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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들3-2

질문들3

 

위 글을 썼을 때는 윤리문제에 대한 황교수의 거짓말을 받아들이는 반동적인 사회분위기가 싫었을 뿐이었다.

 

연구를 하고 논문을 제출하는 것을 생업으로 하는 입장에서는, 일단 출판된 논문의 내용은 믿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연구--그 논문의 관찰내용에 대한 다른 해석을 하거나, 자신의 해석에 따르면 그 논문의 관찰내용은 엉뚱한 것을 본 것이거나 뭔가 모자라거나--를 한다. 연구자들은 잘못된 것을 관찰하여 잘못된 해석을 할 수도 있고, 그런 일들은 후속연구의 재연성만을 가지고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위논쟁이 벌어질 때는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실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모든 일상적인 과학적 행위-논문읽기-는 '진실성'을 바탕으로 한다.

 

설혹 그들이 실수를 하더라도(엉뚱한 시료를 만들거나, 중대한 계산 실수를 하거나) 그 과정이 밝혀지면 된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실수를 할 수 있으니 오히려 더 정밀하고 정확한 실험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것 또한 그 모든 것이 그 논문에 있는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가 진실을 기록하고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의도적 데이터 조작을 저지른 과학자는 과학자 사회에서 냉혹하리만큼 철저하게 추방된다. 설혹 그가 아주 운좋게 다시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더라도(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아무도 그의 연구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와 같이 연구했던 사람들도 의도적 데이터 조작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명명백백한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한 아무도 그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또한 그들이 의심을 받기 전에 제출했던 어떤 논문들도 그러한 조작이 없었다는 것이 밝혀지지 않으면 아무도 그들의 예전 연구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한 번 과학적 행위에 대한 의심을 받기 시작하면 그/그들은 가능한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원래의 실험자료를 가지고 그 의심들을 풀어야 한다. 그럴 수 없는 경우는 사실, 의도적인 부도덕적 데이터 조작을 했다는 말이다.

 

그러니, 황교수팀은 팀내의 젊은 과학자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서 자신들의 과학적 결과에 대한 진실성을 이번 조사에서 보여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까지 언론에서 보도된 사실들을 보면, 그 가능성은 절망적으로 낮아보인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한 그 많은 젊은 과학자들을 위해서라도 제기되고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 성실하게 조사받고 결론지었으면 한다.

 

'국가적위신'이나 '국익'이라는 과대망상증적인 이야기보다, 사실, 나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한 황우석교수 연구실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지금까지 황교수와 썼던 모든 논문을 이력서에서 지울지 말지, 모두 지운다면 다시 새로 시작할 지 말 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시간을 하루빨리 앞당겼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다. 왜냐하면 지금 한국과학계의 '그 위신'이나 '그 국익'보다 더 소중한 그들의 젊은 시절이 아비규환의 소용돌이에 빠져 모두 다 날아가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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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에 신문이나 보고 자야지 하고 한겨레 신문 사이트에 들어가봤더니, 2005년 논문에 대한 진실이 이미 드러났다. 지지부진 한 조사위원회가 답답해서 적었었는데,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최근 2-3년간 그 그룹에서 나온 모든 논문을 조사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어째.... 참 답답하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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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끊어지는 인터넷으로 MBC의 방송을 다 보고 나니, 새벽5시가 훌쩍 넘어 버렸다. 그래도 잠이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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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들3

질문들

질문들2

황우석교수와 관련된 설왕설래들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좀 이상하고 논리에 맞지 않는 것일 수 있지만), 북한의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유교적 전체주의가 그냥 생겨나고 유지되는 게 아닌 거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200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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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윗 글을 쓰고 나서 YTN이 보도하고 MBC가 사과하고

BRIC사람들이 나서고, 결국 논문 하나에 대한 진실이 밝혀 졌다. 앞으로 더 밝혀져야 할 수많은 진실을 앞에 두고 있지만, 그래도, 불법 난자 공여를 둘러싼 한국의 퇴행적 사회현상--정치사회적인 논리로 인간존엄성을 짖누르는--은 두고 두고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200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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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게티

지나가는 말로, 이탈리아에서 온 친구에게 장난삼아 "면(Noodle)은 중앙 아시아에서 시작되어서, 중국과 이탈리아로 퍼져나갔데"라고 이야기했더니, "파스타는 면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고 스파게티는 그 중에 하나"라고 웃으면서 답했다. 사실, 파스타는 만두같은 것도 있으니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런데, 그런 농담따먹기 하다보니, 매일 저녁을 한식, 즉 밥과 찌개 혹은 각종 분식(라면, 국수, 칼국수, 떡국, 만두국)으로만 만들어 먹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스파케티를 해먹기로 하고 면과 토마토 소스를 샀는데.... 첫번째 시도: 뭔가 싱싱한 생면(생칼국수 비슷한 것)을 파는 것 같아서, 그것을 구입해서 포장지에서 시키는대로 소금 쪼금 넣고 정해진 시간을 초시계로 측정해서 만들었는데, 결과는 토마토가 첨가된 삼일지난 떡뽁기처럼 되어 버렸다. 그래도 처음한 스파게티니까, 맛있게 먹고 두번째 시도:지난 번의 문제는 생면이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나름대로의 추측에, 건면(보통 스파케티 면)을 구입해서 다시 시도. 근데, 지난 번에 토마토 소스를 작은 것을 구입했기 때문에, 소스가 부족. 그래서 그냥 3분짜장을 삶은 스파케티에 넣어 먹었다. 건면을 삶은 시간이 짧아서, 생라면+맛없는 짜장범벅 먹는 기분이 들었다. --:: 몇일 후, 다시 그 이탈리아 친구에서, 스파게티 면을 얼마나 삶아야 하나등등을 물어보다가, 같이 점심먹던 사람들이 자기는 어떻게 스파케티 만들어 먹나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이탈리아 친구 말하길, 자기는 시간이 너무 걸려서 스파게티 같은 것은 만들어 먹지 않는단다. 어.. 면만 삶으면 되는데, 뭐가 그렇게 오래 걸리냐라고 모두 궁금해 하자, 그 친구 왈, 토마토 소스같은 것을 가게에서 사서 먹는 것은 전자렌지에서 녹여 먹는 3분 요리와 뭐가 다르냐.. 그건 '요리'가 아니다.!!! 스파게티는 소스를 만드는데 적어도 한시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혼자서 해먹기에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이야기했다. 키가 커다란 이탈리아 아저씨가 요리에 대해 한마디 하니, 모두 우와와아...싱가포르에서 온 한 여학생이 내가 속한 업계 용어로 요리도 'first principles'(가장 기본적인 법칙으로 부터 자연의 성질을 추론하는 이론)로 해야 하냐고 이야기해서 모두 폭소. 아마, 나물을 모두 시장에서 사온 후에 밥만해서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것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니,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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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황당하다

행인님의 언론에서 사라진 이야기들과 관련이 있는 글입니다. 미국은 돈이 많은 나라다. 그래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서 주인을 잃고 방황하는 불쌍한 개와 고양이들을 구조해서, 각각 조그만 우리에 담아 대형 여객기로 나라 이곳저곳으로 보내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거나 동물 보호소로 보낸다. 몇 주 동안 그 불쌍한 개와 고양이들을 맞이하는 지역주민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TV로 계속 보여주니, 그 아름다운 마음씀씀이에 나도 새로운 반성을 하게 된다. 개와 고양이를 더욱 사랑하자. 미국은 역시 돈이 많은 나라다. 허리케인으로 수많은 빈곤한 흑인들이 돼지우리같은 실내경기장에서, 옴싹달싹 할 수 없는 낮은 가옥에서, 지옥도와 같은 비참함을 맞보았고, 그 장면을 본 많은 나라에서 긴급구호 식량을 보냈다. 그렇지만, 40만개의 달하는 영국의 비상식량은 영국에서 잡은 소고기가 들어 있다는 이유로 창고에서 그냥 썩어가고 있다. 영국 군인들은 매일 그걸 먹는다고 하니, 그들이 참으로 걱정이다. 비록, 처음에 '각 개인의 대피 프로그램을 발동하라'며 무관심을 보여준 정부당국이었지만, 결국 그들의 장기적인 건강을 걱정해 광우병의심 쇠고기를 몽땅 버리는 그들의 마음씀씀이에 나도 다시 새로운 반성을 하게 된다. 광우병이 의심되는 미국 쇠고기를 이제 더 이상 먹지 말자. 미국은 돈도 많고 통도 큰 나라이다. 군사독재, 전근대적인 사회계급제도와 전쟁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파키스탄의 민중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자신들의 가장 강력한 우방으로 인정하며 그 나라의 독재자를 초대해 연회도 배풀어주고 무기도 지원해주는 그들의 통큰 마음 씀씀이에 나는 새로운 반성을 하게 된다.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어도 정신만은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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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행진이야기

지난 주 9월 24일 반전시위에 갔다온 이야기를 하겠다고 해놓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금에야 씁니다. 이런 저런 상념이 많았던 일주일이었습니다. 지난 주 토요일 오전에 친구녀석과 같이 샌프란시스코의 돌로레스 공원이란 곳으로 갔었습니다. 11시까지 모이라는 전단을 받았지만, 지리가 어두워 조금 서둘러 도착했습니다. 이 돌로레스 공원은 샌프란시스코 도심 경치와 근처의 다리들이 내려다보이는 멋있는 곳에 자리잡고 있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사람들이 꽤 많이 모였습니다. 여러단체들이 연합해서 만든 집회라서 그런지 넓은 공원 한쪽에서는 녹색당사람들이 모여서 사전집회를 하고 있었고, 또 다른 곳에서 연단을 마련하여 사전집회를 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곳저곳에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단체들, 반전단체들이 몸에 붙이는 스티커도 나눠주고 있었고, 곧 있을 캘리포니아 특별선거에 대해서 안내 전단을 나눠주는 단체도 보였습니다. 재미있는 피켓이나 치장을 한 사람들도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어떤 사회주의자들의 단체에서는 삼행시 같은 재미있는 피켓도 만들어 왔더라구요.(Bush는 징후, 자본주의는 바로 그 질병, 혁명은 그것에 대한 치료) 2003년 2차 이라크 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우연히 샌프란시스코 반전시위에 참여했었는데, 참으로 신기한 인연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아마 그때 이후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인 행진이라고 하더라구요. 시위나 집회가 잦은 샌프란시스코라서 그런지, 경찰들도 시위자들도 일상다반사처럼 느긋하고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특히, 이런 곳에 오면 어디에 있는지 들어보지도 못했지만, 급진적인 내용으로 가득찬 신문잡지를 파는 단체와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그들은 열정적으로 자신들의 내용을 설명하고 신문을 팔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The Militant(투사들)"라는 신문을 하나 샀습니다. 미국 곳곳의 파업투쟁소식과 국제정세에 대한 해석들이 있는 그 신문은 특이하게 12면 중 뒷 4면은 스페인어로 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시간나면 이 신문의 내용을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여하튼 2시간 정도의 사전집회겸 사람들이 모이기를 기다려서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모인 사람들의 숫자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행진은 공원에서 시작해서 Market Street라고 불리는 샌프란시스코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큰 도로를 따라 진행되었습니다.

잘 보일지 모르겠지만 사진의 원근점에 있는 곳이 유명한 샌프란시스코 여객항구랍니다(역시 여전히 관광객모드를 버릴 수가 없네요, ^_^;;). 이렇게 느긋하게 걸어가면서 시위자 중 누군가 'What do you want?'하고 외치면 'Peace'라고 답하고 'When do you want peace?'하고 외치면 'Now'라고 화답합니다. 그래서 자세히 듣지 않으면 시위자들이 'Peace Now'라고 크게 외치면서 걷는 것 처럼 보인답니다. 2시간 조금 넘게 걷는 행진이지만, 쉬지않고 정열적으로 라틴음악을 연주하면서 걸어가는 그룹들도 있고, 뒤따라 가면서 춤추며 가는 사람들도 보였습니다. 이렇게 평화적인 시위만 하지말고,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스키마스크를 쓴 일련의 집단들도 보이고

가면쓰고 풍자극 하는 사람들도 있구요.

샌프란시스코 시청을 빙글 돌아서 근처 언덕에 있는 공원에서 정리집회를 했습니다. 예전과 다르게 이번에는 정리집회에서도 사람들의 말을 유심히 들어보았습니다. 이번 시위의 목표는 이라크 전쟁중지-군대철수, 아이티, 필리핀의 민주주의 투쟁 지지, 푸에르토리코 진보주의자들의 투쟁지지등 전세계에서 미군이 저지르고 있는 모든 만행에 대한 고발과 투쟁이었습니다. 연설들을 무척이나 설득력있게 잘하였고,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굉장히 리듬감이 있어서 좋았습니다(예전에 대학집회에서 자주 듣던 웅변 스타일의 사자후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10월 중순에 또 한 번의 대규모 반전시위를 주최측에서 예고하는 방송도 있었습니다. 정리집회에서 한 흑인 운동가가 나와서 미국자본의 야만성과 침략전쟁을 비판한 후, 엘고어, 존캐리, 힐러리 등등의 이름을 호명하면서, 민주당 상층부에 있는 사람들은 자본의 이득을 대변하며 세계를 침략하는데, 지금의 공화당집권자들과 한치의 차이도 없다고 말하니 일순간 환호와 박수, 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정리집회에 앉아있다가, 차를 주차해놓은 출발점의 공원으로 다시 걸어돌아갔습니다. 또 한 번의 반전집회가 끝이 났습니다.

이런 평화적인 시위와 행진은 말그대로 평화롭게 진행됩니다. 소수의 스키마스크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큰 영향을 발휘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혹시, '허공에의 질주(Running on empty)'라는 영화를 기억하나요? 리버피닉스가 아직 앳된 모습으로 나오는 그 영화말입니다. 그는 이 영화에서 반전운동중 실수로 사람을 죽이고 지명수배당해서 정처없이 도망다니는 부모의 아들 역할을 했죠. 왜 갑자기 리버피닉스 이야기냐구요? 실제로 평화적인 베트남전 반전시위 와중에 결코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일부의 운동가들은 그들의 노선을 폭력투쟁으로 바꾸었답니다. 그 중에 가장 주목할 만한 단체가 흑표범당'Black panther party' 'weather underground' 라는 단체입니다. 흑표범당은 반전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흑인들이 맞서고 있는 가난과 차별이라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광범위한 운동과 자위를 표방하고 나섰고 또한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 흑표범당은 결국 미국 FBI의 직접적인 살인(시카고 빈민가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던 21살의 Fred Hampton이라는 젊은 운동가는 새벽에 잠을 자다 수십발의 경찰의 총알을 맞고 말그대로 살해 당했습니다)과 프락치투입, 폭력적 진압등으로 붕괴 되었습니다. 이런 일련의 폭력적 탄압과 베트남에서의 미군의 무자비한 살육이 진행되면서, 전국적 좌파 학생운동단체인 SDC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weathermen이라는 그룹이 weather underground라는 게릴라조직으로 바뀝니다. 위에서 언급한 Fred Hampton의 죽음도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당시 좌파들의 모토는 'bring the war home'이었고, 이들은 말 그대로 이 모토를 실현하려고 했습니다.

시위를 다녀온 지 이틀 후에 미국공영방송 PBS의 독립필름을 방영하는 코너(Independent lens)에서 'The weather underground'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이 링크를 따라가면 보이는 웹페이지 오른편 중간쯤 보면 이 프로그램의 예고편(View trailer를 클릭하면 됩니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들의 활동과 쇠퇴 그리고 자수와 체포로 이어지는 전과정을 차분히 보여줍니다. 멤버들의 현재 모습과 인터뷰도 보여주고요. 대부분이 전쟁이 끝난 후 도망다니다가, 자수를 합니다. 그 중에 결혼한 부부는 이곳저곳 떠돌아나디며 아이들을 키우다가 1981년이 되어서야 자수를 하죠(허공에의 질주와 아주아주 유사합니다). 수십건의 폭탄테러를 했지만 이들중 실질적으로 감옥에서 복역한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을 추적하면서 FBI가 저지른 불법이 훨씬 많아서 그 불법을 통해 수집한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60년대 FBI는 계획적이고 잔인하게 미국내 급진단체를 공격하였고 그들이 제출한 계획은 COINTELPRO 라고 불립니다). 계속 지하투쟁을 하던 사람들은 결국 모두 체포되어 한 명은 20년형을 살고 최근에 출소했고, 나머지 한명은 지금도 감옥에 있습니다.


화창한 샌프란시스코 거리를 걸으면서 'Peace Now'를 외쳐보아도, 이방인이라는 느낌과 알수없는 나른한 무력감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상한 일주일이었습니다.

참고로, weather underground 라는 조직의 이름은 Bob Dylan의 노래 중, "바람이 어디로 부는지 알려고 일기예보관에게 물어볼 필요는 없지(You don't need a weatherman to know which way the wind blows)"라는 가사에서 따온 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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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다시, 추석입니다. 아직 여기 시간으로 하루가 더 지나야 완전한 보름달을 볼 수 있는 추석이지만, 한국은 이미 제사도 다 지냈을 시간이네요. 이런저런 기술의 발전으로 시공간이 압축되어서, 보고 듣고 하는 것은 거의 한국과 비슷하지만, 마음만은 어쩔 수 없어서 그 간격이 주는 허전함을 채울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추석을 맞이해서 친구들과 공연을 보기로 했으니, 기대감이 있네요. 마치 바다처럼 고요한 하루하루입니다. 지난 번에 찍은 사진 한 장 더 올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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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조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살을 하고 또 다른 한 분은 분신을 하고 곧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뭘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스스로의 하루하루가 너무 바쁘고, 밤에 집에 돌아와 해먹기 싫은 밥을 억지로 꾸역꾸역 먹고 나면, 털썩 쓰러져서 그냥 있다가 잠들어 버리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전태일 열사가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정치적 대변자(대학생)'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지 수십년이 지나서 우리에겐 민주노동당이란 미완성의 집단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목숨으로 저항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당의 돈만 내는 당원입니다. 아무런 할 말이 없지만 안타깝습니다. 이 우주에 얼마나 재미있는 것이 많고 신기한 것들이 많은데, 그들을 인간들이 만든 쇠사슬에 가둬서 그 고통스러운 울타리를 목숨으로 저항하게 만든 인간들의 역사가 증오스럽습니다. 나도 그 인간이고 지금의 역사를 만들고 있는 구성원이니, 그들이 목숨으로 저항했던 사회입니다. 다시 한 번 명복을 빌며,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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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을 읽다가, 교육부가 뭔가를 한다고 하는데.... 어이가 없어서 별로 할 말은 없지만 두가지만 이야기하면,

1) 이런 정책을 정말 실행하려고 진짜 진지하게 생각하고, 회의를 통해서 나온거라면, 아... 담당 라인에 있는 공무원들에게 정신과 상담을 추천하고 싶다. 뭔가 어릴 때 독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거나, 혹은 어릴 때 강제로 시키는 것(혹은 책읽기)만 하다보니, 이제 뭔가 '자율적'인 것 혹은 책읽기의 즐거움에 대해서 정신병적인 두려움이 없다면 이런 일을 상상한다는게 어려울 것 같고

2) 혹시 이러다가 나중에 결혼신고 하기 전에 아이를 얼마나 낳을지 서약서를 쓰고 나중에 그것을 실행하지 못하면 신고를 취소하겠다고 협박할 지도 모르겠다.

도데체 내가 뭘 읽든 내가 뭐든 읽고나서 무엇을 생각하든 당신이 무슨 상관인가 라고 묻는 고등학생들에게 선생님이 도데체 뭐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교육부 아저씨들, 당신들이나 책 좀 많이 사서 보세요. 대통령이나 새로 부임하는 장관들이 좋아하는 책들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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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끝없이 흘러나오는 허리케인 피해 뉴스를 보고 있으면, 특히, 많은 사람들이 대피한 superdome의 사진과 화면을 보고 있으면 1) 소말리아 난민촌(*)에 대한 기록영화가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데, 특히 자가용이 없고, 다른 곳에 묵거나 호텔에 체류할 돈이 없어서 그냥 집에 있다가 superdome으로 대피하라는 소리를 듣고 체육관에 모여든 사람들이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가 몇몇 허약한 노약자나 병자들이 체육관 구석 복도에서 그냥 죽어나가고 그 시체가 그냥 방치되어 있는 것을 볼 때.. 이게 개인 소득 4만5천달러 국가인가 의심스럽고 2) 인터넷, 이동전화, 전화, 전기, 가스, 수도등등 소위 현대의 기계가 모두 먹통이 된 상태에서는 도시는 엄청난 오물과 독을 가지고 있는 위험한 쓰레기덩어리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부의 식민지와 외부의 점령지를 가진 제국주의 국가. 내부의 식민지 민중들은 교육도 복지도 '합법적으로' 소외되는 나라. 왜, 이런 나라를 따라 배우려고 많은 국가들의 지배계급들이 그렇게 난리를 치는지도 점점 훨씬 더 잘 이해가 된다.

 

 * 뉴올리안즈인구의 약 3분의 2가 흑인이고 그중에 약 30%가 극빈층이고 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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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후기(9월 8일)

TV에서 백인을 보여줄 때는 간절하게 살기 위해서 애쓰는 모습과 서로서로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주고, 흑인을 보여줄때는 약탈하는 모습만 보여준다(ABC night line에서 한 번 이웃을 도우려 애쓰는 흑인들을 비추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물론, TV를 하루에 거의 한시간 정도 보니..나의 판단은 11시 뉴스시간에 한정된다). 그래 그렇게 보여줘라. 원래 그렇게 지배해 왔으니. 물이 고인지 일주일이 지나니, 물이 아니라 독이 되었다. 세계 어디 도시든 그렇지 않겠는가. 이 넓고 넓은 땅덩어리에서 아주 티끌만한 작은 도시 하나가 망가졌을 뿐인데 품고왔던 그 모든 모순이 판도라의 상자처럼 온세상에 퍼져간다. 내가 사는 곳에 대지진이 일어나고 해일이 밀어닥친다고 하면 그곳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런 사회에서 메트릭스 같은 영화가 나온다고 해도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 상상력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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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풍경사진 2

일요일 마다 뒷산에 오르는 것도 이제 지겨워졌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근처 샌프란시스코 해변가를 하루 종일 걸어다니며 사진도 찍고 뛰기도 하고 그랬네요. 그때 찍은 사진 두장..뛰다 걷다 하다보니, 렌즈에 지문이 묻어버렸습니다. 여하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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