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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돌 설주일 - 오병이어의 사랑방.

 

설날 지하철 안은 한산하다. 그래도 신도림 같은 환승역에서는 보따리를 들고 아이들과 함께 타는 가족들이 보인다. 차창 밖 거리에도 차량은 많지않고 상가는 문을 닫았고, 공장 굴뚝에도 연기는 나지않고 철문은 굳게 닫혔다. 지하철 속에서 눈을 감고 상상하기를 지금 명절같이 도시의 공장과 상업시설이 사라지고 적은 수의 사람들이 살고, 곳곳으로 흩어진채로 그대로 분산되어 살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또 명절 같이 온 세상이 평온하기를...

 

좀 일찍 도착한 합정역에서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홍대극 집사님께서 이영희 권사님을 인도해 드리고 가신다. 그 정성과 열정이 대단하시다. 도저히 흉내낼 엄두도 못내겠다. 문턱없는 밥집에는 명절임에도 밥집의 산책 좋은나무 초록나무와 딸들이 예배자리를 마련해 놓고 기다리고 있다. 설 명절 주일이라 적은 수의 교인들이 예배에 참여하지 않을까 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밥집으로 이어지는 발길은 끊어지지 않는다. 느을 윤장로와 함께 사다리를 놓고 밥집 벽에 섬돌향린의 예배처소임을 알리는 깃발을 달았다.

 

지난 주일과 달리 오늘은 탁자없이 마주보고 빙둘러 앉아 사랑방처럼 앉아 예배드릴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좋은나무의 인도로 예배안내와 한주간의 소식과 교인들의 근황을 전하면서 예배는 시작된다. 침묵과 함께 찬송을 하고 기도드리면서 하느님께 다가가고 나와 우리, 세상의 이웃들을 생각하고 그들과 함께하는 예배로 이어간다. 오늘은 교인들의 설교 나눔이 없이 고린도후서 3:12~4:2 말씀으로 보라 목사님의 설교다. 우리들 얼굴 앞에 가려진 너울이 무엇인지? 주를 통하여 그 너울을 벗어버리고 주님이 계신 그곳으로 다가가 자유함을 얻었으면 한다.

 

이어 빼빠의 진행으로 모두가 함께하는 윷놀이 판을 벌렸다. 15명 정도의 교인들이 소박하게 예배드리면서 윷놀이를 하리라 짐작하고 준비를 했는데 40명이 되니 기쁘기도 하면서 예상외라고 어리둥절하단다. 형편에 맞추어 한 조에 9명 정도로 '섬' '돌' '향' '린' 으로 4조로 나누어 윷판을 벌렸다. 윷놀이는 아이들아니 어른들 모두 할 수 있고, 즐겹고 흥겨운 한판이다. 인원이 많다보니 윷을 하나씩 들고 따로 던지기도 하고, 아이들이 혼자 던지기도 한다. 윷을 잘 던지기도 해야 하지만, 말을 잘 놓아야 한다. 말 놓기에는 '홈'자리가 있어 시작자리로 되돌아가도록 했고, '번개'자리가 있어 준비한 문답에 따라 뒤로 가거나 앞으로 가거나 마음대로 갈 수도 있다. 엎치락 뒤치락하다가 '린'의 조에서 우승을 하여 모두 작은 선물을 하나씩 나누어 가졌다. 예배는 이렇게 흥겨워질 수도 있다.

 

감사기도를 드리고, 서로 손을 잡고 공동으로 축복하는 기도로 밥집에서의 예배는 끝난다. 이어 각각 집에서 준비해 온 음식으로 상을 차려 만찬을 함께한다. 제주 강정에서 온 한라봉, 설에 장만한 부침개, 아침에 일찍 싸온 월남(?)김밥, 쌀로 만든 산자, 과일, 찰밥, 만두... 푸짐하다. 고향의 사랑방 같은 밥집에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앉아 무릎을 맞대고 집에서 준비해온 음식과 민속음료와 함께하니 생생한 만찬이 된다. 이런 모습이 우리를 아우룰수 있는 성찬일 수도 있겠다. 조금씩 준비한 음식이 모자람 없이 먹을수 있으니 오병이어의 체험도 함께 한다. 명절에 가족관계에서 소외되고,  높으로 곳에서, 거리에서 천막하나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도 따뜻한 사랑방에서 오병이어의 체험이 함께 했으면. 고령이신 이영욱유호명 선생님께서는 종탑에서 설을 보내는 노동자들을 찾아가시겠다고 길을 나선다.

 

예배에 40명이 참석을 하였는데 새로운 얼굴들이 있다. 마포 동네에서 명절을 맞아 8명의 대가족이 몰려 오기도 하고, 젊은 여성활동가들도 왔고, 밥집의 산책도 함께하였다. 모두 섬돌향린의 친한 친구들이 되리라 믿는다. 향린의 소담 다운 권 집사께서 함께 예배를 드렸다. 또 초록나무의 두 딸 준하 하린이 엄마와 함께했다.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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