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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우행시를 보고

아침님의 [우행시를 보고] 에 관련된 글.

원래는 우행시를 볼 계획이 아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815 특사로 햇빛을 보게 된 조정의민이 자기네 집 옥상에서 하루 날잡아 놀자고 했던 것을 몇몇 친구들이 낮에 볼링이나 치고 가자했던 것이 볼링장이 마침 또 폐업선언을 했던 것이 결국 우행시를 보게 만들었다.

 

대학로에 새로 생긴 극장(그 날 첨 들어가봤다)엔 사람도 바글바글. 겨우 그 회 막차를 잡아타고 젤 앞줄 젤 구석에 앉아 그 잘생겼다는 강동원 그 예쁘다는 이나영 얼굴이 한쪽으로 이그러져 보이는 시츄에이션으로 앉아서 우행시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듣던 소문대로 영화는 그저 그런 신파 멜로영화같았다. 물론 사형제도 폐지에 관한 시사적 주장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글쎄... 모르겠다. 수십만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는 싸이의 '강동원 코피나요' 클럽 회원들은 강동원을 죽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사형제도 폐지를 목터져라 부르짖었을지 모를일...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 흔하고 그 오래된 논쟁거리인 사형제 폐지를 저렇게 80년대식으로 만들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고나 할까...

 

우행시를 보고 나니 같은 사형제 폐지를 다뤘지만 10여년 전 내가 사뭇 달리 봤던 데드맨워킹이란 영화가 생각이 났다. 우행시의 2% 부족한 연기력을 보여줬던 이나영 강동원 커플과는 다르게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를 지독한 감정이입과 또 지독하게 객관화시켜 볼 수 있게 했던 수잔 서랜든 숀 펜 커플의 느므 멋진 연기. 3번의 자살시도를 할 만큼 많은 사연을 갖고 있는 여성을 연기하기에 이나영은 너무 맑고 영롱하셨다. 어차피 사형을 받을만큼 죄를 지은 것이 아닌 순진남을 연기하기엔 강동원 정도면 괜찮았을라나? 모르겠다. 차라리 배종옥 유해진 커플 정도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ㅋㅋ

 

데드맨워킹의 하일라이트. 사형을 당하는 장면. 감독은 그 장면 중간중간에 숀 펜이 과연 어떤 죄를 저지른 사람인가를 관객에게 상기시킨다.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그 장면. 숀 펜과 그 일행은 공원에 놀러나온 커플을 남성이 보는 앞에서 여성을 윤간하고 빗자루만한 장총으로 그 둘을 쏴죽인다. 그 장면 내내 들렸던 숀펜의 소름끼치는 웃음소리... 감독은 사형을 집행하는 내내 그 장면을 오버랩시키며 관객에게 묻는다. 자! 이 놈은 이런 놈인데. 이런 찢어죽일 놈인데. 그래도 국가라는 이름으로 살인은 저지르는 것은 괜찮은가 하고. 아마도 그것이 미국식 사형(몸에 차례로 주사를 놓는 것으로 죽이는데 고통없이 죽을 수 있다고 한다 -_-;;) 장면이 아니라 우행시에 나오는 한국식 사형장면이었으면 그 시너지 효과가 더 했을 듯 싶다. -_-;;

 

하지만 우행시. 느므느므 순진해 보이는 강동원은 결국 친구의 죄를 자진해서 뒤집어 쓴 거였고 사실은 착실히 살아보려 했던 순수남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것두 자궁외 임신을 한 부인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그만 딱 한 번 했다가... 운이 없었던 게지... 10년의 시간차를 두고 (물론 미국과 한국이라는 공간차가 있긴 하지만) 겨우 죽여야 할 놈이 아닌 사람을 죽여놓고는 이제 어떻게 할거냐는 메세지라니...

 

하지만 나 너무 많이 울었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졌는데 옆에서 나동이 일어나지도 못하고 울고 있다. 너무 심하게 감정이입이 된 모양이다. 지난 번 평화주의자의 책읽기 모임에서 조정의민이 자기가 태어나서 이 영화보고 첨 울었다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났다. 그는 지나가다 김천이란 글씨만 봐도(조정의민은 수감생활의 대부분을 김천교도소에서 보냈다) 가슴이 울렁거린다고 했다. 저녁에 조정의민네 옥상파리에서 만난 유호근도 태어나서 영화보고 울긴 처음이라 했다. 그랬을 거다. 병역거부 선언하고 조사받고 또 기다리고 기다리고 감옥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며 20대 중반의 삶을 보낸 친구들... 우리 다같이 집단상담 한 번 받아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우행시, 오랫만에 많은 생각이 들게 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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