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176개 선주민 부족을 대표하는 6천여명은 행정수도 브라질리아에서 8월 22일부터 ‘삶을 위한 투쟁(Luta pela Vida)’ 캠프를 시작했다. 이들은 연방의회 상원 표결을 앞두고 있는 선주민 보호구역 권리 축소 법안의 통과를 저지하고, 보우소나루 정권의 억압에 저항하기 위해 모였다. 

 

법안은 선주민 보호구역 내에서 선주민의 토지 권리를 극도로 축소하고, 보호구역을 상업, 농업, 광업 및 발전소 건설 등의 사업에 개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그 동안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던 개발동의 절차 조차도 면제하여 사실상 선주민의 모든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브라질 전역의 85만 선주민은 이 법이 1988년 10월 5일 개정된 헌법 231조가 보장하는 선주민의 토지권리를 침해한다고 말한다. 문제의 법안은 헌법 공표일 이전부터 선주민이 해당 토지에 거주했음이 입증되어야만 토지 점유를 인정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군부의 토지 몰수로 많은 선주민들이 자신의 땅에서 강제이주되어 쫓겨난 상태였다. 여전히 많은 선주민 부족들은 척박한 이주지에서 삶을 근근히 이어가고 있으며, 조상 대대로 살았던 원래의 땅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에 선주민 연합은 해당 법률에 대한 위헌 소송을 청구했다. 대법원의 판결은 몇 차례 연기되어 9월 8일(현지시각)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전에도 심각한 수준이던 브라질의 삼림 파괴 및 땅뺏기는 2019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취임 이후 더욱 악화되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브라질의 광활한 땅을 소수의 선주민들이 차지하고 있어서 농업 발전과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해왔다. 현 정권은 경제개발을 내세워 개발사업을 장려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왔다. 그 결과 2020년에서 2021년까지 이루어진 삼림 파괴는 9년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반면 매년 환경범죄로 처벌받는 건수는 보우소나루 집권 이전과 비교하여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공격적으로 확대된 광산 개발사업으로 많은 선주민 공동체가 고통받고 있다. 광산 개발은 플랜테이션 농축산업, 벌목과 함께 열대우림 파괴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사업자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폭력적인 땅뺏기를 자행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강과 숲, 사람의 생명과 삶을 파괴한다. 

 

감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캠프 주최 측은 각지에서 대표단이 도착한 캠프 첫 날에는 감염 확인 검사를 실시하였고, 강화된 보건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 선주민 전문가와 브라질 보건협회, 브라질리아 대학 선주민 보건 클리닉, 브라질리아 대학병원 등이 이를 지원하고 있다. 캠프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공식회의의 명칭은 ‘오권(The Five Powers)’이다. 여기서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민중, 영적 권한이 처한 현 상황을 논의한다. 브라질 선주민 연합(Apib)등 캠프 주최 측은 공동성명을 통해 “보우소나루의 대량학살 행위에 동참한 각국 정부들, 그리고 이 협력체로부터 이익을 얻는 모든 기업들과 맞서는 투쟁을 목적으로 한다.”고 분명히 말하며, 아마존 파괴와 선주민 권리 침해에 대해 책임이 있는 기업들의 목록을 열거했다. 이 목록의 상단부에는 금융자본 블랙스톤(Blackstone), 농산물 대기업 카길(Cargill) 등이 포함되어 있다. 아래 인용문은 캠프의 여러 회견, 워크숍, 회의 등에서의 발언 중 일부다.

 

“카길 등의 기업과 그들의 관행은 근본적으로 인종차별적이다. 치즈버거 하나를 팔아치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선주민과 흑인들의 피가 뿌려지는지 알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게 될 것이다.”
“선주민의 땅에서 나는 목재, 기름, 광물, 농산물과 축산물은 모두 선주민의 피나 다름없다.”
“우리는 악이 무엇인지 안다. 악은 우리 땅을 침범하는 농산물 기업이다.”
“정부는 아무런 고통을 감내하지 않는다. 우리가 바로 고통받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싸우러 이 곳에 왔다.”
“이 법안은 브라질 선주민 공동체와 아마존 열대우림 전체에 대한 사형 선고이자, 절멸 선언이다.”
“이 법안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판결이 될 것이다. 선주민의 투쟁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투쟁이다.”

 

해당 법안 이외에도 브라질 정부는 개발사업을 위한 수십가지의 정책과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생태계 붕괴가 시작될 임계점은 멀지 않았다. 아마존 삼림의 18%는 이미 파괴되었다. 과학자들은 삼림의 20~25%가 파괴되고 나면, 아마존의 기후가 사바나 기후로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할 것이며 남미 대륙 전체에서 심각한 가뭄과 치명적인 탄소 배출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동아시아 에코토피아는 삶을 위한 투쟁을 지지한다.
동아시아 에코토피아는 명백히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선주민의 땅과 모두의 미래를 착취하는 브라질 정부를 비롯한 각국 정부 협력체와 기업들에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에 동의하며, 브라질 동지들의 투쟁에 함께 연대한다.

 

2021년 9월
동아시아 에코토피아

 

브라질 선주민 연합의 삶을 위한 투쟁 선언문(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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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3 13:49 2021/09/0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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