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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교원평가시범한달 인터뷰

"교사 인기평가 아닌데…" 교원평가 시범실시 한달
[세계일보 2006-01-09 20:09]

전국 48개 시범학교에서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시작한 첫 교원평가는 우려했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특정단체의 조직적인 방해 없이 대부분 학교가 학부모들의 높은 관심 속에 원만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학교 이미지 등을 의식해 만족도가 높게 나오도록 문항 수위를 조절하는 등 형식적으로 평가하거나, 학생과 학부모가 수업만족도 조사를 교사에 대한 인기투표나 압박수단으로 인식하는 등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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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살하자” 일부 형식적 평가=첫 평가인 만큼 교사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평가문항의 수위를 조절하거나 최소한의 문항만 만드는 등 형식적으로 평가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강원 김화고 학교운영위원회의 한 학부모위원은 “평가항목을 대부분 만족한다는 답변이 나올 수 있을 만한 것으로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평가 결과도 대체로 그렇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역삼중학교 3학년 이모(가명)양은 “4과목 담당 선생님에 대해 한 항목씩 1점부터 5점까지 점수만 표기했다”며 “다른 질문이 없어 아이들이 대부분 좋아하는 선생님한테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싫어하던 선생님은 낮은 점수를 주는 식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또 일부 학교는 교원평가 반대 교사는 평가대상에서 제외해 ‘반쪽짜리’ 평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범학교로 지정된 뒤 특정단체로부터 협박에 시달렸던 대구 화원중은 전체 교사 55명 중 시범학교 신청을 반대했던 전교조 교사 12명은 평가에서 제외시켰다.

◆의지는 있으나 인식은 부족=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성숙한 학생들이 과연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부산의 한 교사는 “학생들에게 수업만족도를 조사하는 것이지 교사에 대한 인기투표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인기도 측정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평가항목 1번부터 10번까지 ‘매우 만족’이나 ‘매우 불만족’으로 일괄적으로 표기한 학생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충남 서일고의 한 교사도 “한 교사에 대해 학년마다, 반마다, 여학생이냐 남학생이냐 혹은 담임이냐 아니냐에 따라 평가가 굉장히 엇갈리게 나왔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들이 교원평가를 학교나 교사에 대한 압력수단으로 오해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K초등학교 A교장은 “처음 시범학교로 지정된 후 학부모들이 학교와 교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며 “학부모들이 평가위원회 위원장도 하고 위원 숫자도 교사보다 많게 하겠다고 해서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교원평가 성공하려면=교원평가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학교·교사의 적극적인 참여와 교원평가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올바른 이해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광주교대 박남기 교수는 “이번에는 준비기간이 너무 짧고 홍보가 부족한 탓에 학부모와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조차 교원평가의 목적이나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참여자를 대상으로 충분한 홍보와 연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의 김정명신 회장은 “학교와 교사, 학부모가 서로 눈치를 보느라 대강 형식적으로 평가를 하다 보면 당초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실효성도 떨어진다”며 “초기에 제대로 시행해 문제점을 파악해야 확대 실시할 때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수미·우상규·조풍연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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