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니 낮게 빗소리가 들렸다. 커튼을 살짝 걷어보니 창밖이 밤처럼 어두웠다. 일어날 것인가, 다시 잘 것인가. 나는 다시 자리에 누워 머리까지 이불을 둘러쓰고 몸을 움츠렸다. 빗소리, 크릉크릉 자동차 시동 거는 소리, 일어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수만 가지나 되지만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고 이불을 갠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잠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면 제일 먼저 마당을 가로질러 탁 트인 넓은 논과 마을을 둘로 가르는 대나무 숲, 그 너머 멀고 깊은 지리산 자락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이제 여기 오래된 아파트에서 음습한 동굴 속에 숨어든 쪽제비(족제비)처럼 살고 있다. 그런 느낌이 든다.
소를 먹이러 산으로 가면 산토끼와 노루를 볼 수 있었다. 재수가 좋은 날은(?) 사촌 형님들이 쳐 놓은 덫에 노루 새끼나 산토끼가 걸려들곤 했다. 나는 그 때도 그 짐승의 눈을 잘 보지 못했다. 집에서 기르는 염소를 닮은 눈이었고 구부정한 다리는 막 태어난 송아지를 닮았던 듯하다.
<어느 날 그 길에서> 다행히 부산에서도 이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마음이 약해져서 쉽게 가슴이 멍해지곤 한다. 곤란하다. 냉정해지지 않으면 쉽게 무너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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