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3월 3일은 제3회 국립공원의 날이었고,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지 만10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뻐할 수 없었습니다. 최근 흑산도 공항과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 상황을 보면, 국립공원의 존재 의의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환경부장관은 무등산에서 진행된 국립공원의 날 기념 행사에 참석했고, 국립공원과 미래를 지키고자 하는 100여명의 사람들이 무등산 자락에 모여 환경부의 기만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혔습니다. 우리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나름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국립공원은 전체 국토 면적의 4% 가량입니다. 지난해에 환경부는 향후 10년간 국립공원 면적을 5%까지 늘리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미래를 위한 공유지로서의 국립공원에 대한 실질적인 보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정 확대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2022년 세계 생물다양성 총회는 2030년까지 최소 지구 전체의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실천목표를 채택했습니다. 국립공원을 포함하여 2022년 한국의 보호지역은 육상 17.5%, 해상 2.4%입니다. 상대적으로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국립공원 조차도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미래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설악산 케이블카의 환경적 영향에 대해 검토한 4개 전문기관 모두 사업의 부적절함을 명시했습니다. 케이블카 사업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생태적 파괴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우리가 설악산 보존을 위해 물러날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설악산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설악산이 우리의 삶을 지켜내기 때문입니다. 국립공원을 파괴하지 말라는 외침은 우리 생명 유지 장치의 필수 구성요소들을 지켜내기 위한 생존의 외침입니다.
국립공원 내 개발 사업으로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자체의 주장을 들으면, 우리는 정말로 정부가 보편적 접근성 확보에 관심이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어집니다. 휠체어 이용자들의 생활권에서의 접근성과 이동권에 대해서 무관심한 정부는 유독 보호구역 내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에만 선택적으로 이를 언급하곤 합니다.
장애인권을 위해 헌신해온 이들의 오랜 노력 끝에 2019년에 처음으로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 가능한 고속버스 10대가 도입되었습니다. 전체 고속버스 중 0.57% 였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운행 노선 축소로 2대로 줄어들었습니다.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버스회사도, 심지어 법원까지도 이동권 보장을 외면해왔습니다. 강원도 내 전체 18개 시, 군 중에 11개 지역에는 저상버스가 단 한 대도 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양양군에도 저상버스는 다니지 않습니다. 국토부의 2022-2026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 연계 법안에는 시외버스, 고속버스, 농어촌버스가 제외되어 있습니다.
그럼 설악산 케이블카가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 줄 거라는 사업자측 주장은 타당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케이블카 사업의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이 계획의 경제적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것입니다. 계속된 사업 변경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안전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세상을 살아갈 이들이 오래도록 누려야 할 국립공원을 도박처럼 불확실한 사업을 위해 파괴하는 것은 이 사회 구성원의 존엄을 훼손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풍요로운 보금자리를 산산조각내어 얻는 한 줌의 이익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