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해

잡기장
주기가 돌아왔나보다. 예기치 않게. 가장 기분 좋은 순간에, 그리고 그 전까지 내내 즐거웠던 날의 마지막에.

내 존재가 없어진 듯한 느낌. 우울한 기분으로, 마음을 닫은채로, 내 이상한 변화를 감지한 그가 불안해하는 걸 느끼면서도, 평소에 하듯이 웃으며 안심시켜주지 못하고.. 그냥 혼을 뺀 채로 페달을 밟았다. 그리고.. 사고를 당했다.

"불편해요"
내가 평소 충분히 위선적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도저히 뻔뻔하게 웃으며 안녕을 말할 수 없었다. 그러면 더 화가 날 것 같았다. 내 자신에게. 그래서 결국 끝끝내, 그렇게 말해버렸다. 가장 좋아하고 믿는 사람에게 최근 들어 가장 상처줄 수 있는 말과 행동을 해버렸다.


난 바보다. 역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건 있나보다. 오늘 낮에, 웃기게도 이렇게 생각했었다. "왔다갔다하고 시시때때로 변하긴 하지만.. 그래도 길게 보면 난 조금씩 더 나은 내가 되고 있어" 더 마음을 열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아름답게 사랑하고, 사랑도 받고 그렇게 살 수 있을꺼야..라고.

어떤 합리화를 하고, 그럴듯한 말로 표현해도 나는 사실 지금의 내 기분의 원인을 알고 있다. 그저, 자격지심일 뿐이다. 이번 턴이 길게 가지 않았으면 하고 바랄뿐이다. 어쩌면 이제 자고 나면 다 잊을 수도 있고. 훗. 그러려면 이걸 포스팅하지 말아야 하나. 기분이 벌써 조금은 나아지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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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2 04:31 2006/09/22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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