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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을 따는 아낙들이 아니고....

 ‘굴을 따랴 전복을 따랴 서산갯마을....’

예전에 조미미인가하는 가수의 노래가락이 생각난다. 서쪽바다 갯마을에는 굴을 따는 아낙도 아니고, 전복을 따는 아낙도 아닌 전국 방방곡곡에서 모인 사람들이 기름뻘에서 기름을 닦아 내면서 고생들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유조선에서 사고가 나서 얼마간의 기름이 바다로 세어 나오는 정도로 생각을 하고 그냥 그런일이 있었는가 보다. 하고 지나쳐 버렸지만 매일매일의 소식들을 접하면서 그저 그런 정도가 아니고 심각하구나 하는 생각을 뒤늦게 하게 되었다.


자원봉사한다는 수많은 국민들이 태안 앞바다로 몰려들고, 환경단체마다 자원봉사단을 모집하면서 조직해 나가고 있었다. 고무장화가 있어야 하며 방제 복장이 있어야 하고 바닷바람이 추울것이고 기른냄새가 독하다고 하기에 망설임과, 뇌에서 가야 한다는 명령에 주저주저하다가 녹색연합에 자리를 얻어서 방제작업에 함께 하게 되었다.


아침 일찍 6시반에 양재동에서 모여서 가는데 모인 면면들을 둘러보니 남성보다는 여성그 중에서도 젊은 여성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를 볼때에 남자와 여자들의 감수성이나 심성의 차이가 있는것 같다. 생명을 잉태하는 모성애 때문일까?


 

9시 정도에 태안반도 개목항 현장에 하게 되었다. 바닷가에 들어서는 순간 기름냄새가 진동을 하고, 서커먼 갯벌에 기름이 범벅이었다. 더 일찍온 봉사자들은 바닷가에서 작업을 하고 있고, 우리는 처음 구경하고 입어보는 방제복을 입고 장갑을 끼고 장화를 받아서 신고 기름 흡착포를 가지고 바다에 들어가면서 보는 모습은 더욱 가관이었다.


화면으로만 보던 기름이 바위와 돌 모래에 붙어 있는 시커먼 기름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각종 쓰레기와 흡착포 포대자루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으며 사람들과 함께 섞여서 시장바닥같이 복잡하게 어울려져 있는 가운데 각각 위치로 가서 흡착포와 천으로 기름을 닦아내는 작업에 몰두하게 되었다.


작업반장도 없이 느슷한 분위기로 각자가 알아서 넓은 바다에 흩어져서 돌과 바위에 기름을 닦아 내기를 반복하는데.... 좀 시간이 지나면서 지독하게 풍기던 기름냄새도 못 느끼겠고, 약간의 비와 눈이 오기도 하고, 밀려오는 파도에는 검은 기름덩어리가 보이기도 하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처음에는 돌과 바위에 묻어있는 기름은 흡착포로 제거를 하면서도 함숨만 나오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허리가 아프기 시작을 하고...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기름들을 닦아 내면서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넓은 바닷가에 기름이 흘러있고 우리가 보이는 정도만 해도 저렇게 넓은데도 나는 앉아 있는 주위의 약간의 돌과 바위에 묻어 있는 기름을 닦아 낸다고 해서 그게 얼마나 소용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과 함께 이렇게 하면 뭣할까 하는 생각에 일을 하면서도 맥이 빠진다.

 

 

지난해 여름 소낙비 내리는 한밤중에 FTA반대를 위해서 농촌에서 올라와서 소낙비 다 맞아 가면서 싸우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보고서도 같은 마음이었지만, 몇몇의 인간들 때문에 무수한 사람들이 추운 날씨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고생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라 참기가 힘들어진다.


지금 이곳 바다에 일어난 일은 너무나 큰 재앙이기에 분노보다는 차라리 절망을 느끼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에 맴돌면서... 영성훈련 시간이라도 되는듯이 생명이 더없이 귀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앞으로 생명을 살리는 일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러면서 오전내 바위틈이나 고인물이 있는 곳에 움직이는 생명체가 있는지 살펴보았지만 하나도 찾아 내지 못했다. 바위와 돌 사이에 여러개의 발을 가지고 조금은 징거러운 생명체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보이지 않는다. 바위와 돌에 붙어 있는 이름 모를 작은 조개들은 죽어 있기에 걸레로 돌을 닦을때마다 그냥 다 쓸려 내리게 되고, 바위에 붙어있는 굴을 아직도 살아 있는 것들이 있는데... 평소에는 바다에 가면 바위에 붙어 있는 굴을 깨어서 먹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먹을수가 없었다.


허리가 아플 즈음 점심때가 되어 식사배급소로 가니 길다랗게 줄은 선 행렬을 보아하니 각양각지에서 왔다. 서울에서 지역에서 지방에서 향우회에서 라이온스에서 회사에서 고3학생들 대학생들 외국인들 CCC 아주머님 아저씨들 여러형태의 자원봉사자들이 모였다. 우거지국을 한 그릇씩 받아들고는 사람들 사이에서 제대로 서서 먹을수 없어 대충 식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노동후에 먹는 식사라서 그런지 모두들 맛있다고 한다.


화장실이 별로 없다. 임시로 만들어 놓은곳에서는 길다랗게 줄을 서 있기에 급하고, 주변의 민가를 찾아보니 갈 만한곳은 없고 빈집 같은데를 찾아서 일을 볼 수도 있었다. 주위에는 민반집을 새로 짓다 만 흔적들도 보이고 멀리 바다에는 굴약식장과 배들이 정박하고 있는 것을 보면 대부분의 주민들이 바다를 통해서 먹고 사는듯하다.


 

태안군은 바다로 둘러쌓여 있어 바다의 비중이 아주 높다고 한다. 그러니 이 주민들이 앞으로 10년이 될지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그 동안 어떻게 생업을 유지해 나가야 할지 우둔한 머리로서는 아무리 생각을 거듭하여도 그들이 살아갈 방도가 없어 보인다. 사건처리를 하면서 보상이라고 하기는 하겠지만, 그 액수가 충분하지도 않을뿐더러 주민들이 다른 생업을 이어 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은 쉽지 않을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오후 들어 다시 바다에 들어와 작업을 하는데.... 흡착포 대용으로 헝겊을 가지고 와서 바위와 돌을 닦고 기름을 훔쳐 내 보기도 했다. 오전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먼곳에서 오기에 늦게 도착하기도 하고 더러는 길을 헤메이면서 늦어 질수도 있다고 본다. 이후에 누구든지 이왕 올려면 새벽 일찍 출발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이 봉사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오후 들어 사진도 몇장 찍어 보면서 작업을 하면서 보니, 오전에는 보이지 않던 작은 새끼게가 돌을 뒤집으니 아직도 살아서 잘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또 약간의 같힌 물이 있는 곳에서는 망둥이 새끼인가 피라미 새끼 정도의 물고기가 움직이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저 움직이는 생명체가 얼마동안 계속될지는 모를 일이다.


 

중장비는 와서 해안의 바위들 사이로 길을 내면서 그간 사용한 쓰레기들을 포구로 실어 내기도 하지만, 바다끝 산 언저리와 포구에는 쓰레기들도 잔뜩 쌓여있고 청소차가 와서 실어 나르고 있지만 자꾸 쌓이기만 하고, 난장판이라고 표현 할 정도로 어수선함의 연속이다.


오후 4시가 되면서 일을 마치고 바다를 나오니 주민들은 감사하다는 표현과 함께 고생했다면서 출출하다고 교회 아주머니들이 차와 음료 빵과 라면 등을 나누어 준다. 노동후의 컵라면은 맛이 있었다. 주위를 살피니 막걸리 주전자가 보여 곁에 가서 한잔 얻어먹고 두잔 마시고 몇잔 얻어 마시고도 하였다. 점심때에는 돼지머리고기를 싸 가지고 온 이들이 있어 얻어 먹기도 하였지만, 정녕 집에서 싸가지고 온 점심 도시락은 가방에서 꺼내지도 않고 그냥 가지고 오게 되었다.


집에 오기전에 약간의 인사를 나누는고는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는 곤한 잠들을 자게 되었지만, 오면서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생활 터전을 모조리 빼앗긴 주민들의  앞으로의 삶은 어떻게 될지 도저히 해답이 없어 보인다.


산업화와 개발로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쫓겨나는 우리의 이웃들이 많이 있다고 한탄스러워 할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그기에 하나더 보태서 환경재앙으로 인하여 빼앗기고 쫓겨나는 주민들이 추가되는 지경에 이른것이다.


나와 우리의 욕심이 모여서 곳곳에서 터전을 잃고 쫓겨나는 우리의 이웃들이 늘어 가고있는 듯 하다. 나라도 이제 부터라도 조금더 욕심을 줄이는 노력을 더해야 할까 보다.


방제작업을 하는 도중에 문자가 오기를 내일 집에서 흡착포 대용으로 사용한 면옷가지를 가지고 오라고 하더니, 다음 토요일날 기름 방제작업을 하러 가자고 한다. 그리고 이번 기름 유출사건이 삼성 소유의 선박이고, 삼성사건이 이 나라에서 한참 뜨거운 사건으로 진행되고 있는 때인지라 수상한 점이 있다고 의아해 하면서, 음모를 회자화 하기도 한다.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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