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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범국본 대표 석방을 위해 멀리서 친구들이 묻습니다!

 

 지난 달 태국에서 "자유무역과 에이즈 치료접근권"에 대한 포럼이 열렸습니다.

 저는 우연히 한국 대표로 온 카노스 대표를 도우며, 발표 준비를 함께 했는데요.

 때마침 프리젠테이션 날짜가 협상 체결 다음 날이라 온갖 투쟁들 끝에 결국은 우리는 지고 말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주먹이 꼭 쥐어지게 마음이 아팠더랬습니다. 아직 FTA 협상이 본격화되지 않은 나라들에서 온 분들이 많아서 우리의 좌절이 이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멀리 있는 것만 같아 괜시리 우리만 외토리 같은 마음이 들기도 했었는데요, 

 

 그런데,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이 사람들이 멀리서 한국의 싸움을 여전히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싸웠는지, 싸움의 마무리를, 또 새로운 시작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여전히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각 국의 에이즈 단체 친구들이 매번 소식을 묻고 있는데요, 얼마전에 대규모 체포사태에 소식을 궁금해들 하길래, 범국본 대표분들의 구속 소식을 전했는데요, 석방을 위한 성명서를 에이즈 활동가들이 내고 싶다고 합니다. International Treatment Preparedeness Coalition이라는 단체인데요, 전 세계 각국에서 에이즈 환자들의 치료 접근권 확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의 연대체입니다. 자유무역 협정에 따른 지적 재산권 문제, 이에 따른 건강권 위협 등에 큰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무엇을 요구하면 좋을지, 가장 필요한 도움이 무엇일지 묻고 있습니다. 범국본 쪽과 제가 직접적인 연결이 없어, 진보네에 우선 이렇게 알립니다. 요구 사항이나, 방식 등에 대해서 더 구체적으로 상의하면 좋겠다고 하니, 누구든 최근 상황을 잘 알고 계신 분들이 연락을 주세요. (답글을 달아주셔도 되고, seobo17@gmail.com으로 연락 주셔도 됩니다. )

 

 자꾸 큰일들이 펑펑 터져, 무엇부터 해나가야 할지 모르겠지만,

 성명서 한 장, 얼마나 큰지 가끔 모르겠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 저 밖에서 우리 편이 되겠다고 나서는 친구들이 있으니

 마음이 꿋꿋해집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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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법! 다같이 고쳐줘요!

 

 에이즈 예방법을 개정해보겠다고 모인 사람들이, 열심히, 열심히, 열심히 해왔다. 이제 거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예방법 개정 국면을 생각하니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들 영 대단하다는 생각 뿐이다. 사실 예방법 개정안이 아니었으며, 아마 태국까지 올 생각을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스스로도 많이 배운 계기였다.

 

 현애자 의원을 통해 "우리가" 발의한 법이 통과가 되면,

 

 아무나 함부로 당신 피를 뽑아다가 자기들 맘대로 HIV 검사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앞으로 생길 수 없으며,

 보건소에서 검사하라고 뽑은 혈액 샘플에 떡하니 실명을 써 붙이고, 감염 여부에 따라 갖가지 정보를 요구하는 사람 피 말리는 정부의 통제도 없어지고  

 감염 사실을 당신의 상사나 직장 동료가 모두 알게 되는 가슴 두근거리는 일도 생길 수 없으며,

 당신이 에이즈 감염인이라고 직장이나 학교에서 박대하고, 쫓아내는 일도 확실히 막을 수 있으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에이즈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 쫓겨나가지도 않게 된다.

 

 법이 바뀌면, 제도가 바뀌고, 제도가 바뀌면, 정말로, 사람들의 생활이 달라진다.

 모두들, 많이들 와서, 이것 좀 바꿀 수 있게 힘 좀 보태주었으면 좋겠다.

 

 보나마나, 정부 측 관계자는 일반 국민 정서를 생각하면 이런 '파격적인' 변화는 불안감을 조성할 거라고 이야기할 텐데,

 누군가 손을 번쩍 들고, 정부의 기존 법이야말로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고 있는 거라고, 이른바 "일반 국민"인 나는 보건 복지부가 들고나온 개정안이 더 불안하다고 이야기해주었으면 좋겠다.

 

 토론회에 사람들이 많이들 와서, "우리가" 발의한 예방법 개정안이 옳다고, 필요하다고, 원한다고 든든히 말해주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지난번 토론회 때, 영 썰렁해서 나는 기가 좀 죽었었는데, 이번에는 많이들 와서, "우리가 만든 법"을 지지하고 있다는 걸 좀 보여주었으면!

 

 아잉, 지지를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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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_독점_촘스키 관련

 

 읽고 싶었는데, 서점에서 못 읽게 했던 것, 우연히 발견.

 

http://blog.jinbo.net/marishin/?pid=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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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_자전거

 

 

 

 오늘 자전거를 타고 짝두짝 시장에서 라마 5세 기념탑까지 다녀왔다. FTA 반대 집회를 "자전거 타기"로 하기로 한 것. 평소 미친듯이 막히는 방콕 시내와 광폭한 버스 기사 아저씨들을 생각하면, 방콕 시내 라이딩은 영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올망졸망한 아이들 녀석들까지 다량 합류하여 애초 대여한 자전거 100대가 넘게 다 같이 출발하게 되었다.

 

 어제 인터뷰가 잘 안되어서, 무거운 마음으로 괜히 고민하느라 카메라 충전을 못해서, 사진이 없다. 아, 그치만 사진 찍을 생각을 안 하니 자전거 타기가 어찌나 즐겁던지.

 

 자전거가 부족하여 출발할 때는 붐이 내 뒤에 타고 있었는데, 요새 실연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터라 뒤에 앉아 있는 그녀가 영 안쓰럽기만 했다. 늦게 가서 집회 내용도 잘 못 듣고, 또 새벽 같이 자전거에 몸을 실으니 뭐 이것저것 묻기에 기운이 없어서 정말 자전거만 집중해서 탄 듯하다.

 

 매일 버스를 타고 다니던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니, 도시가 쨍하게 아름다웠다. 나무가 많은 도시를 눈높이를 낮추어 달리니, 바람에 떨어지는 꽃, 푸른 잎사귀가 햇볕에 촘촘히 걸린다. 차선 하나를 자전거로 꽉 채워 놓으니  매번 꽉 막혀있던 시야가 확 트이는게, 도시가 전혀 다른 모양새였다. 고가며, 스카이 트레인 같은 콘크리트 구조물들 때문에 영 흉측해 보이기만 하던 방콕도 자전거를 타고 달리니, 영 멋스럽기만 하다. 고가 아래의 컴컴한 그늘을 지나, 자전거들이 천천히 햇빛 속으로 빠져 나간다.

 

 나는 요새 영 마음이 무거웠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열심히 밟으니 참을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전 기념탑이 주변까지 와서 조그마한 언덕배기를 넘어 도로로 굴러내려가다 보니 시내가 한 눈에 들어왔다. 주말이라 한결 한가로운 도로에 자전거 100대가 평화롭게 달리고 있었다.

 

 한쪽 눈이 거의 안보이시는데도 자전거를 타며 열심히 FTA 관련 팜플렛을 나눠주시는 빼 아저씨의 등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늘 커다란 셔츠를 입으시는데, 워낙 마르셔서 자전거가 달려 나갈 때나마다 셔츠가 붕 부풀어 올랐다. 나는 아저씨 등판만 바라보면 한참을 달렸다.

 

 날이 조금 흐려지고, 우리는 두 시간을 넘게 달려 옛 국회 의사당 앞에까지 왔다.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는 모르겠지만 흐린 날 다 같이 자전거를 한 바퀴 신나게 타고, 콘크리트 바닥에 주저 앉아 늦은 점심을 먹고, 다시 터벅터벅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동안에, 그 헐렁 헐렁한 발걸음 속에 무언가 달라졌을 거라고 믿기로 했다.

 

 오늘 하루 즐거웠지? 더럽고 정신없는 도시도, 자전거에 올라타니 모험의 나라인 것만 같았지? 아, 서울에 내 자전거도 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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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엉망.

 

 

토요일

 

- 오후 4시에 함께 버스 타는 것을 시작으로 한 인터뷰가 밤 1시에 끝나서 택시 타고 집에 돌아오니 2시. 2시간 넘게 걸리던 거리가 밤에 차가 없으니 20분.

- cmv로 눈 한쪽이 안 보이시는 아저씨인데, 가브리엘 아저씨랑 닮기도 해서 생각이 나기도 하고, 들려주는 이야기가 눈물이 훅나게 멋진 이야기들이어서 가슴이 두근두근 하였음.

- 통역 총각이 대충 하는 것 같아서 무어라 한마디 할까하다가 참을 인자를 발바닥에 새기며 꾹 참음. 아! 잘했어!

- 낮에 길바닥에서 자는 개들은 새벽이면 무리를 지어 사냥을 하듯 돌아다닌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아냄.

 

일요일

 

- 아침 7시 기상. 다시 버스 한시간 반타고 병원 도착. 감염인 모임 참석.

- 할 수 있는 태국어를 최대한 동원하여 통역없이 그래도 2시간은 대화. 아, 죽는 줄 알았음. 역시 아직은 안돼. 으우.

- 위장병 급격히 악화. + 스트레스성 식탐 급격히 증가 = 엄청 아픔.

; 배가 계속 고파서 무엇이든 엄청나게 먹고 싶으나, 먹는 동시에 미친듯이 아파지는 병에 걸림. 아. 젠장. 일하기 싫으니 역시 몸이 알아서 병을 만들어주는구나.

 괴이한 식탐이 갑자기 발동하여 위가 미친듯이 아픈데도 머리속으로 갖은 핑계를 대어 초코렛 프라프치노를 먹는 자해를 감행. 위에서 피가 줄줄 나는게 느껴지나, 입은 달구나. 아. 인간이란... 쯧.

 

월요일

 

- 아침 6시 30분 기상. 세수만 하고 오토바이에 올라타서, 다시 전철타고 학원 도착.

- 왕이 직위를 한 날이라나 뭐라나, 학원에 아무도 없음. 휴일. 아. 바보. 아랫층에서 매번 같이 지각하는 학생 만남. 그 일본 총각도 몰랐다는. 아. 서로 민망.

- 이틀 간의 피로가 급격히 몰려옴. 사무실 안가고 집으로.

- 혼자 벽보고 망고스틴 한 봉다리를 쪼그리고 앉아 광폭하게 까먹음.

; 흰 시멘트 벽을 보고 두 손이 벌겋게 물들게 망고 스틴을 쪼개어 입에 넣고 있는 나를 누군가 보았다면, 한니발이 따로 없음.

- 만화책에 대한 욕망이 제어가 안되어 스캔 다운 받아 보고, 낮잠.

 

- 다시 안 자고, 이러고 있음. 내일 또 6시 반 기상이어야 하는데. 아. 악순환의 연속

 

최근의 기만!

 

 나는 저녁형 인간이 확실하다. 나는 우리 동네 개들과 다름없다. 아침에는 졸립고, 고통스러우며, 피곤하나, 밤에는 다시 살아난다. 아, 이건 노력으로 고쳐지는게 아니구나. 라는 변명을 합리화하고자 노력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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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미 대사관_애보트 관련 항의 투쟁

 

 

 몇칠 째 비가 많이 오고 있어요~

 4월 30일 미국무역대표부(USTR)에서 태국의 의약품 강제 실시 등을 이유로 태국을 지적재산권 관련 최우선 감시국으로 선정했습니다. 애보트 사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에서부터 슬슬 압력이 들어오기 시작한 거지요.

 

 그래서 오늘 다 같이 미 대사관 앞에 가서 배너도 걸고, 집회도 했어요.

 

 대사관이 워낙 교통 좋은 시내에 있어서 인지, 기자들이 미 대사관을 좋아해서인지, 이제껏 집회 중 제일 많은 취재진이 몰렸답니다. 텔레비젼에서도 잔뜩 오구 말입니다.

 

 오늘 집회 구호는 "재수없어! 미국!" 이었습니다. 아이쿠...

 

  

 

 - 대사관에서 집회 못하게 막을 까봐 살짝 걱정하였는데, 큰 방해는 없었습니다. 플랜카드는 원래 대사관 양쪽을 가로지르는 육교 위에 걸었는데, 놓구 가면 어짜피 떼버릴 것 같아서 ^^;;; 집회 끝나고 다시 챙겨왔다는...^^:;;;

 

 

 

 

 

- 프레스 정말 정말 많이 왔어요~ 오오오오~ 점점 더 태국에서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강제 실시 때문에 여타 무역 제재들이 과연 정말 행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국내 여론은 여전히 강제 실시 지지 쪽에 더 무게가 실려 있는 것 같아요~!

 

 

 

 

 

- 아앗... 이런 말 하면 쑥쓰럽지만...



 

 

 

 

댓글이 없으면...... 솔직히..... 포스팅 하기가...... 별루.... 재미도.....없고.......안 해도...... 될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오.기.도..........한.다.는..... 이러면.... 네이버로..... 옮겨갈까.......뭐.....이런....부끄러운....참...뭐....그.런........아...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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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액션 데이! 액션! 액션! 액션!

 

 

 4월 26일, 태국에서는 에보트 사에 대항하는 시위가 또 열렸어요!

 

 한국에서도 삼성동 애보트 본사에서 집회가 함께 열렸다고 합니다.~

(누군가 트랙백이라도 걸어준다면 좋으련만! 흐흐흥~ ^^;;;;; 인터넷 초 강대국 한국에서 무시무시하게 빠른 스피드로 누군가 사진을 올릴 수 있으시겠죠? 흐허~ 여기서는 참고 참고 또 참아야 겨우 한 장 올라간단 말이오! - 잔뜩 게으름 피운 주제에 그래도 한번 떼써 봅니다. *^^*)

 

 이제 다들 애보트 사가 뭐가 문제인지는 아시는거죠?

 칼렉트라라는 에이즈 치료제가 꼭 필요한데, 이 약이 엄청 비싸답니다. 그래서 태국 정부가 애보트 사의 독점적 특허권에도 불구하고 자국민들에게 복제약을 제공하기 위해 강제 실시라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에잔뜩 화가 난 에보트는 앞으로 태국에 신약을 출시하지 않겠다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관련 글은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renewal_col&id=991&category1=19 을 봐주세요~)

 

- 에이씨! 어쩌란 말이냐~

 

 태국의 문제들은 사실 매우 기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게 됩니다. 꼭 필요한데, 없으면 안되는 물건을 왜 살수 없는 걸까요? 그건 특허권이라는 그럴듯한 핑계가 사실은 독점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판매자가 독점적 권리를 가지는 순간 수요자들의 필요는 그 힘을 잃게 됩니다. 그 멋진 수요-공급의 자유 시장 원리가 작동 불가능하게 되는 거지요. 그렇다면, 수요자들은, 약이든, 밥이든,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걸 얻을 수 없는 사람들은 무얼 할 수 있을까요?  

 

 특허권이 강제하는 독점의 기간과 정도를 수요자들은 도대체 결정할 수가 없습니다. 트립스 협정과 그에 따른 강제 실시는 의약품에 관련된 독점을 통제할 수 있는 너무나 몇 안되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사실 독점의 문제는 단순히 "좀 줘!"의 문제와는 다릅니다. "가난하고 불쌍한 우리한테도 좀 줘~"라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른바 먹고 살만한 사람들도 독점 자본의 힘 앞에서는 빽도 못씁니다. 태국의 사례처럼 독점적 권리를 가진 제약회사는 한 국가의 시장에 들어갈지 말지를 자신들이 결정할 능력을 가집니다. 이들이 시장에서 철수해 버리면, 도대체 이를 살 방법이 없습니다. 돈이 있어도 살 수 없게 된다는 거지요. 특정 국가에, 해당 시장에 약을 팔지 않겠다는 거부권을 이들이 행사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가지는 영향력은 너무나 큽니다. 특허권은 이른바 다른 판매자들이 이들이 떠나버린 시장에 들어오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원 제조사의 약도 못사고, 복제약도 못사는,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한국에서 푸제온이라는 치료제를 살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원 제조사가 시장 출시를 철회한 상황에서 도대체 이 약을 구할 방법이 없는 겁니다.

 한미 FTA이후 상황이 무시무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원 제조사의 특허권을 너무 열심히 보호해주어서 제네릭 의약품, 그러니까 복제약 생산은 더욱 늦추게 만든 여타 조항들이 눈에 팍팍 들어 옵니다. 문제는 올라가는 약값만이 아닙니다. 안팔겠다고 배짱 튕기는 순간, 도대체 어쩔거냐 말입니까? 손가락 빠는 수밖에 없습니다.

 

- 항의서한 전달

 

 태국에서는 애보트의 이번 조치가 경쟁법 위반이라는 점을 마구마구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네 맘대로 팔고, 안팔고는 맘대로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안팔겠다 할수는 없다는 거지요. 이를 알리기 위해 100여명의 태국 감염인들이 태국 산업부에 모였습니다.

 

 

  이렇게 항의 서한도 전달하고, 상황이 어떤지도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든 생각은 인사치레 일 수도 있지만, 태국 정부에서 대표자 한 명이 아닌 모든 집회 참가자들이 큰 강당 안에 들어와서, 앉아서 전달 상황을 보고, 답변도 들을 수 있게 했다는 겁니다. 정부 청사 안에 들어 가서 서로 이야기하는 것, 이거 좀 좋은거 아닐까요? 날 더우니 물도 한 컵씩 가져다주는 센스 정도가 그래도 서로서로 있다는 게 좀 부럽기만 했습니다. 비록 군사 쿠테타 정부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 거리 행진

 

 그리고는 차를 타고 룸피니 공원에 와서 집회 점심밥도 먹고, 실롬 역 주변의 번화가에서 거리 행진을 하였습니다. 시민들에게 에보트 불매 팜플렛도 나누어주고, 큰 쇼핑몰 앞에서 발언도 하고, 피켓팅도 하면서 말입니다.

 

 

 거리에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요, 점심 시간 인파를 헤치며, 팜플렛을 잔뜩 잔뜩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제가 주는 건 외국인이 주는 거라고 다들 받더라구요~ 우훗~

 

 

 

이 플랜 카드는 너무 예쁜 두 분이 들어서 사진 인기가 장난이 아니었답니다. ^^;;;;

쇼핑몰 앞에서 발언하는 동안, 한국에서 오신 인의협(?)에서 오신 한국 활동가께서 발언도 함께 해주셨습니다.

 

 

 

 날이 덥지만, 그래도 다들 웃으면서 즐겁게 하는 집회였어요!

 

 

 

 

 

 사실 태국 정부가 이런 엄청난 비난을 받는 조치를 취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집회에 꼬박꼬박 오는 수많은 감염인들과 활동가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태국이 어찌나 넓은 데요, 아침 9시 집회에 오기 위해 저 멀리 북쪽 이싼에서부터 남쪽 지방까지 열 몇시간이 걸리는 시간을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밴도 빌려서 사람들이 새벽같이 옵니다. 시골에서 농사 지으시는 아저씨들도, 언니들도, 버스 운전하는 총각도,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말입니다. 사람들이 싸우러 온다는 것 혹은 다 함께 웃으려고, 함께 걷으려고 온다는 것. 그것이 태국 에이즈 운동의 힘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모두들 어깨펴고, 친구들과 함께 걷고, 이야기하고, 소리치고, 노래합니다. 제가 슬쩍 물었지요. "에이즈 감염인이라는 걸 누가 알수도 있는데, 이렇게 나오는 거 걱정되지 않으세요? - 물론 이런 복잡한 뉘앙스의 완전한 문장을 태국어로 말하지는 못합니다. ^^;;;" 돌아오는 대답은 "누가 감염인인 줄 아는데? 다 같이 있는데, 누가 감염인이고 누가 감염인 아닌지 누가 구별할 수 있겠어?"

 

 그렇지요? 때론 우리가 너무 두려워만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누군가 손가락질 할 수도 있지만 함께 있는 동안 더 많은 친구들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이 '함께 모임'이 힘이 됩니다. 혼자만 알고, 혼자만 슬퍼하는 동안에는 두려움만 자꾸 커져가니까요. 동부 지역에서 망고스틴 농사짓는 언니가 이야기해줍니다. "다 같이 와서 얼마나 재밌어~"

 

 매번 태국에서 집회에 갈때마다, 한국에서 딱 한번 함께 했던 에이즈의 날 집회가 생각이 자꾸자꾸 납니다. 사실 저는 그때 주눅이 잔뜩 들었거든요. 저 위의 아저씨같은 그런 당당함이 없었어요.  어깨 펴고, 팔에 힘이 꽉 들어가는 그런 힘, 몸의 힘 말고 마음의 힘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즐겁지도 않았어요. 그냥 왠지 모르게 주눅이 자꾸 들기만 했거든요.

 

 한국에서의 집회는 어땠나요? 사눅 막막- 엄청 재미있었나요? 돌아가서 언젠가 우리 모두가 오늘 엄청 재밌었어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집회를 꼭 다 같이 했으면 합니다. 모두가 더 당당해져서, 더 기뻐지는 순간 그 순간을 함께 꼭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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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들_sex trade work 관련

 

 대충 적어놓지 않으면 완전 잊어버릴 것 같아 우선 그냥...

 사실 이 주제는 열심히 생각한다고 더 알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생각하기가 영 쉽게 되지 않는다.

 

 (나누리 활동 제안서 영어로 만들어야 하는데, 하기 싫어서 딴짓이다. ㅠㅠ)

 

1. 성노동자!

 

 예전에 내가 무지 좋아하라는 금자씨와 세미나 할때, 내가 생각한 가장 확실한 근거는 "자기 스스로 노동자라고 말하는데 너는 노동자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도대체 어디서 나온다는게냐"라는 점이었다. 이른바 노동자를 규정하는 여타 이론들이 있고 노동자성을 규정한 여러 조건들을 추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어쨌든 자기가 일해서 먹고 살고, 그래서 노동자라고 자기 스스로 말하는 사람들에게 너는 아니야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론이나 전제 조건 등은 없다고 생각한다. 톰슨이 보여준 게, 그거 아닌가, 노동자 혹은 집단으로서 노동계급이 말 그대로 '형성'되어왔다는 점 말이다.  

 금자씨는 여튼 다 제쳐두고 그래도 세상에 팔지 않으면 좋은거, 팔지 않아도 되는게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 이야기에 정말 공감했다. 무조건 다 자유롭게 판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거 요새 참으로 실감하는 때인데, 내 몸, 내 피, 내 난자, 내 눈알, 내 신장 같은 거는 좀 안팔아도 되게, 팔지 못하게 해야 하는게 "옳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저번에 팟퐁에 갔을 때, 캐나다 활동가인 에린은 장기를 파는 것과 성을 파는 것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고,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 즉 판매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아, 이야기도 맞다.  아, 그렇구나.

 팟퐁에서 이른바 라이브 쇼를 본 후 내가 느낀 것 역시 이건 정말 노동이라는 거다. 자기 능력 혹은 자기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파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은데, 이건 그것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2. 논리적 연관 관계를 아직 잘 세우지는 못하겠지만..

 

 이전에 태국에서 공부하는 선배에게 '창녀'라는 말을 막 쓰는 건 너무 한게 아니냐며 눈을 흡뜨고 덤벼서, 이 마음씨 좋은 아저씨의 하트에 완전 스크래치를 낸 적이 있는데, (나중에는 참으로 미안했다.) 그 때 이 아저씨가 한 이야기가 만약에 저 길거리에서 무서운 조직 폭력배 아저씨들이 '창녀'어쩌고 하는 말을 할 때도 그렇게 덤벼들 수 있겠냐는 거였다. 아이쿠. 그렇구나. 이말도 완전 맞다. 권력 관계라는 게 말 그대로 상황이라는 게 확 느껴지면서 나도 머리통에 스크래치가 나는 것 같았다.

 

 이때 생각이 든 것은 성 노동자 혹은 성 판매 여성이라는 '중립적' - 누군가에게는 전혀 중립적이지 않게 느껴지기도 하지만-용어가 실제 상황들이 포함한 여러 문제들을 오히려 간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느 한편으로 느낀 건, 여러 불편한 용어들이 비록 성 차별적이거나 모멸적이라고 하더라도, 그것들이 어떤 때는 날 것 그대로의 현상, 실제로 처하게 되는 억압적 힘들의 면모를 더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A라고 불리는 걸 B라고 부르기 시작하는게, A의 존재에 변화를 주는 건 확실하지만 그러렇다고 A라고 불리는 상황이 완전히 없어지는 게 아니다. B라고만 부르다 보면 여전히 A라고 불리는 상황의 구체성을 자꾸 잊어먹는 것 같다.) 

 

3. 성매매 영역에서의 에이즈 강제검진

 

 에린과 나는 콘돔 사용의 여파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에린이 이게 이른바 협상력이라는 점에서 이들에게 큰 힘, 능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이즈 예방 교육이 이들에게 자기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콘돔 사용하게 요구할 수 있는 힘은 여타 다른 힘들 (하기 싫은 다른 일을 억지로 하게 하거나, 노동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게 하거나, 해고 등에 항의할 수 없고, 안정적인 고용을 불가능하게 하는) 그런 것들에 비하면 너무 쬐그만 능력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협상력이라고 이름 붙이는 순간 이게 엄청 크고 중요한 힘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게 진짜 힘으로 작동하려면 다른 힘들과 연결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에이즈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 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전반적인 노동 과정의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어느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이 사이의 관계가 정말 존재한다면, 영향을 끼친다면 이건 정말 "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에이즈에 걸리면 직장에서 쫓겨나니까 정도의 연결 말고 더 구체적인 것 말이다.  

 

 성 노동자들이 에이즈 강제 검진을 받지 않게 된다면 어떤 힘을, 어떤 변화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이걸 설득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제 검진이 유지될 때 부여되는 힘, 능력, 자격과 강제 검진이 없어질때 생겨되는 힘, 능력, 자격 등을 가늠할 수 있다면 무언가 더 이야기할 꺼리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강제 검진을 철폐하면 에이즈에 대한 낙인이 완화된다 뭐 그런 좀 덜 직접적인 변화말고 , 실제 검사를 받는 이들이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힘의 변화가 과연 생겨날 수 있을까? 강제로 에이즈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면 과연 신체의 자기 결정권에 어떤 변화가 생겨날까?   

 

흐음... 더 고민할 수 있을 시간이, 더 공들여 쓸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거만, 더워서 더 게을러지고 있다.

 

 

더 관계없는 얘기>

 

 쏭끌란 휴가 동안 버닝한 L-word에서 정말 인상적인 장면은 백만 장자에서 하룻밤에 백조가 된 헬레나가 도박빚 때문에 이른바 한번 자주어야 하는 상황이 닥쳤을 때 그 친구들의 반응이다.

 

 헬레나 "나는 이제 매춘부whore이 되는 거야"

 쉐인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어. 누구나 한번쯤은 다 하는 일이야. 그 한번이 니가 누구인지를 결정하지는 않아"

 제니 "맞아, 누구나 한번쯤 다 할 수 있는  일이라니까"

 킷 "그래, 나는 코카인 한 줄 얻으려고 호른 주자에게 블로우 잡도 해주었는 걸"

 누군가 "그래서?"

 킷 "기분 좋았지 (?)"

 쉐인 "나도 돈 때문에 온 세상 사람들이 내가 팬티만 입은 모습을 보게 했는 걸. 이것도 별 다를 바 없어"

 

 이 친구들의 쿨한 반응은 나에게 김기덕 아저씨를 강력하게 떠오르게 했다. 누구나 한번쯤 할 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과 모든 여자는 혹은 너는 본질적으로 "창녀"다라고 주장하는 것 사이의 엄청난 차이 말이다.  납치 후 성매매 여성이 되서 환상이고 현실에서고 끝도 없이 그것만 한다는 그 폭력적 순환론과 이 언니들의 수다는 아유,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누군가 자기의 성적 능력이나 성적 서비스를 화폐로 전환시킨다 하더라도 그것이 그 누군가의 모든 것을 도대체 결정할 수가 없다. 즉, 이러한 trad가 한 존재의 전인격적 그 무언가를 규정할 수도 없을 뿐더러 그것말고도 여타 많은 상황이 구구절절이 잔뜩이고 남아 있다는 것이다. (sex slave와 sex trade worker는 엄연히 다르다는 거 말이다.)

 성적 서비스의 교역을 무언가 "엄청나게" 특별한 것, 나쁜 것, 절망적인 것, 폭력적인 것, 비도덕적인, 비현실적인 것으로 만들려는 -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모략들이 이 행위보다 더 음흉하다.  인터넷에서 가슴 보여주는 학생이 착취당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슴 안 보여주는 학생과 무언가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가 아니라는 점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야기의 판이 달라질 수 있을까? 이게 과연 도움이 되는 관점일까? 

 

(헉, 뭔 소리냐? 뭘 이야기할려는 게냐? --+)

 

 

- 도대체 정리가 안되는 걸 과연 포스팅 할지 고민이 막 드나,

 "이 글은 나만 볼래요."라는 멘트가 넘 쑥쓰러 그냥 올려야겠다. ㅠㅠ

 

아, 강제 검진 이야기를 하려고 시작한 건데, 그건 다음 번에 다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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쏭끌란, 물의 축제와 게으름뱅이들의 춤.

 
 
 
 

하루 종일 게으름뱅이처럼 굴었다. 오후에 점심을 사러 갈 때, 동네 뒷길을 걸을 때는 마음이 편안했다. 늦은 오후의 햇빛아래 우렁우렁 자라나는 나무들, 진한 빛깔의 튼튼한 여름 꽃들. 늘어져 자는 게으른 개와 마당을 가득 메우며 자라나는 선인장들. 잎사귀가 두껍고 가시가 뾰족한 식물들이 나무집 앞 마당이 꽉 차게 자라난다. 비닐 봉다리에 식은 밥 한 덩어리를 사가지고 돌아오며, 고요한 오후가 사랑스러워 마음이 가득 기뻤다.   

 여름 저녁, 해질 무렵처럼 아름다운 때가 있을까. 하늘이 자꾸 낮아지고, 마지막 햇빛은 열기 없이 빛깔만 가득해. 크고 높은 나무들 사이로 꼬리가 넓은 새가 하루의 마지막 날개짓을 하고, 빨간 꽃 너머로 음영이 드리워지기 시작한다. 해 넘어 가는 순간, 아름다운 때는 어찌나 금새 지나가는지, 어느새 하늘 빛이 남빛으로 변했다. 저녁, 빈 골목에 금새 어둠이 차고 나는 두려울 것도 없이 그리운 이들도 지금은 없이, 나 혼자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느껴져 고요했다. 멀리 두고 온 당신이, 내 마음의 어둠이, 저녁, 이제 막 내린 어둠에 묻혀 지금은 구별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골목을 걷는 동안 나는 편안했다.  

사방이 온통 조용한 줄만 알았는데, 대로변에서는 젊은 남자아이들이 물을 뿌리고, 춤을 추고 있었다. 어둠이 가만히 내리는 여름 저녁에 웃통을 벗어제낀 젊은 총각들이 추는 춤이 즐거워만 보였다. 지나가는 버스에 호스로 물을 뿌리며, 사내애들이 춤을 춘다. 한 바가지의 물 맞아 주어도 될껄, 한 걸음 비켜나 한 손에 든 저녁 거리를 보여주자 웃자란 소년이 예의 바르게 비켜주었다. 거리가 온통 축축히 젖고, 툭툭 의자마다 희뿌연 횟가루투성이다. 물의 날, 축제의 밤. 모두가 즐거운 때, 나는 발꿈치에 날개가 달린 것마냥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멀리 있는 이들, 안녕,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나를 나는 오늘 그냥 봐주기로 했다.  

 

* 쏭끌란은 태국 새해 명절이랍니다.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다들 휴가에요. 축복의 의미로 사람들에게 물을 뿌리고, 얼굴에 회칠을 한답니다. 이 기간 동안 밖에 나가면 길에서 다들 서로 물을 뿌려요. 쏭끌란 축제가 제일 멋지다는 치앙마이에 다녀오려고 하였으나 급격한 체력 저하로 이 기간 동안 방콕에서 방콕하고 있을 예정입니다. 아앗,  초방 30 바이트, 최악의 인터넷 상황에서 영화를 다운 받으려고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크흐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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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반성!

 

 

 

 

 여기 온지도 벌써 3주가 넘어간다. 태국말이 좀 늘어서 다들 삼 주 치고는 (사실 2주 반이라고 거짓말했다. ^^;;;) 잘하네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겨우 "무슨 일 하십니까?" 정도 주워 삼길 수 있는 정도이다. 아, 태국말 잘하고 싶다! ㅠㅠ

 

 요즘 정말 반성하는 건, 내가 에이즈라는 병에 대해서 정말 잘 모른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연구실에서 혼자 에이즈 관련 논문을 읽을 때는 '아, 이 분야는 내가 전문가지'라는 지금 생각하면 씨알도 안 먹히는 이야기를 대 놓고 하기도 하고, 나누리 회의에서는 잘 모르는 게 있어도 아는 척 고개를 끄덕 끄덕 하고는 했었다. 근데, 알고보니, 정말! 나는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이를테면, HIV 감염인들이 ARV 약을 시간맞춰 먹는 게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나는 태국에 와서야, 매우 최근에야 알았다. 아, 나는 정말 몰랐다. 뭐, 그 약이라는 게 시간 맞춰 먹을 수도 있고 안 먹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냥 약 먹는 게 많아서 힘이 들겠지, 남들이 무슨 약이라고 물으면 곤란하겠지 정도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이 약 꼭 시간 맞춰 먹어야 한다.

 

 근데, 더 생각해보니 나는 한국에서 한번도 에이즈 관련 집회고 회의에서 누군가 약을 먹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약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도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사실, 이건 내가 집회에 잘 안가서, 그래서 그런 걸 수도 있다. 아유, 다른 활동가들은 다 알고 있었는데, 나만 몰랐던거면... 젠장.... 조낸 챙피한거다...ㅠㅠ)  근데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각 약마다 부작용이 각기 다르고, 또 섞어 먹으면 안되는 약의 조합도 다양하다고 한다. (에이즈 치료제는 보통 세 가지를 섞어서 복용하는데, 이때 함께 먹어서는 안되는 약들이 있다고 한다. 의사들이 종종 이 사실을 모르고 잘못 처방하는 경우가 있어서, 태국에서는 치료제 관련 교육에서 이 부분에 관한 정보를 여러번 숙지시킨다) 근데, 난 사실 칵테일 요법이라는 말만 알았다. 약이야 뭐, 의사가 알아서 주겠지 하고 있었던거다.

 

 도대체 우리 활동가들은, 행사 때 오시던 그 분들은 언제, 어디서 약을 먹었던 걸까?

 

 여기와서 보니, 사람들이 약을 먹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집회에서도 약을 먹고, 회의하다가도 약을 먹는다. 집회하러 갈 때 진행 스태프들은 약 가방을 챙겨가는데, 혹시나 회원들 중 약을 두고 오거나 잊은 사람이 있을까봐 꼭 가지고 간다고 한다. 나는 이런 일이 중요할 거라는 사실을 진짜,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에이즈는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 질환이야라고 말로만 알았지 그게 의미하는 게 뭔지, 매일 시간맞춰 약 먹어야 하는 게 어떤 건지 나는 사실 생각해보지도, 상상해보지도 않았다. 그냥 그런거보다 머리로만, 말로만 알고 있었던 거다.

 

 에이즈 감염인들과 함께 하는 운동, 나도 거들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나는 암것도 모르고 그냥 왔다갔다만 한거였다. 혹시나 이야기하다 말실수나 하지 않을까 눈치만 봤지 도대체 모르고 있었다. 어려움이 뭔지, 무엇이 중요한 일인지 말이다. 누군가 어떤게 사는지 상상해 볼 여지도 없이, 자기 사는 모습 보여줄 틈 없이 해왔다면, 그건 내가 그닥 도움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사람이 건강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시간들, 눈치 보지 않구 숨기지 않아도 되는 때, 아마도 여기에서부터 더 큰 변화들이 시작할텐데, 이런거 이제껏 눈 꾹 감고 알려고도 안했다.  

 

 그리고 몰랐다는 건 순 핑계에 거짓부렁이다. 의약품 접근권 목소리만 높였지 알고보니 나 역시 약 못먹게 방해하는 그 누군가 중의 하나였다. 치료제 가격 올리는 제약 회사만큼이나 이미 있는 약 먹지 못하게 하는 그 순간들, 몰래 먹거나 그냥 약 안 먹고 건너 뛰게 하는 그 상황들  역시 큰 장애물이었다는 거 이제야 알았으니 말이다.  

 

 이제는 약 먹는 시간이 중요한 줄 알지만, 그래도 서울에 돌아가면 어떻게 사람들이 숨어서 약 먹지 않는 때를 만들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도대체 답을 모르겠지만. 그치만, 우선은 오늘은 반성한다. 엄마 말대로 헛똑똑이 짓 안하게, 입으로 말고 생활로 알게, 그럴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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