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

잡기장
어제 4개의 외부 일정... 두 개씩은 시간이 포개졌습니다.
결국 하나의 펑크, 하나의 지각, 이른 술자리로 인한 하나의 "공백" ㅡㅡ;, 그리고 하나의 테러...가 있었습니다.

왜케 살까요
중요하지 않은 거.. 따져보면 없습니다.
근데 더 중요한 건... 나일텐데?

무리하게 강행한지 벌써 몇달째, 이러면 안된다고 하는데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군요
바쁘다는 핑계로 준비 소홀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고민 안하고, 하는 일 많다고 역할 조금 만 맡고(게다가 그나마 안함 ;ㅇ;)..

이렇게 사는 게 내게도, 나와 관계 맺은 모든 이에게도 좋지 않다는 거.. 알면서도 이러는 거 보면
정말 워크홀릭이거나, 아님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걍 하루 하루 살아서 그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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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9 11:16 2006/03/0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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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음 2006/03/10 15:11 URL EDIT REPLY
아 너무 동감 돼요. 알면서도 안되면... 아마 자기 탓은 아닐거에요.
지각생 2006/03/10 21:38 URL EDIT REPLY
ㅜㅜ 지음님 몸관리 잘하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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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노조와의 인연(1) - 수련회

IT / FOSS / 웹
2005년 초, 노동단체에서 상근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때였습니다. 사무실을 IT노조(http://it.nodong.net)와 같이 쓰고 있었기에 가끔 회의하는 것을 들을 때가 있었죠. 당시 제 문제 의식은 막연... 그 자체라 할까요. 내가 하는 일, 결국 내가 걸을 영역이 IT인데도 그 사람들이 하는 말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됐을때고, 단협DB 만드는 큰 일을 끝낸 직후, 새롭게 제 활동을 고민해야 되는 시점에서 밖으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노조라... 어릴때 교육효과가 참으로 무서운 것이어서 노동운동단체에서 일하면서도 노조를 혐오하는 정서가 제 맘 속 깊이 자리잡았던 것인지 왠지 그리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참 우습고도 안타까운 일이죠. 당시 제 의식이 그 정도.

회의 때마다 8~9명 정도가 모여 열띠게 논의를 하는데, 잠깐 들어도 왠지 안정되어 있지 않은 느낌을 주더군요. 방법상에 이견이 있는 듯 자주 언쟁을 벌이는 분위기였습니다. 먼 일때메 그러나 하면서도 당장 할 일에 급급해 깊이 관심을 갖진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같이 일하던 분이 "현장 경험을 쌓는게 어떠냐"면서 IT노조 가입과 수련회 참가를 권하더군요. 사실 켕겨하던 부분이라 별 고민 없이 그러기로 했습니다.

노조를 혐오하는 정서와 두려워하는 정서가 같은 뿌리를 둔 것일까요. 저는 까닭없이 쫄았습니다. 노조활동하는 사람들은 되게 거칠고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이 아닐까, 논리적이며 어려운 사람들은 아닐까... 솔직히 그런 생각이 떨쳐지지 않더군요. 어쨌든, 어떻게 하나 한번 보기나 하자 하는 생각으로 별 고민 없이 따라갔습니다.

토정비결을 봤는데 그달에 "입산견성"의 운이 있었습니다. 산에 들어가 (수련) 자기 자신을 바라본다.. 쯤의 해석이랄까요? 계룡산 하면 왜 유명하지 않습니까? 점집 광고에 많이 나오죠 "계룡산에서 30년 수도한..." ㅋ 우연치고 맞아 떨어지네 했습니다. 수련회 마치고 새벽에 산을 오르기로 했기 때문에 혹 정상에 올라갔다 무슨 깨달음이라도 얻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한거죠. :-)

수련회가 시작되고 회의에서처럼 열띤 토론이 시작됐습니다. 처음으로 함께 자리해 얘기를 듣게 된 저로서는 놀랍고도 흥미로운 얘기들이었습니다. 자세한 것은 기억나지 않지만, 단무지 소리 듣는 공대생 사이에서 그나마 조금 책 읽고 아는 척 하던 저로서는 IT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모여 논리정연하게 자기 주장을 펼치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을 본것이 거의 처음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고, 감탄이 끊이지 않더군요. 하지만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모두 너무나 순수한 사람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쟁점중에 하나 기억나는 것이 비정규·영세사업장노동자를 중심으로 하는 노조로 남을 것인가 모든 것에 열려있는 산별노조로 갈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는 그때 IT산업노동자가 조직된 단위들이 더 있다는 것에 대해 아는 게 없었습니다.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조가 있고, 연맹 단위도 있으며, 다른 연맹에도 일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 상황과 지금까지의 역사에 있어 어두운 부분이 있다는 것을.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을 탄압한

회의는 끝도 없이 이어졌습니다. 새벽 3시가 넘도록 안건의 반정도도 마치지 못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한잠 자고 새벽에 일어나 산에 올라가려 했던 저는 사실 어떻게든 얼렁얼렁 끝나기를 바랬습니다. 아는 얘기도 없고, 끼어들 부분도 없어 한마디도 안하고 듣기만 했으니 더 긴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잠을 자기는 커녕 이러다간 산에 가는 것 자체를 포기해야할 판이었지요. 그런데 다행히, 두 명의 조합원이 상근 활동을 결의하면서 이야기가 급진전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상근자를 중심으로 한 회의 체계를 꾸려 논의하면 된다는 것으로 다들 합의를 보았기 때문이죠. 그동안 상근자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사람이 투여되는 방식으로 모든 것이 흘러갔던 겁니다.

그렇게 얼떨떨하게 빠르게 회의가 마무리되고 컵라면과 함께 술한잔 마시고 계룡산에 올랐습니다. 제게 그 자리를 권한 분과 함께요. 전에 그분과 지리산 새벽산행을 한적이 있긴 했지만 때는 한겨울, 잠 한숨 못자고 어려운 얘기 듣느라 머리 아프고 신경이 곤두선 상태, 한 치 앞이 안보이는 어둔 겨울산을 오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올랐는지 모르게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분은 일출 사진을 찍는게 목표였는데 전에 늦어 못본적이 있어 이번엔 서둘렀던 것이고, 그바람에 해가 뜰때까지 계룡산 정상에서 한시간동안 추위에 떨어야 했습니다. ㅡ,.ㅡ 결국엔 바람을 피할 곳을 찾아 덜덜 떨다가 졸았습니다. ㅡㅜ

수련회에 다녀온 후 IT노조에 대한 인식은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 그것이 "내 일이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노동 단체에 있는 입장때문이고, 대립을 이루는 사용자가 없다는 까닭이기도 했지만, "IT노동자"로서의 자각과, 운동에 대한 마음 가짐이 아직 추상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기도 하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나 자신이 노동자라는 의식 없이 노동운동단체에서 활동한다는 것이 참 우스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 해 여름께서부턴가, 상집회의에 슬쩍 끼여들면서 IT노조와의 관계가 조금 더 깊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단은 여기까지.. 지금 위원장의 전화가 왔습니다. 술 먹으러 가고 계시네요. 저도 합류하러 갑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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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9 21:36 2006/01/2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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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새해

잡기장
양력에 익숙해져서 사실 새해라는 기분은 들지 않지만, 한 달 정도 미리 새해를 맛본 거라고 치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을 가져도 될 듯하다.

1달동안 하루 평균 2회 이상의 회의를 한 것 같다. 회의만 하느라 실무를 못할 지경. 노동넷, IT노조, 미문동, 그 외 몇군데 더.. 회의도 하면 는다. 아직 즐기는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는데 만일 이렇게 한 두달 더 계속되면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렇게 될 것 같은 불안감이.. ㅋ

오늘도 사무실에 나왔다. 일하러 온 건 아니다. 어제 저녁에 만든 만두를 아침에 먹고,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프로그램을 보고(내가 맞춰 3000원 땀 -_-V) 상암 CGV에서 "왕의 남자"를 부모님과 함께 봤다. 이만하면 설에 가족들과 시간보낸 것은 왠만큼 했다 싶어 혼자 있을 곳을 찾아 온 것이다. 혼자 있지만 컴퓨터가 있고 인터넷이 되는 곳, 그리고 배고프면 뭘 먹고, 피곤하면 누을 수 있는 곳. 학교 다닐 때 과방이 그랬고, 지금은 사무실이 그렇다.

떡볶이를 사와 먹으며 신문을 보고, 간단히 주변을 정리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외로움이 더 할까봐 오늘도 늘 듣는 노래를 틀었다. 사랑 얘기는 아니되 지나치게 심각하거나, 날 쪼그라들게 하거나 쓸데 없는 사명감에 불타지 않게 하는, 적당한 민중가요를..

자... 이제 앞에 술 취한 핑계로 쓴 두 개의 글을 밀어내고 싶은데 딱히 쓸게 없음...
생각해보니 쓸 꺼리는 참 많은데.. 쓸 맘이, 흥이 안난다.

자전거 탄 얘기, IT노조 단체교섭, 울산 다녀온 얘기, 못다한 홍콩 이야기, 미문동 네트워크, 기술 활동, 정보인권... 오늘 본 영화, 최근에 본 책, 1월 내내 회의만 했다는 투정...

블로그를 왜 다시 쓰게 됐던 거지? 기억이 안난다. 왜 난 혼자 중얼거릴거면서 많은 사람이 올 수 있는 공간에 글을 쓰는 걸까? 몇개 올린 글에 대한 뜻하지 않은 반응과 관심에 신나면서도 부담스러워진다.

서버에 또 손님이 왔다. r0nin ... 이젠 낯익은 크래킹 패턴이다. 여러번 봐서 그런지 피식 웃음이 난다. 짜증도 안나고 걍 여유 있게 killall 명령어로 처단하고 원인을 찾아봤다. 뭐 이젠 찾는 것도 어렵지도 않다.

하고 싶은 게 되게 많다. 뭐 엄밀히 말해 "해야 되는" 것이거나 주변에서 "해줬으면"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발을 걸친데가 많아질 수록,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닿은 끈이 늘어갈수록 아이디어와 요구는 늘어간다. 하나 하나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거 좋은데, 그래 이거야. 꼭 해보자. 근데.. 뭐부터 하지? ㅡㅡ;

일에 중독됐었다가, 사랑에 중독됐다. 그래.. 난 늘 중독돼 있었다. 치료해야되는 것은 중독인데, 사랑 중독을 벗어나기 위해 난 다시 일을 택하려 하고 있다. 그게 성공할지 모르지만, 하여간 나는 수렁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아... 안돼... 처지고 있어. ㅡㅜ
일단, 주변 정리좀 하고. IT노조 얘기좀 써야 겠다. 기대해주세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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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9 19:03 2006/01/29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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