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들

2006/09/17 23:07

토요일,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가 열렸다.

지난 해 6월에 16회 추모제를 했고,

올해 9월, 17회 추모제를 했다.

그 사이 세상을 떠난 동지들이 너무도 많아서,, 제단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포항 건설노동자 하중근열사,

청구성심병원 이정미동지,

전북의 조문익선배,,,

 

제단에 올려진 영정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매년 똑같은 얼굴들인데도,,, 새삼스럽다.

 

조문익선배는 왜 그리도 활짝 웃고 있는지,

박상윤선배는 장난을 걸어오는 듯하고,

정성범동지는 많이 아파보인다...

 

한경석동지 영정에서는 고인의 살았을 적 삶처럼 당찬 기운이 배어나오고,

김진균선생의 온화한 웃음은 정말 감당하기 힘들다...

 

제1회 추모제가 열렸던 1990년.

난 그때 추모제가 열리던 성균관대학교 금잔디광장에 있었다.

추모제 장소가 몇 차례 침탈되기도 했고,

그 해에 목숨을 내던진 열사가 너무도 많았기에,

그날 추모제는 눈물바다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진혼굿을 하던 흰 옷 입은 여인을 보며 하염없이 울었던가...

 

최근에는 열사마다 약력을 옷감에 인쇄해서 전시를 한다.

올해도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이 열사들로 가득찼다.

사연도 많다.

스스로 몸을 불사르기도 했고, 목을 매달기도 했다.

고문받다 죽기도 했고,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의문의 죽음도 많다.

경찰에 맞아 죽은 힘없고 억울한 이들도 헤아릴 수 없고,

불의의 사고를 당하기도 했으며,

제 몸보다 다른 이들과 세상을 먼저 보살피다 몹쓸 병을 얻은 이들도 있다.

 

아...

'죽음'은 어찌도 이리 매번 살아있는 사람을 당황스럽게 하고,

왜 또 매 순간 기억되는 것을까...

'추모'만 하고 돌아서서 잊는다면 차라리 좋을 것을...

 

그들 모두가 살아 돌아왔으면 하는 실없고도 어리석은 소망을 갖게 만드는...

아,,, 아름다운 이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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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7 23:07 2006/09/17 23:07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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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9/18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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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간 블러그가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한동안 잠자고 있어 여전히 잠자는 줄 알았다.
    일요일 오전, 여기 저기 뒤지다 네 미니홈피서 블러그 주소 확인하고 예까지 왔당.
  2. 2006/09/18 09:53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강물/먼길 오셨군요.. 종종 들러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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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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