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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유세차~~

올해 들어 산을 좀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전부터 함께 하고 싶었던 역사와산과 함께 산을 오를수 있었다. 이번 3월에는 도봉산에서 시산제를 지낸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젯밥에 눈이 멀어....' 라고 하면서 도봉산을 오르게 되었다.

최근 수년간 산을 별로 오르지 않았으며 도봉산을 찾은지는 더욱 오래다. 아침에 약속 시간보다 일찍 나와 전철에서 내려서 산으로 향하는 등산인파를 보고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전동차가 도착할 때마다 몰려 나오는 수백의 등산객들이 계속 모여드는데, 오늘 일요일 도봉산을 찾는 수만 하더라도 족히 만명도 넘을듯 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고 붐비는 줄 알았다면 나라도 빠져 주는것도 좋을듯 하는 마음과 함께, 오지 않았을것 같다. 산을 오르는 길가에는 등산장비에서 부터 없는것이 없을 정도로 육해공군을 비롯한 많은 음식을 파는 가게와 노점들로 길다란 시장길을 만들어 놓고 있다. 서울에서 소매시장으로 이렇게 큰 시장도 찾아 보기 힘들듯 하다. 이렇게 많은 가게들이 장사가 될까 싶었는데도 내려오면서 보니 가게마다 등산객들로 꽉 들어찼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머리를 스친다. 수도권에 나라의 모든 것이 몰려있는 특별한 나라의 수도시민들이 일상에서 어렵게 살아 가느라 숨 한번 제대로 못 쉬다가, 봄이 열리는 이 때에 크다란 숨도 쉬어보고, 억눌린 일상에서 벗어 나고파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막힌 숨을 쉬고 살아 날려는 발버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는 산을 오르는 인파들 속에서 삶의 생기를 보는것 같은 느낌으로 바뀌게 되었다.

국립공원 매표소에서는 관람료를 받지 않으니 좋은일이고, 그러니 더 많은 사람들이 산을 산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지난날에는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전문 등산인이거나 젊은츰에서 많이 등산을 하였으나, 요즘은 중장년층이 부쩍 늘어서 아줌마 아저씨들도 모두들 산을 오르고 있다.

때가 춘삼월이라 많은 등산인들이 시산제를 지낸다고 낮은 산에서부터 높은 중턱까지 군데군데마다 제상을 차리고 시산제 준비들을 하고 있다. 우리가 마음먹은 휴게소 근처에도 너댓무리들이 여기저기에 옹기종기 모여서(바위 위에서 까지) 시산제를 지낸다고 준비하기도 하고 지내고 있었다. 우리도 아늑한 장소에 자리를 잡고 준비해 온 제사음식으로 보기 좋고, 그럴듯하게 제상을 차려 놓고 모두 모이기를 기다리면서 옆 동네의 시산제도 구경을 하게 되었다.

차려진 제단 앞에 모두들 모여 시산제를 지내는데.... 차려진 젯상 앞에 천지신명과 산신령께 막걸리 한잔을 올리고는 ‘...역사와 산의 일년동안 안녕과, 젊은 청춘들과 중년 우리 모두의 안녕과 더불어, 잘못 되어 가는 오늘 정치에 대한 풍자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일지언데 이를 어기고 백두대간의 허리까지 잘라 운하를 하겠다는 저들을 나무라치고, 우리는 항상 저 산처럼 꿋꿋하게 역사와 함께 살아가자.....’ 미리 준비해 오신 박준성 선생님께서는 축문을 읽으시고는 산불위험 때문에 태우지는 못하게 되었다.(준비해간 초와 향도 피우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제문은 http://historymt.co.kr/next-board/nextboard.cgi?db=gonggae1&mode=read&num=4266&page=1&ftype=6&fval=&backdepth=1

뒤 이어 멋있게 생기고 빙긋 웃는듯 한 돼지친구의 머리와 귀에는 각자 일터에서 노동으로 얻은 일부로 파랗게~ 파랗게·장식을 하면서 막걸리 한잔을 따르고는 각자의 소원을 빌고, 산에 대한 예의를 표한다. 지난날에는 농경사회 위주라 더욱 그러했겠지만 이렇게 자연과 함께 하며 공동체 문화가 꽃 피웠으나, 이제는 막다른 산업화로 인하여 이런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는 거의 사라져 가고 있고, 이제는 그 흔적 조차 찾아 보기가 힘들어 보여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민속문화에 관심이 있어 풍물굿이나 무굿을 구경하고 참여 하였지만, 시산제를 치러 보기는 처음이었는데.... 더 젊은 친구들은 이번 기회가 처음이고 더욱 생소했을수도 있을것 같다. 이런 기회로나마 우리의 공동체 문화를 알고, 일구어 나가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시산제 중에 앞 자리에 서 있다보니, 엉겹결에 막걸리는 따르는 집사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세산제가 끝이 나고 둘러 앉아서 점심을 먹는데, 조금 늦은 점심시간이라 배고픔으로 맛있게 점심들을 먹는데 항상 다양하게 준비해온 음식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준다. 달랑 나의 점심 정도만 싸 가지고 가는 형편으로 고마운 마음과 함께 빚진 마음을 간직하게 된다.

점심도 먹고 이제는 하산을 한다. 능선으로 내려 오는 길에 가끔 바위들이 있었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고, 내려 오면서 서울과 경기도의 아파트들과 넓은 길에 달리는 차들과 풍경들을 바라 볼 수 도 있다. 내려 오다 보니 마지막 길이 불분명해져서 울타리 아래로 낮은 포복도 하였지만, 그곳이 바로 우리가 만나야 할 식당까지 오게 되었다. 한 무리는 계곡쪽으로 내려 오게 되었는지 다른길로 곧 뒤 다르게 되었다.


산을 오르면서 소모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서 식당에서 맛잇는 쌀밥과 생선구이 그리고 막걸리로 배를 채우고서는, 헤어지기 전에 마당에 나와 둘러 서서 인사와 느낌들을 나누고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풀무질 일꾼 종복형은 어린이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대운하반대 스티커를 나누어 주는걸 보면, 오늘 우리의 현안은 이명박의 운하를 막는게 일인가 보다. 모두들 반대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데도 계속 진행을 할지 두고 보고, 막아 내야 할 것이다.

미련이 남는 이들은 남아서 뒷풀이가 이어진다. 처음부터 분위기에 젖어서 노래를 하고 목소리 크게 떠드는 모습이 모두들 흥겨웠으며, 저 속에서 역사와 함께 꿋꿋하게 산을 오르게 될 것이다.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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