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타 크리스토프는 1936년 헝가리에서 태어났다. 헝가리와 체코는 언제고 꼭 한 번 가고 싶은 나라다. 특히 부다페스트와 프라하는 반드시 가야 한다.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에. 그냥 가슴을 저미는 그리움 탓이라고나 할까.

지난 해 꼭 이맘 때 어떤 여자애 덕분에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소설을 읽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뭐 그래 봤자 몇 권 되지 않는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된다. 작품이 적을 수록 그 사람의 정서를 압축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밀 노트"를 처음 펼쳤을 때 느꼈던 건조함. 흠, 큰 부담은 없겠군, 생각했다. 원체 십수년 소설을 놓고 있었던 탓에다 이제 좀 읽자 생각하고 읽었던 책들이 제다 그저 근런 시큰둥한 이야기들이었기에 이 소설도 별 생각없이 집어든 참이었다. 책을 잡은지 10여분만에 그저 그런 생각이 싹 가시고 오히려 가슴이 서늘해지면서 뒤통수가 무거워졌다. 그토록 짧은 순간에.

"비밀 노트" 읽으면서 내내 플로베르를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스타일의 특징을 보여주는 한 부분을 옮겨본다.

...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것들, 우리가 본 것들, 우리가 들은 것들, 우리가 한 일들만을 적어야 한다.
예를 들연 '할머니는 마녀를 닮았다'라고 써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람들이 할머니를 마녀라고 부른다'라고 써야 한다.
'이 소도시는 아름답다'라는 표현도 금지되어 있다. 왜냐하면 이 소도시는 우리에게는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추하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당번병은 친절하다'라고 쓴다면,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당번병이 우리가 모르는 심술궂은 면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렇게만 써야 한다. '당번병은 우리에게 이불을 가져다주었다'.
우리는 또한 '호두를 많이 먹는다'라고 쓰지, '호두를 좋아한다'라고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좋아한다'는 단어는 막연한 단어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정확성과 객관성이 부족하다. '호두를 좋아한다'와 '엄마를 좋아한다'는 같은 의미일 수가 없다. 첫 번째 문장은 입 안에서의 쾌감을 말하지만, 두 번째 문장은 감정을 나타낸다.
감정을 나타내는 말들은 매우 모호하다. 그러므로 그런 단어의 사용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하고, 사물, 인간, 자기 자신에 대한 묘사, 즉 사실에 충실한 묘사로 만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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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9 13:12 2012/01/0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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