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거제 남방동사리 책방을 거점으로 하여 3일 동안의 캠프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새롭게 합류하는 사람들을 기다리며 참가자가 준비해온 게임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점심을 먹으며 여는 회의를 가지고, 14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분들의 안내로 골프장 사업 예정지 답사를 시작했습니다.

 

둥근 탁자 주변에 다섯 명의 사람들이 둘러 앉아 세 가지 종류의 카드로 게임을 하고 있다.

 

햇살이 비추는 우거진 숲 속 비탈을 10여명의 사람들이 걸어 올라간다.

 

노자산과 가라산 일대 369만㎡ 면적에 걸쳐 27홀 규모의 골프장을 포함한 리조트 등을 조성하는 거제남부관광단지 사업은 2016년 경동건설과 거제시가 추진하기 시작하여 이후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업 진행의 주요 근거가 되는 환경영향평가서는 사업 예정지 일대의 생태적 가치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했고, 멸종위기종과 법정보호종의 존재를 누락했습니다. 엉터리 환경영향평가를 바로잡기 위해 시민들은 수년 동안 자체 조사를 통해 50여 법정보호종의 서식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근거로 문화재청, 환경부, 시청과 도청에 사업 보류와 재조사를 요구했습니다. 또한 평가서 거짓 작성에 대한 고발이 이루어져 2023년 12월에 부산지방법원에서 해당 업체에 대한 1천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재판이 한창 진행되던 작년 6월과 12월에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문제의 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로 통과시켰고, 사업은 강행 추진되고 있습니다. 환경적 타당성은 물론 절차적 타당성도 확보하지 못한 개발사업에 맞서서 노자산과 거제의 미래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은 관광단지 지정을 무효화하기 위한 소송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환경영향평가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개정을 추진하는 공동행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능선이 이어지는 산이 내려다보인다. 산 중턱에는 길고 좁은 도로가 나 있고 정상부에는 구름이 걸쳐 있다.

 

산 아래 마을과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바다에는 크고 작은 많은 섬들이 있다.

 

100만평 숲을 밀고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듣기는 했지만, 실제 가라산 능선에 올라 바라본 사업 예정지의 규모는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넓었습니다. 노자산과 가라산 사이 마을을 연결하는 도로가 보였는데 도로 위 산 정상부근을 포함하여 율포고개 바로 앞 봉우리까지가 관광단지에 포함된 곳이라고 합니다.

 

높이 솟은 바위에 12명의 사람들이 서 있다. 사람들은 주먹을 쥐거나 손을 앞으로 펼치고 있으며, '노자산 100만평 골프장 반대, 우리 함께 살아요, 팔색조의 고향 노자산을 지켜라' 등의 문구가 적힌 다양한 현수막을 들고 있다.

 

골프장 사업 허가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기 전에는 해발고도 550m가 넘는 가라산과 노자산 정상부 근처에 골프장을 지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1980년대 후반에 올림픽 개최를 거치며 골프장 인허가 관련 제도가 크게 변화되어 전국에서 골프장 건설 붐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2천년대 초반 또다시 대대적으로 골프장 건설 규제가 완화되고 이전에는 골프장을 지을 수 없었던 농경지나 높은 산지에서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각 시도별 임야 대비 면적 상한제가 폐지되며 골프장 공사에 맞서 땅과 숲을 지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미군과 국군의 골프 시설을 제외하고도 전국 골프장의 수는 522개에 이르며, 골프장이 차지하고 있는 땅은 전체 체육시설의 90%에 달합니다. 체육 종목으로서 골프는 연중 온난한 기온 범위와 고른 강수량이 유지되고 한지성 잔디가 분포하는 일부 특정 지역에서만 가능한 스포츠입니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해 남부 아시아 등 기후적 여건이 전혀 부합하지 않은 여러 지역에서 골프장 개발이 추진되며 기존 주민의 땅과 삶을 빼앗고 여러 생물의 서식지를 돌이킬 수 없이 파괴하며 녹색 황무지를 확장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숲이 우거진 사이에 13명의 사람들이'노자산 100만평 골프장 반대, 우리 함께 살아요' 등의 문구가 적힌 다양한 현수막을 들고 서거나 앉아있다.

 

거제도의 마지막 원시림인 노자산에는 세계 유일의 팔색조 번식지 보호구역인 학동 동백숲이 위치해있습니다. 팔색조는 정부가 지정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이며, 국제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서에는 팔색조의 존재가 지워졌지만, 2019년부터 5년 동안 시민행동의 자체조사로 37개의 팔색조 둥지가 확인되었고, 국가유산청이 실시한 현지 조사에서도 6개의 둥지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가라산에서 내려온 다음 우리가 향해 간 곳은 팔색조 두 쌍이 한 바위 위에 두 개의 둥지를 튼 곳입니다. 이런 쌍둥지는 국내에서 최초로 발견되었으며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합니다. 

 

노자산에는 팔색조 뿐만 아니라 긴꼬리딱새, 거제외줄달팽이, 거제도롱뇽, 대흥란 등의 보호종이 살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환경영향평가서에 기록된 보호종인 대흥란은 토양 균류와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난초의 일종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노자산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종의 특성상 다른 서식지로 이식이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지고, 실제 이식을 한 참고 사례도 하나 없는데도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불가피할 경우’ 다른 곳으로 이식하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개발의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사업자측은 올해 여름에 비공개로 이식 작업을 진행했고, 기존의 서식지는 심각하게 훼손되고 말았습니다. 

 

답사를 마무리한 첫 날 저녁에는 참가자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함께 봤습니다. 통영 앞 바다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시민들과 어민들의 활동을 담은 영화를 보고 난 뒤, 공공과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관공서 진입로 부근 공터에서 14명의 사람들이 '노자산을 그대로, 고마운 노자산,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기후위기 이미 도착한 미래, 기후정의 사회정의 이뤄내자, 우리만 편해도 될까 우리가 지켜야 하는 노자산' 등의 문구가 적힌 다양한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서 있다.

 

두번째 날 아침, 우리는 거제시청 앞에서 진행되는 피켓팅에 참가했습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골프장 개발 사업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거제시는 지역경제를 내세워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자산을 지키고자 하는 시민들은 이러한 사업이 오히려 지역을 착취하고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노자산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 다른 무엇보다도 나 자신의 삶을 지켜내기 위한 일이라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숲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과 한 줌의 이익을 위해 얼마든지 파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 감각과 생각의 차이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고민도 나누었습니다.

 

냄비에 떡볶이가 담겨 있다.

 

피켓팅을 마무리하고 점심을 먹은 뒤 일부 참가자들은 보금자리로 돌아가고 새로운 참가자가 합류하는 와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골프 산업에 대한 문제인식의 공감대를 확대하고 더 많은 행동을 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있을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골프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얼마나 대중적으로 향유되고 있는지, 개개인에 대한 공격이나 비난에 그치지 않고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질문은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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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가 점차 거세어진 오후에는 원종태 선생님의 안내로 민물생물 탐방에 나섰습니다.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의 도움 덕분에 캠프 동안 거점으로 머물고 있는 남방동사리 책방 근처 하천에는 멸종위기종인 남방동사리가 살고 있습니다. 국외에는 중국 일부 지역과 일본 남서부 지역에 서식하며, 국내에는 거제 산양천 일대가 유일한 서식지입니다. 개울가에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운좋게도 남방동사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왕종개와 돌고기, 긴몰개와 밀어, 갈겨니와 참갈겨니, 두꺼비와 어린 무자치 등을 관찰하며 산양천 부근 지역에서 진행되는 개발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관찰 활동을 하는 동안에도 하천 물줄기 한쪽은 상류에서 내려오는 부유물로 흐려져 있었습니다. 

 

천 위에 나뭇잎 모양이 찍혀 있다.

 

거점으로 돌아온 뒤 참가자가 준비해온 자연물 프린트 찍기 워크숍이 진행되었고, 한쪽에서는 책방에 꽂혀있는 도감들을 보며 어제 오늘 관찰한 생물종에 대해 찾아보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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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난 뒤 내일 일정을 위한 피켓을 함께 만들며 캠프의 마지막 밤이 저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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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0 18:56 2024/10/10 18:56

포스터 이미지다. 위 아래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피켓이나 현수막을 든 사람들의 여러 사진이 배치되어 있고, 가운데에는 다음의 문구가 적혀있다. “에코토피아 캠프 사전설명회, 바이크투어 워크숍. 일시, 2024년 8월 31일 일요일 오후 3시. 장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길 48-1, 당인리 교회. 에코토피아 캠프 사전설명회, 오후 3시부터 4시. 바이크투어 워크숍 오후 4시부터 5시 30분. eastasia_ecotopia@riseup.net”


동아시아 에코토피아는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사업에 맞서는 투쟁과 연대하는 캠프를 매년 꾸려오고 있습니다. 캠프 장소를 향해 자전거를 타고 가는 바이크투어도 진행합니다. 올해는 9월 중순 경남 거제에서 캠프가 열립니다.  캠프 일정에 앞서, 캠프와 바이크투어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사전설명회를 진행합니다.
 

9월 19일에서 21일 동안 열릴 캠프의 틀과 일부 일정은 주최 그룹이 마련하고, 생활과 이동 및 활동에 필요한 것은 참가자들이 준비하여 캠프가 성사됩니다. 원하는 참가자들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 지식과 기술을 공유하는 워크숍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캠프 참가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사전설명회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눕시다.
 

캠프가 열리기 전 9월 14일부터 17일까지 함양에서 거제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바이크투어가 4일 동안 진행됩니다. 바이크투어 참가를 위한 기본적인 기술과 정보를 공유하는 바이크투어 워크숍이 사전설명회에 이어 진행됩니다. 바이크투어 워크숍에 참가하기를 원하는 분들은 자신이 탈 자전거를 꼭 준비해오세요.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전설명회와 워크숍에서 만나요!
 

일시 : 2024년 8월 31일 토요일, 오후 3시

1부. 에코토피아 캠프 사전설명회 : 오후 3~4시
2부. 바이크투어 워크숍 : 오후 4시~5시반. 안내 후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으로 이동할 예정.
 

장소 :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3길 48-1 (당인리 교회)


문의 및 연락 eastasia_ecotopia@riseu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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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11:23 2024/08/23 11:23

포스터 이미지다. 오른쪽 아래에 자전거를 탄 3명의 뒷모습이 그려져있다. 다음의 문장이 적혀있다. "2024 ECOTOPIA BIKE TOUR, 골프장 멈추러 자전거 타고 가자. 2024 에코토피아 캠프 일정에 앞서 노자산을 향해 자전거로 이동하는 바이크투어가 진행됩니다. 중간에 합류하는 분들은 일정을 참고하세요. 경로는 변경될 수 있으니, 반드시 미리 연락을 주시길 바랍니다. 잠은 텐트에서 자고, 식사는 직접 준비해 먹으며 이동합니다. 9월 14일(토) : 경남 함양군에서 출발 준비. 9월 15일(일) : 경남 함양군~산청군. 9월 16일(월) : 경남 산청군~고성군. 9월 17일(화) : 경남 고성군~거제시. 문의 및 연락 eastasia_ecotopia@riseup.net"


2024 에코토피아 캠프 일정에 앞서 노자산을 향해 자전거로 이동하는 바이크투어가 진행됩니다. 중간에 합류하는 분들은 일정을 참고하세요. 경로는 변경될 수 있으니, 반드시 미리 연락을 주시길 바랍니다. 잠은 텐트에서 자고, 식사는 직접 준비하며, 점심은 간단하게 먹으며 이동합니다.


✅ 명절 연휴 기간이 포함되어 있으니 대중교통 이용시 빠른 예매 권합니다.
✅ 공동식사는 채식(비건)으로 준비합니다.


▶️일정
9월 14일(토) : 경남 함양군에서 출발 준비
9월 15일(일) : 경남 함양군~산청군
9월 16일(월) : 경남 산청군~고성군
9월 17일(화) : 경남 고성군~거제시


▶️문의 및 연락
eastasia_ecotopia@riseu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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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16:14 2024/08/09 16:14

포스터 이미지다. 골프채가 골프공을 치려는 앞에 알록달록한 새 한 마리가 막아서고 있고, 아래에 달팽이와 도롱뇽이 있다. 위에 다음의 문구가 적혀있다. "2024 에코토피아 캠프 : 골프장 멈춰. 2024년 9월 19~21일, 경상남도 거제시 노자산 자락"

 

포스터 이미지다. 아래 오른쪽 귀퉁이에 달팽이와 도롱뇽 그림이 있고, 위에 다음의 문구가 적혀있다. "2024 에코토피아 캠프 : 골프장 멈춰. 거제도 노자산에는 100만평 숲을 밀어버리고 대형 골프장을 짓는 '거제남부관광단지'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사업 추진의 근거가 되는 환경영향평가서에는 개발예정지에 살고 있는 팔색조, 긴꼬리딱새 등의 멸종위기종과 보호종의 존재가 누락되었습니다. 조사업체는 거짓·부실 평가로 유죄를 선고받았고, 이를 근거로 하는 사업 지정 처분을 무효화하기 위해 소송도 제기되었지만 시행사측은 멸종위기종 서식지를 파해치며 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팔색조는 노자산에 돌아와 새끼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캠프를 통해 삶을 지켜내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며, 오래된 숲을 일회용 녹색 황무지로 만들어버리려는 횡포에 맞서는 행동과 연대하려 합니다. 에코토피아 캠프는 참가자가 자율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고 캠프를 꾸리는 주인이 됩니다. 먹고 자는 생활에 필요한 것은 스스로 준비합니다. 가부장제의 위계질서를 비롯한 어떤 억압도 지양하며 인종주의적, 성차별주의적 행동을 거부합니다. 각자의 기술과 생각을 공유하며, 서로 돕고 관계를 이어가는 시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장소 : 경상남도 거제시 노자산 자락. 일시 : 2024년 9월 19(목)~21일(토). 준비물 : 스스로 생활을 꾸리는데 필요한 물품, 각자 준비하는 워크숍에 필요한 물품. 문의 및 연락 eastasia_ecotopia@riseup.net"


거제도 노자산에는 100만평 숲을 밀어버리고 대형 골프장을 짓는 '거제남부관광단지'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사업 추진의 근거가 되는 환경영향평가서에는 개발예정지에 살고 있는 팔색조, 긴꼬리딱새 등의 멸종위기종과 보호종의 존재가 누락되었습니다. 조사업체는 거짓·부실 평가로 유죄를 선고받았고, 이를 근거로 하는 사업 지정 처분을 무효화하기 위해 소송도 제기되었지만 시행사측은 멸종위기종 서식지를 파해치며 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팔색조는 노자산에 돌아와 새끼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캠프를 통해 삶을 지켜내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며, 오래된 숲을 일회용 녹색 황무지로 만들어버리려는 횡포에 맞서는 행동과 연대하려 합니다.
 

에코토피아 캠프는 참가자가 자율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고 캠프를 꾸리는 주인이 됩니다. 먹고 자는 생활에 필요한 것은 스스로 준비합니다. 가부장제의 위계질서를 비롯한 어떤 억압도 지양하며 인종주의적, 성차별주의적 행동을 거부합니다. 각자의 기술과 생각을 공유하며, 서로 돕고 관계를 이어가는 시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장소 : 경상남도 거제시 노자산 자락
 

▶️일시 : 2024년 9월 19(목)~21일(토)
 

▶️준비물 : 스스로 생활을 꾸리기 위해 필요한 물품 (텐트, 침낭, 조리도구, 식기 ), 각자 준비하는 워크숍 및 프로그램에 필요한 물품
 

✅ 명절 연휴에 이어지는 일정이라 대중교통 이용시 빠른 예매 권합니다.
✅ 공동식사는 채식(비건)으로 준비합니다.
 

▶️문의 및 연락
eastasia_ecotopia@riseu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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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16:07 2024/08/09 16:07

3월 17일과 18일 이틀 동안 우리는 대형 골프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거제도 노자산을 향해 갔습니다.


첫째날에는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에 함께하고 있는 분들의 안내로 노자산 답사를 했습니다. 전체 면적의 40%가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으로 지정된 노자산은 거제도 유일의 원시림으로 50여 보호종의 서식지이자 한려해상국립공원 생태계의 일부입니다. 또한 세계에서 유일하게 팔색조 보호지역인 '천연기념물 학동동백숲 팔색조 번식지'가 위치한 곳이기도 합니다. 5월 말에 노자산으로 돌아오는 팔색조는 보통 6월 초순에 알을 낳아 2주 정도 품어 부화하면 2주에 걸쳐 새끼를 키웁니다. 두 달여 동안 머물던 팔색조들은 9월 말쯤 월동하러 남쪽으로 떠납니다. 팔색조는 전세계에 약 5천 마리 정도가 서식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입니다.


 

산비탈의 바위 위에 나뭇가지와 솔가지,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있고, 맨 위에 둥근 둥지가 있다. 바위 뒤쪽에 서 있는 사람의 발과 손이 일부 보인다.


막 봄이 시작된 노자산 자락에는 지난해에 팔색조가 머물렀던 둥지가 있었습니다. 첫번째 둥지는 바닥에서부터 약 1미터 정도 높이의 바위 위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잠시 청설모의 식사자리로 쓰인 듯 주변에 먹고 난 솔방울의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시민 자체 조사에 의하면 이 바위에서 세 번이나 둥지를 튼 것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같은 개체가 계속해서 찾아오는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일대에 좋은 서식환경이 갖추어진 것만은 분명해보입니다.


산비탈에 나무 여러 그루가 있고 가장 가까운 큰 나무의 가지가 갈라지는 사이 공간에 나뭇가지 등으로 만든 둥근 둥지가 있다.


또 다른 둥지는 큰 나무의 줄기가 갈라진 사이 공간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새끼가 자라는 시기에 암수 팔색조는 매일 12시간에 걸쳐 교대로 먹이를 물어다나르며 매우 바쁘게 움직인다고 합니다. 이들의 주식은 지렁이와 곤충입니다. 노자산은 오래된 나무와 암석으로 숲이 울창하고 습도가 높으며 양분이 풍부해 서식하기 적절한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굵고 얇은 나뭇가지, 바위, 낙엽 등이 수북한 산비탈 가운데에 둥근 둥지가 있다. 둥지 앞에는 이끼가 덮여있다.


어떤 둥지는 땅 바닥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축구공만한 크기에 입구는 좁고 안은 넓은 굴과 같은 구조를 200여 개의 큰 나뭇가지로 형태를 잡아 부드러운 가지와 풀로 내부를 마무리한 모양새였습니다. 내부를 보호하기 위해 입구는 이끼로 덮여 있었습니다.


솔가지와 낙업이 있는 바닥 위에 달팽이 껍질 세 개가 놓여있다.


계곡 근처 바위 옆에서 충무띠달팽이와 거제외줄달팽이의 껍데기도 볼 수 있었습니다. 거제외줄달팽이는 멸종위기종 중 유일하게 '거제'라는 지명이 붙은 종으로 국외에서는 일본 남부 일부 지역에 적은 수의 개체가 서식하며, 국내에서는 노자산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숲이 오래되어 활엽수가 우점종이며 부엽토가 두터운 암반지형인 노자산의 특성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한 손에 납작한 플라스틱 통을 들고 있다 투명한 통에는 물이 반쯤 담겨있고 물 속에는 도롱뇽 두 마리가 보인다.


2021년 환경부 국가생물종 목록에 신종으로 등록된 거제도롱뇽은 전세계에서 오로지 거제도에서만 서식이 확인된 거제도의 고유종입니다. 바위밑틈에서 겨울을 보내고 막 산란을 시작한 거제도롱뇽을 계곡의 작은 연못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산길에 빨간색의 낮은 깃발이 꽂혀있고 누군가 손으로 깃발 한 쪽을 펼쳐 잡고 있다. 깃발에는 손으로 쓴 '진(우), GH 144.3'이라는 글씨가 적혀있다.


숲을 벗어나 임도를 향해 내려오는 길목에는 길의 경계면과 위쪽 사면에 일정한 간격으로 빨간 깃발이 꽂혀있었습니다. 사면 위쪽에는 '진(좌)', 경계면 쪽에는 '진(우)'라고 적혀있고 해발고도인 듯한 숫자가 표시되어 있었으며, 골프장 진입로 공사 전 사전작업을 해둔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아직 사업허가도 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뒤로 3층 높이의 큰 건물이 있고 진입로 사면 가운데 보도에 10여명의 사람들이 서 있다. 사람들은 각자 여러가지 피켓이나 배너를 들고 있다. 피켓과 배너에는 '노자산 늙은 숲,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꼭 지키겠습니다, 거제 시의원 한은진', '기후위기시대 나무 한 그루도 소중하다. 170만 그루 베어내는 골프장 개발 중단하라', '골프장 멈춰'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앞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를 지키는 지리산'이라는 문구와 여러 판화가 찍힌 큰 천을 비스듬하게 펼쳐들고 있다.


둘째 날 아침에는 거제시청 앞 골프장 개발 중단 피켓팅에 참가했습니다. 거제시는 경동건설과 거제남부관광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업 초안에는 위락시설 몇가지도 포함되어 있었으나 몇 차례 변경된 후 현재 사업안은 27홀 규모의 골프장과 그 부대시설이 거의 전부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 본격 추진되기 시작한 이 사업은 해상 39만 제곱미터를 포함하여 노자산과 가라산 일대 369만 제곱미터에 걸쳐 4277억 원을 들여 진행될 예정입니다.


나무가 우거진 산 비탈에 흰색 푯말이 여러 개 꼰혀있다. 푯말에는 '거제 남부관광단지 조성사업' 등의 여러 문구가 적혀있다.


전날 답사한 노자산 곳곳에는 시행사인 경동건설에서 사업예정지임을 알리는 푯말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업 추진의 주요 근거가 되는 환경영향평가에는 우리가 분명히 같이 만났던 팔색조 번식의 흔적, 거제외줄달팽이와 거제도롱뇽의 서식 사실이 누락되어 있었습니다. 환경영향평가 용역업체의 현지 조사는 멸종위기종인 팔색조와 긴꼬리딱새, 대홍란과 애기송이풀, 애기뿔소똥구리가 출현하는 시기를 회피하여 이루어져 이들의 존재가 지워졌습니다. 평가서에는 일부 법정보호종들도 골프장 부지 밖에 위치한다고 기록되었으며, 훼손산림의 규모는 실제의 3분의 1 이하로 축소 평가되었습니다. 시민들은 엉터리 환경영향평가에 반발하며 수년간 자체 조사에 나서 사업예정지 내의 대홍란 군락지, 팔색조의 번식지, 살아있는 거제외줄달팽이 등 50여 법정보호종의 실제 서식을 확인했습니다. 조사내용을 근거로 지방정부와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등 골프장 사업 추진에 책임이 있는 모든 공공기관에 제대로 된 재조사를 촉구했습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팔색조 번식지에 대한 관리 책임이 있는 문화재청이 작년에 실시한 현장조사에서 팔색조 번식 둥지가 공식적으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허위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한 용역업체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어 작년 말 유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마구잡이 개발사업으로부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환경영향평가제도가 오히려 개발사업의 구색맞추기 역할을 수행하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중요한 판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업의 근거가 되는 환경영향평가의 위법성이 명백하게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골프장 사업은 계속 추진되고 있습니다. 사업자 측은 대홍란을 이식하고 거제외줄달팽이를 이주시키는 등 멸종위기종들을 사업지 밖으로 옮기는 것을 대책이라며 제시하고 있습니다.


나무가 우거진 산 비탈에 12명의 사람들이 서 있다. 천으로 된 두 개의 현수막을 들고 있으며, 현수막에는 각각 '우리 함께 살아요', '골프장 멈춰'라고 적혀있다.

 

오늘은 '세계 골프 없는 날'입니다. 토지와 공적자원을 수탈하고 억압을 강화하는 골프장 사업에 맞서는 움직임은 전세계적입니다. 건설 중인 사업을 제외하고도 한국에는 이미 514개의 골프장이 있습니다. 골프장 사업을 새로이 추진할 때마다 사업자와 지방정부는 한 목소리로 지역경제에 이익이 될 거라 말합니다. 우리는 이 거짓말을 지겹도록 들어왔습니다. 한 줌의 소수에게 돌아갈 이익보다, 농약을 들이부어 지역수자원을 고갈시키며 유지되는 녹색 황무지보다, 우리에게 더 소중한 것은 여름이면 팔색조와 긴꼬리딱새가 돌아오고, 거제외줄달팽이와 거제도롱뇽이 기어다니며, 삵과 수달이 뛰어다니고, 솔개와 새매, 두견이와 솔부엉이, 소쩍새가 날아다닐 수 있는, 온전한 170만 그루의 나무가 살아갈 오래된 숲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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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9 10:00 2024/04/29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