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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우 배추가 얼었다.

몇일전 갑작스레 눈이 와서 밭에 있는 무우와 배추가 얼겠다고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다시 눈이 와서 안되겠다 싶어 이른 아침에 밭에 올라가 보니 산 밑의 밭에는 그래도 눈이 좀 녹았는데... 좀 높은곳에 있는 우리 밭은 온통 눈으로 소복히 쌓여 있었다. 무우 하나를 뽑아보니 무우와 땅이 모두 얼어 있었다.

 

 

언 무우와 배추를 그냥 두면 안될것 같아 오후에 짬을 내어서 뽑아 왔는데....

배추는 그래도 두고 먹을수 있겠지만, 무우는 무우총까지 얼어서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장갑을 끼고 눈을 헤쳐가면서 무우와 배추를 뽑는데 손이 시러웠고 추운 날씨였다.

 

지난 여름 8월에 씨를 심고 솎아 주기도 하고, 벌레를 잡아 보기도 해서 지금까지 온 수확물인데, 요즘 돌아다니느라 등한시하여 이렇게 망치게 되다니 자책도 하여야 하겠지만, 무우와 배추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다.

 

유난히 배추는 벌레가 심했다. 처음에는 좀 잡는척 하다가 이 벌레가 땅속에 숨어 있어 다 잡지도 못하고, 워낙 많이 있어 나중에는 포기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날씨가 차가워짐에 따라 벌레도 차츰 없어지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되었으며.... 따라서 벌레도 배추를 완전히 죽이지는 않고 주인에게도 먹을것을 돌려주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래도 저녁에 집에 와 보니 뽑아온 무우와 배추를 반찬을 만들어 놓았는데....

무우총은 삶아서 된장에 무쳐 놓았고, 무우는 조렸고, 배추는 생배추로 고추장을 찍어 먹도록 해 놓았다. 무우는 얼어서 반찬을 해 놓아도 제대로 맛을 낼 수 없었는데.......  배추는 생긴 모양보다는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반찬을 준비하면서도 맛이 있어 계속 먹어 보았다고 한다.

 

못된 농부를 만나 잘 가꾸어 주지를 못하니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제 혼자 자라느라 고생을 하면서 그래도 그 고유의 맛을 유지해 주는게 감개가 무량하다.

 

안철환 선생께서 한 말이 생각이 난다.

요즘 농사기술이 발달하여 별의별 모양으로 작물을 크고 보기 좋게 잘 키우는데....농사를 잘 알지 못하는 도시농부들이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농작물이 도리어 자연에 가깝고 제대로된 농작물을 재배한다. 라고 역설적으로 하던 말이 생각하며 그나마 위안을 삼아 볼려고 한다.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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