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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_시즌2_류미례 감독 기획전]

'다큐멘터리_사는 만큼 만들고, 사는 만큼 발견하며, 발견한 만큼 주장하는 것' 

류미례 감독님의 기획전을 기다리고 계신가요? 기획전을 위해서 류미례 감독이 쓰신 영화 이야기의 프롤로그를 우선 공개합니다. 깨알같은 에피소드들이 담겨있어서 읽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에필로그까지 기대해주세요!

6월 8일 월요일 저녁 6시 <친구>, 8시 <엄마...> 
6월 22일 월요일 저녁 7시 <아이들> + 대담회

초대권신청은 신다모 카페에서 http://cafe.naver.com/shindamo/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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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미례가 쓰는 류미례의 영화 이야기>

프롤로그

1997년부터 푸른영상에서 일을 했다. 그 때의 푸른영상은 김동원, 김태일, 오정훈 세 감독과 나머지 감독들 사이에 큰 강이 놓여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나머지’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용서해달라. 당시 구성원은 13명이었고 세 감독을 제외한 열 명의 감독들은 푸른영상이 주는 무게감과 선배들의 두터운 작품세계에 짓눌려있었던 것같다. 교육영상물의 공동제작을 시도하거나 세 선배감독을 팀장으로 하는 팀별 제작회의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들을 했다. 그 중 하나가 실습제도였다. 3개월 동안 소품 하나를 만드는 것이었다. 3개월이라는 기간은 작품의 범위와 깊이를 결정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푸른영상 근처에 있는 장애인센터 함께사는세상에서 일하는 성인 지적 장애인들을 주인공으로 <나는 행복하다>를 만들었다. 몇 번의 가편집을 거치면서 동료들 중 누구도 나의 제작의도를 알아봐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나만 아는 영화를 만들고 만 것이었다. 내가 아무리 말을 해도 동료들은 내 영화에 대해서 내가 생각한대로 봐주지 않았다. 동갑이자 선배였던 서명진감독은 안쓰러운 얼굴로, “미례야, 너만 그렇게 생각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고 답답했던지 김동원감독은 내 옆자리에 앉아서 내가 찍은 화면들 중 하나를 정지시켜놓은 채 말했다. “너는 이 사람이 보이니?” 화면 저 구석에서 내 주인공이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네. 여기서 이렇게 기분 나쁜 채 있잖아요” 
“너한테만 보인다. 네가 촬영본을 보면서 웃는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편집하면서도 웃는 건 이상한 거야. 너만 보이고 너만 재미있어. 너는 너무나 주관적이구나”
애초의 기획의도는 실종된 채 ‘지적 장애인들과 지낸 한 달 동안의 비디오다이어리’라는 컨셉으로 영화를 완성하긴 했지만 나는 그 때 큰 깨달음을 얻었다. 아,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걸 정확하게 찍어야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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