”는 말을 분명히 하고 얘기를 시작했다. 일류대 경영학 박사였던 그는 뜻밖에도 유부남이었고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두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게이임을 알게 된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결혼하고 3년이 지난 어느날 우연히 들어간 동성애 사이트에서 동성애자들과 채팅을 하면서 그는 불현듯 자신의 성적 지향을 자각했다. 그날 이후 아내와의 관계는 틀어졌고 우연히 그가 들어갔던 사이트를 보게 된 아내는 그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난 참 불행한 인생”이라며 한탄을 했지만 사귀고 있는 애인을 소개하면서는 행복한 웃음을 보였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는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이런 생각이 스쳐갔다.
 
이번에 <금비>와 함께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본 주인공은 민주노동당 서대문구위원회 소속 당원인 강00, 조00, 문00 등 세 명이었다. 동성애자가 한 명 정도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30대 중반인 이들 셋은 모두 이성애자다. 아니다. 셋은 모두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말하지 않았을 뿐인지도 모른다. 단정은 섣부르고 구분은 무의미하다. 단지 이들 중 한 명은 이성과 결혼을 했고, 다른 한 명은 이성과 열애중이며, 또 다른 한 명은 현재 연애중은 아니지만 “자아를 잠식 당하지 않으면서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할 따름이다.
 
대만 출신의 이안 감독이 연출한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은 남성성이 짙은 카우보이들의 세계를 다룬 슬픈 ‘러브스토리’이다. 도저히 동양인이 만든 영화라고 보기 힘든 ‘아이스 스톰’과 ‘센스 앤드 센서빌러티’로 미국인들을 놀라게 만든 이안 감독은 전작들과 완전히 다른 ‘와호장룡’을 만들어내더니 이번 영화로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의 감독상을 거머쥐는 영예를 안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에 빠져보자.
 
20세 청년인 에니스 델 마와 잭 트위스트는 1963년 여름 와이오밍주에 위치한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방목일을 하게 된다(오해를 피하자면 이 영화는 실화가 아닌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와이오밍주는 물론이고 이 세상 어디에도 ‘브로크백 마운틴’이란 산은 없다. 캐나다에서 찍은 이 영화 때문에 와이오밍주 관광청 전화통만 불이 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름 한 철을 같이 보내던 도중에 이들은 짧은 사랑을 나누게 되고 가슴 속으로만 타들어가는 이별을 했다. 약혼녀였던 알마와 결혼해 딸 둘을 낳은 에니스는 여전히 가난한 품팔이 인생을 살았다. 잭도 농기계상의 딸 로린과 결혼해 아들을 낳고 장인의 사업을 도우며 살았다.
그렇게 4년이 지난 어느 날 잭이 에니스에게 엽서를 보내 이 둘은 운명적인 해후를 한다. 서로에 대한 사랑을 다시 확인한 그들은 매년 한 두 번씩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만나면서 사랑을 나눈다. 에니스의 아내 알마는 남편이 친구라던 잭과 처음 재회하면서 진한 키스를 나누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둘은 이혼을 했다. 에니스는 잠시 캐시와 사귀지만 결코 관계를 발전시키지는 않는다. 한편 ‘자기에게 춤을 청하지 않는 남편’을 둔 로린은 돈 버는 일에만 몰두할 뿐이다. 더 이상 영화 줄거리를 얘기했다간 스포일러로 찍힐 것 같아서 영화 얘기는 여기까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지만 엔딩곡 두 곡이 끝날 때까지 극장의 불은 켜지지 않았다. 깊은 여운을 남기는 두 노래를 듣고 나서 우리는 말없이 극장문을 나섰다. 늦은 밤 힘겹게 찾아 간 맥주집에서 나눈 이야기는 이렇다.

 

 

- 강 : 남자가 보기에 여자들이 웃길 것 같아. 캐시가 에니스한테 “여자는 재미로 사랑을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남자도 그럴 것 같아. “나도 그런데….” 이혼한 다음에도 추수감사절 날 초대해서 칠면조 먹이고, 옛날 얘기 꺼내고 말이야.

 

- 문 : 알마가 불쌍해.

 

- 강 : 연애의 대상만 다를 뿐이지 연애의 코드를 잘 따라간 영화야. 기다리는 사랑은 너무 슬퍼. 애인한테 잘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웃음)

 

- 조 : 산에 들어갔을 때 둘이 사랑에 빠지기 전에 뭔가 복선이 안 깔려있었던 것 같아. 너무 충동적이었던 거 아냐?

 

- 강 : 원래 충동적인 거야. 사는 얘기 나누고 서로 의지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 조 : 굉장히 충동적이었어. 운명적 만남이라면 뭔가 과정이 있었을 것 같은데 좀 당황스럽더라구.

 

- 문 : 그러니까 사랑이지. 운명적 사랑? 어떻게 사랑이 운명적일 수가 있어? 게이가 둘 있다고 해서 연애를 한 게 아니야. 한 순간에 필이 꽂힌 거지.

 

- 조 : 잭은 충동적으로 시도했어. 에니스는 처음에 놀라고 당황하다가 순식간에….

 

- 강 : 이해하고 못하고 문제가 아니라 영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 조 : 에니스가 어렸을 적에 마을에 있던 게이가 잔인하게 살해된 거를 봤잖아. 그런 공포 때문에 에니스를 뿌리칠 수밖에 없었지.

 

- 문 : 그러고 보내니까 이 사랑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거지. 만약 가정을 꾸리지 않고 연애를 했다면 헤어졌을 거야.

 

- 강 : 근데 남자들끼리지만 둘 사이에 사회적 관계가 설정되지 않아? 한 명은 식사 준비하고 천막을 지키고, 다른 한 명은 밖에서 양떼를 몰고 말이야.

 

- 조 : 둘한테 성역할의 구분이 있었어. 중간에 서로 역할을 바꾸는데 성역할에 따라 바라보는 시야도 달라지지.

 

- 문 : 잭이 여성적이야.

 

- 강 : 감정이 풍부하게 나오잖아. 에니스가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오고 에니스가 난감해 하며 돌려보내니까 울면서 가잖아. 그나저나 배경이 너무 예뻐.

 

- 조 : 사랑에 빠지려면 그런 데 있어야 하나.(웃음) 에니스가 잭의 제안을 거절했던 거는 어떤 것 때문일까.

 

- 강 : 뭔가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잖아. 성장배경에도 나오고 부모가 일찍 죽고 어렸을 때 형과 누나가 결혼해서 떠나고….

 

- 문 : 그렇게 가족한테 버림을 당하니까 자기는 가족을 못 버리는 거지.

 

- 강 : 확신도 없을 거고. 외로움에 너무 익숙해져서 딸이 같이 살자고 해도 못 산다고 하잖아.

 

- 조 : 둘한테 직접적인 억압을 없었던 거잖아.

 

- 강 : 심리적 억압이었지. 근데 이게 숙명적인 사랑일까.

 

- 문 : 숙명이나 운명? 그런 건 다 환상이야. 당사자에겐 어쩔 수 없는 거야. 솟구쳐 나오는 감정….

 

- 강 : 나도 있다고는 생각지 않아. 영화에서는 ‘사슬’이라고 나오지. 어쩔 수 없는 그런 거.

 

- 조 : 오지게 걸렸다는 생각이 들어. 순간적으로 엮이는 거지.

 

- 강 : 결혼식장에 가면 각 커플마다 정말 험난 파도를 넘고 그런 우여곡절이 있어. 근데 그렇게 결혼을 하고 나면 일상의 감정으로 돌아가게 되는 거지. 하지만 잭과 에니스는 그게 아니니까 더 애틋하게 되는 거야.

 

- 문 : 너무 슬프잖아.

 

- 일동 : 그래.

 

- 문 : 잭이 에니스한테 같이 살자고 했던 거랑 (이성애자인) 내가 어떤 여자한테 같이 살자고 하는 거와는 달라. 잭이 죽고 나서야 에니스는 맹세한 거지. 잭이 자기 셔츠 안에 에니스의 셔츠를 담아놓았던 것처럼 평생 자기 셔츠 안에 잭의 셔츠를 품고 살 것을 말이야.

 

 

다시 드는 생각. 동성애자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이성애자들이 차마 느끼지 못하는 사무치는 감정에 복받쳤을 것 같다. 아니, 게이들의 사랑이 현실과 달리 너무나도 아름답게 그려진 것을 보고 허탈해 할지도 모른다. “너무나도 슬픈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취재원이었던 그가 다시 떠올랐고 루퍼스 웨인라이트의 엔딩 곡 “The Maker Makes”의 음률이 생생했다.


“이 사슬을 끊고 네게 다가가고 싶어
하지만 조물주는 또 다른 사슬을 만드네
내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너를 향한 사랑의 눈금을 더 높이 그으며
너를 잊지 않으려 애쓰네
하지만 조물주는 사랑의 벽을 높이네
슬픈 운명의 사랑이여
오 주여, 저는 압니다
저는 압니다
당신이 제게 어떠한 행복을 주었는지
만족하고 살라면서”

 

 

소문 그대로 : 나주곰탕

 

3월 16-17일, 이틀 동안의 남도 맛기행, 그 본격적인 시작은 나주에서였다. 나주에서는 곰탕이 맛있다는 소문이 있다. 그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곰탕집을 찾았다. 전남도에서 발행하는 관광 안내 지도에는 각 시군의 맛집을 몇 개씩 소개하고 있다. 나주의 맛집은 곰탕집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하얀집]과 [노안집]을 소개하고 있었다. 두 곳 모두 전화를 해 보니 나주의 '매일시장' 근처라고 했다. 나주곰탕집들 여러 개가 약간의 거리를 두고 모여 있었다. [하얀집], [노안집], [남평식당]. 이 세 식당은 나주곰탕을 대표하는 음식점으로 유명하다.

 

어디를 갈까. [하얀집]으로 찍었다. 다음에 나주를 갈 일이 있다면 [노안집]이나 [남평식당]을 가게 되겠지.

 

@ 나주곰탕집 [하얀집]. 입구는 넓지 않으나 식당은 안으로 길고, 넓다란 방도 있다. 사진 속 인물과 차량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전 11시 경에 갔는데 점심 전이라서인지 손님들이 바글바글하지는 않았지만 그 시간 치고는 적지않은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메뉴는 곰탕 외에도 수육과 육회가 있긴 했지만 낮부터 먹기를 좀 그렇고, 늦은 아침식사로 곰탕을 먹었다.

 

@ [하얀집]의 나주곰탕. 곰탕을 주문하면 딱 요렇게 나온다. 그렇다고 모자람이란 없다.

 

고기를 얇게 썰지 않고 큼직하고 두툼하게 썰어놓았다. 고기의 양도 상당히 많았다. 사진에서 보이는 밥 위의 고기가 결코 전부가 아니다. 그리고 국물이 맑다. 맑다고 해서 얇은 맛은 아니다. 신기하게도 깊은 맛이 난다. 김치도 오래 삭혔다. 남도 김치다. 곰탕 한 그릇은 늦은 아침식사로 훌륭하다. 점심이든 저녁이든 든든한 식사로도 손색인 없을 듯하다.

 

@ 손님들이 볼 수 있는 곳에서 큰 가마솥으로 곰탕을 고고 있다.

 

그렇다고 아주 깊은 맛을 느끼지는 못해서, 언제나 소문은 약간 과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우리가 찾은 시간 때문이었다. 곰탕을 다 먹고 나서 주방의 아주머니에게 여쭈었더니 새벽부터 탕을 고는데 낮 12시가 지나야 진짜 제맛이 난단다. 새벽에 고기를 넣고 한 번 고고 나서 고기를 꺼내 썬 다음 계속 곤단고 한다. 매일매일 새로 고기 때문에 낮부터야 제맛을 보게 된다. 아쉬운 대목이었다. 행여 다음에 나주를 방문하다면 저녁식사로 진한 곰탕을 한 사발 먹고 수육으로 술이나 한 잔 해야겠다.

 

 

아주 간략한 소개만 있을 뿐이지만 [하얀집] 사이트도 있다. 차를 타고 [하얀집]을 찾으려면 '금성관'을 먼저 찾는 게 빠를 듯하다. 전화를 걸어 찾아가는 방법을 물으면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매일시장'을 찾으라고 하는데 도로 이정표에는 매일시장은 없고 금성관 안내가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매일시장'을 찾을 때에는 방향만 잘 잡으면 된다. 매일시장 큰 간판을 찾아 그 길로 들어가면 [노안집]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노안집] 건너편 공영 주차장에서 보면 [남평식당] 간판도 보인다. 이 공영 주차장 건너편 오른쪽 길로 가면 [하얀집]이 보인다. 바로 이 근처에 금성관이 있다.

 

@ 나주매일시장 지도. 버스터미널에서 500미터면 걸어도 충분하겠다.

 

 

- 하얀집 : 061-333-4292

- 노안집 : 061-333-2053

 

 

전주의 수수께끼 : 콩나물국밥 먹고 나서

 

지난 주 목요일(16일) 새벽에 전주를 잠깐 들르게 되었다. 남도 맛기행의 시작이었다. 전주의 음식은 맛있다 하니, 그 새벽에도 맛집은 있으리라 맘대로 단정하고 시내로 접어들었다. 새벽 2시경이었으니 왠만한 식당은 다 문을 닫았을테고, 이 시간에 영업할만한 국밥집을 찾아 이 동네 저 동네 할 것 없이 시내를 몇 바퀴 돌았다. 정보가 없으니 불빛이 많은 이 골목 저 골목을 마냥 뱅글뱅글 차를 타고 돌았는데, 문득 [삼백집]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 [삼백집]의 간판. 왼쪽 인물은 동행한 W씨.

 

 

내게 '삼백집'이라는 이름은 추억의 밥집 이름이다. 10년도 더 전에 방언답사를 위한 사전답사랍시고 진안에 내려간 적이 있었다. 친구와 후배와 함께 셋이서, 아는 동네도 아니고 하니 적당히 맛있어 보이는 식당을 찾았다. 군청과 전화국이 모여 있는 곳 근처에 [삼백집]이라는 이름의 아주 작은 식당이 있었다. 이름이 독특했고 무엇보다 콩나물국밥만 파는 이른바 전문식당이어서 왠지 끌렸다.

 

뚝배기 그릇에 젓갈을 넣어 끊인 콩나물국밥이었는데 그 독특한 맛과 깊은 맛에 취해 입천장 다 벗겨지도록 먹었다. 한 그릇을 다 먹고나니 속이 든든해 타지라는 생경함, 그래시인지 쪼그라드는 마음은 다 없어졌다. 다시 배고파지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흘렀고 배부름으로 하루를 꽉꽉 채워 이 일 저 일 했었던 기억이 있다.

 

진안의 [삼백집]은 그 후 몇 차례 더 찾을 기회가 있었다. 진안에 방언답사 본답사도 갔고, 친구들이랑 여행도 갔었고, 지금은 마나님이 된 애인이랑 놀러도 갔었다. 그때마다 식당은 제자리에 있었지만 한 번밖에 더 먹어보질 못했던 것 같다. 이 식당은 아주 나이가 많이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운영을 하셨는데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 보니 무슨 사정이 있는 듯했다. 진안까지 가서 이 [삼백집]에서 콩나물국밥을 못먹는 건 무척 아쉬운 일이었다. 지금도 안녕하신지 궁금하다.

 

 

전주의 [삼백집] 바로 오른쪽에도 콩나물국밥집이 있다. 애초에는 이 집이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내가 [삼백집]이 옆에 있는 걸 발견하고선 이 식당으로 가자고 했다. 차에서 막 내리려는데 택시 한 대가 식당 앞에서 서더니 사람들이 우르르 나와 [삼백집]으로 들어가는 걸 보았다. 순간 '잘 찍었다' 싶었다. 새벽까지 술마시고 출출한 속 풀기 위해 택시까지 타고 오는 걸 보니 전주에서는 나름대로 좋은 평가를 받는 식당인 게 분명했다.

 

@ 전주 [삼백집]의 콩나물국밥과 모주

 

콩나물국밥집에는 당연 모주도 있으니, 콩나물국밥과 함께 모주도 주문했다. 모주를 먼저 맛보았는데, 모주에 무엇을 넣었는지 맛이 무척 진하고 강했다. 위의 사진을 보아도 무척 진해 보인다. 약재 같았다. 따뜻하게 데운 모주는 강한 맛 때문에 쉽게 들이켜지지 않았다. 몇 모금 마시고선 입을 더 대지 않았다.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모를까 전주 [삼백집]의 모주는 권하고 싶지 않다.

 

 

이 집의 콩나물국밥은 밥을 넣고 끓인 국밥이었는데, 이처럼 끓여서 만드는 콩나물국밥을 맛있게 하는 집을 찾기는 어렵다. 대신 말아주는 콩나물국밥이 있는데, 홍대 앞에 [전주남부시장 콩나물국밥]집이 있다. 98년도 홍대 앞을 매일같이 들락거릴 때는 자주 갔었던 집인데, 이집의 콩나물국밥은 주인 아주머니 성격마냥 아주 깔끔했다. 모주도 맛있었다. 이 집은 반찬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데 젓갈도 맛나는 걸 주문해서 차렸다. 요즘은 홍대 앞에는 밥 때에 가는 게 아니어서 오랜 동안 이 집에서 콩나물국밥을 먹어보지 못했다. 조만간 가보고 싶은 곳이다.

 

 

전주 [삼백집]의 콩나물국밥은 3,500원. 모주는 1,500원. 모주를 마시지 않는다면 3,500원에 국밥 한 그릇을 먹게 된다. 이 집이 내 활동 반경에 있는 집이라면,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보 맛이면 적잖이 찾게 될 듯하다. 하지만 이 집의 콩나물국밥은 감동의 맛을 지니지는 못했다. 끓여서 나오는 국밥 치고는 좋다. 하지만 진안 [삼백집]과 홍대 앞 식당의 콩나물국밥에 비하면 '진짜 맛있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이번 콩나물국밥도 그러했지만, 작년에 민주노동당 전북도의원인 김민아 의원에게 소개받아 찾아간 한정식집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간장게장을 먹고 싶어서 김민아 의원에게 전주에서 잘하는 식당을 소개해달라고 하였다. 전주 한옥마을 근처 식당 밀집지역의 한 식당을 소개해 주었는데 분위기 좋은 한옥집에서,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원하게 식사한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 집은 간장게장만 맛있었다. 다른 반찬은 아주 짜거나 하는 등 별로 맛이 없었다. 간장게장을 잘 만들 정도면 다른 반찬도 왠만히 만들 수 있을텐데 말이다. 전주를 지날 때 간장게장을 먹고 싶어도 이집에는 다시 들르지 않을 것 같다.

 

전주는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 도시다. 함 팔러도 갔었고 여행도 갔었고 무슨 행사가 있다고 해서 들른 적이 있다. 갈 때마다 '전주시 향토음식 지정업소'라는 간판이나 누군가의 소개로 식당들을 찾았었는데 기대에 미치는 식당은 없었다. [삼백집] 아주머니에게 진짜 맛있는 비빔밥집 소개해 달라니까 이 집 저 집 소개를 해주셨는데 그러면서도 하시는 말씀 '진짜 맛있는 건 아니구...'

 

타지인인 나로서는 수수께끼다. 도대체 전주에서 맛있는 음식점은 어디에 있을까? 전주에서 오래 오래 살면서 맛집만 찾아다닌 분이 있다면 소개 좀 받고 싶다. 진짜 맛집.

 

 

전주의 [삼백집]은 24시간 영업을 하는 듯하다. 찾아가고자 한다면 아래 지도를 참고하시라. 063-284-2227


@ [삼백집]의 위치. 서쪽 다리를 건너서 죽 가면 예수병원. 오른 쪽 아래는 옛 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