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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 봄

봄이 오고 있는 따뜻한 토요일이라 그 동안 겨울 내내 돌보지 않았던 텃밭에 가서 준비해둔  퇴비를(3,000) 뿌리고 흙도 파서 뒤집어 주어야 하겠기에, 늦잠을 피하고 밭에 가서 지난 가을 방치한 넝쿨들을 치우고 퇴비를 뿌리고 밭을 삽으로 파 엎었다. 3년 동안 밭을 가꾸어서인지 삽이 발로 밟지 않아도 그냥 쑥쑥 들어 가고, 크지 않은 밭이라 오랜 시간 걸리지 않고 삽질은 끝이 났다. 겨울 내내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흐트러진 도랑을 약간 고치기는 했지만, 다음에 괭이를 가져와서 더 다듬어야겠다.

 

우리 텃밭이 물기가 많아 지난날에도 몇번 산의 흙을 퍼다가 복토를 하였지만, 이번에도 한 뙤기는 물기가 너무 많아 산의 흙을 퍼다 약간의 복토를 하였다. 더운 여름에 무거운 흙을 퍼 나르기란 더 힘들기에 덥지 않은 날이라서 하는데도 허리와 다리는 후들거린다

 

 

그러나 저러나 이곳에도 서민용 국민임대아파트를 짓는다고 고시를 하고 준비를 하고 있다. 동네에서는 아파트 신축에 반대하는 서명을 받고 있는데, 녹지를 훼손한다고 반대를 해야 할지? 서민용 주택을 짓는다니 찬성을 해야 할지 얼른 판단이 서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보아서야 계속 텃밭을 편하게 할 수 있게 집을 짓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개발을 한다고 하니 지난 가을까지 없었던 비닐하우스들이 겨울 사이에 곳곳에 들어 왔다.

 

아직 텃밭 농사철로는 이른 때라 다른 밭에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는데, 작년부터 텃밭 이웃이 된 중년부부가 나와서 반갑게 인사를 하고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오려고 하는데, 비닐하우스 속에서 상추를 따더니 좀 가져다 먹으라고 하면서 한 상자를 주는데, 지나치며 어쭙잖게만 보아왔던 비닐집 속에는 상추와 시금치가 파릇파릇 탐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오후에는 도시농부학교에서 지렁이에 대한 공부를 하러 일산쪽으로 가야 하기에, 집에 가서 얼른 점심을 먹고는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7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니, 3호선을 끝에서 끝까지 타고 가다시피 한다. 화정초교 앞에 있는 지렁이농장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학동들이 와서 호기심 어린 모습으로 지렁이에 심취해 있다.

 

지렁이 사육장을 하고 계시는 분은 우리나라에서 지렁이로서는 일인자라고 할 수 있는 최훈근 박사님이신데, 손수 지렁이 농장을 운영하시면서 지렁이를 공부시키고 보급하시는 활동을 하고 계신다.


 

지렁이에 대해 공부한 것을 기억나는 대로 내용을 기술해 보면....

지렁이는 인간이나 다른 어떤 생물보다 먼저 5억년 전부터 이 지구상에 존재해 있었기에 이 지구상의 대선배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생물들도 그러했듯이 지렁이는 처음에 바다에 있다가, 갯벌로 이동하게 되고, 다시 육지로 이동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으며, 거미리 같은 경우는 다시 물로 되돌아 간 경우라고 할 수 있단다.


 

지렁이는 여러곳에 활용되는데약리작용을 활용해 약품재료로(명심, 용심, 토룡탕) 사용되기도 하고, 화장품기초재료(보습효과), 밭에서는 농사에 유용하게 쓰일뿐 아니라 지렁이 똥은 좋은 거름으로 활용된다. 호주에서는 사막화된 땅을 지렁이를 활용하여 농토로 바꿀려는 노력을 하기도 한단다.


 

우리가 흔히 아는대로 지렁이는 각종 음식물 쓰레기 같은것을 먹고 이를 몸에서 분해해 주는데, 음식물 찌꺼기를 지렁이에게 줄 때에는 염분이 없는 세척된것(계수대에서 나오는 그대로)을 주어야 하고, 주고 나서 흙으로 꼭 덮어 주어야 날파리나 건조를 막을수 있으며, 습한곳이나 물을 좋아하는 지렁이에게 좋다. 날파리를 잡을수 있는 방법은 물에 희석한 식초를 옆에 두면 잡을수 있다고 한다.


 

지렁이는 인간에게는 쓰레기로 취급되는 먹이를 먹고는 그것을 분해해서 단백질로 재 탄생시키는데, 이런 지렁이는 모든 동물의 먹이가 될 수 있다. 특히나 곰이나 멧돼지 오소리가 좋아하고, 우리가 즐겨먹는 민물장어에게도 먹이면 좋다고 한다. 낚시밥으로 사용되는 것을 물론이며, 낮에는 활동을 하지 않기에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새들이 먹을수 있다고 한다.

 

지렁이는 암수가 구별이 없이 생식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다른 개체와 교미후에 서로 산란을 하여 번식을 하는데, 번식력이 왕성해서 먹이만 잘 주면 금방 많은 지렁이를 만들 수도 있으나, 환경에 따라 그에 맞는 정도로만 번식하는 특이점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이렇게 생육하면서 수명이 3~4년 밖에 되지 않지만, 5억년 동안 이 지구상에 살면서 우리 생태계에 보이지 않게 많은 기여를 한 생물체이라고 할 수 있겠단다.


 

지렁이는 피부호흡을 하며 서늘한 곳과 물(습기)이 있는 곳을 좋아하고, 공기가 있어야 하며(땅속에서도 공기는 존재) 온도가 -10도나 +40도 내에서 생존 할 수 있는데, 30도가 넘으면 여름잠을 잔다고 한다.

 

지렁이똥인 분변토를 이용하여 농사에서 거름으로 활용함은 물론 체액을 이용하여 식물농약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밭에 있는 지렁이는 밭을 기어 다니면서 땅 속에 공기구멍을 내어 주므로 땅속의 공기를 통하게 해주어 농사에 이롭게 해 줄 뿐 아니라, 퇴비나 완숙되지 않는 유기물을 분해 해 주기도 하여 농사에는 없어서는 안 될 우리에게 유익한 생물체이다. 따라서 지렁이가 많고 성장이 왕성한 곳일수록 좋은 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분변토를 채취할 때에는 저렁이가 좋아하는 물에 설탕을 섞어 뿌려서 지렁이를 그곳으로 유인할 수 있겠고, 이때 분변토를 채취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한다. 밤에 활동을 하는 생물이라 관찰하기가 힘들수도 있는데, 우리가 보기에는 느리게 이동을 하는것 같이 보이지만 많은 거리를 이동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며, 큰 지렁이 같은것은 행동반경이 수백미터에 이른다고 한다.


(지렁이 분변토를 거름으로 사용하기 위해 가져 간다.)

 

이렇던 우리가 보잘것 없는것 같이 보았던 지렁이가 인간이 싫어하는 쓰레기를 먹어 없애주고, 이를 분해하여 인간뿐만 아니라 이 지구 생태계에 유용한 것을 되돌려 주는 역할을 하면서, 자신 보다는 오직 다른 식물과 생물을 위한 삶을 살아 가고 있다는 것을 배웠으며, 우리는 이런 고마운 지렁이를 활용하여 지구환경을 살리는 일을 함께 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라는 말씀 하신다.


(지렁이를 키울 수 있는 화분, 밑 화분에는 지렁이를 키우고 위에는 화초를 심는다.)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YWCA나 에코붓다 녹생연합 환경연합 등 각 환경단체와 함께 환경을 살리는 일에 앞장서고 계시며, 몇 년간 계속해서 지렁이 분양사업을 하고 계시고 지렁이를 효과적으로 키울수 있는 지렁이집도 연구하고 만들고 계시며, 올해도 지렁이 분양은 계속할 거라고 한다.

 

우리가 농사를 친환경으로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것 자체가 파괴되어가는 지구생태계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출발했겠지만, 말씀대로 지렁이를 활용하거나 어떤 형태로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을 살리려고 하는 노력이 귀농이나 도시농부를 선택한 사람들로서 함께 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신듯 하다.


(시민단체에 보급될 지렁이를 키울수 있는 집이란다. 아래는 지렁이를 키우고 옆과 위에는 원예작물이나 허브 같은 것을 키울수 있게 만들었다.)

 

공부후에는 뒷자리가 있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조촐한 분위기로 막걸리 세 주전자를 비울수 있었다.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모두들 많은것을 알고 있고 생각하고 있으며 계획하고 있는 것을 알수 있다. 이런 사람들만이라면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친환경농이나 도시농업 생태계 공동체사회 등등 우려하고 있는 걱정들을 상당히 덜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느끼면서 항상 즐거운 시간이 된다.

 

저녁에는 용산에서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연대의 밤에 참석한다고 저 멀리 대구에서 이주노동자 활동을 하고 있는 친구가 온다고 해서 그 쪽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좀 늦은 시간이지만 생각보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고, 빈자리 없어 서있기도 하고 마당까지 자리를 깔고 앉아 있었다. 행사장에서는 활기가 차고 크다란 음향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와 연대의 함성으로 힘찬 자리였다. 이런 활력이 이 시간만이 아니고, 평소에도 이주노동자들이 외롭지 않게 함께 연대를 긴밀히 할수 있는 시간들이 계속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것인가?

 

 

몇몇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기도 하였고, 아주 오래전에 만났었고 그간 소식이 궁금했던  한나눔을 만나서 반가왔으나, 인파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 긴 하루가 지나고 봄날은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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