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그리고 일상

잡기장
"활동가"로서의 허상 속에서 몇달동안 나 자신을 소외시켜온 탓일까요? 요즘 들어 내 자신, 일상, 문화에 대해 다시 관심 갖게 됩니다.

전 노래를 무쟈게 좋아합니다.
부를때는 .. 아주 그것에 빠져 부르는 것이 잘 부르는 것이라고 생각하죠. 그래서.. 나의 모든 면면이 "오바질"로 도배돼 있긴 하지만, 노래를 부를때도 좀 지나친 감정이입을 한다고 그러는 사람도 있더군요. 뭐, 저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시기해서, 혹은 갈구면서 친근감을 표현하는 것이 습관이 돼서 그러기도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ㅡㅡ;

노래가 도데체 멀까요?
요즘엔 기술이 발전한탓에 음악과 영화를 손쉽게, 언제 어디서나 즐기는 세상이죠.
취미가 뭐냐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음악감상, 영화감상을 꼽더군요.
글쎄요.. 저도 음악감상을 좋아하긴 하는데.. 저는 특히 "노래할 수 있는" 음악을 좋아합니다.


심미주의에 빠지는 걸 싫어한다... 고 표현하기엔 그렇고, 말한데로, 내가 커버할 수 있느냐, 특별한 장비나 현란한 테크닉이 없이도, 약간의 용기와 상황 파악을 전제로, 언제 어디서나 같이 할 수 있느냐..가 제가 좋아하는 음악의 범주에 드는 기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술로서의 음악이라기보단, 일상으로서의 노래를 좀 더 좋아한다... 고 하면 그럴듯하려나요? 제가 다룰 수 있는 악기라면, 학교 다닐때 과방 죽돌이하면서 배운 통기타 정도입니다. 뭐 다룬다고 말하는게 부끄러운 건 사실인데.. 전 프로가 아니거덩요. 프로라고 하면 스스로 만족하던 못하던 누군가가 원하면 바로 꺼내서 연주하는 맘가짐 정도는 있어야 되겠죠. 전 그렇지는 못합니다. 기타를 배운것도..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이성에게 어필하기 위해..? 라기 보단.. 뭐, 거기 늘 있으니까 튕겨보고 있으니 사람들이 갈켜주더군요. 뭐 어차피 문화는 곧 소통이니.. 과방에 죽치고 있는 후배 혹은 동기와 시간 때우는 한 가지로 기타를 갈켜줬는지 모르겠습니다. 뭐 저도 기타 배우는데 적극적이긴 했는데 그 이유는 노래에 반주를 할 수 있으니깐요. 그래서.. 어느 정도 코드를 외우고 몇가지 리듬을 칠 수 있게 되자... 이제 과방은... 그리고 공학관 하나의 한 층은 .. 캬캬 제 무대가 되어 버렸습니다. 제 음공에 못 이겨 과방에서 멀어진 사람이 좀 되죠. (이건 제가 참 후회하는 바 중 하납니다. 원래는 받은 대로 후배들에게 돌려주며 노래 갈켜주고, 친해지려 한건데 ㅡㅜ) 제가 학생운동 했다고 할 순 없습니다. 학생운동이 "학생회조직운동"을 말한다면요. 그래도 밥얻어 먹으며 다니다 많이 부딪치고, 또 허름하고 순진한, 노동하는 청년에 괜히 기대를 갖던 선배도 있어서.. 소위 "운동권" 선배들을 많이 알고 얘기를 듣고는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노래를 좋아하는 제가 많이 배운 노래가 "민중가요"들이죠. 그리고 제가 기타를 띄엄띄엄 칠 수 있게 되면서 과방엔 민중가요 노래와(이건 괜찮은 편이라 생각되지만) 허접 -_- 기타 반주 소리가 밤마다 울려 퍼졌습니다. 사람들이 와글와글할때 꼭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있어 나름대로 열심히 부릅니다. 그러다 보면 혼자 업됩니다. 점점 주위 사람들의 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는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한참 혼자 지르다.. 둘러보면 아무도 없습니다. ㅡㅡ 과방을 나가보면... 그 층에 가득한 적막감 ㅡ,.ㅡ 건물 관리해주는 아저씨.. 불끄고 계십니다. ㅡㅜ 지금 생각해 보면...뭐랄까.. 민중가요가 언제나 제게 감동을 주긴하지만 그것만을 아무리 불러도.. 쓸쓸함이랄까 뭔지 허전한게 있었고, 그게 점점 커져 갑니다. 1시간동안 방에 틀어 박혀 기타치며 노래를 "질러" 보아도, 그래서 방을 나왔을때 한껏 있는대로 "업"이 되긴 해도..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또 다시 요즘 경험에 비춰 보면, 찾아 보니 민중가요 중에도 "일상"에 대해 노래하는 것이 생각보다 많긴 합니다. 흠... 또 쓰다 보니 길어지는데 ㅡ_- 화성학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같은 오선지 위에 어떻게 음을 배치하느냐에 따라 화음도 되고, 불협화음도 됩니다. 변화가 많은 것 같아도 사실 음악은 반복이고.. 이어짐.. 그리고 돌아옴입니다. 같은 전체의 시간, 전체의 공간 속에 일정하게, 그러나 다르게 배열되는 음들.. 매일 반복되는 일상... 그것에 약간만 변화를 주어도 내 삶은 크게 달라집니다. 그것이 내게 생동감을 주기도 하고, 심한 타격을 주기도 합니다. 단조로운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지금까지는 늘 공상만 하고,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고 다녔습니다. 근데.. 결국은 일상에서 떨어질 수가 없네요. 이제는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먼 곳, 높은 곳만 쳐다보지 않고, 일상을 어떻게 조화롭게 움직여 노래를 하고 다니는 일상이 아니라 일상 자체가 노래가 되는 .. 그런 삶을 만들 수 있는지 그런 고민과 활동을 하며 살라고 합니다. 오늘도 새벽 2시가 넘었습니다. 12시전에 퇴근하면서 오늘은 일찍 자야지.. 했는데 역시 이렇게 되는군요. 하지만... 지금은 어제보단.. 특별히 즐겁거나 한건 아닌데 그래도 조금은 더 편안하군요. 내일은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업일까요 다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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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5 02:05 2006/03/15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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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시작

잡기장
하루의 시작을 어떻게 맞는것이 가장 좋을까요?
저는 그것이 회의실만 아니면 좋겠습니다.
회의는 12시전에 끝냅시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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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0 22:09 2006/03/10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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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wa 2006/03/11 00:24 URL EDIT REPLY
ㅋㅋ 어제 아니 그제, 많이 힘드셨군요.
그래도 장편다큐팀 회의는 1시간 반이라는 짧은! 시간에 끝났어염 ^-^
지각생 2006/03/11 00:30 URL EDIT REPLY
헉! 믿기어려워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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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잡기장
요즘 술먹다보면 종종 하는 얘기가 있는데
제가 학교를 다니던 97년 이후, 학생들간의 소통 문화?라고 할까요

한 빈대가 있었습니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옵니다.
일단 과방으로 갑니다. (수업 늦었으면 과감히 째줍니다)

사람들 있으면 ... 수다를 떨고, 장기를 두고, 숙제를 베낍니다.
사람들 없으면 ... 기타 연습을 하거나, 쇼파에 기대 공상을 즐깁니다.
잠은 안 잡니다. 그새 누가 왔다갈까봐.
다른 데로 갈까.. 고민합니다. 과방선배한테 얻어먹는 걸로 만족스러워 동아리 가입을 안 했기에... 갈데가 없습니다. 창 밖으로 하늘만 바라봅니다. 오직 그것만을 후회합니다. ㅡㅡ

탁자 위에 날적이가 있습니다.
한장씩 넘겨봅니다. 본 내용인데도 가끔은 처음부터 넘겨 봅니다.
펜을 들고 심심하고 외롭다는 말을 이리 둘러 저리 돌려 끄적이기 시작합니다.
한 페이지가 넘어갑니다.
두 페이지... 세 페이지... 역시 이번에도 장편입니다.
말이 꼬인다 싶어 끝맺습니다.
지금처럼.. 근데 덮어 놓고 나도 상황은 그대롭니다.
다시 펴서 제가 쓴 걸 읽습니다. 또 읽습니다. 그때마다 다릅니다.
그러다가 또 씁니다.

보통은 이러다 보면 누군가 옵니다.
재빨리 검색을 합니다.
내가 이 사람한테 언제 얻어먹었지? @_@
빈대도 철학이 있습니다.

빈대는 약탈자가 아닙니다.
반드시 뜯기는 자를 세심히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오늘 뜯어먹은 사람은 적어도 이틀간은 공략(?)하지 말아야 합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경우와.. 아주 친한 사람은 예외도 있습니다. ㅋ

또 밥을 사준 사람에게는 물질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보상을 해 줍니다.
방법은 많습니다. 숙제 베껴주기, 대출, 뭐 사다주기, 그나마 할 거 없으면 집에 갈때 버스 올때까지 기다려 주기...

얻어먹으로 가는데 다른 후배들이 붙으면 ..많아지면
눈물을 머금고 사라져 주는 결단이 필요할때도 있습니다. 물론 눈물을 보여선 안되죠
웃으면서.. "헤헤 야 나 딴데서 얻어먹을께 " ㄴ^^ㄱ==3=3
그래서.. 항상 후배에게 인기 없는 선배, 외로운 사람들에게 밥을 얻어먹어주는 센스..

이런 빈대 생활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덕목으로는 튼튼한 두다리, 빠른 기록 검색 능력, 작은 메모도 놓치지 않는 관찰력, 적당량의 뻔뻔함, 그리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좋은 빈대(?)는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언제나 굳게 믿고 살아갑니다.
얘기가 샜는데...
하여간 날적이를 보면
그 당시 선배들은 세상에 대한 얘기를 많이 썼습니다.
저는 제 공상에 대한 얘기를 많이 썼죠.. 그리고 후배들은 학교 생활에 대한 얘기를 많이 썼습니다. 표현에도 차이와 변화가 있는데 예를 들면 기발한 문구는 깜찍한 그림으로 대체되어 갔습니다.

대개 한 학번에 한 명정도는 과방 죽돌이가 있고, 날저거가 있죠.. 어쨌든 온라인 커뮤니티가 그렇게 대중적이지는 않았을때, 날적이는 중요한 소통의 공간이었습니다.
빈대에게는 사람들의 상황, 고민, 심리를 파악하는게 필수이기에.. 날적이를 많이 읽고, 많이 쓸 수 밖에 없습니다.

98년.. 스타크래프트가 폭발했습니다. 뒷풀이 장소가 PC방으로 옮겨졌습니다.
휴대폰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공개된 게시판이 아닌, 일대일로 약속을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메신저를 많이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야기가 기록되지 않기 시작합니다...

그 빈대를 죽인건, 인정이 메말라서라기 보단
빈대가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해갔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친한 사람들끼리는 더 원활히 소통하지만... 우연히 지나다 누구의 소식을 듣고, 함께 나눌 기회는 적어져 갔습니다. 더 이상 과방에도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습니다. 그저 있으면 이 사람 저 사람, 이 모임, 저 모임 얘기를 듣던 공간들이 없어져.. 아니 옮겨져 갔습니다.

나빠진 것이 아니라 변화한 것이라고
나도 변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탈피를 거듭했습니다.
그러다 요즘에야 술 먹으며 웃으며 다시 옛날을 얘기하고... 지난날을 회상합니다.

이제는 오랫만에 학교에 놀러가도
후배들 앞에서 재롱을 부려 겨우 얼굴을 터도
밥과 술을 사달라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잠깐 웃고 떠든 후에는 다시 책만 들여다 봅니다. 그러다.. 노트북을 가진 (요즘 대부분 다 갖고 있더군요. 공대라서인지..) 사람들끼리 겜을 합니다.

함께 놀아주다 보면 지칩니다.
조용히 나와.. 오랫동안 내 목을 축여 준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커피를 뽑습니다.
교문으로 나가는 가장 먼 길을 택합니다.
이번에도 중얼거립니다. "이제 그만 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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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9 11:41 2006/03/0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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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엠 2006/03/09 11:53 URL EDIT REPLY
담 편을 기대할께요. (너무재미있어요~)
앙겔리마 2006/03/09 12:44 URL EDIT REPLY
빈대의 철학 너무 웃겨요. 나도 빈대였던 시절에 도를 지켰어야 했는데+_+
지각생 2006/03/09 12:44 URL EDIT REPLY
2편이 잘 된적이 없는데 ㅋ 재미있게 봐주셔 감사 ^^
달군 2006/03/09 13:21 URL EDIT REPLY
날저거<--가장 인상깊은 단어였어요.
outwhale 2006/03/10 15:36 URL EDIT REPLY
공간 중심 문화의 상실... 요즘에 이야기를 듣다보면 과방이 멀어서 안간다.. 라는 얘기를 합니다. 전 휴대폰이 빼앗아간 문화라고 생각을 하죠...
지각생 2006/03/10 22:06 URL EDIT REPLY
앙겔리마/ 전 아직도 빈대랍니다 ^^

달군/ 내가 생각해도 그래요 ㅋ

outwhale / 죽돌이로서 저도 아쉬워합니다만 다르게 볼 수도 있겠어요. 분명 어떤 공간이던 "특정"한 분위기가 있겠고.. 그것에 적응못한 사람들에게는 다른 무언가가 늘 필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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